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전직의원 “이민·비자 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 트럼프 대통령 “이민세관국은 자신들 일을 한 것일 뿐”
■ 미국 구금시설의 열악한 환경 체험공개로 한국인 공분
■ 72년 우호적이고 혈맹적 양국관계 재정립필요성 제기
대한민국과 미국은 ‘한미동맹’ 국가이고 상호 ‘우방국’으로 70여년 이상 우호관계를 지닌 나라로 알려져 왔다.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 현대차-LG 배터리 공장현장에 대한 미국 이민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의 한 사업장을 상대로 역대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단속으로 300명 이상의 한국인이 체포,구금되고, 한국으로 출국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새삼 한국은 미국의 진정한 “우방국”이며 “동맹국”인가?’란 의문이 국내외 한인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조지아 이민 구치소 구금에서 풀려난 근로자를 태운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국제 공항에 도착하면서, 체포 당했던 한국인들이 미국 구금시설의 열악한 환경에서 당한 체험들이 공개되면서 “우리는 ‘우방국’ 에 의해 배신 당했다”라는 “다시는 미국에 가지 않겠다” 라는 소리까지도 나왔다고 한다. <성진 취재부기자>
‘우방국’이라는 관계는 양국가간의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를 뜻한다. 단순히 상대 방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을 갖는 것을 넘어서 외교와 경제 등의 실질적 부문에서 서로 폭넓게 깊이 협력하는 관계를 뜻한다. 현재 한국의 공식적인 우방국으로는 미국이 핵심적인 동맹국이며, 유럽의 영국, 프랑스, 교황청, 미주 대륙의 여러 국가들(멕시코,볼리비아, 에콰도르, 파나마 등), 중동의 사우디 아라비아, 이스라 엘, 요르단, 그리고 아프리카 46개국과 수교 관계에 있다. 북한과 수교하지 않은 전 세계 대부분의 유엔 회원국과 수교하며 긴밀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한편 미국의 우방국은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대한민국, 일본, 이스라엘과 그 밖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회원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미주 기구(OAS)를 비롯하여 캐나다 및 멕시코와 북아메리카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등 이웃 나라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1953년 10월 1일부터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동맹정신을 체결하여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동맹정신의 정의는 양국가가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하여 동일하게 행동하기로 맹세한 약속이다. 6·25전쟁이 끝나고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 에서 서명한 이 조약은 대한민국이 외국과 맺은 처음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군사 동맹 조약이다.
이 조약으로 출발한 한미동맹은 70여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변화, 발전해왔다. 전쟁의 포화를 뚫고 맺은 혈맹인 한미동맹은 상호 방위라는 약속을 굳건히 지키면서 이제 안보와 경제를 넘어 기술,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미동맹은 지난 70년간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반도 평화와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는 확고한 토대였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한국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한강의 기적”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세계 10위 권 경제 대국이라는 비약적인 성장도 어려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23년 한미동맹 70주년을 계기로 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7%가 한미동맹이 한국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 다고 답했다. 이런 과정을 볼 때 한국과 미국은 우방국이면서 동맹국이다.
국민여론 90.7% 한미동맹 필요
지난 9월 4일 미전국에 속보 뉴스로 전해진 “이민단속국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급습 400여명 체포”라는 보도를 접한 많은 한인들은 처음엔 ‘아마도 공장에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많았던가 보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치 캘리포니아주 농장에 남미에서 국경을 넘어 들어 온 불체 자 농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단속과 유사한 것으로 여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대차·LG에너지 솔루션 공장에서 체포된 한국인들 대부분은 유효한 비자를 지닌 기술 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도 살아 있고 체류기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간단히 말하 자면 비자 기간이 만료된 불법 체류 신분이 아니라, 이들의 비자 종류가 대부분 ESTA, B-1이어서 이 비자로서는 일을 할 수 없는데, 일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이민법 규정 위반 이다.) 더 쉽게 말하면 학생 비자로는 특별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식당에서 일을 하여 급여를 받으면, 미국 이민법 규정 위반이 된다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상용비자인 (B-1) 비자를 지닌 본사 엔지니어가 출장 비자로 미국 투자 공장 현장에 들어와 설치나 시운전을 ‘조언’하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 작업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장 작업은 미국 이민 법 규정상 취업 활동에 해당되어 비자 목적과 달라 이민 단속 실제 업무가 어긋나 이민 단속 1순위 가 된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들이 지나쳤는데,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하면서 달라졌다. 이번에 이민국 급습을 당한 현대-LG양사는 2023년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계약한 후 미국에 배터리셀 합작공장 ‘HL-GA 배터리회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합작공장은 미국 조지아주 앨라 벨에 약 300만평 규모로 조성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부지 한쪽 끝에 위치했다. 양사는 43억 달러(약 6조원)를 공동 투자해 연간 약 30GWh, 전기차(EV) 약 30만대 분량의 배터리셀을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공장을 짓는 중이었다. 이후 조지아주는 양사가 추가로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체 투자 규모가 총 63억 달러(약9조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셀은 역시 HMGMA 부지 내에 있는 현대모비스로 옮겨져 배터리팩으로 제작된다. 이들 배터리팩은 HMGMA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전량 공급될 방침이다.
현대차 그룹은 미국 생산 차량에 최적화된 배터리셀을 현지에 조달해 전기차를 적기에 생산하고 판매할 계획이었다. 고효율·고성능·안정성이 확보된 높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HL-GA 배터리회사는 이처럼 전체 배터리 시스템 및 완성차를 아우르는 통합 생산·관리 체계의 시작점인 동시에 핵심 공급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장소였다. 이 같은 투자 회사에 이민국 단속반이 군사활동처럼 급습해 일부 근로자들은 쇠사슬에 묶여 끌려 가는 영상을 본 많은 한인들은 공포감에 몸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적절한 해법 찾기전 후유증 심각
6개월전 3월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베푼 기자회견에 초청 받은 현대차의 정의 선 회장은 마이크를 잡고 트럼프 대통령이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현대는 전기 제철소 건설 등 2028년까지 4년 간 미국에 210억 달러(약 30조원)의 전략적 대미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는 정말로 위대한 회사”라며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Hyundai will be producing steel and making its cars in America. As a result, they’ll not have to pay any tariffs)”고 했다. 이날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트럼프가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4월 2일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허가에 문제가 있으면 나를 찾아오라”면서도 “절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를 받아 마이크를 잡은 정 회장은 “향후 4년 동안 추가로 2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이는 지금까지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 중 가장 큰 것”이라며 “미국과의 파트너십, 미국 산업 리더십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 30억 달러(약 4조 4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LNG 구매 계획도 밝히며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지원 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를 향해 “직접 우리의 최첨단 제조 시설을 방문해 미국과 미국 노동자에 대한 헌신을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오케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이날 “정말로 위대한 회사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차는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6개월 전에 백악관 기자회견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6개월 후의 조지아 현대-LG가 이민국 단속반에 의해 쇠사슬에 묶여가는 한국인 기술자들의 모습에 황당했다.
BBC보도에 따르면, 공장 급습 다음 날인 9월 5일, 스티븐 슈랑크 국토안보수사국 특별수사관은 구금한 475명 전원이 “미국내 불법 체류하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상태였다. 일부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고, 일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입국했으나 취업은 금지된 상태였으며, 일부는 비자를 소지했으나, 체류 기간이 초과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현대 공장 단속 작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ICE는 자신들의 일을 한 것일 뿐”(ICE was ‘just doing its job’ with Hyundai arrests)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2012년부터 한국인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별도 발급받을 수 있는 비자 쿼터인 E-4비자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을 위해 미국 정부 및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을 지속해 왔으나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우방국’이고 ‘동맹국’이라면 이런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가.
트럼프 6개월전 “현대와 함께하여 영광”
조지아 현대-LG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KAL전세기 편으로 인천 공항에 도착한 지난 9월 12일, 미국의 초당파 조직 ‘미국 전직 연방의원 협회(FMC)’ 소속으로 방한한 전직 미 연방하원의원 4명은 “이번 구금 사태는 완전히 잘못된 일이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공화·민주를 막론하고 의회 내에서 한국은 강력한 동맹으로 존중받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 간 대화와 협력 이 더욱 심화돼야 한다”고 했다. 6선을 지낸 킬디(민주·미시간) 전 의원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미국이 이민·비자 제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근로자들은 미국 제조업 기반을 다시 세우는 것을 도우려 온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제조업 재건에 더 큰 어려움을 불러온다면, 그것은 한국 국민들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미국 국민들에게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수전 와일드(민주·펜실베이니아) 전 의원도 “이번 사태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까지 미국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며 “의회가 나서서 비자 제도를 개선하는 입법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 국경 안보와 이민 제도가 충돌하는 상황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킬디 의원은 “미국 남부에서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국경 통제는 필요하지만, 이와 미국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민 제도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두 사안을 마치 ‘색칠 공부(coloring book)’ 하듯 단순화 된 인식으로 접근하고 있고, 그 결과 이번 사건처럼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신디 액스니(민주·아이오와) 전 의원도 “조지아 공장의 한국인 노동자들은 마치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들과 같은 범주로 묶여버렸고, 똑같이 취급 당했다”며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어떻게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미국인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에릭 폴슨(공화·미네소타) 전 의원은 지난달 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두 나라의 새 지도자, 새 행정부 간의 회담은 잘 진행됐고, 좋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조지아 사태가 그 성과를 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다가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논의해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