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와 국민의힘…20년 밀월관계 실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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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적인 당원 가입으로 정당 헤게모니 잡고 뒤흔들어
█ 이재명은‘마귀’,추미애는‘음녀 ’여론몰이하며 선거 개입
█ 윤석열 대통령 만든 것도10만 신천지 신도의 당원가입
█ 통일교 비롯한 사이비종교집단 정치참여 발본색원해야

한국 정치에서 종교와 권력의 거리는 늘 논쟁의 대상이었다. 헌법이 정교분리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현실 정치의 현장에서는 종교 조직의 영향력이 반복적으로 거론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통일교다. 본지는 1987년 통일교 문선명교주가 전두환 군사정권이나 대기업과 유착해 교세를 확장하고, 문선명 교주와 당시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모친과 여동생이 관련된 ‘피가름’ 교리와 난잡한 여자관계들을 비롯해 6‧3빌딩 건축허가 등과 관련, 밀착관계를 취재하다 전두환 군사정권에 탄압을 받기도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종교와 정치권력의 유착이 40년이 가까운 2026년인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집요하게 제기돼 온 의혹이 보수 정당 계열과 신천지의 관계다.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정당의 이름이 바뀌고 선거가 여러차례 치러지는 동안에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의혹은 ‘사건’이 아니라‘구조’에 가깝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종교권력 유착 의혹의 현재형 주체는 국민의힘이다. 본지가 40년 전 통일교의 속살을 파헤칠 때도 뒤에는 군사정권이 있었다. 이 연결 고리는 한나라당, 새누리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통일교에 더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까지 국민의힘과 손잡았을 뿐이다. 신천지와 정치권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의 특징은 명확하다. 공개적인 정책 협약이나 정치적 지지 선언은 거의 없었다. 대신 반복적으로 등장한 키워드는 ‘동원’, ‘위장’, ‘침투’였다. 신천지 신도들이 일반 유권자나 자원봉사자로 가장해 특정 시기에 집단적으로 움직였다는 주장이다.

신천지와 국민의힘의 유착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천지 전직 청년회장 차모씨는 사단법인 하늘사다리 문화센터를 만들고 성경 공부를 한다며 수강생을 모집했다. 차 씨는 하늘사다리 이사장 명의로 정치권과 접점을 넓혀간 것으로 보인다. 합수본도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3년 신천지의 ‘서청원 대표최고위원 경선 시 지원사항 및 향후계획’자료에는 전화 홍보와 인터넷 팬카페 가입 등을 통해 서 전 의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향후 계획으로 각 지구당에 청년 당원을 입당시키고, ‘차기 전당대회 시 큰 뜻을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당원 배가 활동에 중점’을 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 당시 서 전 의원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도 신천지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2005년부터 당비를 일정 기간 납부한 당원에게 후보자 선출권을 주는 책임당원제도가 도입되면서 당원 확보가 중요한 시기였다. 당시에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에 가까웠지만, 이후 신천지 탈퇴자들의 증언과 내부 교육 자료 일부가 공개되면서 의혹은 다시 주목받았다. 정치적 목적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외부 활동’, ‘상황별 대응’같은 표현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신천지 전직 간부들은 “신도들은 당시 신천지가 없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탈퇴자는 “한나라당에 당비를 납부하고 당원으로 가입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당비는 추후 신천지에서 지급해 준다고 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2012년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당명과 신천지가 관련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선 직전까지 공방이 이어졌다.

거의 모든 선거에 개입

이 의혹은 중앙 정치보다 지방 정치에서 먼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방선거와 당내 경선은 소수의 표 차이로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조직력이 강한 집단이 개입할 경우 체감 효과가 크다. 실제로 일부 지방의원과 당협 관계자들은 “선거철만 되면 낯선 얼굴들이 갑자기 늘어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 문제는 이 ‘낯선 얼굴들’이 선거가 끝나면 흔적 없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역 사회 활동이나 당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특정 시점에만 등장했다는 증언은 의혹을 키웠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황 증거에 불과했고, 공식 조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름은 바뀌어도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보수 정당의 간판이 바뀌는 동안에도 유사한 문제 제기는 반복됐다. 한나라당 시절, 새누리당 시절, 그리고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신천지 연관 인물”을 둘러싼 논란은 선거 때마다 불거졌다. 특정 후보 캠프에서 신천지 신도로 알려진 인물이 활동하고 있다는 제보, 선거 사무소 주변에서 신천지 조직이 움직였다는 주장, 내부 문건에 정치권 접촉이 언급됐다는 폭로까지 형태는 다양했다. 정당은 그때마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 “개인의 종교 활동일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의혹이 해명으로 끝났음에도, 다음 선거 국면에서 비슷한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는 점은 설명이 필요하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은 신천지를 둘러싼 논란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이전까지는 ‘음지의 종교’ 혹은 ‘사회적 논란 단체’로 인식되던 신천지가, 국가 방역 시스템을 흔드는 변수로 떠올랐다. 코로나19초기 신천지 교인이 확진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고발이 쏟아졌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신도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신도들이 오히려 음지로 숨어버릴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다가 3개월 만에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 총회장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압수수색을 막아준 것에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반면에 당시 과천의 신천지 시설에 강제 진입해 신도 명단을 확보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마귀’, 추미애 장관은 ‘음녀’라고 불렀다는 게 신천지 탈퇴자들의 설명이다. 합수본 측은 코로나 사태 이후 신도 5만 명이 국민의힘에 가입했다는 진술과 당시 가입한 당원 명단 일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강제수사를 통해 신도 명단 등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인하는 정당, 선 긋는 종교

2021년엔 총무 대행을 맡은 전도부장 주도로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5∼7월경부터 국민의힘 당원 가입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압수수색을 막아준 윤 전 대통령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말에 당원으로 가입하고 전당대회에서 그를 뽑았다는 것이 탈퇴자들의 주장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경선 과정에서 신천지 신도 10만 명이 가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천지 탈퇴자들은 대선이 있던 2022년 고 전 총무가 복귀하면서 본격적으로 당원 가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지파마다 할당량이 내려오면 지파장→교회 담임→청년회장·장년회장·부녀회장을 거쳐 당원 가입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2023년에는 이른바 ‘필라테스’라는 이름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등 보다 조직적인 당원 가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천지 관계자들의 텔레그램 내용을 보면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과천 의왕이 아니더라도 과천 소재로 가입하는 방법’이라며 ‘현재 확보된 과천 소재 주소10∼20개 가량 내려줌. 내려온 주소에서 호수 바꾸는 식으로 가입 가능’ 등의 대화가 오갔다. 신도 이름과 함께 ‘필라테스 관련해서 구체적인 사항 이야기 나눔, 주소 과천으로 하기로 함’ 등의 보고도 있었다.

신천지 측은 일관되게 정치 개입 의혹을 부인해 왔다. 교주 이만희 역시 여러 차례 “정치는 세상의 일이며 교회와 무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민의힘 역시 조직적 연계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식 협약, 지침, 지시 문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와 종교의 관계는 항상 공식 문서로만 남지 않는다. 법원 판결문, 국회 속기록, 지방선거 관련 내부 제보, 탈퇴자 증언 등은 흩어져 있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하나하나는 결정적 증거가 아닐지라도, 장기간 누적되면 설명이 필요한 질문이 된다.

신천지, 소나기 피하면 반격 시작할 것

정치학자와 종교사회학자들은 이 문제를 ‘확정된 커넥션’ 보다는 ‘구조적 유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조직력이 강한 종교단체는 정치권에 접근할 유인이 있고, 정치권은 표와 동원의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것이 실제 조직적 공모로 이어졌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국민의힘과 신천지의 20년 커넥션 의혹은 아직 결론에 이르지 않았다.

확인된 것은 ‘관계’가 아니라 ‘의혹의 지속성’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반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왜 이 의혹이 20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 역시 정치권의 몫이다. 실체가 드러날지는 앞으로의 수사, 추가 증언, 그리고 정당의 투명성 강화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질문이 더 이상 음모론으로만 치부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는 점이다. 이 의혹이 어떤 결론에 이르든, 한국 정치가 종교와의 거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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