█ 명태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은 경남창원을 바탕으로 벌어져
█ 명태균에 고개 조아린 ‘한화와 현대로템’ 모두 창원에 공장
█ 한화 K9-K21사업과 현대 고속철사업 수주에 영향력 행사
█ 뒤늦게 중앙지검으로 이첩한 검찰, 한동훈 도우려 수사속도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몇 가지 이유 중 우선순위로 꼽히는 것이 명태균 게이트를 막아서기 위한 것이란 보도가 이미 본국 언론을 통해 수차례 나왔다.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윤석열 부부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윤석열은 ‘뭐가 문제가 되냐’고 적반하장의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공천개입 의혹’에 문제가 없다던 윤석열은 왜 이렇게 명태균 게이트의 확대를 두려워 한 것 일까? 김건희가 명태균 관련 USB 문제와 관련해 ‘조선일보를 폐간시키겠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황금폰으로 불리는 녹음파일의 존재 때문일까? 미스터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고,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특검 등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명태균을 둘러싸고 각종 이권 사업 의혹이 터질 것이란 전망이 본국 정치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권력은 반드시 돈을 쫓기 마련. 명태균이 과연 순수한 마음으로 윤석열을 지원했다고 보기 어렵다. 변호사비 조차 내지 못한다는 명태균이 이 판에 뛰어든 것은 윤석열 당선 후 돌아올 돈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명태균 게이트를 둘러싼 대형 복마전의 전말을 본지가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명태균과 관련한 의혹들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만든다. 명태균이 윤석열의 당선을 돕고, 윤석열은 당선 후 명태균의 이권 사업을 돕는 것. 두 사람은 결국 권력과 돈을 매개로 운명공동체로 함께 한 것이다. 이것이 윤석열이 취임 첫 날부터 명태균을 가장 가까운 곳에 둔 이유다. 윤석열’의 첫날도 명태균과 함께했다.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명태균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버지 故 윤기중 교수, 김건희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등과 가까운 ‘주요 인사석’에 서 있었다. 최근 본국의 검찰이 명태균의 PC를 압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명 씨가 국내 최대 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 특혜를 준 걸로 보이는 정황을 포착했다.
김영선 의원실 4급 보좌관 이 아무개씨가 명 씨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에는 명 씨가 한화의 주력 상품인 케이(K)-9 자주포와 K-21 장갑차 구매 및 성능 개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정황이 담겨 있다. 이 보좌관은 명 씨에게 “특히 K-9 자주포는 방위청에서 VIP 관심 사항으로, 우선순위 반영했다”고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챙겼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화다. 실제로 한화가 요청한 4개 사업가운데 3개가 채택돼 525억 73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2023~2024년도에 방위사업청이 한화 생산 3개 품목과 관련해 편성한 예산은 총 525억 원에 달한다. 특히 한화의 K21장갑차는 2024~2028년 4개년에 걸쳐 7천억 원대의 납품이 확정됐는데, 이 과정도 석연치 않다.
검찰이 포렌식 한 카톡에는 현대로템과 주고받은 메시지도 있다. 현대로템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로 철도와 탱크 등을 만드는 중장비 회사다. 현대로템의 한 임원은 2023년 3월 20일 명 씨에게 ‘이엠유(EMU)-320 136량 재공고 결과’라는 제목의 낙찰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7100억 원짜리 신규 고속철 136량을 현대로템이 수주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 임원은 “본부장님! 맘 써 주시고 지원해 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 나왔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인사했고, 명 씨는 “상무님 축하드립니다. 파이팅”이라고 답했다. 수주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던 뉘앙스다. ‘본부장’은 명 씨가 김영선 의원실에서 갖고 있었던 직책인 총괄 본부장을 말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공통점은 방위산업 기업이란 것과 창원에 공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방위산업 기업은 주로 정부가 물건을 사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경남 창원이 주 활동무대
창원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은 두 기업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두산도 언급된 바 있다. 명 씨는 2022년 6월 20일 “박완수(경남도지사)한테 22일에서 25일 사이 대통령이 내려온다고 연락이 왔다”고 강혜경 씨에게 공유했다. 윤 대통령이 그해 6월 22일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하는 일정을 언급한 것이다. 명 씨는 이어 “대통령 온다고 아무한테 이야기하면 안 돼요”라며 “대통령 일정이 공개되면 그것도 법에 걸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관련 주식을 사라며 “가만히 쥐고 있으면 6~7만원은 간다”고 말했다.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 씨는 김 전 의원의 2022년 보궐선거 공천 의혹을 폭로했으며, 명 씨의 일을 도왔던 인물이다.
또 다른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2022년 7월에도 지인에게 비슷한 조언을 했다. 지인 A씨가 대통령 일정과 관련해 투자할 주식을 묻자, “환장하겠다. 하여튼 고민해 봅시다”라고 답했다. A씨가 “두산에너빌리티는?”이라고 하자 명 씨는 “그거는 쭉 놔둬야 한다. 최소한 2년은 적금 들 듯이 놔두면 7만원, 8만원 갈 건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명 씨가 창원 산업단지 기관장 임명에 영향을 줬다고 과시하는 녹취록도 나왔다. 민주당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명 씨는 지난해 6월 13일 “○○○이 내가 해준 거 알아? 경남테크노파크는 창원산업진흥원보다 훨씬 높아, 근데 그거는 내가 지사한테 얘기하는 것이고”라고 말했다. 자신이 경남 창원에 있는 경남테크노파크 원장으로 특정 인물을 박완수 경남지사에게 추천했다는 취지다. 이런 모든 정황들은 명 씨가 방위산업 대기업들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특정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개입하고,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의도가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창수가 제대로 된 수사를?
이런 모든 의혹들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의 냄새를 품긴다. 돈의 구린내가 사방에서 진동하는 것이다. 검찰도 이 사실을 알았다. 검찰은 지난해 초부터 명태균이 대선, 지방선거, 국회의원·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과 공천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다는 의혹 등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명 씨 사건을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해놓고 수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언론 보도로 의혹이 확산하자 뒤늦게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현직 대통령 관련 의혹이라 의도적으로 사건을 방치해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2023년 12월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을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건을 처음 맡은 곳은 창원지검 수사과였다. 창원지검 수사과는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가 제공한 통화 녹음파일을 일부 확보했고 지난해 2월 명 씨를 불러 ‘명 씨에게 현금을 전달했다’는 김 전 의원과 강 씨의 통화 녹음을 제시하며 “김 전 의원에게 돈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명 씨는 이를 부인했다.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주고 세비의 절반을 받아 챙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수사과는 명 씨에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중앙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거론하면서 2022년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에게 돈을 빌렸느냐’는 질문도 했지만, 그 뒤 수사에는 진척이 없었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명씨를 기소할 때 공소사실에 뒤늦게 담긴 내용들이었다. 창원지검 수사과는 2022년 3월 대선, 6월 지방선거, 2021년 11월 국민의힘 당내 경선 여론조사,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한 일이 있냐고도 명 씨에게 물었다. 여론조사를 통해 명 씨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 등을 검찰이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강 씨는 지난해 4월 수사과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제가 청구서를 만들었는데 금액이 3억 원이 넘었다. 명태균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을 도와준 대가로 (김영선) 의원님이 전략공천 된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진술까지 일찌감치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명 씨의 부탁을 받은 김건희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야 수사과에 있던 사건을 창원지검 형사 4부로 재배당했고 지난해 9월 30일 첫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김 전 의원 공천에 힘을 쓰겠다’는 육성 녹음이 공개되자 창원지검은 전담팀 형태로 수사팀을 확대했고 야당이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하자 지난달 17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했다.
검찰이 이 사건을 중앙지검으로 보낸 것은 이 구린내의 근원을 파헤치기 보다는 구린내를 덮기 위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장은 이창수 지검장이다. 이 지검장은 지난 주 탄핵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하면서 ‘명태균 씨 불법·허위 여론조사 의혹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이 수사가 검사 출신인 한동훈 전 대표를 띄우기 위해 수사한다’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조기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수 진영의 유력 주자로 손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 시장 등이 명 씨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명 씨에 대한 의혹 수사가 이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취지다. 헌재의 탄핵이 현재 계속해 미뤄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명 씨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두 사람이 경제적 공동 운명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