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부토건 주가조작은 잔챙이들만 구속하고 김건희는 빠져나가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역시 증거 확보했는데 논리 못 만들어
█ 원희룡, 김선교 등 양평고속도로 핵심피의자는 소환조차 못해
█ ‘똥 묻은 개’ 민중기 때문에 특검 도덕성 치명타로 동력 잃어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활동을 종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 디올백 수수 의혹 등 기존 검찰 수사에서 미진했던 사안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일부를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정작 핵심으로 꼽혔던 통일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절반도 파헤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건의 성격과 규모에 비해 특검 수사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수사 관계자들 역시 “사건의 외연이 워낙 넓었고, 관련자도 많아 물리적으로 전모를 밝히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은다. 특검팀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일부 야권 정치인을 구속 기소하는 데까지는 이르렀지만, 수사선이 더불어민주당으로 향하는 순간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수사 종반부에는 ‘여권 핵심부에 대한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까지 공개된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김건희에 대해 검사가 ‘구형’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조차 이르지 못했다. 의혹은 차고 넘치지만, 법정에 세울 만큼의 증거는 끝내 쌓이지 않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특검팀이 가장 먼저 손댄 사건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이었다. 특검 현판식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7월 3일부터 삼부토건 본사와 관련자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단행됐다. 수사 개시 단계에서부터 강도 높은 압수수색이 이뤄지며 특검팀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변죽만 울린 특검수사 논란
특검이 처음으로 기소한 대상 역시 삼부토건 전·현직 경영진이었다. 8월 1일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어 주가조작의 핵심 기획자로 지목된 이기훈 전 부회장도 도주 55일 만인 9월 10일 검거돼 같은 달 26일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경영진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것처럼 허위·과장 정보를 흘려 투자자들을 기망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회사의 재무 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사업 수행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총 369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문제는 이 사건이 김건희 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검은 삼부토건과 김 씨를 잇는 연결고리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주목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차 주포로 지목된 인물이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도 연루된 김 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2023년 5월 14일 오후 5시 40분쯤 ‘멋쟁해병’이라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남긴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에 주목했다. 해당 메시지는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에 작성됐다는 점에서 내부 정보 이용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게 했다. 이 메시지가 전송된 이후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이 한국에 입국했고, 다음 날 윤석열·김건희 부부와의 접견이 이뤄졌다. 이후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 일련의 과정이 공개되면서 1000원 초반대에 머물던 삼부토건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다. 특검팀은 김 씨가 이 사건의 ‘정점’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직접 고리는 끝내 못 찾아
특검팀은 이 전 대표의 배우자가 2023년 7월 삼부토건 관계사인 웰바이오텍 주식 거래를 통해 약 2,000만 원의 차익을 얻은 사실까지는 확인했다. 양남희 웰바이오텍 회장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김건희 씨에게 직접 흘러간 자금이나 지시 정황은 끝내 입증하지 못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건희 의혹의 출발점이자 핵심으로 꼽혀 왔다. 법적 쟁점은 명확했다. 김건희가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거래에 참여했는지, 다시 말해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이 될 수 있는지였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직접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
주가조작을 실행한 이들과의 공모 관계도 입증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결국 무혐의 처분을 선택했다. 법조계에서는 “설령 무리하게 기소를 시도했다 해도 방조범 성립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정적으로 기소가 이뤄진다 해도 벌금형이나 징역 1년 내외 집행유예 수준이 최대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역시 비슷한 결말을 맞았다. 특검은 실무자들에 대한 기소에는 성공했지만, 정책 결정의 윗선까지는 수사를 확장하지 못했다. 이 사업은 원래 경기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계획돼 있었고,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상태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3년 5월, 국토교통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종점은 돌연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민주당은 노선 변경으로 사업비가 약 600억 원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이익은 김건희 일가에 집중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강상면 일대에는 김 씨 일가 명의의 토지 29필지, 약 1만 평 규모의 땅이 집중돼 있었다. 특검팀은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양평군청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자료 확보에 나섰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김모 국토부 과장을 핵심 피의자로 특정했다. 김 과장은 인수위 파견 당시 도로 사업 실무자들에게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포함된 대안 노선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특검은 김 과장을 포함한 실무진 7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당시 양평군수)은 출국금지만 연장됐을 뿐 직접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윗선’에 대한 압박 없이는 권력형 비리의 실체를 드러내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압 의혹은 그대로
특검은 수사 종료 직전, 김건희 씨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도 포착했다. 김 씨가 관저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2024년 5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복원됐다. 메시지에는 김 씨가 자신의 수사 진행 상황을 언급하며 “검찰국장에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시 김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후 검찰 고위 간부들이 대거 교체됐고, 김 씨는 검찰청이 아닌 대통령 경호처 부속시설에서 이른바 ‘황제 조사’를 받았다.
그해 10월 김 씨는 두 의혹 모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특검팀은 수사 무마와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의미 있는 단서를 확보했음에도, 소환 불응과 수사 기간 만료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미진한 사건들은 국가수사본부로 넘겨졌고, 경찰은 23명 규모의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통일교 의혹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건의 출발점은 통일교 2인자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이었다. 그는 통일교가 정치권 인사들에게 조직적으로 지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는 통일교 특검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야 간 입장 차로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특검은 떠났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남겨진 과제는 이제 경찰과 사법 시스템의 몫이 됐다. 김건희 의혹은 단순한 개인 비리 논란을 넘어선다. 왜 유독 이 사안들에서는 증거가 쌓이지 않았는지, 왜 수사는 항상 결정적 문턱 앞에서 멈췄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민중기 의혹이 동력 약화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민중기 특검은 과거 비상장 태양광 업체인 ‘네오세미테크’에 투자해 상장폐지 직전 주식을 매도, 약 1억 5천만 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업체 대표가 민 특검의 동창이라는 점 때문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민 특검은 “증권사 권유에 따른 정상적 거래”라고 해명했으나,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 본인이 유사한 의혹에 휘말리면서 “수사 주체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다.
본인 리스크뿐만 아니라 수사팀 내부의 잡음도 동력을 갉아먹었다. 특검팀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 과정에서 야권 정치인들을 기소했으나, 정작 민주당 관련 의혹은 제대로 파헤치지 않았다는 ‘편파수사’ 논란에 직면했다. 특히 민 특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 측 변호인과 비공개 차담(茶啖)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중립성 의심은 극에 달했다. 여기에 양평군청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강압 수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특검팀은 수사 후반부에 사실상 수사받는 처지로 전락하며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