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앞두고 검은 발톱 드러낸 홍석현의 ‘대망론’ 심층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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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형태로든 대한민국을 바꿔야한다’ [리셋코리아]

못다 이룬 홍석현의
정치적 야욕과 야망, 이번에는?

홍석현언론업계의 루머처럼 떠돌던 ‘홍석현 대망론’이 점차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홍석현 대망론’이란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의 대통령 되기 프로젝트를 말한다. 홍 회장은 대선이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에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중앙일보와 JTBC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홍 회장은 특히 연말연시 대한민국을 가득 채웠던 촛불 민심의 열기를 극찬하며 자신이 진보와 보수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있는 인사임을 내세우고 있다. 홍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주한미국 대사를 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하려고 하는 등 틈만 나면 정치적 욕심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문턱에서 좌절해 왔는데, 이번에는 대통령 또는 적어도 ‘킹메이커’가 되기 위해 오래 기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손석희 사장을 영입해 JTBC를 대표적 진보매체로 만들면서, 보수적 논조의 중앙일보와 함께 균형을 맞춘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홍 회장의 아들 홍정도 중앙일보 대표이사가 꾸준히 삼성그룹 현안에 관심을 가져온 것도 홍 회장의 대망론과 전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연 훈 (선데이저널 발행인)

홍석현 회장은 1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리셋코리아: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 환영사에서 “광화문 광장의 촛불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며 “어떻게 하면 촛불에서 확인된 민심이 하나로 모여 희망찬 나라가 다시 설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홍 회장은 “‘이게 나라냐’ 하는 말이 어느새 유행어가 되었다. 하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며 “고민 끝에 작은 결론을 내리게 됐다. 바로 ‘리셋코리아’다.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셋코리아는 “민심이 대안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중앙일보와 JTBC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중 프로젝트다.

이어 홍 회장은 “몇몇 지도자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아니라 온 시민이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시민이 원하는 나라, 시민이 원하는 미래를 시민이 나서서 디자인해보자”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홍 회장의 발언은 단순히 언론사 사주의 말이라기 보다는 정치인의 말에 가깝다. 따라서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또는 ‘킹메이커’가 되려는 홍 회장의 정치적 발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리셋코리아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진보와 보수 인사들이 망라되어 있다. 얼핏 보기에는 정부각료 명단 같았다.

반기문 용트림에 홍석현도 행동개시

홍 회장의 이러한 움직임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홍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신양명’의 야욕을 드러내어 왔다. 대표적인 것은 2006년 유엔사무총장 도전의사를 드러냈던 일이다.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호선하는 시스템이었는데, 2007년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아시아 몫이었다. 원래 이 사무총장 자리를 노렸던 인물이 바로 홍석현 회장이었다.

제3의제국당시 그는 유엔 사무총장을 거치고 대통령에 도전하겠다는 플랜을 세웠다고 알려지는 야심가였다. 그는 이 플랜의 첫 단계로 2005년 노무현 정부 주미 대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 해 말 갑작스럽게 터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중도하차하였다. 홍 회장의 불행은 반기문의 행운이 되었다. 승진과 출세에 동물적 감각이 뛰어난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유엔 사무총장 도전의사를 밝히고 그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내 마침내 자신이 꿈에서도 꾸어보지 못했던 자리에 올라가게 되었다.

반 총장은 10년 동안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호가호위하는 동안 홍 회장은 본국에서 이를 갈았다. JTBC라는 종합편성채널을 키우면서 언론재벌의 면모를 과시했다. 의외였던 것은 JTBC가 대표적 진보 매체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보수매체인 중앙일보를 염두에 두면 JTBC의 이 같은 방향설정은 파격적이었다. 당시 본국 언론계에서는 보수 – 중앙, 진보 – JTBC의 구도는 홍 회장의 뜻이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말이 많았고, 해석도 분분했다. 그 때는 의아해했던 홍 회장의 방침은 최근 대선이 다가오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분위기다. 바로 홍석현 대망론의 일환에서 추진된 것. 홍 회장은 지금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JTBC와 중앙일보란 ‘두 날개’로 절묘하게 날고 있다.
홍 회장을 둘러싼 주변의 각종 낭설은 홍 회장 본인의 행보에서 비롯되고 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던 8월 중순, 홍 회장은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러시아지역을 답사하며 “대북정책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초당적인 원칙에 합의할 때”라고 제안하고 있었다.

지난해 중앙일보 창간 50주년을 기점으로 중앙일보·JTBC 경영권을 상당부분 아들 홍정도 사장에게 넘겼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홍석현-송필호 체제에서 이미 홍정도-반용음 체제로 교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 회장의 관심은 ‘미래권력’이다. 그는 한반도포럼 고문으로서 신동북아공정이라는 기치를 걸고 수십 명의 명망가들과 함께 북·중 국경지대를 답사하고, 한국기원 총재로서 알파고에게 명예9단 인증서를 전달하는가하면, 최근에는 민간싱크탱크 ‘여시재’의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무주공산 조기 대선에 반기문 대타될까

홍석현 대망론은 이미 언론업계에서 파다한 이야기다. 정윤회 문건 단독보도 때문에 세계일보 사장직에서 쫒겨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작년 여름 “제3의 개국”이라는 책을 냈다. 홍석현의 정치적 야망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읽혔다. 책에는 “반기문 대망론 vs 홍석현 대망론”이란 장도 있다.

그렇다면 홍 회장의 진짜 꿈은 무엇일까. 현재까지만 보면 홍 회장이 직접 대선후보로 나서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지지율도 낮고 정치적 기반도 부족하다. 하지만 두 가지만 빼고는 홍 회장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삼성家와의 혼맥, 삼성코닝 주식을 통한 재력, 진보·보수와 국내·국외를 망라한 넓은 인맥 등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강력한 힘은 언론사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개국 5년 만에 각종 언론신뢰도·영향력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JTBC와, 조선일보에 이은 국내유료부수 2위 중앙일보를 소유하고 있다.

즉 현재까지는 아니어도 앞으로는 얼마든지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는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70이 가까운 나이(49년생)에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나 있는듯하다. 이것은 반기문 한계론과 맞물려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현재 대선 주자 지지율 중 2위를 달리고 있으나, 본국 귀국 후 잇따른 구설에 휘말리며 지지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23만불 의혹이 점점 사실로 굳어져 가며 중도 낙마의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동생 조카들의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 72매각과 관련한 국제사기행각으로 조카 반주현이 미 연방검찰에 체포되고 동생 반기상씨도 수배자가 되는 등심각한 내우외환을 겪고 있어 중도 하차가 엿보이고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 그 자리에 홍석현이 보수와 중도세력을 아우르는 대선 주자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아니어도 보수 중도를 대신할 주자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나설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삼성에 역성혁명 일어나나

홍 회장의 야욕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최근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행보와 대조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최순실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후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어 왔으나,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부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법원 피고인석에 앉게 된 만큼 삼성그룹에서 가장 입김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재용 부회장의 모친이자 홍석현 회장의 누이인 홍라희 여사다.

홍라희홍 여사는 삼성그룹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홍 관장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0.77%이며 이 부회장은 0.6%다. 와병중인 이 회장의 지분은 3.38%인데, 이 회장의 건강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분의 상당부분이 홍 여사에게로 갈 수 있다. 홍 여사의 역할 변화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홍석현 회장도 이런 가운데 어느 정도의 입김을 발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팩트 하나는 홍석현 회장의 아들인 홍정도 중앙일보 대표이사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과 꾸준히 연락하고 지낸다는 사실이다. 임 전 고문은 이건희 회장의 딸 이부진 호텔신라의 전 남편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가풍 상 이혼한 사람은 완전히 연락이 차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둘의 사이는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꾸준히 삼성관련 소식들을 팔로우 해왔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나 경영 관련 기사들만 팔로우했다. 그것도 모두 그룹 경영에 관련된 기사들이다. 주로 삼성그룹의 빌딩 매각, 인사 및 조직개편, 사업구조 개편, 경영 실적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표면적으로 중앙일보·JTBC를 경영하는 홍정도 대표가 삼성 경영에 관심 가질 이유는 언론사 사주라는 이유 밖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가 삼성그룹에 남다른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배경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평생을 금수저 물고 태어나 지금까지 남부러울 것 없이 고생한번 하지 않은 홍석현 회장의 대권 야망론이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 초미의 관심사다.
여기에 지검장 출신 동생 홍석조 보광그룹 회장의 거침없는 행보와 삼성을 향한 야욕의 숨겨진 발톱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홍라희-홍석현-홍석조’ 3남매의 숨겨진 ‘역성혁명’ 시나리오가 궁금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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