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범죄’
█ ‘렌트산다’는 주택은 생판 모르는 남의 집
█ 주미대사관 아닌 무관부 직접소송은 처음
█ 행정직원 연봉 2만4천달러 ‘마켓알바수준’
주미 한국대사관의 행정직원이 주택임대계약서 등을 허위 작성, ‘주거보조비를 부정으로 받았다’라며 행정직원과 행정직원의 미국인 남편, 그리고 행정직원의 지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 행정직원은 약 3년간 2023년 당시의 남자친구, 그 이후 현재의 남편의 집에 살면서도 지인의 집에 사는 것으로 위장, 31개월간 6만 2천여 달러의 주거보조비를 부정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행정직원의 주거 보조비 부정 수령 등은 감사원 감사 등에서 종종 적발됐지만, 주미한국대사관이 선제적으로 이를 적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임대계약서위조를 통한 주거보조비 수령은 범죄이다. 하지만 행정직원은 연봉이 2만 4천 달러로, 편의점 알바 수준으로 최저생계도 힘들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현재 임금으로는 불법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적정 임금 지급이 절실하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주거비보조금 불법 수령 혐의
지난 2020년 8월부터 주미한국대사관 무관부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하는 A씨. A씨는 지난해 11월 주거보조비 부정수령혐의로 해고됨과 동시에 올해 1월 남편, 자신의 지인 등과 함께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미한국대사관은 지난 7일 메릴랜드주 연방법원에 A씨와 A씨의 남편인 미국인 B씨, 그리고 A씨와 B씨의 친구인 한국인 C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주거보조비 피해액 6만여 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액 7만 5천달러, 변호사비 등의 배상을 요구했다. 소송원고는 주미한국대사관의 무관부로서, 연방소송사건 검색시스템을 조회한 결과 주미한국대사관 명의가 아니라 무관부명의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관부는 소송장에서 ‘A씨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무관부 행정직원으로 근무했으며, 한국 정부는 A씨가 실제로 주택을 임대해서 주거하는 때에만 렌트비의 일부를 주거비보조금으로 주택소유주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조건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무관부는 ‘하지만 A씨는 당시 남자친구이자 현재의 남편 B의 집에 살고 있었지만, C씨 소유의 집을 임대해서 거주하는 것처럼 임대계약서를 위조, 주거보조비를 받아내기로 하고, 이들과 공모를 하는 방법으로 나랏돈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무관부에 따르면 A씨의 실제 거주지는 메릴랜드의 콜롬비아, 하지만, 메릴랜드 엘크릿지소재 한국인 C씨의 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속였다.
임대계약서 위조, 6만 달러 부정 수령
하지만 엘크릿지의 주택은 C씨의 주택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미국인의 주택을 범죄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무관부는 A씨가 단 한 차례도 엘크릿지의 주택을 임대한 적도, 이곳에 거주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C씨의 집에 산다며 주거보조비를 신청했고, 무관부는 주거보조비를 집주인으로 신고된 C씨에게 직접 지급했다는 것이다. 무관부는 ‘A씨가 2023년 4월 30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매달 2,400달러씩 1년간 임대한다는 계약서를 위조한 뒤 주거보조비를 신청했고, 2023년 4월 25일 1,700달러를 받은 뒤 2023년 5월 25일부터는 매달 25일 1,900달러씩을 지급받은 뒤 3명이 나눠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주장했다.
즉, 한국 정부는 행정직원에게 주택임대료의 약 80%를 주거보조비로 지급하고 있다. 현재 행정직원 채용규정상 명확하게 몇 프로를 지급한다는 규정은 없고 ‘국가별 실비 상한 내에서 지급하며, 공관에서 임대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A씨는 2024년 5월 1일, 다시 엘크릿지의 주택을 임대했다며, 2025년 4월 30일까지 임대계약서를 위조해서 제출했고, 이때는 한 달 렌트비가 2백 달러 인상된 2,600달러로 기재했다는 것이 무관부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A씨 등 피고들은 2024년 6월부터는 2,110달러씩의 주거보조비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 2025년 5월 1일부터 2026년 4월 30일까지 다시 1년 임대계약서를 위조, 제출했고 이때 월 임대료는 2,600달러라고 기재했다. 미국에서는 통상 2년 단위로 임대료가 인상되므로, 전년과 같이 2,600달러로 기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무관부는 2025년 10월 24일까지 매달 2,110달러씩을 지급했으나, 임대계약서 위조 사실을 적발, 지급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관부는 소송장에서 A씨의 해고 여부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지만, 2025년 11월까지 근무했다고 밝힘에 따라, 임대계약서 위조 적발 뒤 근로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관부는 A씨와 남편, 지인 등 3명이 임대계약서를 위조, 모두 31차례, 6만 2,060달러의 주거보조비를 부정 수령했으며, 이는 사기, 횡령, 부당이득, 공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부정수령액 전액과 징벌적 배상액 7만 5천 달러, 변호사비 등의 배상을 요구했다.
편의점 알바 보다 못한 처우
한편 재외공관 행정직원의 임금은 지금도 극도로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사실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인됐다. 행정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 행동을 하고, 단체교섭을 했음에도 아직도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12월 뉴욕총영사관의 행정직원 채용공고를 보면, 하루 7시간씩 5일, 주 35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기본급이 월 2천 달러, 상여금은 100%, 즉 2천 달러였다. 즉, 1년 연봉이 2만 6천 달러다, 여기에 재외공관 근무 경력에 따른 가산금, 시간 외 근무 수당이 지급되고, 의료보험과 주거보조비로 실제금액의 약 70-80%가 지급된다. 이 정도라면 편의점 알바보다 못한 수준이다. 흔히들 공무원의 박봉에 대해 ‘퇴직금, 연금을 빼면 편의점 알바 수준이에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재외공관 행정직원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 기본급이 연봉 2만 4천 달러라면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 열정만을 강조하는 ‘열정페이’ 수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 재외공관은 세금이 면제되므로, 일반직장처럼 직원들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최소 10년간 근로소득세를 내야 67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행정직원들은 재외공관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올해 근무해 봐야, 퇴직하면 미국 정부의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퇴직 뒤에 10년간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해서 간신히 연금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가 많다. 주미대사관 행정직원이 임대계약서를 위조, 주거보조비를 부정 수령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며, 현행법을 위반한 사기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재외공관 행정직원들의 ‘편의점 알바 수준의 열정페이’에 대해서도 진지한 개선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