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한미정상회담 풍경… 대기자는 없고 대기자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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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꿀먹은 벙어리처럼 고개숙인 한국 기자들 향해

“여기 한국 여기자는 없나요?”

지난 5월 21일 백악관 이스트 룸(East Room)에서 개최된 문재인-바이든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한국  여기자가 없나요”라고 한 발언을 두고 미국 기자들이 ‘이상하다’라는 트윗을 올렸으며, 한국에서는 네티즌들이 한국 기자들이 ‘수준 이하이다’ 면서 성토하는 등 문 대통령과 한국 언론들이 구설수 에 올랐다. 새삼스레 한국 기자들의 기자회견 자세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성진 취재부 기자>

한미정상공동기자회견지난 2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질의응답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 장면들은 국내외로 현장 중계가 되어 많은 한인들도 시청했다. 이날 논란된 부분은 양국 정상이 모두 발언을 끝내고 기자들의 질의를 받는 시간에 일어났다. 이날 이스트 룸 회견장은 양국 정상을 향해 중앙에는 양측 각료들이 자리했고, 왼쪽은 한국 기자석, 오른 쪽은  미국 기자석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번째 질문권을 ABC뉴스 메리 앨리스 팍스 여성 기자에게 주었고, 다음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한국 기자, 왼쪽에서 두 번째”라고 지목해 연합뉴스TV 기자가 질문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CBS 뉴스 낸시 코즈 여성 기자를 지목한 뒤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다시 한국 기자의 질의 시간이 돌아오면서 문 대통령이 한국 기자석을 향해 몸을 향하며 오른손을 약간 들면서 “우리 여성 기자들은 손들지 않습니까? ” 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이 6초 정도가 지나갔다.

반응이 없자 문 대통령이 다시 “여기 한국 여기자 없나요?”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한국 기자석을 향해 처음 운을 뗀 후 무려 30초 정도가 흘러가는데도 한국 기자석은 조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뒷짐지고  한국 기자석을 계속 쳐다 보고 있었으며, 중앙 각료석에 정의용 외교부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들을 포함해 양측 최고위 각료들이 한국 기자석을 향해 연신 고개를 돌리 고 있었다. 이날 본보가 체크한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 기록된 녹취록에 따르면, PRESIDENT MOON:  (As interpreted.)  Yes.  A lady?  Our ladies do not raise their hands?  Do we not have female journalists from Korea?이라고 적혀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은 한국어로 말했고 백악관은 이를 영어 통역문을 수록한 것이다. 결국 이날30초가 지나서야 “네 안녕하세요. 저는 코리아 헤럴드 기자입니다”라며 한국 여기자가 한국어로 백신과 관련한 질문에 나섰다.

이날의 공동기자회견 후 국내에서 주목을 받은 뉴스는 <외신기자 당혹케한 文 질문 “우리 여기자 는 왜 손 안드나요”>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보도였다고 미디어오늘이 논평하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중앙일보는 기자회견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하면서 여성 기자를 찾았던 문 대통령의 발언을 다룬 AFP통신 기자와 CBS 기자의 트윗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문 대통령 말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공개 석상에서 특정 성별을 언급하는 게 매우 낯설게 들리기 때문이다. 여성을 우대하는 것도 대놓고 하면 성차별주의(sexism)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여성 기자 두 명이 질문한 것을 보고 한국 여성 기자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으로 추측했다. 질문할 기자를 미리 정하지 않은 가운데 “문 대통령이 두 번째 질문 기회를 여성에게 주는 ‘재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보도 했다. 특히 “하지만 즉흥적으로 나온 문 대통령 발언은 자칫하면 한국 여성, 특히 한국 여성 기자 들은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소극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기자회견을 지켜본 전 세계 사람들 에게 심어줄 위험이 있다”고 논평했다. 이같은 관련 보도는 포털에서 많이 읽은 기사 1위에 오르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댓글 반응은 천태 만상이었다. 한국 기자들의 질적수준을 난타하는가하면,  특정 성을 굳이 언급해 질문 기회를 준 건 부적절 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국 국내 댓글에서 ‘기자 수준이 저래서야…’

이날의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들과 미국 기자들의 자세가 극명하게 다른 것도 오늘 의 한국 언론의 자세를 갸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상급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 하나가 바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 뉴스가 될 수 있고, 특히 미국에서의 정상급 공동기자회견은 전 세계적 이목이 쏠려 있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 참석한 미국 기자들은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바이든-문재인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두번째 외국정상을 직접 초청한 회담이었고 마스크 없이 진행한 첫번째 기자회견이라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한국 언론 기자의 질문 기회가 왔음에도 30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입장이다. 이런 상태를 미국 언론들은 거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30초 정도는 기자회견장에서는 매우 긴 시간이다. 보통 중요 한 질문을 한가지 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미국 기자들이나,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각료들은 이 장면을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시청한 미국의 한인 언론들이나, 특파원들도 ‘아니… 저럴 수가….’  라고 중얼거렸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백악관 출입기자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정석에 앉고 대통령과 질의 기회가 많은 만큼 대통령이 기자 이름을 부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경우 질의응답 기회가 적고 기자회견 이 열리더 라도 백 명이 넘는 기자들을 상대하면서 질문자를 정해 놓지 않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 공동기자 회견에서도 그런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 회견이 열리고 있다.

▲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 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번 문 대통령의 한국 여기자를 찾은 것에 대하여 청와대측은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아 그 진의는 알 길이 없다. 반면 그처럼 기회를 주었음에도 현장에 있던 2명의 여기자는 왜 30초가 지나도록 질문권을 행사하는데 주저했는가도 의문이다. 이날 회견을 지켜본 미국 기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런 장면을 남다르게 보았다.  AFP통신 소속 의회 출입 마이클 매티스 기자는 트위터에 “‘한국에서 온 여성 기자는 없나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으려고 여성 기자를 찾았(고 얻었)다”고 적었다. CBS 뉴스 소속 백악관 출입 캐서린 왓슨 기자는 트위터에 “‘우리는 한국에서 온 여성 기자 없나요?’ 문(대통령)이 여기자를 지목하려고 노력하는 듯한 모습으로 농담했다”고 썼다. 이 트윗에 다른 사용자들은 “그는 그 직전까지는 너무 잘했는데(He was doing so good up to that point)”, “이상하게 보였다(seemed odd)”는 댓글을 달았다. 이날 백악관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와대 출입 국내 언론은 코리아헤럴드, 머니투데이, 문화 일보, 서울경제, 뉴스1, 연합 뉴스 TV 등 6개 매체였고, 이중 여성 기자는 2명이었다. 이번 정상 회담에 동행한 청와대 풀기자 단은 12명이었고, 여성 기자는 3명이었다.

한국기자 무반응에 바이든 포함 각료들 ‘벙찌다’

정상급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들이 맥(?)을 못추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9월 당시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후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장면 중벌어진 해프닝은 한국 기자들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드리고 싶군요. 정말 훌륭한 개최국 역할을 해주셨으니까요. 누구 질문할 것 없나요?”라며 한국 기자들이 질문을 해주기를 바랬다. 그 순간 기자회견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오바마가 다시 말했다. “한국어로 질문하면 아마도 통역이 필요할 겁니다. 사실 통역이 꼭 필요할 겁니다.” 청중이 웃음을 터뜨리고 그때 한 기자가 손을 들자 오바마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런데 그는 한국 기자가 아니라 중국 기자였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지만 저는 중국 기자입니다. 제가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을 던져도 될까요?” 그러나 오바마는 그의 말을 자른다. “하지만 공정하게 말해서 저는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요청했어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그때 중국 기자가 다시 오바마의 말을 자르면서 “한국 기자들에게 제가 대신 질문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어떻겠느냐”고 묻고 오바마가 “그건 한국 기자들이 질문하고 싶은지에 따라 결정 된다” 면서 “아무도 없나요?”라고 두 서너 차례 묻는다. 잠깐의 정적, 오바마는 난감한 듯 웃고 결국 질문권은 중국 기자에게 돌아갔다.

▲ 2010년 중국기자 루이청강

▲ 2010년 중국기자 루이청강

이 당시 오마바는 무려 7-8회나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 해 줄 것을 여청했으나, 수많은 한국 기자 들은 벙어리였고, 대신 중국 기자가 질문권을 성공적(?)으로 나꾸어 챘다. 실제로 이 사건은 당시에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오바마는 가뜩이나 중국과 환율전쟁을 치르고 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중국 기자의 질문을 받기가 껄끄러웠을 것이다. 오바마는 한국 기자들이 질문을 해야 한다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정작 한국 기자들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한국 기자들의 무난한 공치사를 기대했던 것일까. 중국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에 오바마는 당황하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질문에 나선 루이청강 CCTV 중국 기자는 “최근 미국 정부가 내놓은 여러 대책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오바마를 몰아 붙였다. 오바마가 가장 듣고 싶어하지 않았을 질문이었고 한국 기자들이 감히 꺼내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으로 중국 구글에서는 루이청강이란 이름이 순식간에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고 루이청강의 웨이보에는 4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오바마의 콧대를 눌러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국내에서는 “한국을 속국으로 아느냐”,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줬는데 가로채는 건 예의가 없다”며 중국 기자의 무례함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한국 기자들을 겨냥해 “오바마를 바보로 만들고 한국의 국격을 떨어뜨렸다”며 기자들의 무능함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당시 한국 기자들이 왜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또는 하지 못했을까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오바마가 질문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이었고 무슨 질문을 할까 고민하던 순간, 갑자기 중국 기자가 나서서 질문권을 가로채 끼어들 기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중국 기자에게 질문권 빼앗긴 한국 기자들

이 당시 중국 기자의 질문은 돌발적이었지만 시의적절했다. 용기도 가상했다. 한국 땅에서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기자 회견에서 한국 기자들을 제치고 중국 기자가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오바마에 의해 거절 당하고 계속 오바바의 한국 기자에게 질문하라 했는데도 요지부동하자 그 중국 기자는 “그러면 한국 기자에게 제가 질문해도 되겠는가 물어 보겠다”고 하자 오마바도 더 이상 거부할 수가 없었다. 기자라면 항상 사회를 대신하여 질문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고 한국 언론사에서 수습기자 시절 부터 훈련을 시키지만  어쩐일인지 한국 기자들은 “안방 장군”은 잘하지만 밖에 나가면 꼬리를 내리는 경향이라고 정규재TV는 지적하고 나섰다. 한 원로기자는 한국 기자들은 유독 다른 기자들의 눈치를 보거나 답변의 내용 보다는 내가 한 질문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순간 질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기자는 국민을 대신하여 질문하는 사람이다. 기자가 질문을 하지 않으면 그는 기자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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