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발저린 대검, TV조선 방정오 부사장에 대한 재수사 명령
█ 무혐의 처분사건을 재항고 수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
█ 조선일보와 TV조선 이재명 아들문제 집요하게 집중 공격해
█ 검찰, 李아들 공격해온 조선일보와 TV조선 1차 제물로 삼아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약 1주일 만에 검찰이 조선일보 오너 일가를 향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 조선일보를 손 볼 것이란 소문이 많았는데, 1주일 만에 현실이 된 것이다. 물론 없던 것을 캐낸 것은 아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이 무혐의했던 걸 다시 들추어내 재수사를 명령한 것인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존폐 위기에 몰린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독이 든 성배’를 건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의 힘을 이용할수록, 검찰의 존재이유가 부각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검찰이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조선일보의 아킬레스건과 관련한 걸 건들면서 강도 높은 유혹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재수사를 명령한 것은 TV조선의 방정오 부사장과 관련한 것인데, 방 부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TV조선은 지난 2021년 이재명 대통령의 아들 동호씨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대통령이 이로 인해 조선일보측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 아들은 본국시간으로 오는 14일 삼청각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때맞춰 검찰이 아들과 관련한 내용을 들춰서 이 대통령을 유혹한 것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2021년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아들 동호 씨가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하고,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한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2019년 1월~2020년 7월 ‘이기고싶다’라는 닉네임으로 불법 소지가 다분한 온·오프라인 도박 경험 등 200여개의 게시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후보는 이날 보도 후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아들의 잘못에 대해 사죄의 말씀드린다”며 “언론보도에 나온 카드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고 인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TV조선은 동호 씨가 해당 사이트에 댓글을 통해 음란한 표현의 내용을 올렸다고 추가로 보도했다.
그는 여성의 사진이 올라온 게시물들에 “뭐하는 X이냐 룸에서 일 잘하게 생겼네” “X리게 생기긴 했네” “러시아 룰렛보다 러시아 X녀지”라는 음담패설 식의 댓글을 달았다. 데이트 폭력을 언급한 글에선 “난 때려본 적은 없는데 맞은 적은 있다 질문 받는다”라고 했고, 도박 합법화를 주장한 글에는 “국회의원 출마 ㄱㄱ(고고)”라며 응원성 댓글을 달았다. 또 포커 게임에서 계속 이기거나 돈을 많이 딸 때 쓰이는 ‘찢는다’란 은어가 언급된 글에선 일본 배우를 언급하며 ‘찢’이란 댓글도 달았다. TV조선의 보도 이후 동호 씨는 정보통신망 위반 및 상습도박 혐의로 피소됐고, 검찰이 직접 약식명령을 밟아 벌금형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이번 대선 토론 과정에서 다시 문제가 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른바 ‘젓가락 발언’으로 문제를 공론화 한 것이다.
아픈 손가락 건드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호 씨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정치하는 본인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있다며 사석에서 안타까움을 자주 드러냈다고 한다. 최근에는 선거 마지막 날 “제 아들들은 취직도 못하고 있다. 취직만 하면 언론들이 쫓아다녀서 가짜 보도를 한다”며 “아들이 교습소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언론이 불법 취업이라 보도해 교습소에서 잘렸다”고도 했다. 그런 아들의 문제를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낸 게 조선일보와 TV조선이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2020년 조선일보를 사기꾼이라며 맹비난하는 등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0년 10월 9일 조선일보는 9일 “채동욱 고문, 이재명 경기지사 만나… 옵티머스 사업 문의” 기사에서 “김재현(구속 기소) 옵티머스 대표가 지난 5월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당시 추진 중이었던 경기도 광주의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와 관련, 이 문건엔 ‘채동욱 고문이 2020년 5월 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면담. (사업의) 패스트트랙(신속) 진행 확인’ ‘(사업) 인허가 시점 9월, 예상 차익은 1680억 원’이라고 적혀 있다. 채 전 총장이 이 지사를 만나 이 사업 얘기를 꺼냈고, 이 지사로부터 사업 허가 시점 등에 대한 답변을 들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라고 전했다. 당시 조선일보에 따르면 2018년 국토교통부의 검증을 통과한 봉현물류단지 사업은 지난 5월 경기도에 단지 조성 인허가 신청을 냈지만,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반발해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에 대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기범이 사기를 위해 일방적으로 쓴 내부문건인 데다, 법률상 전혀 불가능한 내용이며, 광주시 동의를 받으라는 경기도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관련 업체가 인허가를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한 상태여서 그 문건의 허구성이 분명해 다른 언론들은 실명보도를 자제하였는데, 조선일보만 유독 이 뻔한 거짓말을 그대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법률상 사실상 전혀 불가능하고 누구도 하지 않은 허구의 말”이라며 “법률에 복잡하고 필수적인 절차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므로 ‘패스트트랙’은 있을 수 없고 그런 절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사기범의 수준 낮은 거짓말보다 더 궁금한 것은 압수수색 아니고선 알 수 없을 문건이 왜 지금 유출되어 특정 보수언론의 이재명 음해 기사의 재료가 되느냐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검찰개혁 언론개혁이 왜 필요한지 왜 국민들이 적폐청산의 핵심으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목놓아 외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사기꾼과 한패이거나 뻔한 사기에 놀아날 만큼 모자란 것일까요? 아니면 불순한 목적 때문일까요?”라며 맹비난했다.
검찰, 느닷없이 방정오 수사카드
이런 과거 때문에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 조선일보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본국 정치권 내에서 적지 않았다. TV조선에 대한 인허가 문제나 세무조사 등이 그 수단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 1주일 만에 검찰이 느닷없이 방정오 부사장에 대한 수사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대검찰청은 방 부사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한 고발인 쪽의 재항고를 받아들여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 명령을 전격적으로 내렸다. 재기수사 명령은 검찰 처분에 이의제기가 있을 때 상급 검찰청이 이를 검토한 뒤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수사를 재개하는 절차다.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 세금도둑잡아라 등은 방 부사장이 2018년 자신이 대주주인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하이그라운드’ 자금 19억 원을 영어유치원을 운영하는 ‘컵스빌리지’에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2020년 8월 그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컵스빌리지는 방 부사장이 만든 회사로, 2017년 11월 20일까지 자신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컵스빌리지는 경영난을 겪다 2020년 9월 파산했고 하이그라운드는 결국 19억 원을 날렸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021년 2월 “배임에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송치 처분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이의신청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지만, 서울중앙지검 역시 2022년 7월 방 부사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하이그라운드의 자금 대여가 컵스빌리지 주식을 담보로 잡아 투자한 경영상 결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하이그라운드가 담보로 잡았던 컵스빌리지의 주식은 당시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금 대여가 이뤄지기 전인 2017년 12월 31일 디지틀조선이 보유한 컵스빌리지의 주식 가치를 0원으로 평가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방 부사장이 컵스빌리지의 경영 사정이 나빠 대여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하이그라운드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대여한 것은 명백한 배임이라며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하며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무혐의 결정은 변하지 않았다. 경찰과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의 무혐의 결론이 이례적으로 대검에서 뒤집히며 재수사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검찰이 이재명 가려운 곳 긁나?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번 수사가 자신의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란 말이 나온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검찰청을 해체하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방정오 부사장에 대한 수사소식이 알려진 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검찰개혁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으로 구성된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을 각각 신설하며,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를 둔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검찰은 매 정권 이런 식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뽐내며 조직을 유지해왔다. 이번도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과연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을 없앨까? 조선일보를 손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