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이란 테러사건 희생자…기업은행 소송 기각판결 무엇이 갈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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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중 다수, 증거, 행위지 모두 미국 아니다’

이란 테러사건 희생자들이 미국 연방법원에 한국 기업은행을 상대로 55억 달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자 기업은행이 소송 닷새 만에 소송장도 송달받지 않은 상태에서 연방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은 소송원고 중 일부가 터키 국영은행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이를 기각시켜달라고 요구했고, 원고들은 바로 그 다음날 현행법상 소송당사자들이 겹친다고 해서 기각할 수도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연방법원이 지난달 중순 테러피해자들이 터키국영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터키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관할권 없음’으로 기각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다. 특히 기각판결을 내린 판사는 기업은행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로 밝혀져, 기업은행 사건도 한국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정부의 자산 해제와 관련, 테러희생자들이 미국 연방법원에 한국 기업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5

▲ 유정현 이란대사가 지난달 22일 이란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이란정부 측 관계자를 만나 동결자산 해제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

▲ 유정현 이란대사가 지난달 22일 이란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이란정부 측 관계자를 만나 동결자산 해제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

5억 달러 손해배상소송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은행이 이 소송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다행히 연방법원에서 기각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988년 탄자니아와 케냐에서 발생한 이란정부의 테러사건과 관련, 테러희생자 323명이 지난달 14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기업은행을 상대로 55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자 기업은행이 놀랍도록 민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소송 닷새만인 지난달 19일 변호인을 통해 이 소송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이 소송장도 송달받기 전 전광석화처럼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이 소송이 한국-이란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난 1월 중순 본보 우려를 입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벌벌 떨던’기업은행에 ‘한줄기 빛’

기업은행은 지난 1월 19일 모리슨포스터 로펌을 통해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이 소송은 미국의 이란제재법등에 의거, 사기송금의혹 등 4가지 이유로 자산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원고의 일부는 터키의 국영은행 할크뱅크를 대상으로 동일한 4가지 이유로 자산반환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이 소송의 원고는 할리뱅크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재판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모리슨포스터 측은 ‘변호사의 임무는 여러 개의 민형사소송이 동일한 이유로 제기된 경우 불필요한 사법권 낭비 등을 막기 위해 이를 재판부에 통보토록 돼 있다’며 서한제출 이유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실상 동일한 소송을 두개의 서로 다른 피고를 상대로 제기됐으므로, 기각시켜 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 이란테러희생자 측은 기업은행 측이 재판부에 서한을 제출한지 하루만에 반박서면을 제출하고 ‘동일한 소송이유나 유사한 원고라는 이유로 연관된 소송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으며, 비록 비슷한 소송논리를 가졌더라도 피고는 다르므로 연관된 소송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이란테러희생자 측은 기업은행 측이 재판부에 서한을 제출한지 하루만에 반박서면을 제출하고 ‘동일한 소송이유나 유사한 원고라는 이유로 연관된 소송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으며, 비록 비슷한 소송논리를 가졌더라도 피고는 다르므로 연관된 소송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테러피해자 측은 바로 그 다음날인 1월 20일 이를 반박하는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테러피해자 측은 ‘기업은행 상대소송은 할크뱅크소송과 원고 일부가 다르며, 반환을 요구하는 자산과 피고, 쟁점도 다르다. 원고가 할크뱅크 소송을 재판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두 소송이 연관된 소송임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동일한 소송이유나 동일한 원고라는 이유만으로 연관된 소송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

기업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과 할크뱅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비슷한 법률논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엄연히 피고가 다르다. 따라서 재판부가 연관소송으로 인식하지 않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고 측은 ‘할크뱅크를 상대로 한 소송은 기업은행상대 소송과 달리, 원고에 이스라엘, 레바논, 이라크 등에서 발생한 테러의 피해자가 554명이나 더 추가돼 있다.

또 할크뱅크는 미국 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반면, 기업은행은 미국검찰로 부터 기소유예조치를 받은 은행이며 재판을 방해하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연관소송이 아니므로 각각 개별적으로 심리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은행 측이 중복소송이라고 언급한 소송은 지난해 3월 27일 이란테러 희생자 876명이 터키의 국영은행 할크방크를 상대로, 이란 중앙은행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100억 달러를 반환하라는 소송이다. 이 소송역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제기됐다. 소송원고가 기업은행 소송원고보다 훨씬 많은 것은 탄자니아와 케냐 외에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이란 관련 테러희생자들도 동참했기 때문이다. 이들 원고들은 지난해 7월 16일 및 8월 14일 두 차례에 걸쳐 수정소송장을 제출했으며, ‘뉴욕주법, 테러리즘위험보험법등 4가지 사유에 따란 자산양도’를 요구했다. 터키정부 역시 이란 원유를 수입한 뒤 국영은행인 할크뱅크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에 대금을 입금했고, 이란중앙은행은 이 돈으로 터키에서 금을 매입해 두바이로 수출한 뒤 이 돈을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편한 법정 원칙 적용 ‘관할권 없음’ 결정

한국정부가 원유수입대금을 기업은행에 개설한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 입금토록 한 것과 매우 유사한 것이며, 미국의배 이란제재로 두나라 은행에 입금된 돈이 동결됐고 이란테러희생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방법원은 이 소송에 대해 조건부 기각명령을 내렸다. 연방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없다는 것으로,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데니스 코트 뉴욕남부연방법원판사는 지난달 16일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의거, 소송을 조건부로 기각한다. 터키 할크뱅크가 터키 법원에서 소송에 임할 것임을 원고에서 서면으로 합의하는 것을 전제로 재판관할권 없음 결정을 내린다’고 명령했다. 즉 할크뱅크가 터키법원에서의 소송을 받아들인다면 연방법원은 재판을 기각시키겠다는 것이다.

▲ 기업은행 측은 소송 시작 나흘만인 지난 1월 19일, 소송장도 송달받지 않은 상태에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동일한 원고가 터키 국영은행을 상대로 한 제기한 소송이 계류중이며, 불필요한 사법권 낭비를 막기 위해 이를 재판부에 알린다’는 서한을 제출, 사실상 기각을 요청했다.

▲ 기업은행 측은 소송 시작 나흘만인 지난 1월 19일, 소송장도 송달받지 않은 상태에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동일한 원고가 터키 국영은행을 상대로 한 제기한 소송이 계류중이며, 불필요한 사법권 낭비를 막기 위해 이를 재판부에 알린다’는 서한을 제출, 사실상 기각을 요청했다.

데니스 코트 판사는 ‘원고 876명 중 대부분이 미국에 살고 있지 않다. 일부는 주거지도 모르는 상태이며, 주거지가 알려진 670명 중 468명은 외국에 살고 있고, 202명만 미국에 거주하며, 이중 뉴욕남부연방법원 관할인 뉴욕거주자는 9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테러 공격은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일어났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기양도 혐의도 터키에서 발생했으며, 원고가 승소판결을 받은 법원은 워싱턴 DC연방법원이므로 소송과 관련한 제반문제와 뉴욕남부연방법원은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부분 행위가 터키에서, 터키은행의 현지직원을 통해서 이뤄졌고, 관련증거 대부분은 터키에 있으며, 증인들 대부분이 터키 또는 커티법원 소환효력이 미치는 지역에 거주하는 반면 미국연방법원 관할지역 밖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할크방크가 터키법원에서 송달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므로 불편한 법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세가지 요건이 모두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이란테러 피해자와 기업은행 측이 소송시작 닷새 만에 불꽃 튀는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할크뱅크 소송에 대한 조건부기업은행 기각 명령이 내려짐으로써 기업은행 측은 한숨 돌리게 된 셈이다. 할리뱅크는 미국에 지점이나 직원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뉴욕에 지점을 둔 기업은행과는 다른 점이지만, 테러가 미국 외에서 발생했고, 원고 대부분이 미국 외에 거주하며, 사기양도 혐의의 행위지가 미국이 아니라는 점 등은 두 소송 모두 일치한다. 따라서 기업은행을 상대로 제기된 55억 달러소송도 불편한 법정의 원칙이 적용돼 미국법원에서 관할권 없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터키법원 재판전제로 관할권 없음’조건부기각

특히 기업은행 소송의 담당판사도 할크뱅크사건의 담당판사인 데니스 코트 판사다. 즉 동일한 판사이므로, 비슷한 쟁점에서 유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어쩌면 기업은행 소송도 할리뱅크 소송처럼 미국연방법원이 아닌 한국법원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기업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원화계좌 개설이 사실상 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한국법원에서 기업은행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정부는 지난달 23일 한국 내 동결자금 70억 달러 중 10억 달러를 우선 돌려받을 것이라며, 한국정부가 동결자산을 풀어주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날 미국 국부무는 ‘한국정부가 이란에 10억달러를 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동결해제는 미국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유조선 선장과 선박은 계속 이란에 억류된 가운데,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 셈이다. 기업은행 측은 소송시작 나흘만인 지난 1월 19일, 소송장도 송달받지 않은 상태에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동일한 원고가 터키 국영은행을 상대로 한 제기한 소송이 계류 중이며, 불필요한 사법권 낭비를 막기 위해 이를 재판부에 알린다’는 서한을 제출, 사실상 기각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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