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에버랜드로 시작해 삼성물산으로 끝나는 이재용의 재테크 …

이 뉴스를 공유하기
     

최근 본국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움직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달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격 공시한 바 있다. 페루 등 외국 정부를 상대로 고액 소송을 벌여 상당한 이익을 챙긴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3대 주주로 깜짝 등장한 것이다. 삼성물산의 1대와 2대 주주는 삼성그룹 관계인(13.99%)과 국민연금(9.79%)였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하는 주주총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본국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지난 1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본국에서는 법원이나 언론 할 것 없이 삼성그룹이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에 노출된 약자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자세히 뜯어보면,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서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삼성은 이건희 – 이재용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움켜쥐고 있다. 때문에 다른 소액주주들의 이익은 철저하게 후순위로 밀려왔다. 엘리엇은 그 틈을 파고 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대한민국 경제에도 손해다. 오너 일가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 결코 오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과 엘리엇의 전쟁을 <선데이저널>이 철저하게 들여다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추진안은 20년 전부터 이건희 일가가 진행해온 3세 승계 프로젝트의 막바지 핵심 수순이다. 3세 승계를 위해 64억원의 증여자금으로 마련한 종잣돈으로 에버랜드 등 비상장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일감을 몰아줘 덩치를 키워주고, 그 비상장 회사를 상장하고, 삼성물산 같은 그룹의 우량기업을 헐값에 먹어치우는 행태를 거듭해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아무런 세금도 내지 않고 불과 수 십 억원의 종잣돈으로 최소 수조원 이상의 지분가치를 확보하는 “재테크 신공”을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낸 상속세는 16억원에 불과하다. 1996년, 이건희가 이재용에게 61억원을 증여하며 낸 세금이다.

법률에 따르면, 상속되는 금액이 30억원을 넘어서는 부분부터는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더욱이 이건희 회장 같은 기업 대주주의 지분(주식)을 자손에게 물려주는 경우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주식과 함께 해당 기업의 경영권까지 물려받는 프리미엄)’까지 계상한 할증률이 20~ 30% 부가된다. 즉, 이건희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모두 수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로 상속이 이뤄져왔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건희 일가의 상속세 납부 실적은 16억원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편법으로 얻은 부로 인해 세금도 편법으로 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같은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싼값으로 대량 매입하게 했다. 그다음 그룹 차원에서 삼성SDS에 일감을 몰아줬다. 이렇게 하면, 삼성SDS의 매출과 수익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이후 삼성SDS를 상장했더니 주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었다.

이재용은 싸게 산 주식을 비싸게 팔아 1조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부모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4%를 상속받을 때 낼 세금 3조원의 절반 정도를 납부할 수 있는 돈이다. 나머지 1조5000억원은,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 4%에서 매년 나올 수천억원 상당의 배당금으로 분할 납부하면 된다. 비판받아 마땅한 이같은 행태가 이번 엘리엇 펀드의 공격으로 마치 삼성이 약자 같은 신세로 뒤바뀐 것이다.

과연 경제정의?

“경제정의란 국제 기업 사냥꾼들에게 약탈당할 가능성이 높은 국내 우량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다.” 최근 이런 주장들이 본국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즉 엘리엇에 공격에 당하는 삼성은 약자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이건희 – 이재용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이재용에게 그룹 지배권을 몰아주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현저히 낮게 평가된 합병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숨은 의도다. 이러한 전략은 삼성물산의 이익이 아니라 많은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해 이재용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이 0.57%에 불과해 그간 지배구조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23.23%)이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2대 주주(4.06%)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직접 관할하는 주주인 만큼 합병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시세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 지분 16.5%를 갖게 된다. 동시에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3.38%) 취득 등을 비롯해 6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상속세 부담도 덜게 됐다. 제일모직이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외에도 삼성SDS 지분(17.1%)도 거두게 됐기 때문이다. 향후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11.3%)과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등을 맞교환한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SDS 주식을 매각, 현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사기 보다 주식 교환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이 승계 재원이 될 거란 관측을 내고 있다.

제일모직이 지난해 말 상장되면서 삼성물산과의 합병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일모직의 주가가 올해 들어 상승세를 그린 점도 합병에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제일 모직의 주식 가치가 높을수록 합병시 삼성물산의 주식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 비율은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이며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주식 ‘1’의 가치를 100로 잡았을 때, 가치가 200으로 오르면 삼성물산의 주식 2배(70주)를 가져가는 식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삼성은 엘리엇의 공격에 대해 주가 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이라는 ‘먹튀론’으로 방어하고 있다. 먹튀론은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단기에 보유 주식을 팔고 나가는 폐해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재벌 총수의 전횡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에 가깝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평균 보유 지분이 5%에 불과한 재벌 총수들이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후진적 지배구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주가가 선진국 기업에 비해 심하게 저평가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삼성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결정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삼성은 설령 합병 비율에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더라도 헤지펀드가 공격하는 현실에서는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애국론을 편다. 하지만 이런 국수주의적 접근은 사태의 본질을 흐림으로써 향후 한국 시장과 기업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본국 경제가 어려운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삼성을 정점으로 하는 재벌 독식 구조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3세, 4세가 자신들의 지분을 훨씬 뛰어넘는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재벌의 사업영역을 확대할수록 서민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본국은 재벌 해체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건전한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자본 건전성과 경쟁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개혁을 하자고 하는데도 ‘애국’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삼성의 편을 들고 있다. 세금 없는 지배권 승계를 막고,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기업 지배권을 행사하며,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를 지게하고, 재벌의 전횡과 횡포를 막고 공정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도 언론도 삼성편

하지만 본국의 법조계와 언론은 온통 삼성그룹을 보호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지난 1일 법원도 엘리엇이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삼성이 제시한 합병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과 합병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비율은 법령에 따라 주가를 근거로 산정한 것”이라며 “주가가 부정거래행위로 형성됐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상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삼성물산 경영진이 주주 이익과 관계없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 즉 제일모직과 그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자료도 없다”며 합병목적의 부당성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엘리엇은 현재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되고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됐다며 합병 시기가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주가는 시시각각 변동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완벽하게 삼성의 손을 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 측의 논리를 그대로 판결문에 반영한 것과 다름없다. 이에 따라 삼성이 추진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 작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