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정리공사 뉴욕거주 한인남성 소송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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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으로 도주한 사업가 상대로 4억 원 판결인용 요청
◼ 채권자 2004년 분당상호저축은행 대출금 안 갚아 피소
◼ ‘한국재판 및 판결 공정성 없다’ 답변서 통해 기각요청
◼ 피고, 뉴욕에 106만 달러 콘도매입…인정 여부에 주목

부실채권회수를 위해 설립된 공기업 정리금융공사가 21년 전 한국판결을 근거로 뉴욕에 거주 중인 한국 남성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위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리금융공사는 한국판결을 뉴욕주 법원이 인정하고 강제집행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남성은 한국재판이 적법하게 진행되지 못했고, 따라서 판결 자체가 불공정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남성은 무려 15가지 이유를 내세워 한국판결 인정에 반대했고, 정리금융공사는 15개 주장 모두에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청, 앞으로 뉴욕주 법원에서 불꽃 튀는 공방이 예상된다. 한국판결이 인정한 피고의 채무 원금은 4억 원이지만, 매년 22%의 이자가 가산됨에 따라 21년 간 이자는 2백만 달러 상당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본보 확인 결과 피고는 2022년 1월 뉴욕맨해튼 콘도를 매입했지만, 현재 150만 달러 상당인 이 콘도에 주택담보대출만 11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부실금융기관이 보유했던 부실자산의 신속한 정리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설립된 정리금융공사. 최근 주식회사 케이알앤씨로 상호를 변경한 정리금융공사가 뉴욕주 뉴욕카운티법원에서 한국 남성을 상대로 한 채권 회수에 나섰다.
정리금융공사는 지난 9월 4일 뉴욕주 뉴욕카운티지방법원에 뉴욕 맨해튼거주 A씨를 상대로 한국법원판결의 인용 및 강제집행승인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정리금융공사는 소송장에서 ‘2016년 3월 31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이 A시에 대해 정리금융공사에 한화4억 원과 이자를 갚으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최종적이고 집행가능한 판결이며, 외국법원에서 합법적으로 내려진 판결로 뉴욕주 법원에서도 인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년전 판결 미국서 인정될까?

정리금융공사는 ‘2009년 설립된 공적자금회수기관으로서, 2015년 1월 22일 분당상호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정리금융공사에 채권을 양도했으며, 이에 따라 정리금융공사는 2016년 3월 31일 자 한국법원 승소판결의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정리금융공사는 ‘당시 한국법원은 채무원금 4억 원은 물론 2004년 7월 17일부터 같은해 9월 16일까지는 연리12%, 2004년 9월 17일부터 완납 때까지는 연리 22%의 이자를 가산하라고 판결했다. 당사는 2023년부터 채권 회수를 위해 A씨를 추적했으며, A씨가 미국으로 이주, 뉴욕주 뉴욕카운티에 부동산을 구매했음을 알게 됐다. 이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리금융공사가 증거로 첨부한 한국법원 판결문을 보면 ‘피고는 주식회사 웨이브엔터테인먼트 및 이 회사대표 A씨이며, A씨 최후주소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시 사우스호프 스트릿121의 308호’로 기재돼 있다. 또 당초 이 소송의 원고는 파산한 분당상호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였고, 정리금융공사가 예보의 원고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돼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분당상호저축은행은 이미 지난 2005년 5월 19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피고들에게 4억 원과 이자 등을 받으라는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 판결이 최종 확정판결이 됐다. 그 뒤 분당상호저축은행이 2008년 8월 20일 파산선고를 받았고, 예보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뒤 2015년 1월 22일 채권을 정리금융공사에 양도했고, 2025년 12월 10일 피고들에게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했다’라고 밝히고, 2016년 3월 31일 다시 같은 판결을 한 뒤, 정리금융공사의 채권자자격을 인정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이 재판이 피고에게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됐고, 공시송달임을 참작하면, 피고가 재판에 참여하지 않고 궐석재판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2016년 5월 10일 정리금융공사에 강제집행권리를 인정하는 집행문을 발급했으며, 2016년 4월 2일부로 웨이브엔터테인먼트 및 A씨에 대한 송달이 이뤄졌다는 송달 확정 증명원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리금융공사는 미상환 채무 원금 4억 원은 미화로 환산하면 27만 3,985달러 상당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04년 9월 17일부터 완납 때까지의 이자는 연리 22%에 달한다. 이를 고려하면 21년 치의 이자만 1백만 달러를 훨씬 넘는다. 복리로 계산하면 2백만 달러를 넘는다. 판결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피고, 한국판결 인용 및 집행 거부

사실 이 같은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연 정리금융공사가 판결문을 받은 A씨와 뉴욕에 부동산을 매입한 A씨가 동일인임을 입증하는 것이며, 그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원고는 영문 및 한국이름의 일치, 생년월일, 출생지, 국적 등의 동일여부, 한국판결에 기재된 최후 주소와 A씨와의 연속성 또는 연결성, 한국판결에 언급된 재산, 계좌, 법인과 A씨의 연관성이 입증돼야 한다. 단순히 이름만 같다고 동일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추정이 아니라 실증적으로 연결을 밝혀야 하며 동일인임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동일인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A씨가 지난 9월 23일, 즉 원고소송제기 20일 만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본인이 뉴욕주에 거주하는 소송 피고가 맞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동일인 문제는 입증됐지만, 정리금융공사의 소송장 주장 대부분에 대해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정보가 부족하다며 부인하고, 원고 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엄격히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또 정리금융공사가 2015년 1월 22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았다는 주장과 한국법원판결 내용 등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부인했다. 특히 피고는 무려 15가지의 적극적 항변사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한국판결의 인용 및 집행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피고는 ‘원고가 법적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원고가 소송을 제기할 법적 자격이 없고, 한국법원이 공정한 재판절차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한국법원은 피고에 대한 개인적 관할권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재판에서 적절한 송달을 받지 못했고, 한국판결 또는 그 근거가 뉴욕 및 미국의 공공정책에 벗어나고, 해당 한국판결이 다른 확정판결과 충돌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판결은 당사자 간의 사전 합의에 어긋나는 것이며, 한국법원이 불편한 법정 회피의 원칙에 근거한 부적절한 재판 장소였고, 재판 시효도 이미 소멸됐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청구 전체를 기각하고, 한국판결의 인용 및 집행도 거부하며 피고가 소송방어에 투입한 비용 및 변호사 수임료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답변서에 대해 피고는 ‘내가 이 답변서를 직접 읽었고 사실임을 확인한다. 정보와 신념에 기반한 항목은 진실이라고 믿는다’라고 진술하고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 한국재판 자체 원천적 무효 주장

피고가 동일인 인정은 하면서도 한국법원의 재판과 판결을 모두 부정함으로써, 미국법원의 인용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전략을 취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리금융공사는 10월 20일 피고 측에 대해 답변서 주장을 모두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각 항변사유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사실관계, 개인적 인지정보를 제공하고, 피고의 신원과 거주지, 통신수단, 여행기록, 고용이력, 가족관계를 포함한 포괄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피고가 30일 이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향후 재판에서 해당 항변을 증거로 제시하는 것을 제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개인정보 중 현재 주소와 과거주소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를, 고용주 역시 같은 기간, 약 21년 동안의 기록을, 또 배우자의 이름 출생지, 세금번호, 여권번호, 사회보장번호, 주소 등을 요구했다. 이메일, 카카오톡 주소, 기타메신저 계정을 요구했고, 한국과의 왕래 내역도 밝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리금융공사는 같은 날 디스커버리 절차에 돌입, 20일 이내에 보험계약서, 관련 증인 정보, 진술서, 사진 및 영상자료, 전문가증언관련정보를 요구했다. 이는 민사소송절차법에 따른 것이다. 디스커버리는 문서 제출 요청과 관련자 직접 심문 등으로 나뉜다.

정리금융공사는 문서제출요청에 이어, 피고에 대한 데포지션을 실시할 것이라며 내년 1월 22일 오전 10시, 원고 변호사사무실로 출두하거나, 화상으로 데포지션을 받으라고 통지했다. 물론 원고가 요구하는 대로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정리금융공사의 주장에 맞서서 피고 또한 사실상 똑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재판은 기한없이 마냥 늘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피고가 관할권 적합 여부에 대해 다툼하지 않았고, 동일인 여부에 대해 인정함으로써 원고는 한시름 덜었다. 그러나 피고가 한국재판자체를 부인함으로써 원고는 이에 대한 입증에 상당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은 하염없이 길어지고 결국 양측은 판결까지 가지 않고 서로 지쳐서 중도에 그냥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재판에서 판결까지 가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다.

2022년 뉴욕에 106만 달러 콘도 매입

한편 본보 확인결과 피고는 지난 2022년 1월 28일 뉴욕시 맨해튼의 리버사이드블루버드의 한 콘도를 106만 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피고는 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 MERS에서 86만 달러의 모기지대출을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조달한 돈은 20만 달러 남짓이다. 피고는 또 콘도 매입 2년 만인 2024년 1월12일 시티즌스뱅크에서 2차 모기지로 21만 2천 달러를 더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콘도의 가치는 약 150만 달러 상당으로, 주택담보대출이 110만 달러 정도인 셈이다. 정리금융공사는 뉴욕주 법원에서 한국법원 판결을 인정받아 이 콘도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서려는 것이다. 21년 전 한국에서의 판결, 미국에서 집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리금융공사의 소송도 예보의 최근 소송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국정감사 직전에 제기됐다. 국정감사에서 채권 회수 활동에 대한 추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소송을 제기한 만큼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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