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만 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마약 밀수
◼ 한 히로뽕쟁이의 극적 제보로 마약 수사 시작돼
◼ 한국과 말레이시아 모두 움직일 수 있던 그림자
◼ 세관 연루 의혹과 검찰의 의심스러운 수사 행태
윤석열과 김건희가 계엄으로 자폭하지 않았더라면 본국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 일가가 경제적으로 온갖 이권을 누린 것은 차라리 괜찮다고 할 정도다. 세관으로 들어오려고 하던 마약이 우연치 않게 적발이 되지 않았다면 그나마 마약 청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 엄청난 양의 마약이 풀리고, 히로뽕 천국이 됐을 것이다. 운 좋게 경찰이 이를 적발했지만, 수사는 거대한 힘에 의해 좌절됐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경찰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본국은 지난 2년 반 거의 무법지대나 다름없었다. 김건희 특검은 지금 삼부토건, 도이치모터스,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넘어 마약수사 외압의혹을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 사건은 한 권력자 일가의 비리 의혹을 넘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국민들의 건강을 통째로 희생시키려 하는 단군 이래 가장 극악무도한 범죄일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만약 김건희특검이 이 문제를 밝혀낸다면, 윤석열을 배출한 국민의힘은 다시는 정권을 잡지 못할 정도로 그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그동안 취재해 온 윤석열-김건희 정권 마약사건의 전말과 특검 내부 분위기를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2023년 여름 어느 날 영등포 경찰서 강력 7팀에 한 조선족 여성이 찾아왔다. 그는 경찰에 ‘내가 마약을 너무 끊고 싶은데 마약 조직이 두렵다’는 말을 했고, 강력팀이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그 강력 7팀은 형사과 산하에 있던 팀이었고, 형사과장이 바로 윤석열 정권의 마약수사외압 의혹을 처음 폭로한 백해룡 경정이었다. 백해룡 경정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직접 수사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을 통해서 마약을 건넨 판매책을 추적해 1차적으로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걸 타고 들어가서 중국 조직원 2명을 추가로 검거하고, 이 사람들을 통해서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개국이 연계된 다국적 마약 조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해 8월 14일에 영등포경찰서는 백해룡 경정을 중심으로 12명 규모의 마약 수사 전담팀을 구성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2200억 상당 마약 밀반입
수사팀은 그해 9월 27일까지 마약 조직원 26명을 검거하고 필로폰 27.8kg을 압수했다. 이미 판매한 양까지 포함해서 그들이 밀반입한 마약은 총 74kg에 달했다. 그중에 32kg은 화물편으로, 나머지 42kg은 인편으로 반입됐다. 수사팀이 밝혀낸 74kg 분량의 필로폰은 시가 2천 200억 원 상당에 해당하고, 246만 회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단일 적발 압수량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마약 수사 중 두 번째로 큰 성과였다. 그리고 국내에 밀반입하려고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선적 대기 중이던 필로폰 100kg 유입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인편으로 반입된 것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게 의아한 지점이었다. 1인당 4kg~6kg 정도의 필로폰을 다리와 복부, 등 이런 신체 부위에 랩으로 칭칭 감은 뒤에 테이핑을 해서 부착하는 식이었다. 매우 평범한 시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캔이나 마약 탐지견에 걸리지 않았다.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만약 제보자의 제보가 없었다면 이 엄청난 물량의 마약이 국내에 그대로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수사팀으로선 당연히 통관 절차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통관 단계에서 문제가 없었는지를 들여다봐야 했다. 수사팀은 필로폰을 직접 밀반입한 운반책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세관 공무원들의 관여가 의심될 만한 핵심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관복을 입은 인천세관 공무원들이 직접 마중을 나와서 검색대 사이로 빼내줬다는 것이다. 운반책들은 이런 상황을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하기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수법은 세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다. 친한 세관 공무원에게 전화해 자기를 에스코트 해달라고 말하면, 그가 마중 나와 무사히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은 비싼 술 한 병, 담배 몇 갑, 혹은 명품백 하나 정도에 그쳤었는데, 이런 수법을 마약 통관에 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검찰의 이상한 움직임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출국 전 마약 조직원이 필로폰을 몸에 싼 뒤에 운반책들이 사진을 찍길래 ‘사진은 왜 찍느냐’고 물었더니, ‘한국 세관 측에 이 사진을 보내고 세관 직원 사진을 받아서 주겠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콸라룸푸르 공항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출국심사를 통과한 뒤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더니 인천세관 공무원들이 자기를 알아보고 통관 절차 없이 입국장을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줬다는 것이 이들의 진술이다. 이들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현장 검증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보고 밀반입 과정에서 도움을 준 직원들을 망설임 없이 일관되게 특정했다. 세관 측은 8개월 전의 일을 어떻게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냐며 오히려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과 직원 특정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수사를 하다 보니 이상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검찰과 세관 당국이 이 마약조직을 추적해서 검거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정보들을 그해 초부터 이미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마약 밀반입 구멍이 뚫린 여러 가지 정황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마약운반책들은 본국 세관의 범죄 용의선상에 오른 이들이었는데 이들은 아무런 제약없이 2월 22일과 24일에 김해공항을 통해 필로폰 다량을 밀반입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5일 아무런 수색도 없이 화물편으로 마약을 다량 들여와서 국내 마약 유통 거점을 마련하기까지 했다. 이들 마약 조직원 중 일부는 2월 5일 세관과 검찰(인천지검)에 의해서 인천공항에서 붙잡혔는데, 공범 추적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검찰은 조직책의 부두목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사람을 통해서 공범과 여죄를 추적하고,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그러나 그 이후 아무런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 부두목 등 조직원들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여죄와 공범을 자백했다. 부두목 수첩에도 여죄와 공범들에 대한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이 사람들이 검거되기 전 이들을 포함한 나머지 조직원들이 감시망을 뚫고 밀반입한 필로폰 양은 111kg 상당이었다. 이는 시가 약 3천 500억원에 달하고, 390만회 투약이 가능한 엄청난 규모다. 이렇게 검찰이 손 놓고 있는 사이에 백해룡 경정이 지휘하는 경찰 수사팀이 사실상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한 셈이다.
심우정의 보은 인사?
가장 이상한 건 검찰의 움직임이다. 특히 검찰 수뇌부가 이 사건을 덮으려한다는 의혹이 있다. 2월 5일에도 말레이시아에서 들어온 마약 운반책 한 명이 인천공항에서 잡혔는데, 이때 담당이 인천지검이었고, 인천지검장이 심우정이었다. 그때 같이 들어온 공범 두 명은 도주를 했다. 인천지검이 잡힌 사람을 인계받아서 수사해서 구속까지 시키지만, 도주한 공범에 대한 수사를 매우 소극적으로 했다. 결국 공범들을 잡지 못했다. 백해룡 경정은 그때 인천지검이 출국금지를 시키지 않아서 공범들을 안전하게 본국으로 내보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사실로 인해서 ‘심우정이 이 마약 수사를 처음에 묻어줬고, 대검 차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하게 된 게 일종의 보은 인사’라는 식의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돌고 있다.
결국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한 건 백해룡 경정이 이끄는 경찰이었다. 당시 경찰청장이던 윤희근 청장이 백해룡 경정을 크게 칭찬하기도 했다. 엄청난 성과였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힘을 받았고, 향후 세관 당국 문제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내용을 담아서 9월 22일에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브리핑을 이틀 앞둔 9월 20일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이 백해룡 경정에게 이상한 말을 했다.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세관에 대한 내용을 빼라고 지시했다. 백 경정은 “신뢰가 깨지는 일이다. 안 된다”고 거절했다. 김찬수 서장은 “서장 지시다”라고 재차 말했다. 심지어 김 서장은 이 마약 수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지휘했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태세를 바꿨다.
결국 9월 22일로 예정됐던 경찰의 언론 브리핑은 취소되고 만다. 그 이후 경찰 윗선의 전방위적인 압력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백해룡 경정은 10월 5일 서울경찰청 형사부에 불려가서 언론 브리핑 자료 초안을 보고했다. 그 자료에는 “필로폰 국내 반입시 입국심사 및 통관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한편”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그 부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백 경정은 그걸 빼면 브리핑을 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 그러고 난 뒤에 서울경찰청 모 계장으로부터 같은 요구를 또 받았다.
같은 날 몇 시간 뒤에는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의 전화를 받았다. 대뜸 ‘브리핑에서 세관 내용이 나오지 않게 해라’, ‘경찰이 관세청을 수사하면 정부기관끼리 싸우는 것으로 비치니깐 부적절하다’, ‘10월 12일이 관세청 국정감사인데, 야당이 정부 공격 거리를 줄 필요가 있느냐’. ‘야당 도와줄 일 있냐’ 이런 얘기를 했다. 조 경무관은 이 사건 지휘 라인도 아니었다. 그가 지휘 라인이었다 하더라도 부적절한 발언이다. 서울경찰청 폭력계장은 사건을 서울청 마약수사대로 이첩하라는 윗선의 지시를 백 경정에게 전달했다. 결국 10월 10일, 세관에 관한 부분이 배제된 채 언론 브리핑이 진행됐다.
이상한 인사 조치
수사를 주도한 백해룡 경정은 지구대로 좌천됐고, 외압 의혹을 받는 윗선은 승진하거나 요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찬수 영등포서장은 작년 2월에 대통령실로 갔다가, 올해 2월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이 수사를 관할하던 서울경찰청 김봉식 수사부장은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가 1년 만에 치안정감으로 두 계급 승진해서 서울경찰청장이 됐다. 세관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던 서울청 강상문 형사과장은 수사팀이 있던 영등포서장이 됐다. 마약 사건 자체에 대한 수사는 이미 백해룡 수사팀에서 거의 완성해놓은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하게 남아있는 건 세관 당국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 그리고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용산경찰서장의 말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지, 경찰 윗선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된 경위는 무엇인지, 아울러 검찰의 석연찮은 수사 행태와 심각한 수사 공백이 발생한 배경은 무엇인지, 그런 것들에 대한 진상 규명이다. 또한 세관 연루 의혹과, 그걸 무마하고자 했던 보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 검찰의 의심스러운 수사 행태, 그 세개는 하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고리를 연결해서 퍼즐을 맞춰나가는 게 수사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묻은 주체로 의심받는 검찰이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임은정 검사를 동부지검장으로 발탁한 게 이 수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 사건 수사가 동부지검장이 관여할 수 있는 영역에 있지는 않다. 합동수사팀은 대검 차원에서 꾸린 것이고, 동부지검 청사 공간을 쓰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임 지검장은 자신과 같은 내부고발자와 관련한 사건인 만큼 관심을 갖고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작년 백해룡 경정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 양국의 통관 절차를 움직이고, 경찰 수사 브리핑을 막고,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할 수 있었던 사람은 본국에서 몇 사람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모든 의혹의 끝에 김건희가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