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을 돈만 쫓은 가풍대로…김건희도 유혹 못 이겨
█ 엄마와 두 오빠 모두 사문서위조 범…‘피는 못 속여’
█ 정권 후반 뒷수습 하려던 계획, 계엄으로 모두 수포
█ 이재명에 줄 선 정권, 김건희 제물삼아 존재감 과시
차기 정권이 아직 들어서지 않았음에도 수사 기관들이 앞 다투어 김건희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건진법사 게이트’의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건희 선물용 목걸이’를 넘어 대통령실을 이용한 이권 개입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태균 게이트’에 이은 또 하나의 국정농단급 게이트다. 그동안 윤석열과 김건희가 겉으로는 고상한 척 했으나 결론은 결국 돈이었다. 사실 김건희의 돈사랑은 예고된 일이었다. 김건희는 모친 최은순을 비롯해 돈을 밝히는 집안에서 자랐다. 문서를 위조해 다른 사람의 돈을 가로채는 모친부터 그 피가 흘렀다. 김건희 모녀, 여기에 그 오빠들도 양평 공흥지구 아파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문서를 위조해 거액을 벌었다. 개 버릇은 남을 못 준다고 했던가. 김건희는 영부인이 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탐했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재영 목사의 명품백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6000만원 짜리 목걸이를 받았을 가능성부터 시작해 자생한방병원 이권 개입까지 검은 돈의 구린내가 이곳저곳에서 풀풀 풍기고 있다. 김건희는 영부인 최초로 직접적으로 금품을 수수해 감옥에 가는 불명예로 인생을 종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부모를 보면 자식을 알 수 있다는 한국 속담처럼, 김건희의 가족은 평생을 돈 냄새를 맡으며 살았다. 돈이라면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김건희 모친 최은순은 지난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은행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동업자 안OO씨와 공모해 도촌동 땅 계약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위조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 안 씨 사위 명의로 계약한 후 등기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법원은 지난 2023년 11월 최 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의 관여를 부정하기 어려운 증거가 존재하는데도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동업자에게 책임을 돌렸다”며 “반성의 여지가 안 보인다”고 최 씨를 나무랐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선데이저널>이 지난 대선 전부터 줄기차게 보도해 온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건희 오빠 역시 사문서 위조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 등 2016년 양평군이 부과한 공흥지구 개발부담금을 깎기 위해 공사비 등이 담긴 증빙서류에 위조문서를 끼워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평군은 이들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2016년 11월 17억 4800여만 원의 개발부담금을 부과했다가, 두 차례의 이의신청을 받은 뒤 2017년 6월 부과했던 개발부담금을 전액 없애줬다. 이후 양평군은 제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의혹이 불거지자 같은 해 11월 뒤늦게 개발부담금 1억 8700여만원을 정정 부과했다. 김건희의 모친이나 오빠가 공교롭게도 사문서위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거나, 지금도 재판 중이란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돈에 환장한 집안 내력
지난 3년 동안 <선데이저널>은 윤석열과 김건희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보도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취재하고 제보를 받았는데,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김건희 일가는 돈에 환장했다는 것이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듯 김건희가 대선 전부터 각종 의혹에 휘말린 건 이런 콩가루 집안의 가풍과 무관하지 않다. 김건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얽혀 있던 것 역시 결코 우연이 일어난 일이 아니다. 검사 남편을 방패막이 삼아 주가조작을 아무렇지 않게 했고, 남편이 우연한 기회에 국민적 주목을 받고 대통령까지 되면서 영부인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개 버릇 남 못 주듯 김건희는 영부인이 되고서도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벗어나지 못하기는커녕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그가 명품백을 받고, 고속도로 종점을 바꾸고, 그가 연관된 사람들이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휘말린 건 다 이유가 있다.
아마 그녀는 정권 전반기에 해먹을 수 있는 데만큼 해먹고, 후반기에 뒷수습을 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의 자해적 계엄으로 인해 그녀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고, 그는 뒷수습을 할 시간도 없이 다음 정권을 맞이하게 됐다. 차기 정권에 줄을 서야 하는 검찰은 자신들의 황제조사로 받들어 모신 김건희를 제물삼아 존재감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검찰이 김건희의 목을 치기 위해 처음 꺼내든 칼은 이른바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성배다. 전성배는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딸과 처남을 대통령실에 보내려다 실패하자 ‘대리인’을 행정관으로 보내 각종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전 씨 부녀 간 문자메시지에는 전 씨가 처남의 지인인 신아무개 행정관에게 여러 청탁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 나온다.
딸이 ‘대통령실의 문화체육비서관실 등으로 공문 발송했다’는 문자를 보내자, 전씨가 “직접 소통하면 돼. 신 행정관은 찰리(처남 김아무개씨의 별칭) 몫으로 들어간, 찰리가 관리하는데 언제든지 쓸 수 있어”라고 답했다. 전 씨가 신 행정관을 이용해 뭔가 해결해야 할 일을 처리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전 씨의 휴대전화에는 2022년 대선 뒤 ‘친윤’인 윤한홍 의원 등에게 인사 청탁을 하고, 지방선거 후보들을 추천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도 있다. 전 씨는 김건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지냈고, 그의 딸은 직원으로 일했다.
전 씨는 처남, 딸과 함께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했다. 전 씨가 가족 차원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것이다. 대통령실은 2022년 8월 ‘건진법사가 대통령 부부를 팔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자 기업 등을 상대로 주의보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로도 전 씨가 통일교 2인자로부터 ‘6000만 원대 김건희 선물용’ 다이아목걸이를 받는 등 영향력이 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건희를 잡으려는 검찰은 재빠르게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다이아 목걸이가 김 여사에게 실제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인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외 순방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당시 6000만 원대 목걸이를 착용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반클리프 앤 아펠’의 목걸이 ‘스노 플레이크 팬던트’로, 다이아몬드 71개(3.04캐럿)로 눈꽃 결정 모양을 형상화했다.
목걸이의 행방을 찾아라
2022년 당시 가격은 62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8300만원으로 3년 새 2100만원 올랐다. 그런데 이 목걸이가 재산 신고 목록에 없어 정치권에선 ‘재산 누락 논란’이 불거졌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취임식(2022년 5월), 영화인 만찬(2022년 6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부 초청 공식 만찬(2022년 7월) 때 반클리프 앤 아펠 팔찌를 착용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둘러댔다.
이후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선물할 테니, 빌리지 마시라”고 했고, 이후 실제로 전 씨에게 비슷한 가격대의 명품 목걸이를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목걸이를 건넨 윤 전 본부장도, 목걸이를 받은 전 씨도 이 대목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목걸이를 돌려달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약속과 달리 김 여사에게 목걸이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의심한 것이다. 이에 전 씨는 윤 전 본부장에게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했고, 같은 내용을 검찰에서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작년 12월 전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했을 때도 목걸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목걸이가 김 여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확신하고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 전 본부장과 전씨 등이) 명품을 주고받은 것이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와의 만남을 주선 받거나 사업 특혜를 받기 위한 목적이 확인될 경우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수 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양쪽 모두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언론에 “명품 목걸이를 (전씨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명태균-건진법사가 목줄 쥐고 있어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주받기 위해 전 씨에게 접근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3월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재정 확보가 중요한데, (윤 대통령으로부터) ODA 추진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구했다”고 그해 5월 통일교 창립 기념행사에서 밝혔다. 이 직후인 그해 6월 기획재정부는 제4차 한·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사업 통합 정책협의에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했다. 한도액이 늘면 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사업 수주가 수월해진다.
검찰은 작년 12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전씨 집에서 압수한 5000만원 ‘뭉칫돈’의 출처도 추적하고 있다. 당시 검찰은 현금 5만원권 묶음 3300매(총 1억6500만원)를 압수했다. 이 중 5000만원어치 사용권은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 그대로 포장돼 있었다. 시중에서 볼 수 없는 형태의 뭉칫돈이다. 그러나 전 씨는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김건희에게서 받은 돈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검찰은 전씨의 ‘법사폰’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전 씨가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와 10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과거 김 여사가 운영하던 전시 기획 업체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제 건진법사 전성배의 입을 통해 김건희 국정농단의 충격적인 실체들이 명태균 게이트와 더불어 윤-김 부부의 목줄을 죄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