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검찰은 12년 구형 때렸는데 판사가 15년 형 선고
█ 3백억 원 몰수로 퉁… 숨겨둔 천문학적 재산은 면죄부
█ 형기 만기는 2037년 6월-2031년 1월 한국 이감 가능
█ 판사 ‘세기적 사기-모두 거짓말-검찰 구형 낮다’ 질타
█ ‘권씨 최후진술은 악마의 눈물…실제론 범죄수익 은닉’
█ 판사 ‘피해자 의견 청취’명령…315명 엄벌 탄원서 제출
█ 권 부인 이다은씨 탄원서 모두 거짓…한국법원서 들통
█ 모든 재판 김앤장 진두지휘…‘역시 돈값 톡톡히 했다’
‘전대미문의 세기적 가상화폐 사기사건’, ‘입만 열면 거짓말’ 연방판사는 4백억 달러 피해를 초래한 가상화폐 사기범 권도형을 준엄하게 꾸짖고, 검찰 구형보다 더 무거운 15년 형을 선고했지만, 양형기준의 60%에 그쳤다. 연방판사는 ‘왜 턱없이 가벼운 형량을 구형했나, 정치적 압력을 받았느냐’ 며 작심한 듯, 검찰의 솜방망이 구형을 나무랐고, 권도형의 5년 형 요청에 대해 너무나도 부당한 요청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권 씨에 대한 몰수액은 2천만 달러로 ‘새발의 피’에 그쳤고, 사실상 권 씨는 숨겨둔 재산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받음으로써 경제적으로 대승을 거둔 날이 됐다. 연방판사가 선고 사흘 전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명령하자, 검찰은 부랴부랴 피해자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불과 이틀 만에 전 세계에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3백여 명의 탄원서가 쇄도했다. 권 씨는 유죄인정 때 항소권을 포기했으며, 형기만료 후 별도의 추방재판 없이 곧바로 추방된다는 데도 동의했다. 또 형기의 절반이 끝나는 2031년 1월, 본인이 원하면 한국교도소로 이감시켜 준다는 보장도 받아냈다. 무려 5조 원 이상의 가상화폐 사기극을 벌인 희대의 사기꾼 권도형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실체의 전모를 낱낱이 취재했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테라루나 가상화폐 사기로, 4백억 달러의 피해를 초래했지만, 본인과 가족들은 초호화생활을 누렸던 권도형. 연방판사는 ‘범죄 권하는 사회’를 연상케 하는 연방검찰의 파격할인식 ‘솜방망이’ 구형보다는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하지만 연방판사의 선고형량마저도 양형기준의 60%에 불과한 형량으로서, 할인율이 조금 낮아졌을 뿐, 권도형에게는 연방판사 역시 ‘12월의 산타클로스’였다. 선고형량은 재범을 막고, 유사한 범죄를 예방할 만큼 충분해야 하지만 충분하지 못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나마 연방판사의 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준엄한 꾸짖음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사법 정의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징역15년형-몰수액 1,926만 달러
뉴욕남부연방법원 폴 앵겔마이어 연방판사는 지난 12월 11일, 권도형에게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몬테네그로 수감기간 21개월 중 위조여권에 따른 형기 4개월을 제외한 17개월을 복역 기간에 포함하는 것을 감안’하고도 12년 구형에 그쳤었다. 선고형량은 12년형 구형보다 3년이 더 무거운 것으로, 검찰은 솜방망이 구형으로 대대적 망신을 당했다. 권 씨는 ‘미국 형기 만료 뒤 한국에서 처벌이 확실시되는 만큼, 5년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선고형량은 권 씨의 요청보다는 3배 높았다. 하지만 권 씨가 저지른 범죄의 양형 레벨은 44점으로, 43점 이상은 양형기준상 25년 형이 선고돼야 한다. 연방판사가 선고한 형량은 양형기준의 60%수준이다.
연방검찰이 애초 권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모두 9개였지만, 지난 8월 유죄인정협상을 하면서 검찰은 7개의 혐의는 없애고 사기 공모 및 전신 사기 등 2가지 혐의만 죄를 묻기로 했다. 엥겔마이어판사는 판결문에서 이들 두 가지 혐의만 유죄이며, 나머지 혐의는 모두 기각했고, 두 가지 범행의 종결 시점은 2023년 3월 23일이라고 명시했다. 판사는 사기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60개월 형을, 전신 사기에 대해서는 120개월 형에 해당하므로, 전체적으로 180개월을 선고하고, 이미 수감 된 기간은 복역 기간에 산입한다’고 명령했다. 특히 ‘한국의 어떤 법원에서 피고에 대해 선고하게 된다면, 미국에서의 형량 등을 고려해 주기 바란다[ENCOURAGE]’는 당부의 말도 판결문에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판사는 매우 조심스럽게, ENCOURAGE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나, 한국법원 판결 때 당 법원의 형량 등을 고려해 달라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앞으로 권도형의 한국재판 때 변호인들이 두고두고 이 권고를 재판부에 들이댈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판사는 권 씨가 수감 될 교도소로, 경비 수준이 매우 낮은, 뉴저지주 포트딕스 교도소를 정했다. 주로 경제사범 등이 수용되는 교도소로, 상대적으로 다른 교도소보다는 훨씬 편한 교도소이다. 권씨는 몬테네그로 수감기간 21개월 8일 중 한국과 미국 어디로 송환시킬지를 결정하는 데 걸린 17개월 8일을 복역 기간으로 인정받고, 2025년 1월 1일 미국송환 이후 구금 기간도 복역 기간에 산입된다.
즉, 권 씨는 이미 2년 5개월 가량 복역한 것으로 간주 돼, 2037년 6월께 15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게 된다. 또 연방판사는 검찰과 권 씨의 유죄인정 협상을 존중, 형기의 절반을 마칠 때 한국 교도소로의 이감신청을 하면 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유죄인정합의서에는 ‘다른 관할권의 교도소’라고 표기돼 있었지만, 연방판사는 판결문에서 ‘한국 교도소로의 이감’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2년 5개월을 복역한 것을 고려하면, 약 5년 뒤인 2031년 1월이면 형기의 절반을 마치게 되고, 본인이 원하면 한국 교도소로의 이감도 가능하다. 하지만 교도소 여건이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나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권 씨가 과연 이감을 요청할지는 미지수이다.
몬테 17개월 및 미국 1년 형기가산
반면 만기출소 뒤 보호관찰에 대해서는 권 씨가 한국으로 추방될 것이 확실시됨으로, 보호관찰 명령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보호관찰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판사는 지난 12월10일 명령에서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봤자 집행될 수가 없다’는 인식을 표명했었다. 형법상 미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1년 이상 수감판결을 받을 때 만기출소 뒤 추방하게 돼 있다. 추방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반드시 추방하는 것은 아니며 추방할 수도 있다고 돼 있고, 이 경우도 추방재판을 거쳐야 한다. 권도형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검찰과 권 씨는 유죄인정 합의 때, ‘출소 뒤 별도의 추방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추방한다’는데 합의를 했고 지난 11월 25일 검찰은 권 씨에게 추방재판을 받을 권리 등 이와 관련한 구제권리 제반을 포기했음을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
엥겔마이어판사는 검찰 및 권 씨 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같은 내용의 명령서를 만들어 선고 당일 검찰과 권 씨의 서명을 받아 ‘추방재판 없는 무조건 추방’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서에는 권 씨와 권 씨의 변호사가 12월11일 서명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추방될 때 권 씨의 국적이 한국이므로, 한국으로 추방된다는 점도 명시됐다. 추방을 담당하는 연방이민세관국[ICE]에도 지난 11월 25일 연방검찰로 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았다며 확인서를 제출했고, 연방판사는 이 확인서도 명령에 첨부했다. 이민당국의 확인서는 ‘권 씨가 추방대상자이니, ICE는 권 씨의 형기가 끝나는 날, 교도소에서 신병을 인수받아 추방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엥겔마이어판사는 재산몰수에 대해서는 당 법원에 제출된 서류 47번에 따른다고 밝혔다. 47번 서류는 지난 8월12일 유죄인정 합의 때 제출된 ‘특정재산 몰수에 대한 예비동의명령’으로, 즉, 권도형이 몰수에 합의한 동의서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 몰수 동의서상 몰수 총액은 1,927만 달러이다. 4백억 달러 피해를 초래한 범죄자에 대한 몰수액으로서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이다. 이 같은 몰수액도 솜방망이 구형을 한 검찰이 책정한 것이다. 특히 이 몰수 대상에는 스위스 시그넘뱅크의 은행계좌 2개가 포함됐지만, 잔액은 2백여만 달러에 불과했다. 연방검찰이 아닌 증권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권 씨가 도주하면서 이 계좌에서 1억 달러 이상을 몰래 빼내 갔음이 드러났다. 그래서 이 계좌가 사실상 빈털털이 계좌가 된 것이다.
종국엔 2천만 달러 이상 몰수 못 해
앞으로 미국은 권 씨에게 2천만 달러이상을 몰수할 수 없게 됐다. 권 씨가 1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경제적으로는 대승을 거둔 날이 됐다. 몰수한 재산은 찾아낸 재산에 국한됐고, 권 씨가 숨겨둔 재산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2천만 달러 몰수가 사실상 최종확정판결이므로 앞으로 권 씨의 숨겨진 재산이 발견돼도 미국이 형사상 몰수 등을, 조처를 할 수 없다. 엥겔마이어판사는 검찰구형보다는 무거운, 그러나 양형기준에는 60%에 불과한 형량과, 2천만 달러에 못 미치는 몰수를 선고했지만, 이례적으로 검찰의 낮은 구형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는 점에서 미국 사법 정의에 한 가닥 불씨를 잡아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판사는 권 씨에 대해 ‘전대미문의 세기적 사기’, ‘날마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며, ‘이 사건이 4백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한 사상최대의 가상화폐 사기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 ‘이 손실은 장부상의 손실이 아니라 실제로 수많은 투자자의 손실이며, 절대다수의 투자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물론 깊은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에 대해 ‘왜 인제야 피해자들의 탄원서를 제출했느냐, 정부는 좀 더 일을 잘해야 한다’라고 꾸짖은 것으로 시작해 질타를 이어갔다. 그나마 이 피해자들의 탄원서는 엥겔마이어판사가 선고 사흘 전인 12월 8일 ‘검찰은 왜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안 들어보느냐’고 질책했고, 검찰은 테라폼파산사건 관련 파산관재인 등과 접촉, 배상을 신청한 피해자들에게 이메일 등으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테라폼파산재판관련 서류목록을 보면, 파산관재인이 검찰 측의 이 같은 요구를 피해자들에게 공지하는 서류가 12월 9일 접수됐음을 알 수 있다. 그나마 피해자의 의견도 검찰이 아닌 판사의 주도로, 재판에 반영하게 된 것이다. 이틀 만에 전 세계에서 315명이 탄원서를 냈고, 이 중에는 한국인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엥겔마이어판사는 지난 8월 12일 검찰과 권 씨가 9개의 혐의 중 2개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는 대신 12년 이하로 구형하겠다는 합의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판사는 ‘이 같은 합의는 거의 본 적이 없는 합의이며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질책했다.
본보는 거듭 ‘검찰의 파격할인세일’이라고 비판했으며, 판사의 이 같은 질책을 통해 본보의 비판이 적절했음이 입증된 셈이다. 판사는 검찰이 쥐구멍이라도 찾게 할 정도의 결정타를 날렸다. ‘12년 이하로 구형하기로 한 것은 정치적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냐’라고 물었다. 압력받고 청탁받아 솜방망이 구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질책이다. 특히 판사는 다른 말로 돌려가며 물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이라는 직설적 단어를 사용했다. ‘이런 솜방망이 구형은 정치적 압력이 아니면 설명하기 힘들다’는 취지였다. ‘금융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뉴욕남부연방검찰에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오점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검찰에 대한 판사의 직설적 비판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며, 검찰에게는 치욕이지만, 미국국민에게는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조금이나마 되살아나는 순간이 됐다.
복역 뒤 추방재판없이 무조건 韓추방
권도형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법원이 어떤 형을 내리든 감수하겠다, 피해자에게 죄송하다,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모두 내 책임이며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판사는 권 씨의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에 주목한다고 말했고, 권 씨 아내 이다은 씨의 탄원서에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본보는 권 씨 아내의 탄원서를 매우 상세히 보도했고, 그 탄원서를 한줄 한줄 옮기는 본보 역시 가슴이 찡했었다. 판사도 권 씨의 아내 탄원서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실제 권 씨 아내가 한국, 미국, 싱가포르에서 보여준 행동은 탄원서만큼 감동적이고 아름답지 않았고,한국법원은 권 씨 아내가 적지 않은 거짓말을 했음이 드러났다고 판결문에 적시하기도 했다.
연방판사는 ‘권 씨를 똑똑하고, 영감과 비젼을 주는 인물로 묘사한 권 씨 측 탄원서가 인상적이며, 양형 판단에 참작 사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법원에서 테라루나 가상화폐사기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연방법원 재판부에 ‘권도형은 선한 사람이며 보다 나은 통화시스템을 만들려 했다’며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보낸 것은 미국 사법시스템을 농락하려 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탄원서를 낸 사람은, 한국법원 피고 9명 중 한창준, 김한주, 여윤석 등 3명으로, 이들은 모두 김앤장의 변호를 받고 있다. 권도형은 탄원서 형식의 반성문과 선고 당일 최후진술을 통해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라며 참회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본보가 FTX파산소송, 테라폼랩스파산소송, 싱가포르소송 등에 새롭게 제출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권 씨가 반성은 고사하고, 자신의 돈을 더 은닉하고, 그것도 모자라 피해자들에게 지급돼야 할 테라폼 청산자산마저도 가로채려 했음이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금까지 꼭꼭 숨겨져,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최후진술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더구나 비도덕적 행위가 하나둘이 아니다. 일부 행위는 피해자들로부터 ‘인면수심’이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본보는 앞으로 관련 증거를 하나하나씩 찬찬히 살펴보고 공개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