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시간 4월 21일 오전 7시35분 88세 일기로 선종
█ 평화 미래 염원, 굶주린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 마지막 부활 강론에서 ‘전쟁 중단과 세계 평화’촉구
█ 세계14억 가톨릭신자와 지구촌 모든 이들에 신망
청빈과 개혁의 상징으로 지구촌 모든 이 존경과 사랑 한 몸에 받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시간 4월 20일(현지시간4월 21일)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은 “오늘 오전 7시 35분, 로마의 주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느님의 집으로 돌아가셨다”며 “그의 전 생애는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패럴 추기경은 “교황님은 우리에게 충실함과 용기, 보편적인 사랑으로 복음의 가치에 따라 살라고 가르치셨다”면서 “예수님의 참된 제자로서 보여 준 모범에 무한히 감사하며, 그의 영혼을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로운 사랑에 바친다”고 전했다.교황은 호흡기 질환으로 지난 2월 14일부터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후 건강 회복세를 보이며 3월 23일 퇴원해 외부 인사를 만나고, 선종 전날에는 성 베드로 광장이 바라보이는 발코니에 나와 광장에 모인 군중들을 축복하는 등 활동을 재개했지만 안타깝게도 다음날 선종했다. 교황 장례식은 4월 26일 거행된다. <성진 취재부 기자>
교황은 생전 마지막 부활절 강론에서는 “가자지구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전쟁 당사 자들에게 휴전을 촉구하고 인질을 석방해 평화의 미래를 열망하는 굶주린 이를 도와줄 것을 호소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교황이 세상에 전한 마지막 메시지였다. 이날 바티 칸을 방문한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생전 그가 맞은 ‘마지막 손님’이 됐다.
폐쇄적이고 권위적 문화 쇄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12월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958년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에 입회했고 1969년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아르헨티나의 교육기관과 수도회에서 지도자로 활동했다. 1992년 아우카 명의 주교와 부에노스 아이레스대교구 보좌주교, 1998년 2월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 교구장에 임명됐다. 이후 2001년 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교황은 대주교 시절 에도 항상 겸손하고 소박한 생활로 유명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사치와 권위를 멀리하는 삶을 실천했다. 2013년 3월 13일,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아메리카 출신 교황이자, 첫 번째 예수회 출신으로 제 266대 교황으로 선출되면서 교황은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했다. 가난과 평화를 상징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초기부터 교회 개혁을 강하게 추진했다. 교황청의 구조와 재정을 투명하게 만들고, 성직자 성추문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등 기존의 폐쇄적이고 권위적 인 문화를 쇄신하는데 앞장섰다. 또한 교황은 사회적 약자와 주변인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강조했다. 즉위 후 거의 매년 정기적으로 집없는 가는한 이들과 식사를 함께하고 난민 수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인권, 평화, 환경 보호, 경제 정의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거침없이 내놓은 교황의 발언과 호소는 가톨릭교회를 넘어 전 세계 시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특히 2015년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는 지구 환경 보호와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는 문헌으로, 종교계를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칙은 현대 사회가 직면 한 생태 위기를 도덕적 책임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지속가능성과 생명의 존엄을 강조한다. 교황은 또한 종교 간 대화와 평화의 사도로서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는 이슬람, 유대교, 불교 등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신앙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 역시 그의 주요한 개혁 방향 중 하나였다. 그는 여성의 교회 내 역할 확대와 존엄성 회복을 강조하며, 처음으로 여성에게 교황청 부서의 고위직을 맡기는 개혁 을 단행하기도 했다.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아메리카 출신
교황은 4월 20일 그의 마지막 부활 담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온 세계에) 에서 즉위 후 줄곧 강조했던 세계 평화를 강조했다. (별첨 마지막 강론 참조) “주님의 부활은 생명의 축제이듯 하느님께서는 생명을 위해 우리를 창조하셨고, 인간 공동체가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십니다. 전쟁 당사자들은 무기 사용을 중단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염원하며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순간까지도 평화를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앞둔 23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악화로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 써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전 세계 분쟁 지역의 평화를 기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내일은 전 인류에게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사건인 우크라이나 대규모 전쟁 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친밀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모든 무력 분쟁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중동 전역, 미얀마, (콩고) 키부, 수단에서 평화의 선물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새 교황은 ‘콘클라베’라고 불리는 비밀회의에서 선출된다. 교황 궐위 시 20일 내에 시스티나 성당에서 80살 이하 추기경이 참석하는 콘클라베가 열리고 이 회의에서 다음 교황을 뽑도록 되어 있다. 차기 교황 후보군에 한국의 유흥식 (나자로) 추기경도 거론되고 있다. 12년 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신자들과 지구촌의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헌신의 삶을 모범 적으로 보이며 평화의 사도로 자리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1일 선종하며 88세 일기를 마감했다. 그가 남긴 그의 재산은 100달러(한화 14만원)였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기고 있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교회와 인류에게 큰 영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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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부활절 강론
고통받는 이들의 눈물을 함께하시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시며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많은 이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부활대축일 낮미사를 봉헌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은 2025년 4월 20일 부활주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봉헌된 낮 미사에서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 대독으로 이뤄졌다. <편집자>
마리아 막달레나는 무덤의 돌이 치워진 것을 보고, 베드로와 요한에게 달려가 알렸습니다. 깜짝 놀란 두 제자도 길을 나서는데, 복음서에 따르면 “두 사람이 함께 달렸다”(요한 20,4)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부활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달리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달린 이유가 주님의 시신이 사라졌다는 걱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리아 막달레나, 베드로, 요한의 서두름은 마음의 갈망, 곧 예수님을 찾고자 하는 내면의 태도를 드러냅니다. 주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고, 더 이상 무덤에 계시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분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부활의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그분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은 살아 계십니다! 더 이상 죽음의 포로가 아니시며, 수의에 감싸여 계시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분을 단지 옛 이야기 속의 인물로, 고대의 영웅으로, 박물관 속 조각상으로 가두어 둘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분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만히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일어나서 그분을 찾아야 합니다. 삶 속에서, 우리 이웃의 얼굴 속에서, 일상적인 일 속에서, 무덤이 아닌 모든 곳에서 그분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쉬지 않고 그분을 찾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부활하셨기에, 이제 어디에나 현존하시며, 우리 가운데 거하시고, 우리가 만나는 형제자매들과의 길 위에서, 일상의 평범하고도 뜻밖의 순간들 속에서 당신 자신을 감추시기도 하고 드러내시기도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살아 계시며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고통받는 이들의 눈물을 통해 함께하시고, 우리 각자가 행하는 작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삶을 아름답게 하십니다. 이러한 이유로, 부활 신앙은 안락한 “종교적 위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활은 우리를 행동하게 합니다. 막달레나와 제자들처럼 달려가도록 우리를 재촉합니다. “그 너머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살아 계신 예수님,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보다 앞서 가시며, 우리를 놀라게 하시는 하느님을 바라보도록 말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우리는 매일 주님을 잃는 듯한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매일 다시 그분을 찾아 달려갈 수도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반드시 당신을 찾는 이들에게 당신을 발견하게 해주실 것이며, 당신 부활의 빛으로 우리를 가득 채워 주실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것이 우리 삶의 가장 큰 희망입니다. 우리는 이 가난하고, 연약하고, 상처 입은 삶을 그리스도께 의지하여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 죽음을 이기셨고, 우리의 어둠을 이기시며, 세상의 그늘까지도 이기셔서 기쁨 가운데 당신과 함께, 영원히 살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사도 바오로가 말한 우리의 목표입니다. “뒤의 것은 잊어버리고 앞의 것을 향하여 달려” (필립 3,13-14) 나아가는 것이지요. 마리아 막달레나, 베드로, 요한처럼 우리도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향해 달려갑시다. 희년은 우리 안에 희망의 선물을 새롭게 하라고 초대합니다. 우리의 고통과 근심을 희망 안에 맡기고, 길에서 만나는 이들과 희망을 나누며, 우리 삶의 미래와 인류 가족의 운명을 희망 안에 맡기라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의 덧없는 것들에 만족해서는 안 되고, 슬픔에 굴복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기쁨으로 달려야 합니다. 예수님을 향해 달려갑시다. 그분의 친구가 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은총을 다시 발견 합시 다. 그분의 생명과 진리의 말씀이 우리 삶을 비추게 합시다. 위대한 신학자 앙리 드 뤼박이 말했듯이, “그리스도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그리스도교는 곧 그리스도다. 아니, 진정으로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진다.”(앙리 드 뤼박, 「오늘날 세상에서 가톨릭의 교리적 책임」, 파리 2010, 276쪽) 그리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이신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을 희망으로 열어줍니다. 그분은 살아 계시며, 오늘도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하기를 원하십니다. 죄와 죽음을 이기신 주님께 우리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이 축일에 저희도 새로워질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이 영원한 새로움의 체험에 이르게 해주십시오. 습관의 슬픈 먼지와 피로, 무관심에서 저희를 정화하시고, 매일 아침, 놀라움으로 눈뜨게 하소서. 이 아침만의 새로운 빛깔을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주님. 아무것도 예전과 같지 않으며, 아무것도 낡은 것이 없습니다.” (아드리아나 차리, 「마치 기도처럼」) 자매 형제 여러분, 부활 신앙의 경이로움 안에서, 평화와 해방에 대한 모든 기대를 마음에 품고, 우리는 고백할 수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라면, 모든 것이 새로워집니다. 주님과 함께라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