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숙제는 안 하고, 엉뚱한 곳만 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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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때 권력으로부터 독립했다며 국민들이 응원했던 검찰이 다시 권력에 엎드리다 못해 이제는 대놓고 정권의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과 정윤회 문건 파동 때 마지못해 사태를 수습했던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에서는 뻔뻔하다 못해 후안무치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진행해왔다. 하나는 구체적으로 돈 전달 과정이 불거진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 다른 하나는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수사 마지막으로는 성완종 회장의 참여정부 당시 사면 의혹 수수였다. 검찰은 앞의 두 가지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하고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와 유정복 인천시장 등 ‘친박 실세’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 시작되던 지난 8일 검찰은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을 소환했다. 홍 의원은 2012년 대선 무렵 성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반면,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제외하고 메모에 언급된 나머지 6명의 정치인에 대해 최근 일괄 서면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홍 의원이 제출한 답변과 자료 일부가 검찰 조사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그를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구체적으로 시기와 돈 액수가 특정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서면조사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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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참여정부 당시 사면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확대하고 더 나아가서는 리스트에 언급되지 않은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와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사면 의혹과 관련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 씨를 지난 24일 소환했다. 검찰의 건평씨 소환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런 수사기법이 해당자를 망신주고 친박실세에 대한 수사 초점을 흐리려는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때 자신이 선배로 모셨던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까지 가혹하게 수사했던 검찰이 이제는 몰락해가는 정권의 호위병으로서 국민이 쥐어준 칼을 권력을 위해서 휘두르고 있다.

본지도 여러 차례 지적해왔듯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본류’는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 대선자금이다. 검찰은 그러나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이던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수사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리스트에 나오지도 않은 야당 의원을 소환하는 것으로 수사의 방향을 틀었다. 검찰은 이인제 의원도 소환 대상인 만큼 야당을 겨냥한 표적수사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정권 실세도 아니고, 제1 야당 전 대표인 김 의원에 견줘 무게감도 떨어진다.

노건평 씨는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누구든 범죄 혐의가 있다면 수사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하지만 검찰이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들이댔는지는 미지수다. 황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2012년 1월 ‘사면 자문’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황 총리가 자문을 맡은 날로부터 8일 후 특별사면이 실시됐는데, 당시 실무를 총괄한 정진영 청와대 민정수석은 황 총리의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사면로비 의혹과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황 총리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노 씨를 수사한다면 황 총리에 대해서도 즉각 수사하는 게 공정한 법집행이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이제 총체적 부실수사로 판명 나고 있다. 여기에 야당 인사를 끼워 넣어 ‘물타기’를 시도한들 부실수사의 흔적이 감춰지지 않는다. 검찰의 무리한 행태는 오히려 특별검사 재수사를 불러들이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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