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흥식추기경 “교황님은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분”
█ ‘북에도 갈 의향이 있다’하실 만큼 한국 사랑이 남다른 분
█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눈물
█ 한국 전쟁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강복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26일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애도속에, 성베드로 성당에서 장례 미사를 마친 후 교황의 관이 성베드로 성당 밖으로 나오자, 25만명의 추모객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일부 신자들은 “산토 수비토!(성인으로 올리소서!)”라는 구호와 기도도 나왔다. 이날 미사에는 전 세계 60여 국 정상과 왕족, 국가 원수, 160여 국 대표단도 참석했다. 장례미사를 마친 교황의 관이 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성모 대성전)을 향할 때 연도엔 약 40만명의 로마 시민들과 외국에서 온 신자들이 나와 교황을 눈물로 배웅했다. 여기저기에서 박수와 함께 “교황 성하 잘 가요” “고마웠어요” 등의 인사말이 쏟아졌다. 많은 이가 교황의 사진을 들고 나왔다. 역사적으로 역대 교황은 바티칸 중심부 소재 성 베드로 대성전에 대리석으로 된 무덤 속 삼중관에 안장되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약 100년 만에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안장되는 첫 번째로 산타 마리아 대성전 지하에 장식 없이 오직 비문에 자신의 이름 “프란치스코”라고만 쓰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생 인종과 국적에 차별을 두지 않고 만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애썼으며, 성 베드로 사도의 후예로서 남김없이 헌신 했는데, 12년 재위 중 교황은 한국과 한국인 사랑도 남달랐다.
<성진 취재부 기자>
한국천주교회 최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을 지낸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은 최근 성명을 통해 “교황님은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분이셨다”며 “늘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눈높이에 맞춰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으셨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님은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특별히 안타까워하시며 형제와 가족이 갈라진 이 크나큰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당신께서 직접 북에도 갈 의향이 있다고 하셨을 만큼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이셨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21일 교황 선종 이후 보편 교회 추기경단으로서 추기경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유 추기경은 바티칸 시스티나 소성당에서 열리는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conclave)에 참여 하게 된다.
KTE고속열차에서의 행복감
현재 대전교구 천안 원성동 성당의 김재덕(베드로) 주임신부는 과거 가장 공부가 어렵다는 로마 바디칸 성서대학에서 성서학을 전공했는데 당시 포르트갈 주교회의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하루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곳을 방문하여 그곳 신부들과 함께 공동미사를 집전 하는데 김신부도 교황과 함께 하는 기쁨을 누렸다. 김 신부는 “미사후 교황님과 악수하는데 마치 할아버지 손처럼 푸던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신부는 “그날 교황님의 강론이 잊을 수가 없다”면서 “교황님은 ‘하느님은 우리를 용서하는데 귀찮아 하시지 않으며, 지치시지도 않습니다’라고 하셨다”고 최근 교황 선종후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전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이듬해2014년 8월 14일-18일까지 아시아 방문 국가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에콰도르 정부는 교황 방한을 기념해 한국 정부에 6,000송이가 넘는 장미를 보냈다. 이 장미들은 교황의 광화문 시복식 제단과 명동성당 내부를 장식했다. 8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할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 당시 기상 관계로 사전에 예고된 헬리콥터가 아니라, KTX를 이용하여 작은 놀람을 전했다. 교황은 이때 생전 처음으로 고속열차를 타게 됐는데 “매우 기쁘고 좋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 열차에서 교황을 응대한 승무원은 교황 관련 서적에 싸인을 받는 행운을 누렸다. 이후 한국철도공사는 해당 좌석을 특별히 기념하여 이 해 연말까지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의 전액을 기부해 ‘자모원̓이라는 미혼모 관련 기관으로 보냈다고 한다. 또한 2015년 12월 3일 코레일은 교황이 앉았던 좌석 판매수익금 1,500만원을 천주교 대전교구에 기부하였다. 천주교 대전교구는 저소득층이 푸드뱅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산하 복지기관에 기부했다. 당시 KTX 기내 여객전무는 이후 세례를 받고 천주교인이 되었다. 당시 교황은 경호원의 만류에도 승무원들이 요청한 사인을 손수 해줬다. 교황은 한국 사회에서 슬퍼하고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었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기도
2014년 방한 당시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유가족에게 세례를 집전하며, 노란 배지를 단 채 방한 일정에 임하는 등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는 유가족과 한국의 모든 이들을 따듯하게 감쌌다. 세월호 추모 행동이 미칠 정치적 영향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교황은 이듬해인 2015년 로마에서 열린 한국주교단의 정기방문 중 한국주교들과 둘러 앉아 첫 화두로 “세월호 사태는 어떻게 정리됐는지”를 묻는 등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마음으로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당시 8월 17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이호진 씨의 세례식을 마친 후 자필로 직접 서명한 한글 편지를 세례식에 배석한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루카 신부를 통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교황은 이 편지에서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저는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실종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열거하면서 “주님, (이들이) 하루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리노 주교와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루카 신부가 함께 이 편지와 묵주를 들고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중 탈북자와 납북자 가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만났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 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들을 어루만저 주었다. 한국의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교황은 이태원 참사와 최근 무안 제주항공 참사, 최근의 경북 의성 산불 등 한국 사회에 큰 아픔이 있을 때마다 위로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디칸 고위 성직자 임명에서도 2014년 염수정(안드레아) 대주교를, 2022년에는 유흥식(라자로)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역대 한국인 추기경은 모두 4명인데, 그중 2명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다. 특히 교황은 2021년 한국교회 최초로 유흥식 추기경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 자리는 교황의 최측근이자, 보편교회의 핵심부서 책임자에 최초로 한국교회 인사를 발탁한 것 이었다. 아시아인 교황청 장관으로는 5번째다. 이 인사로 보편 교회 안에서 한국교회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교황과 한국교회가 더욱 밀접해지는 계기도 됐다. 고위 성직자 임명만이 아니었다.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평신도 여성 독서직을 수여할 때도 수여자 6명 중에 한국인을 포함시키는 등 한국 신자들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분단 한반도 평화를 갈구하며
교황은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위한 한반도 평화를 간절히 염원해 왔다. 2014년 방한 당시에도 교황은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례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특히 2018년 ‘판문점 선언’ 소식을 들은 교황은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대화의 길에 나선 두 정상의 용기에 기도로 함께하겠다”면서 “사랑하는 한국 국민과 전 세계를 위해 선의라는 열매를 계속해서 맺을 수 있기를 주님께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디모테오) 전 대통령과 두 차례에 걸친 개별 면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꺼이 북한에 방문할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23년 한국 전쟁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도 강복 메시지를 보내는 등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메시지와 기도를 자주 전해 왔다.
특히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내용을 담은 회칙「모든 형제들」에서는 한국 주교들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 언급한 내용 인용하면서 “진정한 평화는 민족의 화해와 공동 발전을 추구하는 대화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 회칙은 교황이 전 세계를 향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매우 장엄한 형식의 문헌으로, 교황 회칙에서 한국을 언급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었다. 교황은 2024년 바티칸 정원에 ‘평화의 모후이신 한국 성모님 모자이크상’을 설치하도록 하기도 했다. 한반도의 평화가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전구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교황은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성인품 이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되는 공식 예식)를 직접 집례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교회의 순교자에 대한 강론에서 “순교자들의 승리, 곧 하느님 사랑의 힘에 대한 그들의 증언은 오늘날 한국 땅에서, 교회 안에서 계속 열매를 맺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교황이 한국에서, 순교의 현장을 바라보면서 124위 시복미사를 주례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시복미사는 교황의 대리자 가 거행한다는 관례를 뒤집은 파격적인 행보였다. 한국교회는 이미 1925년(79위)과 1968년 (24위) 시복식을 통해 103위 성인이 태어났지만, 이 두 번의 시복식은 모두 로마에서 열렸다. 순교자의 땅 한국에서, 교황이 직접 주례하는 시복미사는 처음이었다. 교황은 그만큼 한국 순교자 영성이 맺은 열매, 한국교회를 사랑했다. 그래서 교황은 “한국의 천주교인 여러분이 모두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룩하신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며, 여러분의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해 지켜나길” 부탁했다.
한국 순교자 영성에 대한 교황의 관심과 사랑은 2023년 더 큰 결실로 이어졌다. 한국인 최초 사제 이자 순교자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성인상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된 것 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외벽 벽감은 세계 주요 수도회 창설자들의 성인상이 안치되던 곳으로, 수도회가 아닌 한 지역 교회를 대표하는 성인상이 세워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교황은 “김대건 신부 님 은 분쟁의 상황에서도 모든 이들을 만나고 또 모든 이들과 대화하시며 많은 이들을 위한 평화의 씨앗이 되셨다”며 “성인의 이런 모습은 한반도와 온 세상을 위한 예언”이라고 강조했다.
온전한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으로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나 타 종교를 가진 사람들, 평소 가톨릭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은 당시 방한에서 보여준 교황의 행동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아울러 냉담자나 성당에 잘 나가지 않는 ‘나이롱’ 신자들도 다시 성당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으며, 성당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교황 방한 이후 SNS를 통해 ‘100만여명이 모였던 광화문 광장에서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교통 통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풀렸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인터넷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당시 유럽언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대해 다루며 30년전의 방한과 다른 소탈한 방문 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교황의 파격적인 행보에 주목했다. 유럽권에서 파견된 기자들은 교황을 밀착 취재했으며, 귀국하는 비행기에도 동승해 교황의 방한 소감이나 입장 등의 많이 보도했다.
한편 한국 천주교회는 이번 교황 선종에 대하여 “이제 뵐 수 없어서 슬프지만 주님 품 안에서 편안히 쉬실 교황님을 생각하며 기쁨으로 보내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애도문을 통해 “끝까지 세상에 관심을 두시며 전쟁과 반목이 없는 온전한 평화를 염원 하셨다”며 “교황님께서는 아름답게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시는 모범을 온 세계에 보여 주셨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2014년 방한 때, 한국 천주교회의 특별한 전통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셨다”며 “한국 천주교회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와 전 세계에 희망과 평화 지킴이로서 수행할 책무가 있음을 강조하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