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 인플레이션 쪼그라든 LA코리아타운의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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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감염보다 무서운 인플레이션 공포와 절망감

‘끝내 대 공황 오나?’

■ ‘호황과 불황 사이’ 한인기업들 양극화 뚜렷
■ LA 개솔린 가격, 5일 갤런당 $5. 82 치솟고
■ 집값 렌트비 천정부지인상으로 불평등 심화
■ 소비심리지수,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낮아

코로나-19로 한인타운의 불황의 그늘은 깊어만 가고 있다. 8가에 있는 한인식당‘동일장’을 비롯해 과거 명성을 누렸던 한인타운 간판급 업소들이 간판만 보이고 문은 굳게 닫힌채 새주인은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 오미크론 확산으로 특히 한인타운 요식 업소들이 다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여름에는 다시‘뉴 팬데믹’이 닥칠지 모른다는 뉴스에 근심만 깊어 간다. 코로나 확산세가 잠잠해지는 듯했던 지난해 가을에는 잠깐 손님들로 붐볐던 한인 식당들도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다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여기에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이 30% 이상 치솟고 7월부터 미니멈 웨이지가 16달러로 인상됨에 따라 업소들은 비지니스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물가가 최소 20% 이상 급등하는 바람에 가격을 인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올리지를 못하고 있다. 업주들은 속수무책으로 정부의 대책을 기다리고 있지만 연준은 향후 1% 이상의 오히려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발표해 업주들은 물론 영세 기업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형국이다. <특별취재반>

요즈음 한인타운내 식당의 양극화는 세대별로 크게 나뉘고 있다. 주로 젊은층이나 타인종 고객들이 많이 찾는 식당들은 오미크론 확산속에서도 경기가 좋은편 이지만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을 상대하는 식당들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연령층이 비교적 높은 손님들이 찾는 한 식당 매니저는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오미크론 등 코로나 바이러스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라고 말하고 “자꾸 확산된다는 뉴스를 듣고, 사망 소식을 들으니까 외출을 꺼려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저희도 점심 장사는 반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근무 인력을 반으로 줄여 저녁시간대로 돌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녁에도 예전만큼 손님이 들어차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불황이 깊어가는 한인타운이나 미주류사회도 올해들어 우크라이나 전쟁(2월 24일)이 터지면서 대러시아 제재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계속해서 이어가 1990년 대 초 상황과 대단히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우려감이 높아간다. 한인타운은 물론 불황에 놓인 미국의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서 지난 1990년대 초를 연상시킨다는 분석이다.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최근 기사에서 1990년대초 경기침체가 오늘의 경제에 많은 교훈을 준다고 전했다.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전통적 불경기가 찾아왔던 1990년대 초반 상황을 잘 연구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적했다. 물론 2000년대 중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부동산 시장 거품이 붕괴되면서 국제금융 위기로 이어졌고 결국 글로벌 전체 경기침체가 시작돼 한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2000 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는 전통적으로 나타나는 불경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에 경기침체가 현실화된다면 1990년대 초 이후 30여년만에 전통적인 경기 침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1990년대 초에 이른바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유가가 급등해 오일쇼크로 이어졌다. 1990년대 초에 일어난 경기침체는 단순한 불경기 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동반했기 때문에 스테그플레이션이었다. 최근의 경기불황은 코로나-19와 오미크론이라는 대재앙일 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90년대 이후 최대의 경기 침체

심상치 않은 경제 상황은 소비 위축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 등 강도높은 긴축 정책에 들어갔는데 이로 인해서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현재 경제 기반이 단단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예측하고있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의 낙관론도 나오고 있지만 일단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소비자 들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미시건 대학이 집계해 발표하는 소비심리지수가 지난 2011년 이후 두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이처럼 크게 떨어진 것은 역시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공포감과 불안감이 상당한 수준이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가 강력한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을 예고해 인플레이션에 경기침체까지 한꺼번에 올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걸프전이 벌어졌던 1990년대 초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1990년대 초 걸프전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일어나 스테그플레이션이 됐고 그 여파로 당시 미국인들을 비롯해 전세계 인들이 한동안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같은 상황이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1990년대 초와 2022년은 다르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너무 성급하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1990년대 초는 주요 경제 기반이 대단히 좋지 않았다. 실업률도 높았고, 일자리도 많이 줄어드는 등 고용시장이 어려웠고 연준의 강력한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 특히,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서 그것만 놓고 보면 1990년대 초와 비슷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당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1990년대 초에는 정상적인 금리가 유지되던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섰고 그로인해 금리가 한 때 10% 정도에 달하는 유래 없는 고금리 시대가 됐다. 반면 지금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수년간 제로금리였고 따라서,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1990년대 초 같은 현상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 분석이다. 피상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좀 더 내용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미국 경제 펀더멘탈이 기본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연준의 금리인상과 양적긴축 등으로 일시적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1990년대 초처럼 스테그플레이션이 오는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경제 전문가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스테그플레이션 상황 초읽기

미국의 경제 상황은 집값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전국에서 집값이 총 6조달러 이상 불어 나면서 집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자산 불평 등이 심화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진단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집계에 따르면 전국 내 집주인의 주택 자산 규모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4분기 19조5천 121억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26조 3천 630억달러로 6조 8천 508 억 달러 35.1% 늘었다. 이런 자산 증가의 대부분은 새 집 공급이나 기존 주택 리모델링에 따른 가치 증가가 아니라 팬데믹 기간 수요 과다와 공급 부족에 따른 기록적인 집값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주류언론에 따르면 미국 집값의 주요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지난해 연간 18.8% 올랐다. 이는 1987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이다. 뉴욕타임스는 낮은 모기지 금리와 팬데믹 상황에서 생활 공간을 확대하려는 욕구 등으로 주택 수요가 늘었으나 주택 신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으로 기존 주택 소유자65%에게 혜택이 돌아갔다고 볼 수 있으나, 주택 임대료 등이 빠르게 상승해 집이 없는 사람들에겐 재난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폭등, 공급망 대란으로 미국 집값이 급등하면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집을 사야 하는 밀레니얼 세대에 비해 이미 집을 가진 베이비붐 세대, 자가 보유율이 흑인 가구에 비해 약 30%포인트 높은 백인 가구 등이 이런 집값 상승으로 불균형하게 혜택을 받으면서 불평등이 증폭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올해 2월에도작년 동기보다 19.8% 급등, 집값 상승세가 올해도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는 것도금리 인상 전 주택을 사려는 수요자를 자극한 셈이 됐다. 또 뉴욕타임스는 최근 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이제 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완화할 것이라면서도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솔린 가격 또한 경기와 뗄 수 없는 현상이다. 지난동안 치솟던 LA 카운티 개솔린 가격 오름세가 최근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미자동차협회, AAA와 유가정보서비스, OPIS는 2일 LA 카운티 개솔린 가격이 Regular 평균 갤런당 5달러 82.2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LA 카운티 개솔린 가격은 5일 연속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LA 카운티 개솔린 가격은 2일 현재 이틀 연속 0.2센트 오른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폭등 대란

지난 5일 동안 개솔린 가격은 4.8센트가 올라 하루에 1센트 미만으로 상승폭이 높지 않게 유지되고 있다. 5일 연속 상승하기 전에 LA 카운티 개솔린 가격은 30일 동안 28일을 하락하면서 29.6센트가 내려갔다. 이에 따라 한 달전에 비해 개솔린 가격이 17.7센트 내려간 상태다. Orange 카운티는 개솔린 가격이 4일 연속 상승했다가 2일 다시 하락세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Orange 카운티 Regular 개솔린 가격은 2일 갤런당 5달러 76.7센트를 기록했다. 지난1일에 비해서 0.7센트 내려간 가격이다. 2일 전까지 Orange 카운티 개솔린 가격은 4일 연속 상승했고 그 기간 동안 6.3센트가 올랐다. Orange 카운티 개솔린 가격은 1주일 전보다는 4.3센트 올랐지만 한 달전에 비해서는 18센트가 내려간 금액이다.

물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이처럼 개솔린 가격을 포함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주민들의 시름은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에서 개스비 환급금 지급안이 추진되고 있다. 앞선 전망처럼 지급 시기는 늦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물가 폭등에 따른 주민들의 시름을 덜기 위한 추가적인 지원책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고공행진중인 개솔린 가격으로 주민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는 여론에 따라 CA주에서는 개스비 환급 금을 지급하는 2개의 안이 추진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최근 소외계층에 식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푸드뱅크’의 도움을 받는 국민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복지단체 ‘포가튼 하비스트’는 지난해 12월 이후 푸드뱅크 수요가 25~40%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3월의 경우 직전 달에 비해 수요가 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 대변인 크리스토퍼 아이비는 최근 유가를 비롯한 각종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식품을 지원받으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한된 수입으로 생활해야 하는 저소득층 입장에서 물가 급등은 식품 구매 예산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현재 식료품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0%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 이전부터 저소득층의 위기가 계속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초부터 푸드뱅크의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저소득층 외에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 등이 푸드뱅크 수요에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경제가 활성화됐지만, 일부 저소득층은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WSJ은 물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푸드뱅크에도 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푸드뱅크는 식품제조업체나 개인으로부터 식품을 기탁받아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식품 가격 상승은 기부 물품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의 200여 개 푸드뱅크의 네트워크 단체인 ‘피딩 아메리카’는 기부 물품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식품을 구입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물가 상승 탓에 40%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고 있다 고 밝혔다. 이래저래 당분간 고달픈 삶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허리띠를 졸라매랴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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