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전국 2,000곳 수십만명 ‘반 트럼프 시위’
■ 11일 밤 한때 시위대 LA한인타운 근처까지 몰려
■ 33년전 ‘사이구LA폭동’ 악몽 재현될라 불안초조
■ LA한인타운 상가 ‘코로나-19 펜더믹’보다 참담해
LA를 포함해 뉴욕, 로스앤젤레스(LA), 필라델피아, 시카고, 시애틀, 애틀랜타, 샌프란시스 코 등 50주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지난 14일 “No Kings”(왕은 없다)라는 구호를 외친 최소 40만명이 참여한 2000여 건의 시위가 열렸다.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LA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가 끝난 뒤 해산을 거부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한편 워싱턴DC에서 이날 미 육군 창설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대규모 열병식이 20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트럼프 취임 5개월 만에 두 쪽으로 갈라진 미국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 났다. LA에서는 단일 도시로는 최대 인원인 20만 명이 참가했다. 이에 앞서 11일 LA시위대가 코리아타운 일각에서 시위를 벌여 많은 동포들에게 ‘4·29 폭동’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한편 LA다운타운 통금령은 17일 해제됐다. <특별취재반>
1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리는 사이, LA를 포함해 미 전역에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라는 구호를 앞세운 시위가 번졌다.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여겨 지는 대규모 열병식에 반대하는 한편, 트럼프가 취임 5개월간 보여준 일방통행식 행보에 저항하는 시위였다. 이날 오후 2시, 뉴욕 맨해튼에는 비가 내렸지만 시민 5만여 명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과 센트럴파크를 잇는 5번 대로에 운집했다. 이들은 ‘과두정치에 반대한다’ ‘트럼프는 멍청하다’ ‘민주주의는 위대하다’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미국 독립의 상징 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는 약 8만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시위대에서 한 사람이 “왕은 몇 명인가”라고 선창하자 나머지 인원이 일제히 “없다!”라고 외쳤다. 1000여 명이 모인 휴스턴에서는 시위대 가 집회 통제를 하던 경찰관들에게 꽃을 나눠 주기도 했다. 한인타운내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피터 정씨는 14일 오전 “LA다운타운 시위가 발생 하면서 택시 손님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택시 주고객인 노인층이 아예 외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리아타운 상가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평소에는 타운내 대형 수퍼마켓내 푸드코트에는 손님들이 많이 찾았으나, 요즘 크게 줄었다.
코리아타운 플라자 내 한 소매점 직원은 “요즘 매상이 없는 날도 있을 정도”라며 “제가 이곳에 온 이후로 손님 보기가 아주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8가 지역의 한 식당 업소는 낮 12시 점심시간인데 본보 취재진이 손님이 될 정도였다. 더군다나 식당가는 이민단속 여파로 라틴계 종업원들까지 출근을 꺼리면서 인력난까지 겹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식당 뿐만 아니다. 리커, 마켓, 여행사, 편의점 등도, 심지어 건축업계, 페인트, 청소 업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다운타운 자바시장은 지난번 한인 업체가 긴급 단속의 대상이 되고 14명의 종업원이 구금되는 사태 이후 융단폭격을 맞은 것 같은 환경이다.
‘4·29악몽’ 인적이 끊겼다
한편 LA한인회는 LA시위가 다운타운 지역에서 일부 난동자들에 의해 차량 화재를 비롯해 약탈, 재산 피해 등도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인사회에 신속한 상황전파와 피해를 파악 하고 대처하고자, LA총영사관 등과 한인 주요 단체들과 언론사 그리고 LA시장실, LA경찰국 등과 협력하여 연락망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 11일 밤 KT인근 맥아더팍에서 라틴계들이 벌인 시위대가 윌셔길을 따라 웨스턴 애비뉴를 북상하면서 1가 인근에서 LA경찰 200여명과 대치하면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는데, 밤 하늘에 헬기가 나돌고, 경찰 단속반의 차량 등의 엄청난 사이렌 소리 등 으로 특히 웨스턴-1가 일대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크게 공포감을 안겨주었다.
이날 밤 현장에서 시위대의 차량들이 질주하는 광경과 멕시코 국기를 휘두르며 경찰을 행해 소리치는 광경을 보던 한 동포는 “말로만 듣던 사이구 폭동이 다시 오는가 하는 공포감이 엄습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날 밤 시위는 큰 사고 없이 밤 11시께 완전히 해산됐다. 이날 밤 늦은 시각까지 특히 LA한인회의 스티브 강 이사장(LA시 공공사업 커미셔너 의장)과 이창엽 차기올림픽경찰서후원회장, 김지은 LA시장보좌관을 포함해 과거 LA경찰 경력을 지닌 샘신 남가주교회연합회장 등이 상호 정보를 공유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하여 대비하였다. 김지은 LA시장보좌관은 지난 다운타운 시위 피해업소들의 구조를 위한 웨비나 일정(한국어와 스페니쉬)도 공유했다.
LA총영사관도 김영완 총영사 명의로 캐런 베스 LA 시장과 맥도넬 LAPD 국장에게 11일 밤 한인타운 보호에 신속한 대응에 감사하고 지속적인 한인타운 안전조치를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발송하였다. 또한 밤 늦게까지 동향 파악을 했던 이창엽 차기 올림픽경찰서 후원 회장도 멕도넬 LAPD국장에게 감사 메세지 보냈는데 이날 밤늦게 멕도넬 국장이 ‘고맙다’는 메세지를 보내왔으며, 12일에는 LAPD올림픽 경찰서 순찰반장들이 한인타운을 순찰하면서 혹시라도 전날 시위로 피해를 당한 상가 파악에 나서기도 하여 한인사회 안전에 관심을 크게 나타냈다. ‘사이구 폭동’ 때와는 사뭇 다라진 모습이다. 33년전 ‘사이구 폭동’ 때는LA경찰은 헐리웃, 베버리힐즈, 산타모니카 백인 타운을 보호 하기 위해 LA코리아타운에서 폭도들이 분노를 분출하도록 방치한 의혹이 남겨져 있다. 당시 LA전체 재산 피해액이 약 10억 달러로 추산됐는데, 그중 4억 달러가 한인타운의 피해액이었다.
한인사회 봉사자 경찰과 긴밀협조
LA한인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 지난12일과 6일 <동포사회에 드리는 글>을 발표하면서 시위 사태에 대한 현항을 전달하고, 한인들의 대비책을 안내했다. LA 한인회는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는, 연방정부의 독선적인 단속 행태를 규탄하며,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한인회는 지역단체들과 연대하여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12일는 <LA한인회 ICE 활동 반대, 시위에 관해 동포사회에 드리는 글>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지난 2025년 6월 6일 있었던, ICE 등 연방요원들의 다운타운 비즈니스 급습을 비롯해, 지금까지도 LA와 OC 등 인근지역에까지 체포 작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방요원들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방건물이 위치한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지난 6월 10일부터는 해당지역에 야간통행금지명령(Curfew)가 발효되었습니다. 이 여파로 어젯밤(6/11) 오후 9시경, 일부시위대가 한인타운으로 들어왔으며, 윌셔길과 웨스턴, 그리고 웨스턴과 1가~3가에서 LAPD와 대치하다, 밤 11시경 LAPD에 의해 해산되었습니다. 시위대가 한인타운에 진입하자, LAPD 에서는 약 220 명의 경관과 헬기, 차량 등이 투입되었으며,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LA 한인회에서는 12일 전날 밤 일과 관련 케런 배스 LA 시장 및 짐 맥도넬 LAPD경찰국장에게, 신속한 대응과 치안유지로 타운을 보호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함과 동시에, 이번 시위사태가 끝날 때까지 한인타운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아울러 우리 한인들께서도 이번 시위사태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에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1. 시위대에 직접적인 자극이 될 만한 표현, 행동, SNS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여름방학 시작에 따라, 청소년들이 시위대에 개입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 주시기 바랍니다.(*어젯밤 시위대에도 라티노 청소년들이 보였습니다.)
3. 피해가 발생한 경우, LAPD에 신고하여 주시고, 신고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LA한인회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4. ICE 단속 관련, 문의사항이나 상담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면, LA 법률보조재단(LAFLA) 323-801-7987(한국어), 1-800-399-4529(다른언어 및 통역지원)로 문의 바랍니다. 연방정부의 서류미비자 단속과 이에 항의하는 시위의 여파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큰 피해 없이 이 시기를 지날수 있도록, 한인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6월 12일 로스앤젤레스한인회>
한편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샘 신 목사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치적 결정 하나가 곧장 우리의 직장, 가정,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에서 4·29 폭동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인간의 지혜로는 감당할 수 없다.”면서 “모두 함께 기도를 통해 난국을 해결 하자”고 호소했다.
통치자에게 총명한 지혜를
샘신 목사는 1992년 4·29 LA 폭동 당시 경찰로 진압 작전에 투입됐던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 11일밤 나성순복음교회에서 수요예배를 마치고 웨스턴 애비뉴에서 베벌리 블루버드 방면으로 이동하는 길에, 머리 위로는 헬기가 맴돌고, 도로는 경찰차가 4차선 중 3차선을 가로막은 채, 수많은 시위 인파가 그의 차량 앞으로 몰려와 위협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샘신 목사는 순식간에 등골이 서늘해졌고, 4·29의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그는 “이것은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내야 할 오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도움은 오직 하나님께로 부터(시 121:1–2) 온다고 믿었고 우리의 머리와 전략으로는 이 거대한 파도를 잠재울 수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하자’고 호소하면서 기도의 제목으로 1.무고한 이민 가정과 주민들이 보호받도록 하며 도시의 안전을, 2.연방·주·시 차원의 결정이 공의와 자비로 이뤄 지도록 지도자들의 지혜와 절제를, 3.두려움 속에서도 사랑과 섬김으로 도시를 품도록 교회들의 연합을, 4.우리안에 일어나고 있는 폭동의 트라우마가 은혜로 치유 되도록 상처 입은 마음의 치유를 호소했다. 그리고 샘신 목사는 우리들이 살고 현장에서 잠시 멈춰 기도의 깃발을 올려 짧은 순간이라도 “하나님, 이 도시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라고 부르짖을 때, 주께서 우리의 눈물을 병에 담으시고(시 56:8) 이 땅을 고치시는 은혜(대하 7:14)를 베풀어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