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김범수 수사는 검찰의 ‘별건 수사 압박’ 이례적 비판
◼ 대선 당시 김건희 허위 이력 논란 ‘선 긋기’ 악연설 재조명
◼ 허위경력 첫 보도 YTN 민영화 “나도 복수해야지”녹취 나와
◼ 2023년 10월 ‘김건희살생부에 김범수있다’ 본지보도 사실로
카카오그룹을 짓눌렀던 사법 리스크가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전 경영쇄신위원장)의 1심 무죄 판결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검찰의 대대적인 압박과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던 김 창업자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혐의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그동안 카카오를 짓눌렀던 경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징역을 15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이를 무죄로 선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면서 선고 과정에서 법원은 검찰의 별건 수사를 비판했다. 이번 판결은 본지가 2023년 10월 첫 보도했던 ‘김건희 살생부 속 김범수 있었다’는 제하의 기사가 사실이었음을 입증했다. 당시 본지는 김범수 센터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이례적이라는 의혹과 함께 김건희 측근으로부터 수사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김건희 살생부’에 대해 최초 보도했다. 그러면서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김범수 센터장이 김건희로부터 괘씸죄에 걸렸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판결은 당시 수사가 사실상 사적 보복에 활용됐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범수 센터장 수사를 둘러싼 지난 3년간의 검찰의 횡포를 다시 한번 추적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본국 시간으로 지난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5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공범들 역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김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가를 조종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다. 법원은 김 센터장의 주요 혐의였던 시세조종 목적의 주가조작에 대해서 카카오의 대규모 주식 매수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세조종이 아닌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정상적인 물량 매입으로 봤다.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 주가를 고정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SM시세조종 공모’ 혐의 무죄
법원은 검찰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로 제시했던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에 대해 허위 진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이 별건 수사 압박과 구속 영장 청구 등 극심한 심리적 압박과 함께, 기소를 면제받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한 배경 등을 언급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선고를 마치면서 검찰의 수사 관행을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해 주목받았다.
재판부는 “본건과 별다른 관련성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다른 사건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방식은 이 사건에서처럼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라며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그런 야만적 수사방식이)는 지양됐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판결로 카카오 그룹은 오랫동안 드리워졌던 사법 리스크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으며,주가는 즉각 급등하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검찰은 현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재계에서는 이처럼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칼날이 카카오의 공식 직함이 없던 김범수 센터장에게까지 향했던 배경을 두고, 본지는 김건희와의 불화설을 처음 제기했다.
되살아난 ‘김건희 악연설’의 도화선
악연의 시작은 2021년 대선 당시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이었던 김건희는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허위 재직경력 기재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김건희가 ‘비상근 자문 활동’을 했고 협회 사무국으로부터 재직증명서를 정상 발급받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이자 현재도 김건희의 변호를 맡고 있는 당시 최지현 변호사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사단법인으로 결성 초기에 보수 없이 ‘기획이사’ 직함으로 ‘비상근 자문 활동’을 하였고, 이후 협회 사무국으로부터 직접 그 사실을 확인받아 ‘재직증명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았다”라고 해명했다.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당시 김건희 씨는 게임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었고, 협회 관계자들과의 인연으로 보수를 받지 않고 2년 넘게 ‘기획이사로 불리며 협회 일을 도왔다’라며 “따로 보수를 받거나 상근한 것이 아니고 몇 년이 지나 이력을 기재하다 보니 ‘재직 기간’은 착오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구차스러운 변명을 했다.
하지만 김건희 측 주장은 얼마 가지 않아 모두 거짓인 것이 드러났다. 게임산업협회 문건에 따르면 법인 설립 발기인으로는 당시 회장이었던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전 의장 등 모두 18명이 이름을 올렸다. 상당수가 지금은 유력IT업체 최고위급 관계자로 자리매김한 인사들이었는데 이 가운데 ‘김건희’ 이름이나, 김 씨의 개명 전 이름 ‘김명신’은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취임 임원으로는 김범수 회장과 함께 15명의 이사, 2명의 감사의 인적사항이 적혀 있었고, 역시 김건희 또는 김명신 같은 이름은 없었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이사, 감사 등 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하며 임기는 2년이다. 비상근 명예직 이사 관련 규정은 정관에 나와 있지 않았다.
김범수 통해 김건희 거짓 이력 들통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다른 현직 게임업체 대표 역시 본국 언론에 “관련 기억이 조각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전혀 기억이 없다”라고 답했다. 김범수 센터장 후임으로 게임산업협회 회장을 맡았던 김영만 전 한빛소프트 대표이사(현 한국e스포츠협회장)역시 김건희 씨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신인 게임산업연합회 때부터, 즉 2002년부터 5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다는 최승훈 전 사무국장 같은 경우 페이스북에 “김건희 씨라는 분과 함께 근무한 적은 물론 본 적도 없다”라고 썼다.
김건희 씨의 거짓말은 결정적으로 김범수 센터장의 입을 통해 의해 더욱 확실해졌다. 김 씨가 재직했다고 주장한 당시 한국게임산업협회의 협회장은 김범수 센터장이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범수 센터장이 협회장 때 이력 제공에 관여했는지 질문에 “관련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범수 센터장이 김건희 씨와)같이 일한 적도, 만난 적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건희 씨가)발기인으로 참여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결국 김 센터장의 명확한 부인으로 인해 김건희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고,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모두 이틀 뒤, 그리고 보름 뒤에 각각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본국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김범수 센터장이 현 정권의 핵심 인사에게 ‘밉보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정권의 수사 압박이 김 센터장을 향하는 배경이 되었다는 해석이 제기되어 왔다. 물론 이번 SM시세조종 사건이 범죄 혐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1심 무죄 판결과 재판부가 지적한 별건 수사 압박 정황은 이러한 ‘괘씸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윤석열의 검사 시절 측근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서 조사를 지휘했고, 이미 담당 실무자들이 구속되었음에도 카카오의 공식 직함이 없던 김 센터장까지 수사가 이어진 건 재계에서도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공교롭게도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언론사도 불똥이 튀었다. 대선 3개월 전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것은 당시 사실상 공영방송이었던 YTN이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감장을 채운 김건희 씨의 육성이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대상 질의에서 이 같은 녹취 육성을 공개하며 윤석열 정부 시절 이뤄진 YTN민영화 문제를 다뤘다.
YTN 민영화와 김건희의 복수
노종면 의원은 우선 앞서 여러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는 통일교의 YTN인수 추진을 언급하며 “여러 작자들이(YTN을 향해)침을 흘렸고 여러 실행 단계를 거쳐 결국 유진그룹으로 갔다”고 밝혔다. 이어 “왜 멀쩡하던 YTN을 팔아넘겼을까. 김건희의 복수심 때문이라는 의문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라며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YTN을 팔아넘긴 것의 본질은 사적인 복수심이 맞다.
그리고 그 출발은 김건희에 대한 YTN의 2021년 12월 보도였다. 그 보도는 검건희의 허위 이력에 관한 보도로 당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보도 직후 김건희가 사기극에 해당하는 대국민 사과 쇼를 벌였던 일로 이어졌다. 그 이후 김건희는 복수심을 불태웠고 결국 YTN을 팔아넘기도록 공기관을 압박하고, 여당 의원을 동원하고, 자본을 줄 세워서 팔아넘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 판단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녹취 음성을 입수했다. YTN이 2021년 12월 김건희의 허위이력에 대한 단독보도를 할 때 취재하면서 김건희의 녹취 음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중 일부가 보도돼 대국민 사과 쇼로 이어졌고, 그때도 차마 보도하지 못했던 녹취를 어렵게 입수했다”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허위이력기재가 범죄냐’
이후 노종면 의원은 김건희 씨의 2021년 12월 대국민 사과 영상과 녹취 육성을 교차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서 김건희 씨는 기자를 향해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마시고요. 내가 이래서 기자들을 못 믿는 거야. 이 기자는 완전히 저한테 그냥 악의적으로만 쓰려고 노력하시는 분이네. 솔직히 이걸 쓸 일이에요? 정말 치사하게. 나한테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지금?”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가 공무원입니까, 공인입니까. 근데 내가 그렇게까지 검증받아야 해요? 진짜 너무 억울해요. 아니 그러면 잘못 기재 안 할 것 같아 기자님은? 다 파볼까 나도 한 번 그러면? 잘못 기재한 거 없나? 뭐 조금 이력서를 돋보이려고 낸 거고. 이걸 무슨 범죄나 무슨 뭐 도덕 굉장히 부도덕한 그걸로 몰면 안 되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