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뉴욕지점, 돈세탁방지법(BSA) 위반 적발 파장 안팎

■ FRB-뉴욕주정부‘기업은행 돈세탁방지 시스템 미흡’제재 논란

■ 미국정부가 요구하는 BSA 법안 기본적 조치조차 준수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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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면구긴 기업은행…뒤늦게 허둥지둥’

유엔안보리가 강력한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돈줄을 막는 강도높은 금융제재에 착수한 가운데 한국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이 돈세탁방지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미국금융당국에 적발됐다. 다행히 돈세탁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이를 준수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사실만 적발된 것으로 보여 자체시정합의서를 작성하는데 그쳤지만 한국이 대북제제결의안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라는 측면에서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누구보다도 대북제재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장치가 부족했던 셈이어서 자칫 한국정부가 대북제재를 요구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비록 미국에서 영업하더라도 미국은 물론 한국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한국금융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IBK기업은행 뉴욕지점의 돈세탁 방지 연방규정 위반으로 감독국 감사에서 적발된 사안들을 <선데이저널>이 추적 취재해 보았다.
박우진(취재부기자)

돈세탁IBK기업은행이 돈세탁방지등에 대한 연방규정등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다가 연방과 뉴욕주 금융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확하게는 뉴욕에서 영업하고 있는 IBK기업은행 뉴욕지점이 이 같은 사항을 위반했다가 금융당국의 감사에서 적발된 것이다.
돈세탁방지규정 준수 등은 미국정부가 각 금융기관에 최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기본적 조치로서,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은행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미국금융감독당국이 이 같은 사항을 적발함에 따라 기업은행은 권선주 은행장이 연방준비은행 및 뉴욕주정부와 돈세탁방지 규정 등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시정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기업은행은 돈세탁방지등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만 드러났고, 구체적으로 돈세탁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적발되지 않아 자체 시정조치선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구체적으로 기업은행이 돈세탁에 이용됐다는 사실이 적발됐다면 자체시정조치에 그치지 않고 지점폐쇄 등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점에서 이 같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들 돈세탁방지 위반 적발 전무

그동안 한국은행의 지점들이나 한국계은행들이 자산건전성 등에서 은행 재정면에서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은 적은 있지만 은행의 근간을 흔드는 돈세탁방지규정준수문제(BSA규정)등으로 적발된 적은 전무했다는 점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한국정부가 한때 지분의 80%상당을 보유했고 그동안 꾸준히 매각했지만 오늘 현재 전체 주식의 51.5%를 보유한 사실상의 정부주도의 은행이다. 기업은행 본점에 대한 감독기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재무부, 국회 등이며 뉴욕지점은 뉴욕연방준비은행과 뉴욕주 재무서비스국등 2개기관의 감독을 받게 된다. 뉴욕지점은 미국에서 영업함으로 당연히 미국 2개기관의 감독을 받지만 기업은행의 자회사 이므로 실질적으로는 한국 감독기관의 감독을 받게 된다. 실제로 한국 금융감독원 등이 2년전 기업은행 뉴욕지점 등에서 파생금융상품관련 현지감사를 실시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한국정부가 절대적 최대주주인 은행이며 한국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의 핵심수단인 돈세탁방지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한국정부가 제대로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망신을 당한 셈이다. 자칫 북한에 동정적인 중국과 러시아 등이 한국은행이 돈세탁방지규정을 어긴 사실을 들고 나온다면 대북제재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 뉴욕주 재정서비스국 보도자료 2016년 3월 1일

▲ 뉴욕주 재정서비스국 보도자료 2016년 3월 1일

뉴욕주 재정서비스국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한 것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채택 하루 전인 지난 1일이었다. IBK기업은행이 최근 뉴욕연방준비은행과 뉴욕주 재정서비스국의 감사에서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 연방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규정 등 돈세탁방지관련 의무규정을 준수함에 있어 미흡한 점이 적발됐다고 공식발표한 것이다. 재정서비스국은 은행측에 적절한 대책을 요구했고 은행측은 뉴욕연방준비은행, 뉴욕주 재정서비스국과 돈세탁방지규정을 제대로 준수할 수 있는 방안등을 수립해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시정합의서에 서명했다고 강조했다.

뉴욕주 재정서비스국은 기업은행 뉴욕지점이 돈세탁방지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돼 있는 의심스러운 계좌 적발과 이에 따른 위험관리에 필요한 충분한 자원을 배분해 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정서비스국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미비했는지는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하루 입출금이 1만달러이상 계좌는 반드시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이 이를 담당할 전담인력을 지정해 놓지 않았거나 이에 대한 적발, 보고시스템을 적절히 운용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BSA 위반 적발 시스템 확보 시행합의

이에 따라 기업은행측과 연방준비은행 등 미국금융감독당국은 돈세탁방지규정을 반드시 준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고 이를 시행한다는 선에서 합의하고 지난달 24일 시정합의서를 서명한 것이다. 이 시정합의서에 따르면 뉴욕연방준비은행과 뉴욕주 재정시비스국의 최근 감사에서 돈세탁방지규정시행이 미흡했음이 적발됐고. 기업은행 본점은 지난달 17일 은행이사회를 열고 권선주 기업은행장과 차재영 뉴욕지점장에게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전권을 부여했고 이에 따라 권행장과 차지점장이 시정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명시돼 있다.

이 합의서에서 기업은행이사회와 뉴욕지점은 앞으로 60일이내에 은행비밀법, 돈세탁방지법, 해외자산통제법에 맞게 내부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서면으로 작성, 보고해야 한다. 또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앞으로 매 분기마다 이 계획이 재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도 자체점검 한 뒤 역시 서면으로 보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합의서의 첫째 항목은 내부관리규정의 확립과 준수이다. 은행 이사회가 기업은행 뉴욕지점이 돈세탁방지규정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효율적으로 통제해야 하며, 의심스런 계좌에 대한 보고여부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개선하고, 뉴욕지점의 고위 간부가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추적하고 검토해야 하며 적극적으로 이 업무에 개입한다는 데 합의했다.

합의서 둘째 항목은 돈세탁방지법에 관한 것으로 해외금융기관과 연결된 계좌를 엄격히 관리, 통제하고 의심스런 계좌는 즉각 보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자원을 배분, 이들 계좌를 주기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며, 이같은 제도적 장치가 가능하도록 적절하고 정확하게, 신속히 조치하라는 것이다. 또 이같은 계좌에 대해서는 고객의 타입, 이용서비스의 종류, 고객이나 계좌의 위치, 궁극적으로 혜택을 받는 계좌의 주인등을 파악하는등 모니터를 위한 문서상의 기법, 즉 각 계좌 관련 사항을 문서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 기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합의서 셋째 항목은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법 준수에 관한 것이다. 해외자산통제국이 발표하는 금융제재 대상 리스트를 잘 파악하고 이들과의 금융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또 반복적이고 주기적으로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절차등을 확립하고, 금융제재대상 리스트는 항상 업데이트한다는데 합의했다.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국은 미국정부나 국제사회의 금융제제대상을 확정 통보하는 곳으로 미국의 대북제재리스트도 바로 이 기관을 통해 확정된다.

매분기 만료 30일전 개선실적 보고 의무화

이 합의서의 모든 사항에 대해 기업은행과 기업은행뉴욕지점측이 서면계획을 작성, 60일이내에 제출해야 하며 특히 구체적으로 시기별 이행계획에 대한 타임플랜을 명시하도록 했다. 기업은행 내부관리강화, 은행비밀법, 돈세탁방지법, 해외자산통제법등에 대한 합의서이행을 조목조목 항목별로, 이행시기까지 명시한 서면계획을 내라는 것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 등이 이 같은 서면계획을 검토, 승인하면, 은행은 10일이내에 서면계획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또 매분기가 만료되면 30일이내에 각분기 개선실적등을 보고해야 한다. 특히 이 합의서는 추후 금융당국의 다른 조치가 있을 때까지 유효하다고 밝혔다. 무기한 이 조치가 실시되고 금융당국이 합의서가 이행됐다고 판단, 문서상으로 종결명령을 내릴 때까지 유효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앞으로도 적지 않은 기간,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옴짝 달싹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 것이다.

권선주
뉴욕주 재정서비스국등이 최근 1년간 돈세탁방지규정 위반 혐의로 은행측과 자체시정합의서를 채택한 것은 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은행측의 사기혐의 등으로 제재를 가한 적은 있지만 돈세탁방지규정 위반사실이 적발된 적은 없었다. 특히 한국은행이나 한국계은행이 돈세탁방지규정위반혐의로 적발된 적도 전무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기업은행 뉴욕지점이 돈세탁방지규정위반혐의로 적발되고 시정합의서를 작성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금융계의 지적이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뉴욕에서 예금등 소매금융은 취급하지 않고 기업등을 대상으로 대출업무만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들은 ‘열외’로 생각하고 돈세탁방지 규정 준수 의무 등을 등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미국내 유일한 기업은행 브랜치로서 한국기업 미국자회사에 대한 대출, 재미동포에 대한 상업용 대출, 수출입 신용장 개설, 기업은행의 달러화화폐 전세계 송금등 4가지 업무를 담당한다. 즉 소매금융을 통해 수시로 돈이 입출금되는 은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심스런 계좌보고 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실 예금 등을 받지 않으므로 의심스런 계좌로 분류되는 하루 만달러이상의 입출금 거래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매업무 은행보다는 이 같은 규정에 덜 민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미국금융감독당국이 소매금융을 하지 않는 외국계은행에 대한 감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적발한 것은 어떤 업무를 취급하던 간에 돈세탁방지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북제재 결의 준수 진정성에도 영향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한국금융당국과 기업은행측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금융감독당국 발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고 권선주 기업은행장과 차재영 뉴욕지점장에게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전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은행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증시에 공시하지 않는 등 주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한국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미국에서 영업하는 은행이기에 앞서 한국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한국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이를 한국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한국금융당국은 은행보고와 별도로 돈세탁방지규정의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국민들과 주주들에게 알렸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특히 국제사회가 강도 높은 대북제재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이에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돈세탁방지가 미흡하다는 사실이 한국금융당국도 아닌 미국금융감독당국에 의해 적발됐다는 점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대북제재결의안 준수를 호소하는 한국정부의 진정성에 타격을 줄 사안이라는 점에서 한국정부의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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