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2025.08 까지 ‘살해 후 자살’사건11건
■ LA지역 전체 폭력살인사건 발생 중 50% 차지
■ 8월 중에만 연쇄참극사건 3건 발생은 이례적
■ LA지역 가해자 대부분 50-80대 한인 남성들
9월은 ‘자살 예방의 달’이다. 한 가정에서 ‘살해 후 자살’(murder-suicide)사건은 극단적 형태의 최악의 가정폭력이다. 최근 LA를 포함해 미주 여러 곳에서 한인 가장이 가족을 상대로 ‘살해 후 자살(murder-suicide)’사건이 연쇄적 으로 발생하여 미국 언론은 물론, 국내외로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8월에 LA코리아타운에서 70대 한인이 동거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달에 LA에서 보석상으로 거부가 된 70대 한인 가장이 롤링힐즈의 1,500만 달러(약 190억 원) 저택에서 60대 부인과 40대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1주일 후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명망있는 50대 한인 치과의사가 부인과 15세 딸을 살해하고 자살했다. 부와 명성이 가정파괴를 막지 못했다. 특히 8월 한달 동안에만 한인가정에서 3건의 끔찍한 ‘살해 후 자살’ (murder-suicide) 사건이 발생 한 것은 매우 심각성을 보여 주고 있다. 커뮤니티의 책임이 요구된다. <성진 취재부 기자>
본보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개월 동안 한인이 관련된 가정 폭력 살인 참극 사건 만도 무려 6건이나 되어, 2023년에 2건, 2024년에 2건인데 비하여, 2025 년 8월 현재 6건이나 되어 미주한인 이민사에 기록적 사건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8월달에 발생한 3건의 ‘살해 후 자살’ 사건은 미국사회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LA 타임스를 포함 미주류 언론의 주요 신문 TV방송 라디오 등에 크게 보도되었고, 영국의 대표적인 황색언론인 데일리 메일(Daily Mail)에서는 톱기사 로 보도했다.
허무하게 끝난 어메리칸 드림
지난 2020년부터 2025년 8월 현재까지 모두11건 한인가정 폭력 살인 사건의 가해자는 모두 한인 남성이며, 피해자는 대부분 부인과 딸이었다. 11건 가운데 무려 50%에 해당하는 6건의 사건이 모두 LA카운티 지역 한인가정에서 발생했다. LA이외 타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의 가해자의 연령대가 50대 이하인 30-40대인 반면, LA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에서는 가해자들이 50대 이상 80대로 나타났다.(별첨 도표 참조) 지난 2023년 3월 LA남쪽 가디나 지역 한인 대형 교회에서 전도사로 근무하고 있는 50대 한인 목회자가 부인과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그해 2월에는 뉴욕 한인사회에서는 20대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부친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지난 2020년 10월 LA 한인타운에서 50대 처제를 살해한 후 권총 자살을 시도한 60대 형부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또 2018년 9월에는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의 50대 한인 가장이 집에서 일가족 모두에게 총을 쏴 40대 아내와 10대 아들 등 2명을 살해하고 딸 2명에게는 중상을 입힌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같은 해 5월에는 텍사스주 달라스 인근의 한 주택에서 40대 한인 교수가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총을 쏴 자살했다. 미국에서는 Murder-suicide(살해 후 자살)라는 용어를 Joint suicide(동반 자살)와 구분하며 각 용어의 정의에 따르면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살했을 때 살해당하는 사람의 동의가 있었으면 Murder-suicide와 Joint suicide 둘 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지만(예를 들어 자살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 살해당하는 사람의 동의가 없었으면 Murder-suicide에만 해당한다(예를 들어 가족을 일방적으로 살해 후 자살). 물론 Murder-suicide는 ‘총기 난사 후 자살’ 등도 포함하는 말이며 일가족이 모두 승낙해서 살인한 후 자살했다면 동반자살로도 본다.
일본어에서는 무리신주(無理心中)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동반자살에 동의를 하지 않은 상대를 죽이고 자살하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가족 전부가 목숨을 끊는 것은 잇카신주(一家心中)라고 한다. 원래 연인 사이에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을 슬퍼하여 서로 합의 하에 정사(情死)하는 것을 일본어로 신주(心中)라고 불렀다가 이 단어가 점점 의미가 확장되어 동반자살 전체를 일컫는 말이 됐고 파생하여 무리신주나 잇카신주 같은 단어가 나오게 됐는데 여기서 心中라는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상황을 돌려 말하는 정도를 넘어서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미화하는 표현이라 일본에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에 특히 8월달에 LA와 애틀란타에서 연달아 발생한 가정 참극은 참혹했다. LA에서 보석상으로 억만장자의 70대 거부 천 모씨가 말년에 이혼 갈등 과정에서 부인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 까지 받은 상태에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1,500만 달러 최고급 저택에서 부인과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을 매어 죽으려고 하다가 실패하자 총으로 자살했다. 한편 애틀란타에서 치과의사로 명성을 지닌 50대 최 모 의사는 유서에서 “힘들다. 미안하다. 혼자 남을 아내와 딸이 안쓰러워 함께 떠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해졌다. 한쪽은 이혼 갈등에서 원한이 사려 있는 반면, 또 한 쪽은 ‘혼자 죽으면 남은 가족이 불쌍하다’는 심정에서 사건을 저질렀는데, 전문가들은 이 두 사건을 “정신건강을 포함한 다각적인 환경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정신 건강 포함한 다각적인 환경 문제”
매년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World Suicide Prevention Day)이다.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자살예방협회(IASP)에 의해 2003년 지정된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전 세계와 함께 자살 예방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이날을 기념해 왔다. 세계보건기구가 2024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는 27.5명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OECD 국가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10세에서 39세 사이의 청년 층 주요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일 만큼, 현재 한국인의 자살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매경헬스는 남희윤 임상심리사와 대한민국 사회의 자살 현황을 살펴보고, 자살의 원인과 연령별 위험 요인과 대책방안을 소개했는데, 이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남희윤 임상심리사는 “과거에는 자살을 단순히 정신적 ‘도피’로만 여겼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개인 적과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신병리만으로 자살을 설명하 기보다,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관계의 단절, 고령화, 사이버 불링과 직장 내 따돌림 같은 관계적 공격까지 폭넓게 연결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라며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살 위험 요인이나 특징도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노년층의 경우 신체 질환과 고립감이 핵심 요인으로 꼽히며, 특히 신체 질환은 사회적 지지체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주어 정신 건강을 취약하게 만들고 자살 위험도를 높인다. 청소년의 경우, 외모와 성적 등 개인적 요인이나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충동적이거나 모방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특징을 보인다. 청년층은 학업과 구직 과정의 압박, 미래에 대한 불안, 상대적 박탈감이 주요 원인이다.
그렇다면 주변인의 자살 암시 신호는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남 임상심리사는 “크게 생각, 감정, 행동 변화에서 나타난다”며 “‘이게 아니면 안된다’는 강박적 사고, 절망, 우울, 분노와 같은 강렬한 부정적 정서, 죽음을 언급하는 발언이 잦아지거나 체념이나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이 관찰된다”고 강조했다. 남 임상심리사는 “모든 사람은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기에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라며 “공동체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간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이미 자살을 준비한 정황이 보인다면 지체 없이 관계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대화를 시도할 때는 “혹시 지금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거야?”와 같이 직접적으로 질문하고, 섣부른 공감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며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세워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동체가 관심 갖고 함께 변화 만들어야”
최근 LA카운티 정신건강국(DHS)은 관련 제도와 인력을 대폭 보완했다. 전문 임상가·커뮤니티 워커로 구성된 ‘대체 위기대응팀’(ACR)을 24시간 운영하며, 신고 전화(800-854-7771) 및 현장 긴급 대응 을 경찰 대신 실시한다. 코리아타운을 포함한 한인 커뮤니티에도 비무장 대응팀이 우선 출동하는 시스템이 본격 도입됐다. 또한 코리아타운의 유스타파운데이션도 LA카운티 정신건강국(DHS)과 협조하여 자살 방지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문의 전화 번호는 213·622·4812이며 이메일은 youstarfoundation@gmail.com 이다. ‘살해 후 자살(murder-suicide)’은 한국에서는 더 많이 발생하는 극단적 형태의 가정 학대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비극적 상황을 한국의 울산지방법원 <2020. 5. 29. 선고 2019고합365> 판결문의 후일 담은 우리사회가 한번쯤은 다같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우리 사회에서 ‘살해 후 자살’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자주 되풀이되는 공통되는 원인으로, 자녀의 생명권이 부모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그릇된 생각과 그에 기인한 온정적 사회 분위기가 꼽혔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러한 범죄는 동반자살이란 명목으로 미화되거나 윤색될 수 없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유형의 범행은 동반자살이 아니다. 이 범죄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가족을 제 손으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살해 후 자살 또는 살해에 수반된 자살에 불과하다. 동반자살이라는 워딩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온정주의적 시각을 걷어 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살해된 가족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 죽은 가족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피살이다. 법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살인이다.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개인에게 책임을 온전히 묻기 어려운 정신질환자 범죄의 경우에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음에도, 유독 부모라는 사정이 관대한 처벌의 이유로 거론되는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경우도 용납될 수 없는 중범죄다. 형사정책적으로 볼 때도 자녀 살해 후 관대한 처벌을 노린 자살 시도와의 구별도 사실상 용이하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살해 후 자살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가정학대 범죄다.
사회구조적 요인이 깊이 개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 책임을 온전히 국가와 사회에게로만 돌릴 수 없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절벽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뭔가가 팔을 뻗쳐 나를, 허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 을 부정할 만큼 강력한 단 한 가지 것이다.”(폴 오스터<달의 궁전>에서) 폴 오스터의 말처럼, 아무리 생각해 봐도 타인에 대한 연민 외에는 이처럼 극단적인 절망과 고통에 맞설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애로 서로 깍지 낀 두 손만이 최후이자 최선의 안전망이다. 우리가 안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