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련, 가사는 엉터리 인기는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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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까나 까나리 까니 키퍼웨이, 바리쏘 올라잇” “유노유 걔한테 나있어 프랑쌍 까르페이, 바리쏘 올라잇”. 확실히 대중음악의 ‘문법’은 달라졌다.

개그우먼 조혜련이 오락 프로그램에서 장난처럼 시작한 기묘한 팝송 메들리 ‘아나까나’가 주류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둘리스(Dooleys)의 ‘원티드(Wanted)’, 놀란스(Nolans)의 ‘섹시뮤직(Sexy music)’, 도나 서머(Donna Summer)의 ‘핫 스터프(Hot stuff)’ 등 70~80년대 유행하던 팝송 3곡이 조혜련의 귀와 입을 거쳐 신종 ‘가요’로 태어났다.

‘원티드’의 앞부분을 현행 영어발음표기법에 따라 정확히 쓰면 이렇다. “유 아 더 카인드 오브 가이 댓 아이 갓타 킵 어웨이(You’re the kind of guy that I gotta keep away)”. 천양지차(天壤之差). 하지만 ‘원티드’가 폭발적 반응을 얻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이 노래를 볼펜으로 꾹꾹 눌러 한글로 받아 써가며 흥얼거리던 30대 후반들은 다 안다. ‘엉터리’ 가사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아나까나’는 벨소리·통화연결음 다운로드 순위에서 먼저 바람을 일으켰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인기 검색어로 자리잡았다. 이 노래의 MP3, 동영상 파일, 가사, 원곡 관련 자료 등이 넘쳐난다. 음반 프로듀서인 남편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1급 세션맨들과 정식으로 ‘아나까나’를 녹음한 조혜련은 각종 케이블 음악 프로에 출연해 정식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곧 지상파 방송 가요 프로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다만, 공영방송 KBS만은 예외다. KBS는 ‘아나까나’ 심의에서 ‘수준 미달’을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다.

여가수들의 관능적 몸짓에 얹혀 ‘훅’ 하는 떨림을 전해주던 원곡의 추억을 간직한 세대는 그렇다 치고, 신세대들의 열광은 무엇 때문일까?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남다른 것, 이른바 ‘엽기’를 찾아 헤매는 그들 취향에 ‘아나까나’는 맞춤해 보인다. 벨소리·통화연결음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다. 지루한 걸 참지 못해 ‘클릭(click)’을 거듭하는 젊은이들의 호흡을 고려했는지 3분여 시간에 3곡의 팝송이 들어차 있다. ‘의외성’도 지나칠 수 없다. 라이브도 마다하지 않는 조혜련의 가창력은 나쁘지 않다. ‘어이없는’ 가사를 너무도 진지한 표정과 동작에 녹여낸다. 게다가 멜로디는 익숙하다.

“팝송 한 곡만을 ‘재료’로 삼으면 대중들이 전혀 관심을 안 보였겠죠. KBS ‘여걸 파이브’에서 애드리브한 게 호응을 얻어 녹음할 때는 ‘물건’이 될 거라는 자신이 있었어요.”

‘아나까나’의 유행은 폭발력 있는 노래 한 곡만으로 ‘스타’가 될 수 있는, 인터넷 시대 대중음악 시장의 그늘을 보여준다. 10여개 노래가 나름의 체계를 갖춘, ‘작품’으로서의 음반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조혜련은 “방송심의 때문에 PR판은 만들었지만, 정식 앨범을 낼 생각은 없다. ‘소리바다’ ‘주크온’ 같은 데서 500원이면 다운로드하는데 누가 앨범을 돈 주고 사겠는가?”라고 했다.

“팝송을 소재로 사람들을 웃겼던 박세민씨, 조형기씨 등이 힌트를 줬어요. 원곡을 꼭 한 번 들어보세요. 그러면 제 노래 듣는 재미가 훨씬 더할 겁니다.” 남을 웃기기 위해 ‘골룸’ 분장도 마다하지 않는 조혜련의 물불 안 가리는 ‘저돌성’, ‘아나까나’의 탄생과 성공에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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