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 고령화사회 2 일본인들 간병은 누가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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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아들이 노부모‘간병’짐 떠안는다

■ 40여년 만에 7배 늘어난 아들 간병… ‘며느리간병 앞질렀다’
■ 저출산과 비혼으로 늘어난 아들 간병… 3명 중 1명이 아들
■ ‘케어맨 (Care men)’ 모임 늘어난 일본… 국가복지정책 입법
■ 간병 휴직 제도 마련 ‘간병 휴업 급부금’ 임금의 67%가 지급

한국인은‘간병’에 대한 관습은 집안 어른은 며느리가 모시는 것처럼 가족 구성원이 수행하는 허드렛일로 치부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반해 일본에선 며느리 부양이 줄고 아들이 부모 간병의 짐을 짊어 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령자 간병이라고 하면 며느리, 딸, 아내 등 여성을 떠올린다.‘케어=여성의 몫’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인 대국 일본에서는 남성이 간병하는 일이 흔하다. 3명 중 1명꼴로 남성이다. <특별취재반>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병 수발은 가족이어도 사랑만으로 지속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경우엔 경력 단절 문제도 생겨난다. 중증 가족 환자 간병을 가족이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경우 국가 복지정책의 수혜를 누리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적 합의를 위한 공청회가 필요하고 선도해 나가야 할 정부의 역할이 긴요 하다. 국회의 입법적 지원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책임질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대한 법적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자녀가 부모를 간병하는 경우, 부모의 병 수발을 아들이 맡아서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들 간병’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저출산과 핵가족화, 비혼·만혼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중년의 아들들이 부모의 간병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본 후생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아들 간병이 며느리간병(31%→13.2%)을 앞질렀다. 지난 2001년만 해도 아들 간병은 주된 간병인 비중에서 10.7%였지만 2019년엔 17.8%로 증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만 해도 10.7% 정도였던 아들 간병 비율이 지난 2019년 17.8%까지 높아졌다. 1977년의 아들 간병 비율(2.4%)과 비교하면 40여 년 만에 7배 이상 으로 늘었다. 반면, 며느리 간병 비율은 지난 2001년 31%에서 2019년 13.2%까지 급감했다.

▲ “지금 간병 중입니다”

한창 일할 시기의 중년 아들이 늙은 부모를 간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 때문이다(일본의 합계 출산율은 1.36명). 자녀 수가 크게 줄었고, 외아들이면 아들 간병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또 평생 독신으로 살거나 늦게 결혼하는 트렌드도 아들 간병의 원인이다. 시부모 봉양이 자신의 의무라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며느리들의 의식 변화도 빼놓을 수 없겠다. 라이프 저널리스트인 오타 사에코는 “친부모 간병도 힘든데, 배우자 부모님을 간병하는 것은 정말 큰 스트레스”라며 “배우자 가족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간병 의무가 얹어지면 부부 관계가 악화하면서 가정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는 ‘간병 이혼’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노부모 간병이 황혼 이혼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5년째 돌보고 있는 50대 회사원 A씨는 “어머니의 치매 발병 사실을 알고 나서 가장 먼저 내 어머니에 대한 아내의 의무부터 없애줬다”면서 “어머니 때문에 우리 가족까지 망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내에겐 이제 어머니는 남이라고 생각하고 (어머니를) 돌보는 건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일본의 가족 간병 통계를 보면 이 밖에도 아들과 딸 모두 부모 간병의 책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과 아무리 한 지붕 밑에서 같이 살고 있어도 사위는 장인·장모의 병 수발 책임에서 예외라는 점 등이 눈에 띈다.

‘닥쳐오는 아들 간병의 시대’라는 책의 저자인 사회심리학자 히라야마 료는 “부모 간병을 하는 남성 중 절반은 배우자가 있는 기혼자이고, 이혼이나 사별한 경우는 18%, 독신이 28%”라며 “간병을 시작하기 전에 남성들은 50%가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위는 병 수발 책임에서 예외

그는 부모 간병 이슈에서 젠더(성별) 불균형 현상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고령 부모가 있는 남성들은 (본인이 간병을 해야 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여전히 딸이나 며느리의 몫으로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병 보험이나 간병 서비스 등 간병에 대처하는 요령에 대해서도 대체로 무지한 편”이라고 했다.
일본 사회에서 늘어나고 있는 ‘아들 간병’은 지역 네트워크의 모습까지 바꾸고 있다. 대기업 화이트칼라 등 현역 시절의 명함과는 상관없이 부모를 간병하는 아들(혹은 아내를 간병하는 남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모이는 ‘케어맨(남성 간병자) 모임’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지난 2009년 발족한 ‘남성간병네트워크’ 모임의 쓰토메 마사토시 사무국장은 “지역 내에 있는 간병자 모임은 주로 여성 위주여서 불편할 때가 있는데, 케어맨 모임은 같은 처지에 있는 남성들이 교류 하면서 간병 요령 등도 배우고 알아나갈 수 있다”면서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남성 간병자들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간병하면서 살아가는지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간병 휴직하면 임금 67% 주는데, 한국은 무급이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돌보는 자녀 들의 간병은 퇴직으로 이어지고 노동력 공백이라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우선 간병 휴직. 가족 1인에 한해 최대 93일 휴직할 수 있으며, 3회 분할 휴직이 가능하다. 가족 범위는 배우자, 부모, 조부모, 배우자 부모 등으로 폭넓다. 계약직 사원도 1년 이상 일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간병 휴직을 이용할 수 있다. 간병 휴직을 하면 ‘간병 휴업 급부금’이라고 해서 임금의 67%가 지급된다. 간병 휴가 제도도 마련돼 있다. 부모님 통원이나 간병 서비스에 필요한 업무를 하기 위해 1년에 5일까지 쉴 수 있다. 대상 가족이 2명이면 10일로 늘어난다. 그렇다면 한국은? 우리나라에도 간병 휴직(가족돌봄휴직제도·연 90일)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 일본과 달리 무급이 원칙이다. 단기 간병 휴직은 없고, 한번 휴직하면 최소 30일을 쉬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그래서 실제 이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그렇다고 간병인을 쓰기도 쉽지 않다. 2019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간병인 고용 시 월 평균 부담액이 280만원에 달했다. 또 이들 환자 중 85%는 월소득 200만원 미만이었다.

75세 이후 연금 42% 더 받아

▲ 일본의‘케어맨’ 모임에서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국내 간병 보험 시장은 암과 치매보험에 특약으로 간병비·간병인 비용을 보장하는 형태로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 두 가지를 합친 종합형 간병 보험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보장 사항을 꼼꼼히 비교한 뒤 가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매보험에 딸린 간병비 특약의 경우 지급 조건이 너무 까다롭지는 않은지, 일일 간병비는 충분한지 등을 세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은 지난 2020년 공적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를 75세 이후로 늦추되, 연금은 더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연금 개혁 법안을 의결했다.

예비 은퇴자들 사이에선 ‘연금 손익분기점’ 계산이 유행이다. 지난 4월부터 일본 정부가 기존 연금 제도를 대폭 손질해 새 제도를 시행하는데, 제도 변경 이후 언제부터 연금을 타기 시작해야 이득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일본 서점가에는 이른바 ‘연금대개정(年金大改正)’과 관련 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도입한 새 연금 제도는 종전 70세까지였던 연금 수령 나이를 최대 75세까지 늘린 것이 핵심이다. 원래 일본의 공적연금 수령 나이는 한국처럼 65세다. 하지만 연금을 65세 이후로 늦게 받으면 그만큼 연금액을 더 많이 준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4월부터 연금 수령 나이를 75세까지 늘리기로 했다. 연금액은 최대 84%까지 늘어난다. 노령연금 수급자가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최대 5년 동안 연금액 전부 또는 일부(50~90%)에 대해 지급 연기를 신청할 수 있다. 1년에 7.2%(월 0.6%), 최대 36% 더 많은 연금액을 살아 있는 동안 계속 받을 수 있다. 그런데 70세로 늦춰서 연금을 받는다면 무조건 이득일까?

일본은 한국이 맞이할 미래 축소판

인생 100세 시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금을 최대한 늦게 받는 것이 좋을 것도 같다. 하지만 연금 을 늦게 받겠다고 미뤘다가 일찍 사망한다면 ‘미리 당겨서 받아둘 걸’ 하고 후회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65세에 노령연금을 연 1000만원씩 받을 사람이 70세에 연기 연금을 받는 경우와의 득실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70세 연기연금을 선택하는 경우의 손익분기점은 83세였다. 즉 70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82세까지는 노령연금에 비해 연금 누적액이 작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그 때부터 금액 추월이 일어났다. 100세 시점에는 70세부터 연금을 타는 경우의 누적 수령액이 4억 2160만원으로, 65세 개시 시점보다 총액이 6160만원이나 더 많았다. 일본 노후문제 전문가 요코테 쇼타 씨는 “연기연금은 펀드나 주식보다 훨씬 확실하게 돈을 모으는 재테크 방법”이라며 “65세부터 해야 할 연금 수령 시기를 3년 정도 미루기만 해도 일본 기준 20% 가 넘는 연금액 상승이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장수가 집안 내력이지만 예·적금이 많지 않다거나 혹은 아이가 아직 독립하지 못하는 등 노후 불안 요소가 있다면 70세 까지 일할 플랜을 세우는 동시에 연금 수급 나이를 뒤로 늦추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 A씨는 “연금 수령 시기의 유불리는 수명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사람의 수명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노후 생활비가 부족하면 조기연금, 노후 생활비가 여유 있으면 연기연금 등으로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댓글에서도 의미가 있는 말이 나왔다. 김창수씨는 댓글에서 “부모를 간병하면서 모신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는 본인들이 죽을 때 어떻게 죽는지 보면 안다. 편안하게 죽는지 아니면 발광하면서 죽는지 차이다. 부모를 남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눈을 뜨고 죽는다”고 말했다.

최효원씨는 “일본은 한국이 맞이할 미래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우리에겐 훌륭한(?) 반면교사다! 이웃사촌으로서 무척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이 앞서 겪고 있는 불행을 우리 미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삼을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노령층의 증가 속도가 과거 일본을 앞질러 급속히 초고 령화가 진행되는 우리의 경우에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결코 외면해선 안될 우리 모두의 문제 다! 오늘의 청년도 미래의 노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처지가 아직 日暮道遠 (일모도원·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하다는 데 있다!

강훈씨는 “일본의 예는 10년 후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출산율을 늘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사라 질 것이다. 이민이라도 문호를 개방하여 인구 감소 속도를 줄여라. 일본 정부는 재일 우크라이나 인이 자신들의 친척을 일본에 초대하는데 필요한 비행기 요금과 3년간 체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왜 우리 정부는 효과도 없는 곳에 돈만 쳐들이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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