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인수 합병 특집-<집중해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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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에 불경기가 오래되면서 은행들도 저마다 살길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미 LA 한인사회에는 14개에 이르는 한인은행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물밑 인수 합병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인사회의 제1의 은행인 한미은행(행장 손성원)은 1위자리 고수와 함께 대형화를 위해 2위 은행인 나라은행(행장 민 김)과의 합병을 모색하고 있으며, 4대 은행의 하나인 중앙은행(행장 유재환) 역시 나라은행과의 합병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들 3개 은행들간의 합병 시나리오가 타운 금융가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한미와 나라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한인타운에도 60억 달러 자본금에 육박하는 한인 단독의 대형은행의 탄생과 함께, 1위 은행과 2위 은행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만약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이 합병하게 될 경우, 지금까지의 1위 은행인 한미은행의 위상이 위협받으면서 2위로 내려 앉을 공산이 크다. 어떤 식의 합병이 진행되더라도 한인 금융권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리챠드 윤(취재부 기자)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빅3’인 한미은행, 나라은행, 그리고 중앙은행이 어떤 식으로 합종연횡을 이룰지다. 일단은 이들 은행이 서로가 합병을 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인식은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어느 은행도 합병을 주도할 여건(감독국의 제제)을 확실히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다 선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관련 은행들도 답답해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은행끼리의 합병을 하기위해서는 뚜렷한 소신과 지도력을 겸비한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현재 이들 은행에는 합병을 주도할 확고한 인물들이 많이 없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돌출되고 있다. 한미은행에는 손성원 행장이 합병에 소신을 갖고 있지만 이사회가 반대를 하고 있는 실정이며, 나라은행은 이종문 이사장의 우유부단한 자세로 인해 민 김 행장의 행보가 자유롭지 못하다. 중앙은행에는 한미은행장 시절 PUB은행과의 합병에 경험이 있는 유재환 행장이 있지만 한미와 나라에 비해 자본력이 열세여서 주도권을 갖고 인수합병을 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이다.
한편 4대 은행중의 하나인 윌셔은행(행장 민수봉)은 최근 애틀란타 제일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 관심이 되고 있다.그리고 5억달러 미만의 한인 중소은행간의 합병설과 4대 은행의 중소은행 인수설 등 갖가지 소문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최근 이들은행의 주가가 10달러 대로 하락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손성원 행장의 야심과 현실


“30억 달러 규모의 한미은행을 임기 중 100억 달러로 키우겠다.”
이 말은 지난 2005년 1월 한미은행장에 취임한 손성원 행장의 공약이었다. 이같은 손 행장의 발언을 들은 한인사회 금융 전문인들은 ‘한인사회에서 은행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재 3년째 접어드는 손 행장 체제의 한미은행은 기대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손 행장이 혼자만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미국경기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행장의 공약과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손 행장 자신도 합병 이외에 현재의 한미를 성장시킬 다른 방도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만약 나라와 합병을 하게되면 실질적으로 한인사회 최강자 은행으로 미주류시장에도 진출이 용이할 뿐 아니라, 대단위 프로젝트에도 지원이 가능해 한인사회 경제력 신장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최근 손 행장은 나라은행의 이종문 이사장과 수차례 극비 비밀 접촉을 통해 양 은행간의 합병을 타진했다는 소문이 금융가에 나돌면서 각 은행들 간에 합병설이 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종문 이사장은 합병에 대해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확고한 방침은 서지 않은 것으로 은행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같은 나라의 이종문 이사장과 한미의 손성원 행장간의‘빅딜’추진은 예의 한미 실세 이사그룹에 의해 포착되어 벽에 부딛혔다. 한미의 리처드 이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실세 그룹은 애초 손 행장을 영입하는데 앞장 서서 주도한 인물들이지만, 최근 성장이 부진한 탓에 조금씩 손 행장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들을 제쳐놓고 비밀히 추진되는 ‘합병’ 논의는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들이 이 은행의 실질적 오너인데 누구 마음대로 합병 운운 하는가’라는 식이다. 합병을 한다면 이사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일부 이사들은 아직도 ‘우리가 퍼시피 유니언 뱅크 (PUB,전가주외환은행)를 합병해 재미 본 것이 없다’며 합병에 대해 아직도 회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한미는 태동 때부터 이사회가 경영진을 좌지우지하는 전례가 있어왔다. 실세 이사들의 눈밖에 나는 행장이나, 경영진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유재환 행장의 전격 해임 사건’이다. 유재환 행장은 한미 선장이 되면서 PUB(퍼시픽 유니언 뱅크-전가주한국외환은행)를 성공적으로 인수합병하여 24년 한미은행 역사에서 명실공히 한인사회 ‘제1의 은행’으로 만든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경영진의 돌출행동이 발전 저해 요소


그러나 유 행장은 당시 실세 이사였던 A모 이사 때문에 결국에는 ‘전격해임’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PUB와의 합병 이후의 은행 설계를 추진하던 유 행장은 A 모 이사의 심복인 지점장 급 간부의 인사 문제로 A 모 이사와 격돌하게 됐다. 회의에서 A모 이사는 자신이 아끼던 간부 문제로 유 행장에게 한마디 던졌다. 이에 유 행장은 ‘당신은 행장 말을 듣는가, 직원 말을 듣는가’라며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부당한 압력에 일침을 가했다.  유 행장 발언에 대해 이사회는 당시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으나, 서서히 칼을 갈기 시작했다.
2004년 11월 3일, 그 날도 유 행장은 PUB와 합병후 구조조정을 위한 경영방침을 조율하고 앞으로 50억 한미의 성장목표를 세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사회가 열렸다. 30분도 안되어 유 행장 앞에 해고통보가 날라 들었다. 한마디로 등뒤로 칼을 맞은 것이다. 그의 말대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였다. 이것이 한미 이사회의 특징이면 특징이다. 이른바 한미 이사회의 실력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행사는 상상을 초월했다.
오래전 부터 한미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사의 끈이 없으면 살아 남기 힘들다’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특히 중간 간부 정도로 이사와의 끈이 없으면 승진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사실 한미는 더 발전할 수 있었으나 이사회의 고질적인 경영 간섭 때문에 종종 당국의 감사를 받아 오는 실정이다. 대표적 사례가 이사들의 주문에 따른 돈세탁 문제이다.
2004년 8월 한미는 감사에서  BSA(불법 자금세탁/ 테러자금/ 마약자금 등을 조사하기 위해 연방 정부에 신고하는 의무 규정)를 어겨가며 이른바 돈 세탁을 한 혐의가 인정돼 당시 노광길 이사가 책임을 지고  이사직을 자진 사퇴한 것이다. 당시 은행측은 이 사실을 공표조차 하지 않고 숨겼다. 노 이사의 사퇴는 은행감독국의 정밀검사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고, 한미 이사들의 ‘제식구 감싸기’ 작전이었다. 물론 이사회가 서둘러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의혹마저 제기되어 한미는 한동안 구설수에 휩싸였다. 그런 노 이사가 사퇴했다가 슬그머니 다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미 이사진들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2004년 PUB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100만 주식을 일부 이사들 사이에 나눠 먹기 식으로 주식을 매입해 거액의 차익을 챙긴 사실도 함께 드러나 일반 주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미은행뿐 아니라 중앙/나라/ 윌셔 은행을 비롯해 소규모 한인경영 은행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현실이다.


한인 금융계의 새로운 도약은 합병 뿐


올해 초부터 나돌기 시작한 한인 은행가의 인수 합병설이 요즈음 들어 부쩍 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같은 타운 경제 분위기상 합병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 중 중앙이 가장 서두르는 인상이다. 만약 한미가 나라와 합병을 한다면 상위 4대 은행 중 가장 큰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LA코리아타운과 OC를 포함한 남가주에 한인은행이 무려 14개(이중 3개는 타주진출 은행)이며, 지점망도 99개로 연말까지 106개로 불어날 전망이다. 자연히 ‘경쟁 과열’이 따르게 된다. 은행간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같은 불경기에 어는 은행이건 심각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안이 바로 인수.합병이다.
그래서 올해초부터 한미.나라.윌셔.중앙 등 이른바 ‘빅 4’간의 빅딜설을 비롯해 자산규모 5억달러 미만의 중견은행간의 합병설 대형은행의 중소은행 인수설 등 갖가지 소문이 무성했다. 또 현시점에 이르러 은행간 합병이 과거 어느 때 보다도 가능성이 무르 익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에 걸려 있던 감독국의 규제도 풀리고, 은행들이 당한 소송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으며, 은행 경영진이나 이사회 등이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안정적인 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하나은행과 나라은행의 인수 합병설이 있었으나 무산되었고 본국 저축은행의 LA진출도 가시화되고 있어 대형/ 소규모 한인은행들끼리의 자연스런 인수 합병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고위 관계자들은 서로간의 만남에 대해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자칫 소문이라도 나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한인 은행권의 이사들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고, 체면을 중요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간 과열 경쟁, 올해말 지점수 106개


LA코리아타운의 금융시장 규모에 비해 은행 숫자가 너무 많다보니 경쟁은 치열해지고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소규모 은행들의 덤핑이 대형은행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일부 은행들은 경영압박을 견딜 수 없게 되고 결국 매각이 최선의 자구책이 될 것이라는 상항에 도달하게 된다. 벌써 일부 후발주자 한인은행들이 자본 잠식을 당하고 있는 가하면 은행감독국으로부터 <MOU/C&D> 등 갖가지 제제를 당하고 있어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인수/ 합병은 소문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합병에 대한 긍정적 이유로는 소위 ‘몸집 키우기’에 대한 은행들의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다.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과 상품 그리고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그에 걸맞는 덩치가 필수다. 기업들이 몸집을 키우는데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것이 바로 인수.합병이다. 자생적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도 다를바가 없다.
미국계 은행들에 비해 한인은행권의 인수.합병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30년 가까운 한인 은행 역사에서 한인은행간 인수합병은 손에 꼽을 정도다. LA에서 한인은행간 인수.합병은 지난 98년 한미가 퍼시픽 글로벌을 인수한 것이 처음이었고, 2004년 역시 한미가 PUB를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한미가 한인은행의 “제1의 은행”자리를 굳건히 지킬수 있는 것도 과거 두차례의 합병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연 은행권의 전망대로 한인은행들간의 인수 합병이 이루어질 수 있을가. 분명히 가능하고, 또
합병을 위한 접촉이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은행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사회의 우유부단이고, 쓸데없는 경영권 간섭, 그리고 자신들의 자리 문제 때문에 성사 일보 직전에 깨지는 경우가 많다.
수 년 전 한미와 중앙의 합병 불발이 단적인 예다. 당시 두 은행은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상황에서 돌연 무산됐다. 양해각서를 놓고 이사진들이 가격문제로  티걱태걱 하다가 또한 자신들의 위치를 계산하다가 불리해지자 “없던 일로 하자”고 손을 털었다.  또 수 년 전 한미와 나라는 당시 박창규 이사장과 토마스 정 이사장간에 서로 합병하기로 방침을 세워, 새로 이름을 작명하기로 하고, 신임 행장에 벤자민 홍 행장까지 정해 놓고서도 결국에 가서는 불발이 됐다. 한미 이사진에 실세 이사들이 틀어 버린 것이다. 자신들의 위치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과 주주들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의를 그르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두 가지 사례는 지금도 한인 은행간 인수 합병에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히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오늘날 은행이 살 길을 찾아야 하는 불똥이 떨어진 상황에서 금융시장 환경이 인수.합병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어느  쪽 은행이 다른 한쪽을 전격 합병할 경우, 한인 은행가는 도미노식 인수 합병이라는 지각변동이 올 수 있으며, 은행장이나 이사장 등의 영입과 사퇴가 일어날 수 있다. 과연 한미, 나라, 중앙 중 어느 쪽이 선수를 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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