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조세심판원-법원판결문 공시 등 단독입수 공개
█ 高 자녀들, 2016년 말 ‘일본 주식 5,150억 상속’ 신고
█ 일본파이롯트 지분 18.6% 보유 고홍명회장 최대 주주
█ 871만 주 보유 2대 주주보다 5배나 많은 압도적 지분
█ 세일러만년필지분 2.4%보유…상속세 소송으로 밝혀져
█ 자녀들, 5년 뒤 ‘日 주식은 4천억 원에 불과’ 반환소송
█ ‘상속세 506억 반환’요청…2025년7월 상속인패소판결
█ 1심 판결 불복 서울고법에 항소, 상속인 5명 별도행동
파이롯트 만년필과 샤프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 필기구업체 한국파이롯트의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故 고홍명 회장이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33개 회사 주식을 무려 5천억 원어치를 보유했음이 드러났다. 특히 고 회장은 지난 2016년 별세 당시, 일본만년필의 대명사인 일본 파이롯트주식회사의 지분 약 20%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음이 일본증시 공시와 상속신고 등을 통해 확인됐다. 고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5천 억 원 상당을 일본으로 반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시 외국 주식투자가 자유롭지 않았던 만큼 취득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또 고 씨의 자녀 등 상속인 6명은 2016년 국세청에 일본 주식을 5천억 원 상당이라고 신고했으나, 2021년 일본 주식은 4천억 원이라며 상속세 5백억 원을 줄여달라고 요구했고,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상속인 일부는 지난 7월 패소판결을 받은 뒤, 이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고, 다른 상속인들도 동일한 이유로 별도의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1954년 신화사라는 필기구업체를 설립한 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도 한 번쯤 구입한 경험이 있는 파이롯트 만년필 신화를 만든 고홍명 한국파이롯트회장, 40대 이후라면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입학-졸업 선물로 누구나 파이롯트 만년필을 받았고, 초중고생의 없어서는 안 되는 필기구 샤프로도 유명한 업체인 한국파이롯트는 1962년 일본 파이롯트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었다. 서울 종로 보신각 앞 파이롯트 빌딩은 ‘약속장소’로도 유명했다.
바로 이 파이롯트 만년필 성공 신화의 주인공 고홍명회장이 지난 2016년 5월 15일 별세 당시, 일본 파이롯트주식회사의 지분 약 20%를 보유한, 이 회사의 최대주주였으며, 주식가치는 무려 5천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본 시험주식회사뿐 뿐 아니라, 아니라, 파이롯트와 함께 일본 만년필 3대 회사 중 하나인 세일러만년필 주식회사의 최대 주주였음이 확인됐다. 고 회장은 이들 2개 회사의 최대 주주였으며, 일본 상장회사 33개의 주식을 보유했고, 당시 평가액 5천억 원 상당의 이 주식을 자녀들에게 상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속세 506억 원 돌려달라’ 반환소송
본보는 고홍명회장 자녀 등 상속인들의 조세심판원의 상속세 경정거부처분 심판청구의 기각결정문, 서울행정법원의 관련 사건 판결문, 일본 파이롯트주식회사의 유가증권보고서, 일본 세일러만년필주식회사의 유가증권보고서 등을 단독 입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대한민국 거주자가 외국 상장회사의 주식을 5천억 원어치 이상 보유하고, 자녀들에게 상속한 것은 그 규모 면에서 사실상 사상 최대이며, 그 같은 사실이 드러난 것 역시 사실상 최초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고 회장의 자녀들은 대한민국정부를 상대로 상속세가 과다하다며 소송을 제기,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이에 불복, 항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2일 고 회장의 장녀인 고석주 씨가 제기한 ‘상속세경정거부 취소소송’에서, ‘고 씨가 반포세무서장이 2022년 6월 13일 고 씨에게 취한 상속세 506억여 원 경정거부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이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고 씨가 부담한다’라고 판결했다. 본보가 이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원고인 고석주 씨 등 상속인 6명이 공개한 고홍명 회장의 일본 주식 보유 현황은 실로 엄청날 정도다. 고홍명회장이 2016년 5월 15일 별세 당시를 기준으로 일본 33개사의 주식 1,260만 주 상당을 보유했으며, 상속인이 평가한 주식 가치는 5,149억 9,996만여 원에 달했다.
고회장의 보유한 33개 사 주식 중 보유량 및 평가액이 가장 많은 것은, 바로 일본 파이롯트 주식회사의 주식이었다. 고 회장은 이 회사주식 871만 6백 주를 보유했으며, 평가액은 5,055억여 원에 달했다. 특히 이는 일본 파이롯트 전체주식의 18.6%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는 2대 주주의 주식 보유량 171만 8,600주보다 무려 5배나 많은 것이다. 알고 보니 사실상 고 회장이 일본 파이롯트주식회사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이때 한국 파이롯트는 사실상 생산을 중단하다시피 할 정도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또 고 회장은 일본 3대 만년필회사의 하나인 세일러만년필주식회사의 주식 301만 4천 주를 보유했고 평가액은 12억 원 정도였다. 하지만 고 회장의 지분은 이 회사의 2.2%정도로 역시, 이 회사의 최대 주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판결문에는 ‘D’ 및 ‘K’로 표기돼 있지만, 본보가 일본 주식시장 공시사항 등과 대조한 결과 이들 회사의 정체가 드러났다. ‘D’로 표기된 주식 종목이 바로 일본 파이롯트주식회사이며, ‘K’로 표기괸 주식 종목이 세일러만년필주식회사로 밝혀졌다. 고 회장이 소유한 33개 상장사 주식 중, 이들 2개 회사는 최대 주주로 확인됐고, 나머지 31개사 중 평가액이 10억 원 이상인 회사는 ‘BB’사가 18억여 원으로 드러났고, 가장 평가액이 적은 주식은 ‘UU’사 143주로, 약 36만 원으로 신고됐다.
어떻게 5천억 해외주식투자 가능?
대한민국 국적자인 것은 물론 대한민국 거주자인 고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5천억 원 상당의 일본상장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됐는지는 미지수다. 해외주식투자 등에 대해 제약이 많았던 때이다. 특히 고 회장이 한국파이롯트의 기술 전수자 격인 일본파이롯트의 최대 주주라는 사실은 단 한번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고 회장이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꺼렸을 가능성을 보여주며,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있었을 개연성을 보여준다. 기술을 전수받던 회사가 차근차근 성장해서 기술을 가르쳐주는 회사를 소유하게 됐다면 이는 ‘청출어람’이라며 널리 알릴 일이건만, ‘꽁꽁’ 베일에 쌓여 있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 회장의 자녀는 모두 3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사위인 고석진, 장녀 고석주, 차녀 고석자이며, 장남 고석진 씨가 1999년 10월 별세함에 따라, 이동찬회장의 딸이자 고 씨의 부인인 이상희 씨와 자녀 3명이 상속자가 됐다. 즉 상속인은 고 회장의 딸 2명과 며느리 손주 3명 등 모두 6명으로 확인됐다. 이들 공동상속인 6명은 지난 2016년 5월 15일 고 회장의 별세 뒤 6개월째인 같은 해 11월 30일 5,150억 원에 달하는 일본 상장사 33개 주식 평가액을 상속재산에 포함시켜, 상속세 1,095억 원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일본파이롯트주식회사와 세일러만년필주식 회사 등 2개의 회사는 고 회장이 최대 주주였으므로, 최대 주주에 대한 20%할증을 적용, 이 같은 상속세액을 산출했으며, 일본국에 납부한 상속세 203억여 원은 공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1년 11월 12일 국세청[반포세무서]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속세 신고를 한 지 5년 만이다. 공동상속인들이 문제로 삼은 것은 일본 상장 주식에 대해 최대 주주 20% 할증을 적용한 것은 부적당하므로, 일본 주식은 4,023억여 원으로 평가해야 하며, 이에 따라 상속세는 1,095억 원에서 506억여 원을 줄여야 한다고 ‘경정청구’를 했다. 당 초 일본 주식 가치를 5,150억 원으로 평가했서 신고했지만, 5년 만에 일본주식 가치는 4,023억 원이라며, 상속세를 줄여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자녀들, 반환소송 청구 일제히 패소
이에 대해 반포세무서는 국세청장의 과세기준자문을 거쳐, 2022년 6월 13일 공동상속인들의 경청청구를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공동상속인은 이에 불복해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동상속인은 별도로 심판청구를 하는 등, 이때부터 달리 대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상속인 6명 중, 장녀인 고석주 씨가 거부 처분 당일인 6월 13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고, 차녀인 고석자 씨와 큰 며느리 이상희 씨, 그리고 이 씨의 자녀 3명 등 5명이 조세심판원에 별도로 심판청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조세심판원 청구는 사실 동일한 내용이지만, 왜 별도로 심판청구를 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그 이후에도 각각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각각 별도로 행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세심판원은 장녀 고석주 씨의 심판청구를 2023년 11월 기각했고, 차녀 고석자 씨 등 5명의 심판청구를 2023년 8월 29일 기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들은 각각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7월 초 고석주 씨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판결이 내려졌다. 조세심판원은 장녀 청구에 대해 ‘외국 법인의 주식도 한국거래소 상장 주식 평가방법을 준용해야 하며, 최대 주주 할증 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결정 이유를 밝혔다. 조세심판원은 또 차녀 등 5명 청구에 대해서도 ‘외국 법인 주식도 한국거래소 상장 주식 평가 방법을 준용해야 하며, 최대 주주 할증 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기각결정을 내렸다.
특히 차녀 등의 청구에서 조세심판원은 ‘고홍명 회장의 일본파이롯트지분은 18.6%로 2대주주 3.67%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서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밝혀, 고 회장이 일본파일롯트 경영권을 좌지우지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할증평가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세금관련소송은 이른바 ‘전치주의’로, 본 소송에 앞서 반드시 ‘조세심판원’의 심판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이들이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를 하고, 기각결정을 받자, 본 소송에 들어간 것이다. 장녀 고석주 씨는 서울행정법원 소송에서 ‘최대 주주 할증은 소유와 경영이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지 않은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특수성에 따른 것이며, 일본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실질적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최대 주주 할증 규정이 없다.
특히 일본은 최대 주주를 ‘동족주주’로 규정하고 있으며, 주주와 특수관계자가 30%이상의 의결권을 갖는 경우에 해당한다. 부친은 D회사 지분의 18.6%,[D는 일본 파이롯트주식회사를 의미], K회사 지분의 2.4%[K는 세일러만년필주식회사를 의미]를 보유했으며, 30%에 못 미치므로 동족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대 주주 할증 20%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장녀 고 씨는 ‘나는 부친으로부터 D사 주식 344만 687주를 상속받은 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249만 1,600주를 매각했고, 이때 매각 가격은 최대 주주 할증 20%를 적용한 가격에 못 미친다. 최대 주주 할증을 가산하면 한 주당 가격이 실제 매각가보다 256억 원이나 많고, 그만큼의 처분 손실이 발생한다’라고 주장했다. 쉽게 말하면 최대 주주 할증 20%가산이 부당하니, 이를 상속세 과세표준에서 제외시키고, 그에 따른 상속세 506억 원도 감액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세무당국 주식구입자금 등 조사해야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한국의 일본상장주식 평가방법이 합당하며,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주식에 대해 최대 주주 할증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일본 법취지에도 타당하며, 주식처분 때 할증 가산금액보다 낮다고 주장했지만, 2018년 매도 때는 이익을 보았고, 손실 주장은 주가 변동성에 따른 것’이라며 장녀 고 씨의 청구는 이유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장녀 고 씨는 지난 7월 말 이 판결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항소,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장녀가 아닌 차녀와 며느리 및 자녀 3명 등 다른 상속인들도 역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가 기각당하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3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한국파이롯트의 영향력 아래 살았다.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이 회사의 만년필과 샤프펜슬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어떤 기업보다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기업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기업의 창업주가 일본 상장회사 주식 5천억 원어치를 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그것도 상속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을 정도로, 꽁꼼 숨겼던 것이다. 고 회장은 도대체 언제, 무슨 돈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 주식을 매입했는가? 주식매입 대금이 고 회장의 재산이라면, 과연 한국정부에 정당하게 세금을 냈는가? 또 일본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일본 등 해외로 돈을 보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본 상장회사에서 배당받은 돈이 있다면 금융소득에 해당한다.
일본에는 당연히 세금을 냈겠지만, 대한민국정부에 이를 신고하고, 이에 대한 세금은 냈는가? 대한민국세무당국은 적어도 2016년 11월 상속세 신고를 받고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뒤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가? 대한민국 현행법상 범인이 사망하면 형사처벌은 절대 불가능한다. 하지만 만약 범죄수익이 있다면 이는 별도의 조치로 환수, 추징, 몰수가 가능하다. 물론 이는 범죄가 확정되고, 범죄수익임이 입증됐을 때 해당하는 일반론이다. 또 세무 당국이 이미 상속세를 받았다면 이 같은 조치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소를 잃고 나더라도 외양간은 다시 고쳐야 한다. 그래야 소를 지킬 수 있다. 과연 고 회장의 상속세 신고를 받고 일본 주식 5천억 원어치 보유 사실을 인지한 이후, 세무당국은 주식구입자금과 경위 등을 조사한 뒤 무혐의로 판단돼 상속세를 받았는가. 세무당국이 어떤 판단을 하고 무슨 조처를 했는지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다음 호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