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원청과 하청의 구분을 허물고,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는 자라면 누구든 사용자로 간주해 책임을 지우는 법이다. 이는 한국 내에서만 적용되는 법이지만,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는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에도 이미 공동고용(joint employment) 제도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한국 기업이 참여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노동 단속이 벌어졌다. 원청, 합작사, 하청, 인력공급사까지 얽힌 현장에서 수백명이 신원 및 취업 자격 문제로 조사를 받았다. 문제는 단속이 단순히 하청이나 인력공급사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누가 실제로 근로자를 배치·지시·통제했는가”를 따졌다. 본사에서 파견된 엔지니어들이 출장 비자(B-1)로 들어와 설치·시운전 업무까지 직접 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 또한 불법 취업으로 단속 대상이 되었다
공동고용의 개념과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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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투자는 면죄부가 아니며, 본사가 현장을 통제한 흔적이 있다면 원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한국에서 원청의 책임 회피를 막고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한국에서의 법 개정이지만,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도 의미있는 파장을 낳는다. 미국 법원은 한국법을 직접 적용하진 않더라도, “한국에서도 원청 책임을 넓히는 방향이 정착되고 있다”는 규범적 신호를 배경으로 논리를 보강할 수 있다. 그 접점이 바로 미국의 ‘공동고용(joint employment)’ 제도다.
미국에서 공동고용은 새삼스러운 개념이 아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무시간 배치·업무 지시·안전 관리·징계 승인·급여 승인 등 핵심 근로조건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통제 했다면, 원청도 고용주로 간주된다. 그렇게 판단되면 최저임금·연장수당, 식휴게,안전, 차별·보복 금지 등 거의 모든 노동법 책임이 연대로 따라온다. “하청 소속 직원이니 우리와 무관하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문제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브랜드 통일과 품질관리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매뉴얼·유니폼·서비스 스크립트·교육·‘본사 승인’ 절차를 통해 현장을 촘촘히 관리한다.
이 자체가 곧바로 위법은 아니지만, 그 관리가 실질적 통제로 읽히는 순간, 원청은 공동고용의 한 축으로 법정에 선다. ‘노란봉투법’이 준 메시지-“통제한다면 책임도 진다”-가 미국 소송에서 설득의 언어로 재해석될 수 있는 이유다. 노조 이슈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선 하청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면, 원청도 교섭 테이블에 동석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그건 하청 문제”라는 태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더구나 미국의 단체 소송·대표소송 절차는 한 번 걸리면 장기전이 된다. 평판과 투자에도 치명적이다.
“통제한다면 책임도 진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핵심은 “편법적 분리”가 아니라 투명한 역할 구분과 준법 통제다. 본사가 정책·브랜드 기준을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채용·스케줄·평가·징계·임금 결정과 같은 핵심 고용결정은 가급적 하청이 독립적으로 하게 하고, 문서와 실제 운영에서 그 분리의 증거를 남겨야 한다. 현장 점검 보고서에도 “지시”가 아닌 “감사(recommenda-tion)”의 형태로 권고와 시정 요구를 구분해 적시하라. 본사 승인 절차가 불가피하다면, 법· 안전·브랜드 준수 범위로 목적을 한정하고, 업무 배치·임금·노무관리 같은 직접 통제 신호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문구와 실제 관행을 정비해야 한다.
미국의 노동위원회(NLRB)는 원청이 근로조건을 통제할 권한만 있어도 교섭 당사자로 인정한다. 따라서 미국 법인이 고용한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하면, 교섭 대상은 미국법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본사가 인사·노무 방침을 사실상 결정했다면, 노조는 한국 본사에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이 상황은 단순한 법적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 노사 관계, 나아가 글로벌 경영 전략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한편 한국 본사가 피해야 할 착각은,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법인을 세우면 법적 책임이 그 법인에 한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본사가 미국 법인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순간, 그 구조는 책임분산이 아니라 책임 확대로 이어진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대목은 시정과 구제의 속도다. 하청에서 문제 징후가 보이면, 본사는 즉시 시정 권고 → 이행 점검 → 재발 방지의 3단계 프로토콜을 문서화해야 한다. 이후 분쟁에서 “통제” 가 아니라 “준법 감시”였음을 보여주는 최고의 방어자료가 된다. ‘노란봉투법’은 한국 내부의 제도 변화지만, 해외 사업장의 리스크 지형을 바꿀 나비 효과가 있다. ‘통제를 했으면 책임도 져야 한다’는 메시지는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법의 문법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행의 재점검이다. 통제는 가볍게, 준법은 무겁게. 역할은 분명하게, 기록은 촘촘하게. 그것이 미국에서 공동고용 폭탄을 피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본사가 피해야 할 착각은,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법인을 세우면 법적 책임이 그 법인에 한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본사가 미국 법인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순간, 그 구조는 책임분산이 아니라 책임 확대로 이어진다. ‘노란봉투법’과 미국 공동고용 제도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노동자를 지배하거나 통제하는 자는 끝까지 책임을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