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세계화추진 사업에 LA 요식업계 양분

이 뉴스를 공유하기















▲ 지난 2일 LA한국문화원에서 발대식을 가진 미 서부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회장 이기영).

ⓒ2010 Sundayjournalusa

‘한식 세계화’는 이명박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밀어 붙이는 드라이브 정책사업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부터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한식세계화 추진단’ 명예회장에 이름을 올리며 이른바 ‘한식세계화 전도사’로 전면에 나서 그야말로 사업 확장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 영부인 김윤옥 여사.

이를 반영하듯 한식세계화 사업의 2010년도 예산은 일명 ‘영부인 예산’으로 불리며 무려 239억 5,000만원이 책정됐다. 지난해 예산 100억원에서 140% 가까이 껑충 뛴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예산 집행율이 고작 40.4%에 머문 것으로 집계되는 등 기존에 배정된 예산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예산 증액을 꾀할 필요가 있었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뉴욕, LA 등 해외동포 한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가 잇달아 출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늘어난 정부의 예산금액을 타내기 위한 치열한 로비활동 등 현지 한인 요식업계의 정치적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 지난 2일 열린 미 서부지역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마치고 단체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이기영 씨가 자신의 업소인 ‘양지설렁탕’을 폐업해 구설수에 올랐다.

‘한식세계화’라는 큰 틀의 기치를 앞세운 단체는 출범한지 이틀 만에 수장이 현업에서 물러나는 충격파로 지각변동에 휩싸인 셈이다.


박상균 기자<블로그 : http://cool711005.blog.me>


















▲ 양지설렁탕 입구에 부착된 안내 문구에는 건강상의 사유로 잠시
문을 닫는다고 밝히고 있다.
 
ⓒ2010 Sundayjournalusa

‘미 서부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회장 이기영)’가 지난 2일 LA 한국문화원에서 발대식을 개최하고 공식출범을 알렸다.

이 행사에는 LA총영사관, aT센터 LA, LA한국관광공사, LA한인상공회의소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한식세계화 행사에 국내외적 관심이 쏠렸던 이유는 단연 MB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꾸준히 밀고 있는 문화사업인 탓이다.

이를 반영하듯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LA시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시장 등의 축하 인사말도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서 이기영 초대회장은 “한국정부 차원에서 다각도로 한식 세계화에 애쓰고 있지만, 결국 현업에 종사하는 한식당 업주들이 발 벗고 나서야 진정한 한식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 서부 한식세계화 추진위 발대식이 개최된 지 이틀 만에 이기영 회장이 운영하는 요식업소가 문을 닫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즐겨 찾는 등 타운 미식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아온 20여년 전통의 양지설렁탕이 갑작스레 임시 폐업을 단행한 것.










이기영 회장 직격인터뷰

“양지 브랜드 살려 재창업 계획 중”



Q : 양지설렁탕의 임시폐업 결정을 놓고 타운에 말들이 많다.

“사실 수개월 넘게 업종전환을 고민해 왔다. 설렁탕 메뉴 하나만으로 더 이상 요식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단골고객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또한 양지(Yangji)라는 브랜드의 새 업소를 곧 오픈 할 것이다”


Q : 미 서부 한식세계화 추진위를 이끄는 회장으로서 사업체를 잠시나마 접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런 상황에 전현직 요식업협회 임원진이 협회 재건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원들의 자발적 가입이 이뤄져야 하고 상호간 협조관계가 구축돼야 한다. 구심점이 돼야 할 내가 다소 흔들린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한식 세계화라는 주요 쟁점이 부각된 상태에서 회원들 간 결속력이 흩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Q : 항간에는 사업체를 정리해 보스턴에서 업소를 창업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럼 미 서부지역을 이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보스턴 쪽에서 동생이 요식업을 하고 하는데 동업 등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이 와전된 것이다. 하지만 만약 미 서부지역을 벗어나 동부지역으로 떠날 경우에는 회장직 재선출에 대해 알아서 이사회에서 재고하지 않겠는가. 아직은 시기상조다”


더욱이 7년 넘게 남가주 한인요식업협회를 도맡아 이끌어 온 이기영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미 서부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가 발족되는 과정에서 그가 중심축을 이뤘기에 더 큰 충격파로 다가왔다.

이와 관련 타운의 한 요식업주는 “이기영 회장의 부인이 그간 신장 투석치료를 받는 등 업소운영에 있어 마음고생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경기가 지속되는 데도 요식업협회장이 운영하는 업소라는 이미지 때문에 제 살 깎기 가격할인 경쟁에 맞서 끝까지 정상영업을 펼친 것이 오히려 화근을 불렀다”고 전했다.


요식업협회 ‘양분’ 조짐 


이 회장의 폐업결정을 놓고 전현직 요식업협회 임원진과 회원들은 “사실 미 서부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요식업협회와의 분리여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었다”며 “이렇게 업소를 정리할 거라면 차라리 요식업협회의 재건을 꾀해놓고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았을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현재 전현직 요식업협회 임원진들을 중심으로 ‘남가주 요식업협회’의 명성을 되찾자는 부활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기영 회장이 지난 7년여 넘게 홀로 요식업협회를 이끌다시피 해왔던 터라 이번 업소정리를 계기로 요식업협회의 신임 회장단을 구성하는 등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前 요식업협회 모 회원은 “한식 세계화에 앞서 한인 요식업 업주들의 이익대변 단체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갑작스런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한식 세계화를 운운하느니 먼저 내실을 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미 서부 한식세계화 추진위 임종택 이사장(수원갈비 대표)은 “추진위원회가 활성화되고 있는 뉴욕 등 동부지역의 경우 사실상 요식업협회와 추진위가 일원화됐다”며 “이곳 서부지역에서도 요식업주들 모두가 힘을 결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미 서부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에는 이사진 13명(회비 1,000달러), 50명의 회원(업소당 100달러)들이 동참해 단체 규모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약 2만 달러에 불과한 초기 시드머니가 걷힌 셈으로 남가주 뿐 아니라 북가주, 네바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요식업소들이 즐비한 미국 서부지역을 대표하기에는 아직 미약한 상황인 것이다.

반면 연초 출범한 미 동부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의 경우 이사진 20명(회비 3,000달러)과 200명의 회원(업소당 300달러)을 거느린 대규모 단체로 탈바꿈된 상태다.

미 동부 추진위원회는 지난 6월 aT센터 뉴욕과 MOU를 맺는 등 사업추진 성과를 거두며 25만 달러에서 30만 달러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의 예산투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종택 이사장 직격 인터뷰

“추진위 정상운영 문제 없다”














Q : 추진위 발족 이틀 만에 이기영 회장이 운영하던 양지 설렁탕이 문을 닫아 말들이 많다. 추진위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가?

“사실 이 회장이 양지 설렁탕을 정리하고 ‘양지(Yangji)’라는 브랜드를 살려 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사전에 들었다. 따라서 이기영 회장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한 것이지 회장직을 물러나거나 하는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Q : 미 서부 한식세계화 추진위 출범을 놓고 일부 한인 요식업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요식업협회 중심의 한식세계화를 주장하고 있다.

“주류고객들이 한식에 대해 많은 호의를 갖고 있는 지금 시점이 한식세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최적기다. 추진위원회가 구심점에 서서 한인 업주들의 대변단체가 될 것이다. 추진위 쪽에 힘을 실어 단체가 양분되지 않고 일원화되는 데에 부디 협조해 달라”
 
Q : 한식세계화라고 하면 추상적인 느낌이 든다. 추진위의 구체적 청사진을 설명해 달라.

“우선 로컬 요식업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맛 지도 제작, 한식표준 조리법 개발 등이 추진되고 무엇보다 한식축제를 성대히 치를 계획이다. 그로브 몰 옆 파머스 마켓, 유니버셜 스튜디오, LA다운타운 ESPN 광장 등이 주요 후보지로 접촉 중에 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