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폭발직전 노숙자 문제 ‘위기’가 아닌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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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지역 전국 노숙자 1/5에 해당, 40% 약물중독
■ 노숙자셀터 건축 한유닛 84만불 ‘깨진독 물붓기’
■ “10명중 4명 불안감 호소5명중 1명 이주 고려”
■ “노숙자 텐트 주변은 더럽고 추하고 위험스런 곳”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에서 “가난은 임금도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 LA의 노숙자 문제가 바로 비유가 된다. LA시의 노숙자 문제는 심각할 정도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위기로 몰아가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 끝난 LA시장 선거에서도 최대 이슈가 바로 ‘노숙자 대책’ 이었다. 릭 카루소 후보와 격돌 끝에 최종 승리한 캐런 베스 시장 당선자가 관연 이 노숙자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 최대 관심사이다. 이같은 LA의 노숙자 문제에서 코리아타운 지역은 타지역보다 한층 더 심각한 수준이라 한인들의 불만도 높아가고 있으며, 특히 타운내 최대 인종인 라티노 커뮤니티도 크게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현재 통계에 따르면 LA카운티 내의 노숙자수는 미전국의 20%라고 한다. <특별취재반>

최근 코리아타운에 ‘노숙자’ 텐트가 증가되고 있다. 이제는 텐트도 대형화가 되고 겨울을 나기위해 이중 3중의 텐트를 치고 있다. 8가와 세라노 ‘해마루 식당’ 서쪽편 길건너 코너에 있는 노숙자 텐트에는 노숙자를 지키는(?) 개까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이제 ‘노숙자’ 문제는 인도적 인권적 사항을 넘어서 <주위에게 피해를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범죄의 소굴화>로 되어가기에 특단의 대책이 세워져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LA에서 ‘노숙자’가 본격적으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정도로 사회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부터이다.

노숙자 문제 ‘시험대’ 케런베스 신임시장

이같은 ‘노숙자’ 문제가 코리아타운을 강타한 것은 2018년 5월 당시 에릭 가세티 시장이 허브 웨슨 시의장 등을 포함한 인사들을 대동하고 LA총영사관 인근 버몬트와 7가 시공영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자리에 노숙자 셀터를 건축하여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하면서다. 깜짝 놀란 한인사회는 ‘어떻게 한인타운 복판에 노숙자 셀터가 들어설 수가 있는가’라며 거센 항의 사태가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그 문제의 셀터는 장소가 한인타운 중심부에서 외곽인 윌셔와 후버 근처로 계획이 변경됐다.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에 윌셔와 후버 코너에 노숙자 임시 셀터인 소위 ‘브릿지 홈’ 시설이 완공됐다. 가세티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10지구 내 두 번째 ‘브릿지 홈’ 셀터이며, LA 전역에서 26번째, 팬데믹 기간 중 18번째로 문을 연 셀터”라고 설명하고 “이 셀터는 매우 중요한 기회이자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며 모든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커뮤니티의 지지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더믹이 지나가고 있는 2022년 현재 이같은 가세티 시장의 ‘노숙자 대책’의 성과는 어떨가? 가세티 시장은 한때, 전국적으로도 크게 이슈가 되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내걸고 대선까지 출마할 계획도 세운 정치인이다. 조만간 LA시장직을 떠나는 카세티 시장은 이제 더이상 ‘노숙자’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많는다. 한마디로 ‘노숙자’ 문제는 이제 LA시의 커다란 멍에로 남겨지고 있다. 한마디로 갈수록 태산이다. 최근 LA시 감사관실은 중요한 감사보고를 발표했다. 론 갤퍼린 감사관은 LA지역에 건설된 노숙자 전용 주거 유닛 14%의 마련 비용이 한 유닛당 70만 달러나 투입됐고 한 프로젝트의 경우 유닛 하나 마련 비용이 83만 7천 달러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노숙자 셀터 유닛 한개 당 건설 비용이 무려 84만 달러라는 액수는 LA지역 중산층 콘도 가격이나 다름이 없는 액수이다. 한 중산층은 이같은 사실을 듣고서는 ‘우리들은 세금만을 내면서 아무런 혜택이 없는데, 시정치인들이 노숙자 대책 해결한다는 것이 고작 돈만 퍼부은 것이 아니냐?”며 분노감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LA시는 2022–2023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노숙자 문제에 10억 달러가 배정했다. 이에 대하여 혈세 투입만이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인지 심각하게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년 억 단위의 예산이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는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노숙자 셀터 건축 ‘밑 빠진 독에 물붇기’

특히, 지난 2016년 16억 달러를 투입해 노숙자 주거 시설 마련에 나섰고 2018년 각 지구에 노숙자 셀터를 오픈하는 등 노숙자들이 거주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노숙자 수가 줄고 각종 파생 문제들이 해결 되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 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거센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매년 억 단위의 예산이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는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6년 전 16억 달러를 투입해 노숙자 주거 시설을 마련하겠다는 안이 시행된 이후 건설은 더디게 진행됐고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노숙자 셀터’가 완공됐어도 노숙자 문제의 개선은 커녕 시민들의 세금만 낭비했다는 소리를 들을 뿐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연방정부와 LA지방정부들의 노숙자 관련 조사통계도 노숙자 문제가 계속 개선되지 않고 악화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집계된 LA카운티 노숙자 인구 수가 발표된 가운데 LA카운티 수치가 전국 노숙자 수의 5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코로나19 세입자 보호 조치들이 대부분 만료되면서 수치 증가폭이 앞으로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고 특히, 40%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약물 남용 문제를 겪고 있어 단순한 주거시설 지원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LA카운티에서 코로나19 세입자 보호 조치로 노숙자 급증세를 어느 정도 막아섰지만, 이제는 대부분 이런 조치들이 만료되면서 노숙자 수치 증가폭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A노숙자서비스국(LAHSA)이 집계한 노숙자 인구 조사에 따르면 LA카운티 노숙자 수가 2020년 수치에서 4.1% 증가해 6만 9천 144명을 기록했다.

최신 연방 노숙자 인구 조사에 따르면 32만 6천명의 노숙자가 집계됐는데, 전국 노숙자 중에서 5분의 1이 LA카운티에 살고 있는 것이다. LA시에서는 4만 1천 980명의 노숙자 인구가 집계됐다. 지난 2020년에서 올해(2022년) 노숙자 인구 증가폭을 분석했을 때 LA카운티의 노숙자 수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노숙자 인구 증가폭과 비교했을 때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A노숙자서비스국은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노숙자 인구가 25.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숙자 인구 증가폭이 줄어든 것은 각 정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입자 보호, 재정 지원, 주택 서비스 제공 등 프로그램들이 진행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정부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종료됐거나, 곧 종료될 예정이어서 수치 증가 폭이 다시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19 펜더믹 기간에 25% 증가

또, LA카운티는 노숙자 인구의 거의 40%가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약물 남용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캐서린 바거 LA카운티 수퍼바이저는 UCLA의 연구 결과 그 수치가 50%에 달했다며 40%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짚었다. LA노숙자서비스국은 저렴한 주택 부족이 이러한 노숙자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8년 동안 저렴한 주택을 80만 유닛 이상 건설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숙자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와 영구 주택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숙자 정신 질환과 약물 남용 문제도 심각한 만큼 단순한 주거 시설 지원과 확대만으로는 해결되기 힘들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A카운티 유권자 10명중 4명은 동네 주변의 노숙자들로 인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LA타임스와 LA 비즈니스카운실 연구소가 공동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밝혔다.

이들은 또 길거리 노상 방뇨, 배설물과 같은 오물, 무질서, 어린이 안전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특히 설문조사에 참여한 5명 중 1명은 이런 문제로 인해 타지역으로의 이주는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LA는 최근 수년째 노숙자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주민들은 정부 선출직 공무원들의 노숙자 캠프 건립 문제에 큰 불만을 표출해 오고 있다. 2020년 연방 정부의 요구에 따라 조사된 추산치에 따르면 LA카운티 노숙자수는 6만6,000명 이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은 장기 대책도 좋지만 단기 대책 마련이 당장 더 시급하다고데 동의했다. 설문에 따르면 유권자 57%는 ‘단기 노숙자 캠프’를 지지했고 20%는 노숙자를 위한 장기 거처 마련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2년 전 유사한 설문 조사에서는 단기와 장기 대책을 동일한 비율로 지지했었다. 이는 노숙자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참을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민들은 노숙자 문제를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설문 참여자 94%는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 성향에 따라 원인 분석이 달랐다. 진보 성향의 설문 참여자 42%는 구입 가능한 주택 부족과 저임금이 홈리스 문제의 원인으로 꼽은 반면 보수 성향의 32%는 개인의 선택과 행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에는 906명이 LA 유권자가 참석했고 오차 범위는 3.3% 포인트다.

LA주민들의 인내성도 한계에 도달

한편 LA시장에 당선된 캐런 배스 당선자가 지난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들을 내세웠는데, 배스 당선자는 연방과 주, 시 등 각 정부가 추진해 온 노숙자 주거 시설 지원 프로그램 활성화하겠다고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연 이 공약들이 현실적으로 통하겠냐는 의문이 나온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이미 실행이 되고 있는 정책들로 프로젝트 앞에 ‘활성화’라는 단어만 붙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노숙자 수 증가에는 많은 원인들이 있다. 그중 치솟는 렌트비를 포함한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다. 그렇다면 중산층 이하 주민들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 또한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노숙자들의 인권을 지키고 이들의 삶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혈세 대비 성과를 보지 못하는 실효성 떨어지는 현 정책으로 소위 밑빠진 독의 물붙기 식의 대응은 노숙자 문제 해결이 아닌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만 초래하는 만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노숙자 문제는 LA에서 고착화됐지만 개선없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는 대응책을 내놓지만 관련 예산을 투입할 수 없을 정도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 미온적인 대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배스 시장 당선자인들 획기적인 대책 없이는 현 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살인적인 물가, 약화되는 치안 등의 문제들로 주민들의 부담은 날이 갈수록 쌓여만 간다. 여기에 노숙자 문제는 가장 고질적인 상항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LA한인타운 한복판에서 총격 사건으로 노숙자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LA경찰국(LAPD)은 지난 11월 22일 오후 11시 23분쯤 웨스트 6가와 사우스 마리포사 애비뉴 교차로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텐트 안에서 총격을 받고 쓰러져 있는 남성 1명을 발견했다. 이 남성은 즉각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용의자와 언쟁을 벌이다가 총에 맞았다며 몸에서 다수의 총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25세 남성으로 텐트에서 거주 중이었으며 자세한 신원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며 주민들의 제보를 당부했다. ✦제보: (877)527-3247 노숙자 텐트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 더미가 계속 쌓여져 가고, 환경 위생의 취약은 말할 것도 없고, 마약 등 범죄도 가속화되고 있어 LA가 ‘천사의 도시’라는 지명이 무색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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