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의 ‘촛불시위’VS ‘반 촛불대회’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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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에서 진행중인 ‘촛불집회’가 LA에서도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총영사관 앞에서 개최됐다. 또한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시위도 지난 13일 코리아타운 ‘다울정’ 마당에서 개최됐다. 상반된 성격의 두 집회는 그 진행양상에서도 판이하게 달랐다. LA촛불집회가 자발적으로 나온 평범한 한인들인 반면, ‘촛불시위 반대 궐기대회’는 일부 단체장들의 호소에 나온 보수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보수단체들의 이날 집회는 개인의 명예를 나타내려는 일부 집단이 만들어낸 쇼맨십이 강한 집회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LA촛불집회는 많을 때는 40여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참여했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자발적으로 참석한 인원들이었고 한국의 ‘촛불집회’와 여러모로 닮아있었다. 하지만 보수계 단체가 주동이 된 ‘궐기대회’는 40여개 단체가 조직되어 ‘나라사랑 법질서 수호 범동포 총연합회’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선전했으나 참석한 인원은 고작 100여명에 그쳤다. 한 단체에서 평균 2.5명이 나왔다는 계산이다. 한마디로 주최 측 개인 몇몇의 생색내기 집회였다.
                                                                                        성진 (취재부 기자)





LA촛불집회-‘대한민국을 지키는 LA사람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대한민국을 지키는 LA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LA총영사관 앞에서 진행된 “LA촛불집회”에는 총영사관 민원실에 들렀다가 참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재 UCLA박사과정의 유학생, 패어팩스 고교에 다닌다는 10대 학생, 35년 전에 이민왔다는 은퇴자 등등 평범한 한인들이 나와 시위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지난 9일은 서울의 ‘6월10일 대집회’가 열리는 날과 어울려, 이날 모임은 먼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고 이병렬 씨를 기억하는 작은 추모제를 시작으로 참석자들의 자유 발언과 청소년들의 브레이크 댄스, 그리고 풍물패의 공연까지 겻들이 집회였다. 이들 ‘대한민국을 지키는 LA사람들’의 모임은 도보 위에 그림으로 광우병 경고를 알렸으며, 서울에서 열렸던 ‘촛불시위’에서의 시민들과 경찰과의 충돌장면 사진들을 전시했고, 현수막를 길 위에 펼쳐놓아 그 주위에 촛불을 정렬해 오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LA촛불집회”는 처음 지난 2일 1인 시위를 해 보겠다는 한 여성의 결심이 온라인을 타고 전해지면서 40명이 넘는 한인들을 관심을 모았다. 시위 몇 시간 전에는 함께 참가하고 싶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이 논의를 시작한 사람이 누구인지’, ‘취지는 어떤 것인지’ 등 소위 주동자와 배후를 묻는 전화와 온라인 댓글을 수없이 올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의 시위가 끝나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왔다. 또 한국에서 개최되는 ’72시간 릴레이 행동’에 맞춰 LA에서도 7일 저녁에 촛불 집회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그리고 시위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같은 1인 시위는 외롭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하고 나온 유학생을 비롯해, 지나는 행인들이나, 영사관에 민원실에 들렀던 유모차를 몰고 나온 아기 엄마, 여기에 퇴근길에 들린 일본인,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다 들린 남미인 가족들까지 동참했다. 
이번 “LA촛불집회”를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자원봉사로 참여해 이끌었던 황호빈씨는  “첫 번째 촛불 집회에서 모인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LA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면서 “특정 개인이나 기관이 주최가 아닌 자의로 모인 촛불 집회가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한국 국민들의 노력을 지지하는 모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또한 그는 “그 이후 지난 7일 두 번째 집회에서는 사비를 들여 배너를 인쇄해 주신 분, 스크린이며 컴퓨터 등 참가자들이 다함께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물품을 가져오신 분, 직접 컬러프린트로 강제진압 사진을 인쇄해 피켓을 만들어 오셔서 잘 써 달라고 맡기고 가신 분 등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 주었기에 집회를 더욱 성숙하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집회에 참석한UCLA 박사과정의 강병화씨는 “호기심으로 카메라하나 달랑들고 찾아갔던 촛불집회에서 정말 많은걸 보고 느끼고 배웠다.”는 글을 올렸다.
머리에 “재협상”이란 띠를 두르고 나온 인권운동가 김영희씨는 “쇠고기 수입 재협상은 먹거리 문제이며 한국민의 건강보호는 물론 미국사회에서도 각성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자발적으로 나와 ‘촛불집회’를 열어가는 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LA촛불집회”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이번 모임을 이끈 황호빈씨는 “촛불집회를 두고  ‘이제 LA에서도 촛불 집회를 한다’, ‘세계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니 많은 사람들이 2차 집회에 나올 거다’ 등등 여러 기대와 함께, ‘장소가 협소하다’, ‘시위 목적을 모르고 나갈 수는 없다’, ‘운동권이 주도하는 것 같아 보여 선뜻 나서기 꺼려진다’, ‘너무 짜여있는 집회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한다’ 등등 집회에 대한 비판이나 참가를 망설이는 의견도 많이 오갔다.”고 말했다.
  그는 “LA에서 집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한인이 많이 살아 ‘작은 한국’과 같은 이곳 LA 한인 사회에서도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전했다. 또 그녀는  “이곳에서 한국에 대한 소식을 전해 주는 것은 주로 한인 신문과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이다.”면서 “그런데 이들 매체는 한국 소식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지 않고 뒷면에 작은 사진 한 장과 참가자 수를 반으로 줄여 두어 줄 기사를 쓰는가 하면, ‘괜한 일에 휘말리는 몇몇 한인이 한심하다’는 등의 사설을 싣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LA촛불집회”는 코리아타운의 언론들로부터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연합뉴스와 프레시안 등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서 보도가 되었다. 황호빈씨는 프레시안에 보낸 글에서 “결국 이곳 촛불 집회가 같은 도시에 사는 한인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특파원과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한국에서만 기사화가 되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다.”면서  “취재를 나온 현지 기자분 몇몇도 ‘취재해 가도 위에서 보도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현실을 개탄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LA 촛불 문화제 길잡이”라고 부르며 나선 황호빈씨는 이번 모임을 통해 “한국 국민이 이 사태를 함께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면서 “여기 LA에서도 이민 세대별, 지역별, 직업별로 융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한인 사회가 이번 경험을 계기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금씩 양보하고 한 자리에 모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같은 모임이 한인 사회 발전에 이바지를 할 수 있도록 방향키를 돌리는 쪽으로도 논의가 되고 있다.”면서 “주동자나 배후 없이, 너도나도 자신이 주동자며 배후라고 자처하면서 서로가 마음을 나누고 미소를 전달하는 그 현장이 우리 LA 한인들에게는 ‘내 뿌리 한국’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촛불시위 반대 집회도 
 
LA에서도 ‘촛불시위’가 계속되자, 보수단체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도 “우리들도 무엇인가 행동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이용태 전LA한인회장과 조남태 영관장교연합회장이 가세하면서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LA 한인회와 재향군인회 등 40여 단체가 ‘촛불시위’에 맞서 조직된 것이 ‘나라사랑 법질서 수호 범동포 총 연합회’였다.
이 단체는 40여개가 참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13일 오후 2시 코리아타운의 ‘다울정’ 마당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여기에 공동의장은 이용태(전LA한인회장), 배무한(MB후원회장), 김혜성 (재향군인회장), 김봉건(애국동포연합회장), 박종대(전교회연합회장), 조남태 (영관장교연합회장) 등이며 준비위원장은 조남태씨, 집행위원장은 손민수씨가 맡았다.
이들은 지난 12일 일간지 등에 ‘한미결속 및 FTA비준촉구 그리고 모국을 위한 범동포궐기대회’ 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게재하면서 “최근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단순한 유해논란을 떠나 대한민국의 국기를 뒤흔드는 심각한 사태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촛불시위가 한국민의 의사를 모두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미국사회에 알려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코리아타운 중심가인 올림픽과 놀만디 코너에 자리잡은 ‘다울정’을 둘러싼 펜스의 문이 열렸다. 오후 1시가 되면서 LA한인회에서 성조기와 태극기 등이 운반되어 왔으며, 펜스에는 각가지 구호가 나붙었다. 또 일부 사람들은 “믿어보자 우리 대통령” “야당은 조속히 국회 등원하라”
“쇠고기 안전하다” 등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받아 들고 나왔다.




이날 궐기대회는 “본국 국민들에게 현실성을 알리기 위해 이 모임을 개최했다”라고 이용태 전LA한인회장의 개회인사로 시작됐다. 이어 국민의례 순서로 진행됐으며, 공동의장인 배무한 전미주봉제협회장과 조남태 영관장교연합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김봉건 애국단체연합회장이 “촛불시위가 한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 대회가 열렸다”는 요지의 성명서 낭독이 이어졌다. 또 김 회장은  “광우병에 걸린 반미, 친북좌파 세력을 척결하라”고 성명서를 통해 요구했다.
또 이날 궐기대회에서 김도우 통일문화진흥회장은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면서 “미친개는 국민을 선동하는 MBC, KBS, 전교조 등은 모두 광우정신병을 앓고 있는 미친 개다”라고 지칭했다.
그는 또 “미국은 1945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152개국가에 쇠고기를 수출해왔다”면서 “지금까지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날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는 서명철(6.25참전유공자회장),김해룡(월남참전총연회장),김명관(한국전참전미군용사동우회장),이춘자(재미한인독립투사유족회장)씨 등이 선창하는 구호들을 외쳤다.
이날의 집회는 약 1시간만에 끝났다.
이날 참가자들에게 배포된 유인물에는 40여개 단체 이름들이 수록되어 있었으나,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는 주최측이 사전동의없이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궐기대회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인사들은 “범동포 궐기대회”명칭으로 집회를 하려면 시일을 두고 준비를 해 가능한 5백명 정도는 참가해야 한다”면서 집회를 연기하자고 했으나, 주동 인사들의 의사대로 13일 강행됐다.
이를 두고 한 K단체장은 “이용태 전LA한인회장이 14일 한국을 방문하기 때문에 13일 집회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일부 주동급 인사들이 자신들의 영향으로 집회를 이끌어가기 위해 모임을 강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궐기대회에 나온 L(67)모씨는 “40여개 단체가 조직해 개최한 오늘 궐기대회에 고작 100여명 정도라 실망했다”면서 “주최자들이 대회를 개최했다는데만 만족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LA촛불시위에는 40여명이 나왔다는 것에 비하면 오늘 궐기대회는 차라리 안하니만 못했다”고 비꼬았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 참석자를 두고 중앙일보는 100여명이라고 했는데, 유독 한국일보는 40명으로 밝혔다. 이를 두고 한 단체장 L씨는 “일반적으로 언론들이 집회 참석자를 대부분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한국일보는 오히려 실제 참석자 수를 절반 이하로 뚝 잘라 보도해 의심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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