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용병’ 대리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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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싸우나’

러시아는 시리아 용병 4만명
우크라는 외인부대 출신 중심

■ 양쪽 국가에 외국인 용병전투원들 대거 참여
■ BBC “러시아, 전과자·채무자 상대용병 모집”
■ 러, 참전 외국인들에 “잡히면 형사처벌”경고
■ 전 한국 해군대위 이근 우크라이나 전투자원

영화 팬들은‘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라는 영화를 잊지 못할 것이다. 1차 대전 당시 이태리 전선에 지원 참전한 미국 장교와 영국인 간호사의 애잔한 러브 스토리 전쟁 영화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노벨 문학상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지신의 1차 대전 이태리 전선 자원 참전 경험으로 펴낸 소셜이 영화로 된 것이다. 헤밍웨이는 1936년에 스페인 내전에는 특파원으로 종군하여 얻은 경험으로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를 썼는데 이 또한 영화로 히트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헤밍웨이 처럼 자원하여 돕겠다는 지원병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등을 포함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심지어 한국에서도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또 어떤 멋진 소설들이 쓰여지고 영화가 나올지 기대된다. <성진 취재부 기자>

지금 우크라이나는 참혹한 전쟁터로 아비규환인데 외신들이 전하는 뉴스들 중에는 전쟁 영화를 보는 기분을 나타내기도 한다. ‘트로이 전쟁’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6·25 전쟁이 연상되기도 하고 이라크 전쟁 같기도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지금까지의 전쟁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마트폰 전쟁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리송하다. 그런 우크라이나에 다시 헤밍웨이와 같은 지원자나 과거의 군인들이 몰려가고 있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제여단 창설과 의용군 모집을 알리자 영국 공수 부대와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나와 당신의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며 우크러아나로 달려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도 맞불작전으로 ‘용병’을 모집해 지속적인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 러시아가 전과자·채무자 등을 상대로 용병을 모집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시리아 등 외국 전투원 들도 대거 몰리면서 최악의 인도 위기로 치닫고 있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피해 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12일 러시아 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용병 모집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과가 있거나 채무가 있는 사람을 겨냥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비밀 사병조직인 ‘와그너 그룹’과 연결된 용병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할 용병 모집 소식을 접했다. 이 메시지에는 “범죄 기록, 부채, 용병 그룹에서 활동이 금지됐거나 여권 이 없는 사람들”도 참여가 가능하다며 용병 신청을 호소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이렇게 모인 용병들은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의 지휘 아래 부대별로 배치된 상태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용병 모집 요건은 계속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용병은 BBC 방송과 통화에서 “아무나 모집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리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4만명의 용병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시리아 용병이 투입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보낼 용병들을 모집해 왔으며 이들은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 전방에 배치될 예정이다. 유럽 정보기관은 선발대원 150명이 이미 러시아에 도착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4만명의 시리아 병사들이 참전 의사를 밝혔다고 파악했다. 시리아가 모집한 병사들은 국가 지원을 받는 가장 큰 규모의 용병으로 추정된다.

4만 시리아 병사 러시아 참전 의사

시리아인들은 오랜 내전으로 나라가 황폐해져 마땅한 생계거리가 없는 처지여서 국가의 용병 모집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새로 입대하는 용병들은 대부분 한 달에 15달러를 내고 급여를 거래한다. 보통 600~3000달러(약 72만~365만원) 사이에서 월급 계약이 이뤄진다고 한다. 가디언은 “내전을 겪은 시리아에서 아마도 최고의, 또 유일한 일자리”라며 “심지어 낮은 기본 급마저도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 신병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했다. 시리아에선 다마스커스, 알레포, 라카 등 최소 14곳에 용병 모집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3시간을 기다려야 모집소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가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한 병사는 ‘얼마를 받느냐’는 질문에 “지금 내가 버는 돈의 25배”라고 답했다. 지난해 시리아 남부 민병대에서 4개월 동안 복무했다는 다른 병사는 600달러와 사망 수당을 제안받았다 며 “이건 시리아에서 내가 벌 수 있는 것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 차원에서는 러시아에 진 빚을 갚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국제사회의 외면에도 셰이크 무함마드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며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러시아는 반군과 ISIS를 격퇴했고, 시리아 정부군을 무장시켰으며 현재까지 이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처럼 외국 전투원들이 몰려들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에는 민간인들이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전장에 뛰어들었고, 러시아는 시리아 등지에서 시가전에 숙달된 병사들을 돈을 주고 끌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의용군, 용병이 대치하면 전쟁 자체가 잔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더릭 카간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은 “(용병들은) 효과적 군사력이 아닌 무기로 뭔가 하려는 개별 집단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인도 싱크탱크 ‘옵서버리서치재단(ORF)’은 용병이나 의용군이 전쟁범죄를 저질렀을 때 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난감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러시아군으로 합류하려는 용병들에게 “인생 최악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을 통해 “오래 사는 것이 잠깐 받는 돈보다 낫다”며 이 같이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에서 외국 용병들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우크라이나 쪽에는 민간인들이 자국 정부의 만류에도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외국인 의용군은 적어도 52개국 2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 가장 많고, 미국, 인도, 일본, 한국 등도 있다.

용병들이 싸우는 전쟁 양상으로

이에 맞서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함께 ‘잔혹한 시가전’을 경험했던 시리아 병사들을 돈을 주고 끌어들이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The Times)는 “러시아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 병사들도 데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반군과 싸우는 중앙 아프 리카 공화국 정부군의 장비 현대화를 지원하는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군사적 유대 관계를 이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용병들의 참여로) 갈등과 폭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우크라이나에 간 이근 대위

절대적 전력 우위를 지닌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 지원을 위해 의용군으로 가겠다는 외국인 자원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경고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우크라 이나로 오는 외국 용병들이 파괴 활동을 벌이고 러시아 군사장비와 이를 엄호하는 러시아 공군 기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방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정권’ 지원을 위해서 보내는 용병들은 국제법상 전투원들이 아니다”라면서 “그들은 군인 지위를 갖고 있지 않으며 체포시 최소한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미국 군정보기관들이 우크라이나로 파견할 계약병 모집을 위한 대규모 선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면서 “우선하여 미국 민간군사기업 직원들을 포섭하고 있다”고 주장 했다. 그는 “영국, 덴마크, 라트비아, 폴란드, 크로아티아 등은 법적으로 자국민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 전투행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면서 “프랑스 외국인 용병부대도 우크라이나계 전투원 들을 우크라이나 정권 지원을 위해 파견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우크라이나로 1만 6천 명의 외국 용병들이 기존 용병들에 더해 추가로 도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호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우크라이나로 와 달라. 우크라이나를 수호하는 그 모두가 영웅”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이 ‘외인부대’인 국제여단에 자원하려는 희망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 3일 영국 공수부대 출신 전직 군인 최소 150명이 우크라이나로 이미 출발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경력을 쌓았으며, 우크라이나에서도 최전선에 나서겠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영국과 네덜란드, 캐나다 등지에서 전직 군인, 구급대원, 일반 시민 등이 우크라이나에 가겠다면서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1일까지 약 70명이 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이 중 50명이 전직 자위대원이며, 프랑스 외인부대 경험을 가진 이도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 졌다.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외국 용병 제거 주장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3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는 한국인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날 크로아티아 출신 용병 약 200명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것과 관련, 모스크바 주재 크로아티아 무관을 불러 항의했다고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전했다. 러시아군이 침공 18일째인 13일 외국에서 온 우크라이나 ‘용병’ 180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한 유튜버 한국인 이근 전 대위의 안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근 전 대위를 잘 알고 있다는 종군기자 태상호는 “국제군단 특수부대 팀장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라며 현재 이 전 대위가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은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내고, 미국의 사관학교 중 하나인 VMI를 나왔다. 한국에 와서 해군 특수전전단의 장교로 임관했고, 미해군 네이비 씰 입교과정인 버즈 교육을 마치고 SQT라는 네이비 씰이 될 수 있는 자격 훈련까지 마치며 한국인 최초로 네이비 씰 장교 코스까지 마쳤다. 태상호 기자는 “한국의 특수부대 시스템과 미군의 특수부대 시스템을 다 아는 사람”이라며 나이에 비해 굉장히 경력이 많다고 설명했다. 주변국가인 폴란드를 통해서 우크라이나로 넘어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근은 ‘국제군단’에 속해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온 의용군들로 미국, 영국, 브라질, 인도, 대한민국, 일본 등 40여국 이상에서 지원을 받았고, 유동적이지만 최대 2만 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태상호 기자는 국제군단은 크게 일반 보병, 보병을 도와주는 지원대대, 특수전으로 나누는데 이근은 특수전 부대 쪽으로 분류되었다면서 “이근의 경력으로 볼 때 국제군단 특수부대 팀장을 할 가능 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의용군 같은 경우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통해 어떤 경험이 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추리는 절차를 거치고, 선택된 인원들은 인솔자와 함께 이동하게 된다. 언어적 문제 때문에 전투에 참여 하기 힘들다는 시선에 대해서 태상호는 “의용군들이 실제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이근이 속할 것으로 추정되는 특수부대의 경우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와 같이 고부가가치 타겟을 타격하는 등 최전선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셔도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근 역시 우크라이나 도착 당시 “최전방에서 전투할 것”이라며 “살아서 돌아간다면, 책임지고 그 처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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