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와이드 취재] ‘하기환-샘정’ 쌈박질에 길세디요,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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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원 정치헌금 결과로 부동산 개발계획 승인 ‘의혹’
■ 샘정 사기소송 반박하는 과정에서 본지 기자에 ‘토로’
■ 길세디요 시의원에 정치 헌금한 한인 연 인원 424건
■ 하기환회장 부인과 딸 지인들 이름 헌금 명단에 올라
■ 세디요 헌금 액수는 1인당 최하 100불 최고 800불
■ 하 ‘개발 의도 없으면 왜, 내가 정치헌금했겠나’ 발끈
■ ‘사기 아닌 정당한 매매’…주장 과정에서 의원소환
■ ‘모든 길은 그를 통해야’ LA시 마당발 막강인맥 과시

미국에서 정치헌금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바로 로비(Lobby)이다. 로비는 특정 집단(개인)이 권력자들에게 이해 문제를 진정하거나 탄원하는 일, 다른 말로는 ‘청탁’이다. 청탁 자체는 불법이 아니 지만. ‘금품’청탁이 불법일 뿐이다. 미연방상원에서 15년 동안 재무위원회 위원장(1966~1981)역임한 러셀 롱(Russell B. Long, 1918~2003)상원의원은 “정치헌금(Political Contribution)과 뇌물 (Bribery)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거의 머리카락의 차이와 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 5월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정치헌금과 뇌물은 구분하기가 힘들며,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최근 한남체인 대표 하기환(Kee Whan Ha, Ph. D. 河基煥)회장과 아주부동산의 샘 정(Sam Chung)회장 간의 부동산 공동투자와 매각에 따른 소송전을 두고 한인 커뮤니티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하기환 회장은 본지 기자와의 카톡 인터뷰에서‘개발 허가를 위해 길세디요 시의원을 비롯해 3명의 시의원들에게 정치헌금을 주었다’라고 고백성 인터뷰를 통해 헌금 사실을 토로했다. 과연 하회장의 말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본지는 개발허가를 신청했던 2016~2017년 사이에 과연 얼마를 헌금했는지를 짚어 보았다. <특별취재반>

지난호 본보(제1339호, 2022.12. 04)에 하기환 회장이 샘정 회장간의 소송전에 “억울하다”면서 샘정 회장의 사기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카톡 인터뷰 내용에서 아주 의미 있는 말을 했다. 하회장은 상대방이 문제의 개발계획이 없으면서 사기를 치는 바람에 지분을 팔았다고 주장하는데 하회장은 반박하는 과정에서 “시청에 Entitlement(승인)을 받느라고 1지구 길 세디요 시의원을 만나서 선거기금 모아주고 시청에 fee(신청비)내고 컨설턴트 아키텍처 고용해서 수십만불, 50만불 이상 ???? 들었는데 미치지 않으면 이런 돈을 왜 써요. 개발할 의도가 없었으면 왜 이런 경비를 들여서 시승인을 받아 내겠어요”라고 말했다. 정치헌금에 뚜렷한 숨은 목적이 숨어 있었다라는 말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하회장이 1지구 길 세디요 시의원에게 선거기금을 모아주었다는 것은 정치헌금을 했다는 것이며, 또 다른 의미는 그것이 바로 로비를 했다는 의미다. 그가 컨설턴트를 고용했다는 말은 다른 의미로 로비스트를 고용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길세디요 한인 정치헌금 띁어보니

본보는 LA시 윤리위원회에게 기록된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길 세디요(68· Gil Cedillo) 제 1지구 시의원에게 헌금한 전체 후원자 중 한인 및 한인 업체 리스트를 별도로 수집하여 분석 했다. 이 같은 자료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세디요 시의원에게 헌금한 한인과 한인 업체는 총 연인원 및 건수가 424건이었다. 이중 한번 800불 헌금자는 총 60명, 다음 700불 헌금자는 274명, 그리고 650불-500불이 57명 등으로 나머지 350불, 270불, 250불 150불 그리고 100불 까지였다.

하 회장이 개발계획을 LA시로부터 승인을 받느라고 세디요 의원을 만나서 선거기금을 모아주었다는 시기가 2016년과 2017년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본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에 세디요 시의원 정치헌금 기록에서 갑자기 한인들 헌금자가 대거 몰려들어 하회장의 언급한 말 내용과 일치하고 있다. 세디요 시의원 정치헌금 기록에서 2016년에 한인 헌금자 수는 총연인원은 106명이고, 2017년에 는 112명이었다. 그러나 2016-2017 연도 이외 다른 연도에는 최하 3명에서 66명이 최대였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에 13명, 2013년에 66명, 2014년에 35명, 2015년에 21명, 2016년에 106명 그리고 2017년에 112명, 다시 2018년에 10명, 2019년에는 고작 2명, 2020년에 6명, 2021년에 26명 그리고 2022년(6월 현재) 28명으로 나타났다.

한인사회와 특별한 이해관계

좀 더 세분화 하면, 2016년에 11월 22일 하루에만 47명, 그리고 12월 21일 하루에 41명이 동시에 헌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헌금자 성명란에는 하기환 회장과 부인 하경희(Ha, Kyung Hee), 딸 하 데이지(Ha, Daisy)등이 각각 700불을 헌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다른 한인들과 함께 단체로 헌금한 것이다.(별첨 2016년 헌금자 명단 참조) 2017년에는, 5월 15일과 16일에 총 62명이고, 4월 25일-29일까지 32명이 집중적으로 헌금했다. 이 당시 4월 25일자에도 하기환 회장과 부인 하경희(Ha, Kyung Hee), 딸 하 데이지(Ha, Daisy)등이 각각 700불을 헌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이들이 다른 한인들과 함께 단체로 헌금한 것이다.(별첨 2017년 헌금자 명단 참조)

하기환 회장이 길 세디요 시의원을 자신의 개뱔계획의 시승인을 위해 로비를 한 것은 우선 세디요 시의원이 시의회 주택위원회 위원장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택위원회는 부동산 개발과도 직접 적으로 관련이 깊다. 현재는 인종차별 문제 발언 테이프 공개 스캔들로 주택위원장 활동을 중지 당한 상태이다.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하기환 회장은 세디요 시의원을 계속 후원했다. 지난 6월 LA시 예비선거를 앞두고 세디요 시의원 후원행사가 지난 3월 31일 LA한인타운 오야붕 일식당에서 열렸다. 이날 하기환 한남체인 회장, 크리스 박 아키온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날이 공식적으로 마지막 후원 행사였다. 세디요 시의원은 현재 동료 케빈 드 레옹(14지구) 시의원과 함께 커뮤니티로부터 거세게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도 사퇴 권고를 받았다.

지난 10월 11일 바이든 대통령이 인종차별 발언을 한 LA의 세 명의 시의원 누리 마리티네즈(6지구), 길 세디요(1지구), 케빈 드 레옹(14지구) 시의원들이 시의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서 발표됐다. 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녹취록에 담긴 대화에 참여했던 전 LA카운티 노조연합의 론 에레라 위원장이 사임한 것 처럼 다른 시의원들도 자신의 말에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며 사퇴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누리 마르티네즈 시의원이 인종차별 논란이 발생한 지 사흘만에 결국 시의원직에서 사임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LA 시 선거구 재조정 절차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인종차별논란의 시작이 된 녹취록의 대화 주제가 선거구 재조정이었기 때문에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세디요 시의원의 1지구는 하일랜드파크, 글라셀파크, 일리시안파크, 차이나타운, 웨스트레이크, 피코유니온 등을 관할한다. 폴리티컬데이터에 따르면 총 10만 990명의 유권자 중 한인은 5019명(5%)이다. 아시안 유권자는 1만 5142명(15%)이며 라틴계가 4만 8959명(48.5%)으로 가장 많다. 세디요 시의원은 노회한, 베테랑 정치인이다.

1998년에 캘리포니아 주하원에 당선했고, 2002년 주상원에 진출했다. 주의회 임기 만료 뒤 2013년 LA 1지구 시의원으로 당선했다. 지난번 6월이 3선 도전이었다. 주의회 시절에 불법체류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게 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캘리포니아 드리머 법도 제정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한인사회와 인연도 깊다. 주의원 당시 자바시장의 관행이었던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바닥 권리금, 이른바 ‘키머니’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또 소주를 하드 리커에서 맥주·와인 등급으로 완화한 법안도 통과에 앞장섰다.

숨은 목적 달성위해 정치헌금(?)

그는 한인사회와 마주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소주가 캘리포니아에서 널리 팔리고 있는 것은 나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한인타운 단일화를 일찌감치 지지했다. 팬데믹 기간에 한인 연장자들을 위한 푸드뱅크 행사도 활발하게 열었다. 그의 수석보좌관도 한인 데비 김씨다. 입법보좌관 출신인 김씨는 과거 세디요 의원 발의 법안을 모두 직접 작성했고 실력을 인정받아 1지구 사무실의 ‘넘버 2’로 승격했다. 김 보좌관은 LA 시의회 한인 수석보좌관 중 한인사회와 가장 교류가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디요 의원의 대표적 치적 중 하나는 지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LA시 15개 지역구 중 가장 많은 저소득 주택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공권력 강화가 그의 공약이다. 그는 LA 시가 범죄에 지나치게 느슨하다고 비판했다. LA경찰국 예산이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디요 의원은 경제 현안에서 규제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비즈니스 활성화를 강조했다. 또 “사회 약자들이 기존의 연방과 주.로컬 사회복지 시스템 혜택을 빠짐없이 모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도 약속했다. 사실 1 지구 최악의 문제는 노숙자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거리가 정화됐다. 맥아더공원에 있던 노숙자 328명이 모두 셸터로 입주했다. 세디요 의원이 3개의 위생팀을 고용한 덕이다. 15개 지구 중 가장 많은 위생팀이다. 10개월 동안 노력한 끝에 맥아더 공원이 깨끗해졌다. 또 시의회에서 유일하게 주 7일 이동식 샤워장, 주 5일 세탁 서비스를 운영하며 노숙자를 돕는 데 앞장섰다.

세디요 시의원은 UCLA졸업. LA카운티서비스국제노조(SEIU) 매니저. 1998년 캘리포니아 46지구 주하원의원 당선. 2002년 캘리포니아 주상원 당선. 2013년 LA시 1지구 시의원 당선되어 3선에 도전했는데 신인에게 돌연 패배했다.
지난 6월 피코 유니온과 차이나타운 등을 포함한 LA 1 지구 시의원 예비선거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정치 신출내기 32세의 여성 사회운동가 에우니세스 에르난데스((Eunisses Hernandez)가 역전의 용사 길 세디요 현직 시의원에 도전해 예비 선거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해,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다. 에르난데스 후보는 53%를 웃도는 득표율을 기록해 46%에 처진 현역 길 세디요를 7%p가량 앞섰다. LA시의원의 경우 예비선거에서 과반수 지지를 넘기면 결선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이처럼 유니세스 에르난데스는 LA시의회에 돌풍을 일으킨 신출내기 여성 정치인이다. 그녀는 커뮤니티 정책 옹호자이자 지역사회 조직자로 활동해왔는데, 지난 6월 예비선거에서 현직 세디요 시의원을 과반수 득표로 패배시키며 3선을 꿈꾸어 온 세디요 시의원에게는 정치 생명을 끊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녀는 LA시의회 제1지구를 대표하는 신임 시의원으로 취임하기까지 조금 일정이 남았지만, 인수인계 업무에서 현 의원인 길 세디요 시의원으로부터 어떠한 협력도 받지 못했다고 불평을 털어 놓았다. 세디요 시의원은 올해 12월 말에 시의원직이 끝난다. 현재 세디요 시의원은 케빈 데 레온 시의원과 함께 문제가 된 인종차별 발언과 선거구 조정 시도가 포함된 2021년 노조 사무실에서의 대화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퇴하라는 격렬하고 광범위한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세디요, 32세 신출내기에게 참패

한편 에르난데스는 시의원 당선자는12월 12일에 취임 선서를 할 예정이다. 폴 크레코리안 시의회 의장은 세디요 시의원이 만약 사임한다면 즉시 에르난데스 당선자에게 취임 선서를 즉시 주관하겠지만, 그녀는 세디요 시의원이 임기전에 사임할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 에르난데스 당선자는 시티뉴스 서비스와 인터뷰에서 세디요 시의원 사무실이 그녀의 인수팀과 “절대로” 협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스 차기 시의원은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세디요 시의원 사무실에 연락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디요 시의원측은 아무런 연락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세디요 시의원의 대변인인 콘라도 테라자스 크로스는 시티뉴스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에르난데스는 지금까지 세디요 시의원과 거의 연락이 닿지 않아 상황이 “약간 어렵다”고 말했다. 그녀는 1지구 지역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는 등 도로 서비스가 억망이라고 불평했다. “솔직히, 저는 놀라지 않았지만 실망했다.”라고 에르난데스는 말했다. “인수인계 절차는 우리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역을 위한 것이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인수인계가 이런 식 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아내고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스 시의원은 우선순위가 거리 청소와 부서진 가로등 수리와 같은 지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지난 10월 11일 시의회에서 문제의 세디요시의원과 데 레온 시의원이 인종발언 테이프가 공개된 후 첫 번째 회의에 참여하려고 시도했을 때 세디요 시의원에게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은 정말 무례한 일이다. 저는 당신이 지역 사회가 사퇴하라고 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고 생각 한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옳은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에르난데스 차기 시의원은 “그것이 내가 그와 공유했던 것이지만, 나는 어떠한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0여년 정치 생애에서 탁월한 지도자로 추앙을 받던 길 세디요 시의원은 정치인생 종말을 “추악한 정치인”이라는 멍에가 씌어졌다.

‘정의 챔피언’ 정치인의 몰락

UCLA출신으로 엘리트로 존경을 받은 그는 지난 10년동안 사회정의와 환경정의에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기록이 있고, 노동자와 그의 가족, LGBTQ 커뮤니티 구성원의 권리를 크게 옹호 했다고 공약했다. 그의 사명은 언제나 모두가 살 수 있는 집을 짓기, 팬데믹에서 회복하기 위한 자원 제공, 1 지구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거였다면서 그의 최우선 순위는 노동자 가족 보호였다고 강조했다. 세입자든 주택 보유자든, 불법 이민자든, 제대 군인이든, 보험이 없어도, 수입이 적어도, 힘이 없는 노인이든 그는 그들 곁에 있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재임 기간에 도시의 누구보다도 살 만한 주택과 임대 수익용 아파트를 많이 지었다고 자랑 했다.

팬데믹 기간에는 세입자, 주민, 소규모 사업체를 위해 싸웠고. 특히 비영리 단체와 일하면서 전염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식당을 출장 연회 서비스로 바꾸면서 27 개의 소규모 사업체를 구했 고, 16 만 개의 따뜻한 식사를 노인들에게 제공했다고 자부했다. 그리고 LA 저스티스 펀드를 만들고, 커뮤니티에서 이민세관집행국의 부적절하고 가혹한 행위에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원을 제공하여 이민자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면서 이민자들을 존엄성과 존중으로 대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년 전 노조사무실에 다른 2명의 라틴계 시의원들과 노조위원장이 모여 인종편견과 선거구 재조정에서 라틴계 파워를 모색하는 비밀 대화 등이 담긴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그가 주장했던 사회정의는 본질을 떠나, 라틴계 자신들만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장악하려는 술수가 노출되어 ‘추악한 정치인’이라는 낙인을 찍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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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의 로비 활동은…

로비는 합법 이지만
청탁은 명백한 불법

한국의 공익광고협의회가 2014년에 내건 표어가 눈길을 끌었다.
– 내가 하는 부탁이 남이 보면 청탁.
– 내가 하는 선물이 남이 보면 뇌물.
– 내가 하는 단합이 남이 보면 담합..
– 내가 할 땐 정과 의리지만, 남이 보
면 부정과 비리.
“받겠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정치적으로 로비라는 말의 유래는 원래는 의사당의 로비에서 펼쳐지는 사전조율, 본회의 전의 단계의 논의 활동을 뜻한다. 이것이 의원의 전유물인 행위에서 확장되어 특정 집단이 이익을 얻기 위해 높으신 분들에게 뇌물 등 이런저런 공작을 펼치는 것을 뜻한다. 이 행위를 하는 자를 로비스트(Lobbyist) 라고 하는데, 변호사, 대기업 인사 등이 속할 수 있다. 실제 합법인 로비활동은 정당, 정치인에 후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한번에 지급 가능 한 액수가 적은지라 그로 인한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에는 편법으로 흘러 가게 된다. 대표적인 편법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면서 생일파티 초대권을 하나에 1만 달러(!)정도에 팔았던 사례가 있다. 불법은 아니지만, 그 돈을 기꺼이 내 줄 만한 사람들이 사람들이다 보니, 여러 말들이 나왔다.

최근, 미국도 이러한 로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 가장 대표적으로 이스라엘 로비. 가뜩이나 요즘 미국 청년층에선 정치인들이 기업의 노예란 인식이 팽배한데 민주주의 국가인 나라에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정부가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외교가 좌지우지 되선 안된다는 말. 미국 정보기관에서도 이스라엘의 로비는 미국의 국익에 반대된다고 비판한다. 최근까지 미국인의 이스라엘 인식은 좋은 편이였고 미국의 중동정책에 일정부분 부합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 다르다. 이에 대해선 로비 행위를 합법화, 양성화함으로서 오히려 로비 활동을 투명하게 밝히고 더 큰 부패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작은 단체의 목소리도 로비를 통해서 정치인들에게 합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기축통화와 세계 패권을 가지고 있어서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외국 정부의 로비에 나라 자체가 휘둘리지 않는다.

미국은 로비가 가장 활성화 된 나라이며 제도적으로 로비가 합법이다. 미국에 등록된 로비스트만 해도 연방정부 기준으로 12,000명이 있으며, 연간 로비 사용금액은 4조원에 달한다. 이는 연방 정부만 해당하는 금액이며, 미국 50개의 주 마다 별도의 로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합치면 매년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로비에 쓰인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로비는 뒷돈이나 뇌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로비스트에 드는 인건비+활동비(보통은 ̒기부)가 연간 4조원인 것이다. 미국에서도 뇌물은 불법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로비를 어차피 법으로 금지해봤자 뒷돈으로 몰래 거래될 바에, 체계화시켜서 청렴하게 진행하자는 취지로 합법화, 양성화를 시작한 것이며, 따라서 로비스트라는 전문직업도 있고, 얼마만큼 로비를 했는지 보고해야 하는 법도 있다. 또 미국은 기업이 부정을 저지르면 엄청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후려치기도 한다. 이러한 법체계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부패로 나라가 어려워지는 선을 그나마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미국에서의 로비가 돈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로비스트들을 부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을 써야 되기 때문이다. 보통 이러한 로비스트는 정치인 관련단체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므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드러내기 때문에 이에 드는 돈도 어마무시하다. 게다가 로비 한번에 한명의 로비스트를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로비스트를 쓸수록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여론에 반대되는 로비를 하는 경우에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 가게 된다. 하지만 이 돈을 감당할 수 있는 거대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로비를 통해서 뒤집어 버리기도 하며, 이 때문에 국민들의 삶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미국같은 선진국에서, 로비 한 번에 피자와 토마토가 채소 취급을 받으며, 뼈 부러져서 입원하면 어지간한 대학 등록금 보다 비싼 병원비를 치러야 하는 부당한 법이 바뀌지 않는 기행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바로 로비 때문이다.

자국에서도 대놓고 ‘합법적 뇌물’ 이라며 깔 정도니 말 다했다. 미국에서는 로비를 주로 기부(Donation)라는 명목으로 행한다. 로비로 ̒국기에 대한 맹세’의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미국은 개신교 단체의 로비로 ̒충성의 맹세의 내용이 바뀌었다.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를 주는 하나의 국가’라는 내용이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를 주는 신 아래의 단일 국가로 바뀌었다. 내용을 바꾼 이유는 소련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 소련의 대척점에 서있는 우리는 소련과 다르게 신을 믿는다는 사실을 밝혀줘야 한다는 이유 였다. 정작 내용이 바뀐 1954년 당시 소련에서도 종교는 그렇게 크게는 건드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공산주의 근본이 어디 안가서 소련은 독소전쟁기를 제외하고 꾸준히 러시아 정교를 계속 탄압했다.

로비의 폐해는 미국 대통령도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당연히 로비를 없애려고 한다면 그 돈을 받고 있는 다른 정치인들이 어떻게 나올지 뻔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방송사와 언론들도 대기업들이 쥐고 있기에 언플에서도 이기기가 힘들다. 물론, 버니 샌더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사실상 높으신 분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것은 과반이 로비 때문이라고 봐도 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헛소리라고 말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말도 안 되는 로비에 넘어간 정치인들을 투표로 심판을 하면 된다. 사실은 로비의 합법화도 미국인들의 감시를 믿고 입법했지만 미국의 정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부패한 정치인을 감시하고 심판하는 능력도 많이 떨어진다는 불편한 진실만 드러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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