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로법미디어국 축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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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 김 의원 “VOA·RFA 해체는 김정은에 희소식”
█ VOA방송은 1천300명 직원 대부분 휴직조치
█ 자유유럽방송 (RFE)에도 직격탄 “적국 돕는 격”
█ 공산권 통치자들, 트럼프 ‘VOA 축소 명령 환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등을 운영하는 미국의 독립적 정부기관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기능과 인력을 최대한으로 축소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축소명령은, 중국과 러시아와 이란 등 권위주의 정권이 서방의 논리에 맞서고 외국 청취자들에게 자국 정부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관영 언론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자유유럽방송(RFE)에도 직격탄이 되버렸다. 그뿐 아니다. 이 여파는 미국의 대표적 공영 방송인 NPR(라디오)과 PBS(TV)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중단하길 원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또한 이란 정부가 금지한 페르시아어 방송 라디오 파르다, 아랍어 방송 알후라 등도 영향을 받게 됐다고 AFP는 전했다. 한편 VOA기자들과 언론 단체들, 그리고 RFE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조치에 중국 등 공산권은 환영했다. 캄보디아의 전총리 훈센은 “트럼프에게 감사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세계의 인권단체들은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잃게 됐다”며 반발했다.
<김현수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권위주의 국가에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의 이념을 세계에 전파해온 관영 매체 VOA와 RFA에 대한 지원도 끊으 면서 이 영향은 동구권에 서방의 소식과 가치를 전해온 자유유럽방송(RFE)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VOA와 RFA는 북한, 중국은 물론 동남아에서도 캄보디아, 베트남 등 민주주의 체제와 거리가 있는 각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집중적이고 비판적으로 보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VOA방송은 1천 300명 직원 대부분이 휴직 처리되는 등 이들 매체가 사실상 문을 닫게 되자 거의 해체 위기에 처했으며, VOA와 RFA 에 근무하거나 계약을 맺은 외국인 직원 들도 추방 위기에 몰렸다. 추방되어 본국에 돌아갈 경우 본국 정부의 탄압의 대상이 될 것 으로 우려된다.

VOA는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에 대항하기 위해 1942년 설립됐으며 이후 세계 다른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매주 3억 6천만 인구에 48개 언어로 소식을 제공했다. 또 다른 USAGM 산하 매체 RFA와 함께 북한과 중국 등의 내부 소식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미국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RFA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부의 보조금 지원 중단에 따라 축소 운영되고 있지만, 웹사이트 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한적으로 최신 뉴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미디어국(USAGM)은 해외 대상 매체인 VOA·RFA·RFE 등을 산하에 둔 독립 정부 기관이다. 북한·중국·러시아·이란·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 자유 언론이 위협받는 국가에 뉴스를 제공해 민주주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연간 예산은 2억 7000만 달러 규모이며, 2000여명의 직원들이 한국어를 포함해 49개 언어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USAGM 산하 언론사 중 VOA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당시부터 종종 불만을 표출해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이던 2019년 VOA가 친중, 친러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VOA는 중국 반체제 인사를 인터뷰 한 기자를 해고했는데, 중국 정부의 압력을 받았다는 논란이 있었고, 같은 해 VOA는 러시아 출신 기자를 채용했는데, 과거 그의 반미 선전 영상을 제작한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 시민들이 더 이상 급진적인 선전에 휘둘리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2019년부터 최근까지 VOA의 몇몇 행보를 비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일부 VOA 기자들은 소셜미디이어(SNS)에 ̒반(反)트럼프̓ 성격의 글을 반복적으로 올렸고,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에 ̒테러리스트̓라는 표현 사용을 제한했다. 또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호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급진적인 선전을 하지 말라’

VOA, RFA 등을 사실상 해체함에 따라 이들 기관에 몸담았던 외국인 직원들도 추방될 위험에 처했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3월 24일 보도하면서, 여기에 권위주의 정부가 통제하는 국가 출신의 직원들은 모국에서 투옥되거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RFA 소속 한국인 기자 박재우씨는 가디언에 동료 중 몇몇은 미국에서 망명 비자를 신청한 이들이라며, 그들이 조국으로 돌아갔을 때 정부가 과거 RFA 근무 이력을 알게 된다면 동료 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RFA에서 일하게 됐다”며 “그들이 매우 위험하다.

RFA가 없다면 그들의 목숨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임신 28주차의 아내를 둔 그는 취업 비자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다. 그는 “아내는 출산이 임박 했고, 우린 작년에 집도 샀다”며 “매우 우려스럽고 우울하다”고 했다. VOA에서도 비자를 받아 일하고 있는 일부 직원들은 체류 신분이 위태로워져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는 위험에 처해있다. VOA에 기고했던 2명이 현재 미얀마와 베트남에 수감돼 있으며, RFA에 기고했던 4명도 베트남에 수감 중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에도 현재 이들 언론사와 함께 일했던 기자들이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국서 박해…귀국 시 생명 위태

이달 말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VOA 기자 리엄 스콧은 컬럼비아대가 발행하는 언론 전문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BR)에 “워싱턴의 VOA 직원 수십명이 J-1 비자를 갖고 있고, 이들은 비판자들을 투옥한 기록이 있는 국가들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화당 소속 영 김 연방 하원 의원(Rep. Young Kim)이 USAGM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김 의원은 3월 19일 보수 매체인 내셔널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USAGM의 개혁은 필요하지만, 이 기관을 해체하면 20세기 중반부터 중국 공산당, 김정은, 크렘린, 아야톨라, 다른 억압 정권에 의해 탄압을 받아온,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라질 것”이라 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USAGM 축소 행정명령에 대해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이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면서 “USAGM을 없애는 것은 답이 아니다. 우리는 USAGM을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소프트파워라는 원래 목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도 USAGM 개혁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USAGM의 개혁에 대한 초당적 요구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라고 지적한 뒤 “이 프로그램의 원래 목적은 자유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라면서 “만약 진실이 전 세계에 방송되지 않는다면 적의 선전과 허위 정보가 그 공백을 메울 것이며 우리는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USAGM이 운영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위구르어 서비스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에서 독립된 유일한 위구르어 뉴스 매체”라고 강조하면서 “RFA는 북한의 강제 수용소 또는 구금 시설 내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도 폭로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RFA는 중국, 미얀마, 북한, 캄보디아 등에서 신뢰할 수 있는 매체”라면서 지난해 RFA의 웹사이트 조회수는 전년 대비 20%가 증가한 2억 5천 700만건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이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선전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한 VOA에 대해 “현재 미국의 최대 국제 방송사로, 매주 50개 언어로 매주 3억 5천 400만명이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USAGM의 폐지가 아니라 개혁이 미국 국익을 보호하기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인권 운동가 수전 솔티가 회장으로 있는 디펜스포럼재단이 전날 연방의회 건물에서 개최한 탈북자 인권 포럼에서도 미국 트럼프 정부의 연방정부 예산 구조조정이 대북한 인권활동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통일희망선교회의 이경선 목사는 “북한의 변화에 있어 북한 인권 활동 등의 역할이 매우 크다”면서 북한 인권 단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길 희망했다.

“신뢰할 수 있는 매체 잃게 됐다”

캄보디아 인권단체 리카도(LICADHO)의 운영 국장인 암 삼 앗은 “캄보디아에서 이 두 라디오 방송국(VOA와 RFA)은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매체 역할을 하면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언론의 자유, 정보권,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옹호자로 여겨지지만, 이번 결정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입장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북한 중국 등 독재 국가를 비판해 온 VOA와 RFA 등을 사실상 폐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 계열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3월 17일 논평에서는 ‘거짓말 공장’이 사라지게 됐다며 환영했다. 한편 38년간 장기 집권한 훈 센 캄보디아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고맙다”면서 환영했다. 프놈펜포스트와 크메르타임스 등은 지난3월18일자에서 훈 센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와의 싸움에서 세계를 이끄는 용기를 우리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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