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공공요금 폭탄 인상 이유가 뭔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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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
■ 지난 20년간 충분한 대책 강구하지못한 최악의 결과
■ 캘리포니아 등 7개주 올해 물 부족 절대 심각한 수준
■ 콜로라도강 저수지 등 수위 낮아 물공급 중단 위기에

2023년 새해 들어서면서 난방가스비 고지서를 받아 든 소비자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지난달보다 무려 2-3배 정도 오른 비용이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헬스 및 사우나 등이나 식당업 등을 하는 업주들은 물값이 터무니 없이 ‘천정부지’로 부과되어 ‘영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기로에 설 판이다. 여기에 식품 값도 뛰어 오르는데 특히 달걀이 ‘금값’이 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져 겨울이 더욱 음산스럽기만 하다. 물값, 천연가스, 달걀 가격 폭등의 원인을 살펴보았다. <특별취재반>

CNN방송은 최근 연속적인 폭설, 폭우들을 동반한 폭풍은 미서부 지역에 역사적인 가뭄에 어느 정도 해갈은 시켰고, 토양을 적시고, 저수지를 채우고, 눈더미를 증가시켰다면서 그러나 전문가 들은 이것이 캘리포니아 주를 포함한 미서부 지역의 다년간의 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몇 달 동안의 기후변화에 달려 있다고 1월 21일 자에서 보도 했다. 미국 서부는 올해로 23년째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1천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상태인데 다가 계속된 가뭄으로 산불 등에 더욱 취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름 연방정부는 콜로라도 강 저수지들의 수위가 심각한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어 콜로라도 강에 의존하는 캘리포니아주를 포함 미서부 7개 주의 올해 물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난 해 6월부터 경고했지만, 이를 소홀히 하다가 급기야 이번에 물값 폭등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건조한 날씨 위험수위

지난해 여름 연방 간척국 카밀리 칼림림 투톤 국장은 연방상원 에너지 천연자원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레익 미드(Lake Mead)와 레익 파웰(Lake Powell)의 수위가 “위험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어 물 공급을 크게 줄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튼 국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현재 간척국이 콜로라도 강물을 사용한 7개주와 물 공급 할당 계획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콜로라도 강물을 수원으로 하는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 뉴멕시코, 유타, 와이오밍, 애리조나, 네바다 등 7개주 모두 2023년에는 200만~400만 에이커 피트의 몰 공급이 줄어든다. 에이커 피트는 1피트 깊이의 물을 1에이커에 공급하는 양이다. 현재 7개주 중에서 캘리포니아주 가 440만 에이커 피트의 물로 가장 많은 양을 공급받고 있다. 콜로라도강은 서부 7개주 약 4천만명의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며 연간 150억 달러 규모의 일대 농업에 용수를 제공하는 핵심 수원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 속 20년 이상 가뭄이 지속되면서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2020년부터 가장 건조한 날씨를 기록 중이다. 기상학자들은 지구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올라가면서 물의 증발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서부 주들은 이미 물절약을 위한 비상령을 발동하고 있었다. 급기야 지난해 초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네바다는 레익 미드 수자원 이용을 줄이는 합의문에 서명했고, 지난해 5월 연방 내무부 (DOI)는 레익 파웰 호수의 일부 물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DOI의 이 같은 조치는 파웰 호수의 수위가 지나치게 낮아져 글렌 캐년 댐의 전기 생산이 불가능 해질 것을 우려해서다. 지난해 연방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물 부족을 선언하면서 애리조나와 네바다 물공급을 줄였다. 이로 인해 애리조나 일부 농장은 올해 농사를 포기했다. 따라서 각 지방정부 역시 물 사용을 줄이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6월1일 남가주 메트로폴리탄 수도국도 정원 급수를 주당 1 또는 2회로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LA 타임스는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2개의 저수지 모두 기록적 수준의 낮은 수위로 떨어져 있다”면서 “라스베가스 인근 레익 미드의 저수 용량은 만수의 28% 수준으로 줄었고 유타-애리조나 주 경계선에 위치한 레익 파월은 27%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콜로라도강 유량이 줄어들면 주변 농지가 휴경 상태에 빠져 미국 내 식량 생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또한 미국 채소의 90퍼센트가 이 지역에서 나온다. 콜로라도강에 댐을 건설해 만든 인공 호수들인 미드호와 파월호도 역시 수위가 역대 최저로 추락하면서 수력발전도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나온다. 물 부족의 또 다른 이유는 물 남용에 있기에 주민들의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미국 남서부가 물 부족 사태에 놓은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지만 주 정부들의 소극적인 대응 에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론이 거세다. 각 주들이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틴 하인리치(민주, 뉴멕시코) 상원의원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종합적 대응책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지난 20년간 충분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주 정부 비판론 증폭

미국은 천연가스 최대 생산국인데, 난방 비용이 폭등하는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021년에 비해서 2022년에 에너지 가격이 거의 5~10배까지 올랐다. 그러다가 겨울이 오기 전, 많은 나라들이 에너지를 미리 사서 비축해 놓은 상태라서 지금은 가격이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중국이 코로나19로 자국을 봉쇄하면서 세계 에너지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봉쇄를 풀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에너지 수요는 좀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지난해 만큼 높은 에너지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겠지만 2022년 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전체적인 올 한 해 에너지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는 최근 몇년 동안 석탄의 사용량을 줄이고 천연가스의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 왔다. 석탄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유의 가격은 한 5배 정도, 석탄은 작년에 약 8배 정도 오른 상황이다. 반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에너지 전환 이 현재 진행되면서 천연가스의 수요가 증가하자 천연가스는 재작년에 비해서 작년에 35배까지 올랐다. 천연가스는 수요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공급을 늘리기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 다. 투자부터 실제 상업 생산까지 5~6년이 걸리니 늘어난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높은 가격 이 형성된 것이다.

현재 천연가스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을 1단계와 2단계로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단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천연가스 가격 상승의 조짐이 보였다. 2021년 여름엔 캘리포니아에서, 2022년 초에는 텍사스에서 대정전이 발생했다. 재생에너지에 많이 의존한 것에 비해 재생에너지로부터의 발전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이같은 일들이 발생하게 됐다. 또, 영국은 북해에서 해상풍력 발전을 하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해상풍력으로부터의 발전량이 재작년에 급격하게 줄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됐고,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자 가격도 상승하게 됐다. 2단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공급망이 교란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천연 가스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은 꼴이 돼서 가격이 급등하게 됐다.

천연가스 의존도 높아진 탓

2021년 천연가스는 국제 평균 가격이 MMbtu당 15달러 수준이었고 때에 따라서는 2~3달러에 거래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던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자 중국이 러시아에서 사 온 천연가스를 유럽에 되팔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중국에 20~30달러 수준으로 팔면 중국은 거기에 20~30달러의 마진을 붙여서 유럽에 파는 것이다. 즉, 유럽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를 수입할 때보다 2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기존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갔다면 이제는 러시아에서 천연 가스를 액화시키고 그걸 배에 실어서 유럽으로 보내다 보니 중국의 마진을 비롯해 액화하는 비용과 운송 비용이 추가된 것이다. 따라서 유럽은 과거에 15달러 수준에서 샀던 LNG를 심할 땐 90달러 에 수입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손해를 보지 않고 또 중국은 이윤을 남기는, 아주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붙어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우방 국가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러시 아가 천연가스를 팔 데가 없다. 미국이 경제 제재에 나섰기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들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중국은 현재 미국과 일종의 적대관계로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거래가 이뤄졌던 것이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뿐만 아니라 석유도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석유도 미국이 우방국에게 러시아산 석유를 사지 못하게 하니까 러시아는 중국과 상대적으로 친한 인도에 석유를 팔고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석유를 팔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국이지만 자국에서 생산하는 비용보다 러시아가 더 싸게 팔겠다고 하니,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산 석유를 산 뒤 마진을 붙여 서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러시아의 상황은 예전과 비슷한 상황이고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히려 예전보다 좋은 상황에 놓였다.

유럽은 석탄과 원전을 줄이는 대신에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지만, 여러 이유로 천연 가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자 유럽 안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거의 7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유럽의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은 재작년에 비해 작년에 5~7배 정도 올랐고, 2023년 1월 1일 부터 적용되는 가격의 경우에는 재작년과 비교했을 때 거의 10배까지 오른 수준이다. 1kWh는 선풍기 한 대를 약 30시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현재 독일,프랑스, 영국의 경우에는 kWh당 1달러 정도 한다. CNN에 따르면, 여러가지 식품가격 인상 중에서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계란 가격이 급등 했다.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대형 계란 12개 가격도 7.37달러를 찍었다. 1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인상한 가격이다. 계란 가격이 뛰어 오른 이유는 지난해 2월 미국에 나타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다. 미 농무부(USDA)는 지난달까지 약 6000만 마리의 조류가 살처분됐다고 밝혔다. 이 중 4400만 마리가 암탉이었다. 계란 생산량은 전년 대비 4~5%가량 줄었다.

러시아-중국 “짜고 치는 고스톱”

계란 수요도 폭증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선 성탄절과 추수감사절 등으로 인해 매년 겨울마다 계란 수요가 급등한다. 집마다 명절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서비스 비용이 급증하자 외식을 줄인 탓에 계란 소매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 농업 협동 조합은행 ‘코뱅크(Cobank)’의 브라이언 어니스트 애널리스트는 “어느 때보다 계란 수요가 강했다”며 “연말 뿐 아니라 지난해 1년 내내 계란 수요가 평년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리서치업체 IRI에 따르면 계란 가격이 세 배 이상 뛰었지만 지난달 계란 소매판매량은 전년 대비 2% 감소에 그쳤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소고기와 닭고기 등 육류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재로 계란이 떠올랐다는 주장이다. 육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단백질 함량도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 방송사 CBS는 농무부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소고기 섭취량이 줄어든 대신 계란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또 샐러드드레싱의 주재료로 쓰이며 수요가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계란 가격이 폭등하자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계란을 밀반입하려는 시도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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