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기 특검에게 김건희 수사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기’
█ 삼부토건으로 변죽 울렸다가 잔챙이들만 희생양으로 구속
█ 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 원희룡과 김선교는 조사조차 안해
█ 기소된 것 중 남은 혐의는 2개뿐…이 마저도 유죄 불확실
각종 범죄 의혹에도 윤석열 정권 내내 ‘성역’과도 같았던 김건희가 본국 시간으로 1월 28일 비로소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금품 수수 등 3대 의혹 가운데 통일교 부분만 유죄로 인정되면서 180일간 수사를 벌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낯부끄럽게 됐다. 하지만 이번 법원 선고는 그동안의 특검 수사 행태를 보면 예견된 시나리오였다는 것이 본국 법조계 내부의 시선이다. 본지는 1월 7일 ‘김건희 특검은 사실상 실패’ 보도를 통해 용두사미식 수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애초에 민중기 특검을 잘못 임명한 탓이 크다. ‘똥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은 정확히 민 특검을 가리키는 속담이다. 심지어 그는 김건희 관련 주식에도 투자했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김건희를 제대로 수사하기란 불가능했다. 이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마저 유죄 판단을 받아내는데 실패했다. 이는 수사 자체를 부실하게 해서 법원의 무죄 판결을 끌어내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심지어 어떤 의혹들은 기소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김건희에 제기된 의혹에 비해 법원의 판단이 너무 허망하여 국민들의 분노에 다시 불이 붙은 모양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에 김건희 특검이 김건희에게 구형한 양형은 총징역 15년 및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 4,800여만 원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김건희에게 1년 8개월만을 선고했다. 구형량이 잘못됐든, 선고가 잘못됐든 이처럼 구형량의 10분 1에 불과한 선고를 내리는 건 이례적이어도 한참 이례적인 일이다. 일단 도이치모터스 사건만 봐도 그렇다. 법원은 김건희가 주가조작 방조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으나 공동정범으로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이건 철저하게 특검의 잘못이다.특검이 기소를 공동정범 그리고 방조 혐의란 차선책으로 해야 했는데 특검은 공동정범으로만 했다. 공동정범이라는 것은 각자가 바로 주범이라는 얘기인데,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플랜 B를 계획해야 하는 것이 특검이었으나 그렇지 않았다.
이는 예견된 시나리오이자, 고양이들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다름 없었다. 민중기 특검은 작년 9월 검찰개혁이 화두에 오른 시점부터 파견 검사들이 친정으로 복귀한다고 난리를 치면서 수사 동력이 약화됐는데, 이때 반기를 든 검사들이 대부분 윤석열 정부에서 잘 나가던 검사들이었다. 특검팀에 파견된 친윤 검사들의 고의적인 태업이 이번 재판 참사를 빚은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의미다. 물론 민중기 특검이 출범할 때만 해도 기대는 대단했다. 실제로 특검팀의 첫 3개월은 순탄했다.
지난 7월2일 현판식을 한 후 한 달여 만인 8월12일 의혹의 정점인 김건희의 신병을 확보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달 29일에는 김 여사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한학자 통일교 총재도 잇따라 구속하며 수사에 속도를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특혜 의혹으로 특검 수사선상에 올라 10월2일 피의자 조사를 받은 경기 양평군 공무원이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동력이 한풀 꺾였다. 고인이 작성한 21장 분량 유서엔 특검팀에 대한 성토가 담겼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맡은 수사관들이 그를 조사하면서 당시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의 지시에 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라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통일교와 ‘정교유착’수사를 받으며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특정 결론을 유도하려 인권 침해에 가까운 조사 환경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팀을 향한 야권의 공세는 그달 중순 수사 총괄자인 민 특검의 미공개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더욱 거세졌다. 그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있던 2010년께 분식회계가 적발된 태양광 소재업체 네오세미테크의 주식을 매도해 1억 원 이상 수익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분식회계를 몰라 손해가 컸던 상당수 투자자와 달리 성공적 ‘엑시트’를 한 경위가 석연찮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회사는 민 특검의 고교, 대학 동기의 업체라는 점이 불을 지폈다.
특검팀은 증권사의 매도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주식을 추천한 지인이 누군지, 정확한 매도 시점이 언제인지 등은 끝내 밝히지 않아 비판 여진은 지속했다. 그달 말에는 민 특검이 대통령실을 찾아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시점은 특검팀 내부에서도 수사 동력이 최저점으로 떨어졌던 순간으로 꼽힌다. 설상가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한문혁 부장검사가 해당 사건에 깊이 연루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수년 전 사적으로 만난 사실이 드러나며 특검팀은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특검팀은 그달 26일 한 부장검사의 파견 해제를 결정했다.
수사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논란은 특검팀의 활동이 종료되는 이달까지도 이어졌다. 막판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봐주기 수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논란의 시작은 통일교 ‘정교유착’의 핵심 인물로, 2022년 대선 전후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조직적으로 후원한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법정 발언이었다. 지난 8월 18일에 이미 구속기소 된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20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혀 정계 안팎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사실을 모두 지난 8월 특검팀과 면담하며 털어놨고, 교단이 금품을 제공한 국회의원 명단까지도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팀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타 수사기관에 넘기지도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특검팀이 수사 단서가 되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 대상을 임의로 판단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배제했다는 비판론이 거세졌다. 특검팀은 법리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초에야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사건기록을 만들었다. 직무유기 논란이 거세지자, 이달 9일에야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시점으로부터 4개월이 지난 뒤에 이뤄진 조처였다. 그동안 수사도 안 하고, 사건 이첩도 안 해 사실상 사안을 뭉갰다는 날 선 비판까지 나왔다. 결국 특검팀은 해당 사안으로 역으로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국민의힘이 민 특검과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당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변죽만 울린 양평고속도로 사건
하지만 애초부터 특검 수사는 부실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삼부토건 의혹을 첫 수사 대상으로 잡은 것부터가 실수였다. 특검이 처음으로 기소한 대상 역시 삼부토건 전·현직 경영진이었다. 8월1일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어 주가조작의 핵심 기획자로 지목된 이기훈 전 부회장도 도주 55일
만인 9월 10일 검거돼 같은 달 26일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경영진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것처럼 허위·과장 정보를 흘려 투자자들을 기망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회사의 재무 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사업 수행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총 369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문제는 이 사건이 김건희 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검은 삼부토건과 김 씨를 잇는 연결 고리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주목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차 주포로 지목된 인물이며,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구명 로비’의혹에도 연루된 김 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역시 비슷한 결말을 맞았다. 특검은 실무자들에 대한 기소에는 성공했지만, 정책 결정의 윗선까지는 수사를 확장하지 못했다. 이 사업은 원래 경기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계획돼 있었고,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상태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3년 5월, 국토교통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종점은 돌연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민주당은 노선 변경으로 사업비가 약 600억 원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이익은 김건희 일가에 집중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강상면 일대에는 김씨 일가 명의의 토지 29필지, 약1만 평 규모의 땅이 집중돼 있었다. 특검팀은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양평군청을 동시에 압수 수색하며 자료 확보에 나섰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김모 국토부 과장을 핵심 피의자로 특정했다. 김 과장은 인수위 파견 당시 도로 사업 실무자들에게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포함된 대안 노선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특검은 김 과장을 포함한 실무진 7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당시 양평군수)은 출국금지만 연장됐을 뿐 직접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윗선’에 대한 압박 없이는 권력형 비리의 실체를 드러내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미 출신 우인성 부장판사
이제 김건희에게 남은 혐의는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교인의 집단 당원 가입을 요청한 혐의, 공직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도 각각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마저도 유죄가 불확실하다. 일단 이 사건의 재판장이 이번에 김건희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우인성 부장판사다. 경북 구미 출신인 우인성 부장판사는 청주 충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29기로 수료했다. 우 부장판사는 2024년 2월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겨 선거·부패 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7부를 맡아 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통일교 정교 유착 의혹과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의혹 등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기소한 주요 사건들을 심리하고 있어 향후 재판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