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죽어서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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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한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효자였던 모양입니다. 마마보이 스타일인 그는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자, 담당 의사가 어머니를 죽게 만들었다고 증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의사가 유대인이었다고 하지요.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지 못한 유대인 의사에 대한 복수심이 유대인 전체를 증오하는 무의식적인 동기가 됐습니다. 그에게 첫사랑의 상처를 남기고 떠난 여자 역시 유대인 처녀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프로이드식 정신분석학으로 풀이하면 2차대전 때 히틀러의 광기에 의해 희생된 600만 유대인의 억울한 죽음은 동족인 한명의 의사와 한 명의 처녀가 히틀러와 맺게 된 악연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을 ‘항문기 고착층(Anal Fixation Syndrome)’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있습니다. 그는 유아때 어머니의 젖이 나오지 않아 미음에다 곶감을 갈아넣어 만든 이유식 비슷한걸 먹고 자랐다지요. 곶감은 변비를 일으키는 과일입니다. 박정희의 항문기 고착증은 바로 이 만성변비증에서 비롯됐다는 얘기지요. 그의 근검절약과 뛰어난 기억력, 강박적인 반복 확인, 반대자에 대한 포용력 부족, 고집스런 근대화 열망, 결벽적-완전주의적 청렴성 등은 바로 항문기적 성격의 특성으로 지적됩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라스웰은 “정치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무의식적인 욕구에 그럴듯한 명분을 갖다 붙이고, 교묘하게 합리화 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영광’을 유대인 학살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유대인에 대한 삐뚤어진 사고와 욕구가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른바 ‘공천 학살극’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의 편이 아닌 비박(非朴), 그를 배신한 배박(背朴), 그의 권위에 도전한 월박(越朴) 정치인 대부분이 공천에서 떨어졌습니다. 친박 인사는 몇몇이 구색 맞추기 용으로 배제됐지만 대부분은 살아남았습니다. 공천 탈락자의 70%이상은 이명박 직계그룹입니다.
당선 가능성, 도덕성, 다선과 고령여부, 비리전과 같은건 이번 밀실공천에서는 거의 고려되지 않고, 오직 ‘친박 프리미엄’만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열배이상 앞서고도 고배를 마신 친이계 의원이 있습니다. 계보 보스인 이재오 정몽준 의원은 공천을 받았지만 그들의 계보원은 거의 전멸했습니다.
박근혜의 정치적 멘토는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입니다. 그래 그런지 박대통령의 항문기적 고착증세가 박근혜의 정치 여기저기에서 어른거립니다. 정당의 공천엔 어느정도의 부작용과 후폭풍이 있기 마련입니다. 갈등을 최소화 하려면 따라서 공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내부소통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헌데 박근혜한테는 바로 이 소통의 리더십이 없습니다.
야권은 민주당과 진보당이 연대해 단일 후보를 내는데 여권은 공천휴우증으로 갈갈이 찢기면서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표가 갈리거나 지지층의 기권율을 높여, 그렇챦아도 어둡던 총선과 대선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는 필패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전여옥, 김무성 탈락은 패착


김무성과 전여옥.
이들은 한때 박근혜 편에 선 친박이었다가, 박근혜 곁을 떠난 ‘배박’ 정치인입니다. 두사람 다 박근혜를 떠난 후 그의 리더십등 정치행태를 비판해 왔습니다. 특히 전여옥 의원은 공개적으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펼쳤습니다.
전여옥과 김무성은 지역구에서 경쟁력이 있는 현역의원입니다. 야당이 과반의석을 자신하고 있는 마당에 한 석이 아쉬운 새누리당으로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들 두사람을 내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헌데 내쳤습니다. 전여옥은 탈당해 ‘국민생각’으로 갔고, 김무성은 불출마와 함께 새누리당 백의종군을 선언했습니다.
전여옥은 보수의 가치를 위해 진보좌파 세력과 맞서 싸우는 새누리당의 거의 유일한 인파이터행 정치인입니다. 지난 2009년 그는 89년에 일어난 부산 동의대 사태 때 순직한 경찰관 7명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법안을 추진하다 테러를 당했습니다. 동의대 사태때 경찰관을 죽게만든 학생들의 가족이 국회까지 찾아와 전여옥을 공격했지요. 그는 각막이 찢어지는 등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헌정사상 국회안에서 일어난 최악의 의원테러였지요.
김무성은 한때 친박의 맞형격인 존재였습니다. 그와 박근혜의 정치스타일은 워낙 달라 함께 가기엔 어려운 태생적 한계같은게 있었습니다. 지난 18대 선거때 그는 MB세력에 의해 공천에서 탈락됐습니다. 이른바 ‘친박 대학살’의 희생자였지요. 김무성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친박 무소속 돌풍의 견인역할을 했습니다. 살아돌아와 4선의 중진의원이 됐지만 반갑게 맞아줄줄 알았던 박근혜쪽의 반응은 의외로 싸늘했습니다. 친박의 좌장을 자처하던 그에게 박근혜는 “친박에 좌장은 없다”고 공개망신을 줬습니다. 결국 김무성은 타의에 의해 박근혜 곁을 떠나게 됐고, 이번 공천에서 ‘현역의원 25% 컷오프’라는 애매한 덫에 걸려 탈락했습니다.
김무성의 부산지역 영향력은 아직도 무시못할 정도입니다. 박근혜 진영은 김무성을 부산 사상구에서 문재인과 맞붙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는 거절했지요. 그러자 친박 진영은 김무성 카드를 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엔 2012년 대선을 넘어 2014년 부산시장 선거를 바라보고 ‘포스트 김무성’에 뜻을 둔 부산지역 몇몇 중진들의 견제가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번에 박근혜가 김무성과 전여옥에게 공천을 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부친의 항문기적 고착증세에서 벗어나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준 ‘대통령 후보 박근혜’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국민의 시각이 크게 변하는 계기가 됐을 겁니다. 고전하고 있는 부산 경남지역의 선거 판세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었겠지요. 새누리당 의석 두 석을 확실히 늘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헌데 박근혜는 그걸 못했습니다. 전여옥이 늘 비판해 온 ‘박근혜의 그룻’은 거기까지 였던 셈입니다.


교포들의 극좌정권 탄생 걱정


지난 주말 교회와 어떤 회식자리에서 만난 친구들이 한결같이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원래 중도보수 정당이던 민주당이 ‘좌클릭’을 거듭하더니 진보 좌파 정당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헌데 그것도 모자라 극렬종북 좌파 정당인 진보당과 연합해 총선에서 제 1당이 되고, 대선에서 집권하면 종북세력과 연합정부까지 구성하려 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이곳 한인사회의 나이든 보수 인사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야권은 집권하면 한미 FTA, 제주해군 기지 등을 점면 재검토한다는 정책 연대에도 합의했습니다. 의사당에서 화염병을 터트리는 막가파 정당에서 총리가 나오고 장관도 나올 판입니다.
이들의 연대는 여야가 근소한 표차로 업치락 뒤치락하는 수도권 판세만이 아니라 전국의 선거양상을 뿌리채 흔들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 접전지역은 대개 유권자 7만 안팎의 선거구로 1~2천표나, 심지어 수백표 차이로 당락이 결판나는 곳이 많습니다. 민주 진보연합군의 공세로 분열된 여권이 고전할 것은 불을보듯 뻔합니다.
헌데 박근혜는 ‘오직 친박’으로만 선거를 치르려고 합니다. 후보의 경쟁력 따위는 오불관언입니다. 이번 박근혜의 공천학살은 4년전 친이계가 했던 친박계에 대한 학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한테 짤린 김무성 의원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공천에서 탈락하면 새누리당을 떠나 국민생각등 제3당으로 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우파분열의 핵이 될 수 없다며 당 잔류를 선언했습니다. 당 잔류 기자회견에서는 거구의 부산사나이답지 않게 눈물도 보였습니다. 박근혜는 이런 김무성한테 국민이 박수를 보내는 의미를 깨달아야 합니다. 포용과 겸양의 리더십을 보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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