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해외문화홍보원장 공문…단독 입수해서 드려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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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0일 ‘경력개방형 직위 해제해 달라 ’외교부장관에 건의
■ 홍보원장이 총대매고 뉴욕-파리문화원장 공모에 민간인 배제
■ 문체부 시대 역행하는 공무원 전문성 부정하는 논리도 동원
■ 외교부, 수용 않고 경력개방형직위 유지 ‘지원가능으로 변경’

지난 8월 1일 뉴욕한국문화원장 재공고를 내면서 당초 민간인만 지원할 수 있던 자리에 공무원 및 퇴직 3년 이내의 전직공무원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6월초 아예 뉴욕 및 파리문화원장 경력개방형 공모자체를 없애버리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문체부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은 외교부장관에게 현재 문화원장 자리에 민간공모를 통해 특정분야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전문성확보는 충분하지만 기관장으로서 공적기능수행이 더 필요하므로, 뉴욕과 파리 2개 문화원장직을 경력개방형 공모를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의 이 같은 건의는 공직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직내외부에서 공개경쟁을 통해 우수인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에 위배되는 것으로, 공무원 사회가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혁신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외교부 역시 이 같은 비판을 우려, 문체부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공모제를 유지하되 공무원에게도 응시자격을 주는 것으로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문화체육관광부산하 해외문화홍보원장이 지난 6월 10일 외교부장관에게 충격적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공문은 해외문화홍보원장 명의로 발송됐지만 사실상 문체부산하 어공들 대부분의 의지로 풀이되며 홍보원장은 총대를 맨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지난 6월 10일 외교부장관에게 보낸 공문의 제목은 ‘뉴욕–파리 문화원장 경력개방형직위지정 해제요청’이다. 공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해외문화원 중 가장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속칭 꿀 보직으로 꼽히는 2곳의 문화원장 자리에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앞으로 민간인이 아닌 공무원만 임명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해외문화홍보원장은 이 공문에서 해외문화홍보원이 운영 및 지원중인 재외한국문화원 중 경력개방형으로 선발하고 있는 뉴욕과 파리 문화원장 직위의 경력개방형 지정의 해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해외문화홍보원은 경력개방형직위 지정 해제 이유 3가지를 들었다.

해외문화홍보원장의 엇박자

뉴욕문화원과 파리문화원은 국가기관임에도 기관장과 직원 모두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국내외 전례가 없는 조직으로, 공무수행의 책임성을 확보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문화원장외 11명 내외의 행정직원은 분야별 현지 민간전문가로 채용 운영해, 문화원의 인력구조상 문화 관련 전문성 확보는 충분하나 기관장인 원장까지 민간에서만 제한적으로 선발돼 공적기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이는 문체부 스스로 현재 문화원장 및 행정직원은 민간전문가로 채용, 전문성이 확보됐음을 인정한 것으로, 문화원의 가장 고유한 업무수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공적기능이 약화되므로 민간인을 임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고유한 업무수행이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 감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두가지 중 문체부는 업무수행보다도 이의 관리에 방점을 둔 것이다.

해외문화홍보원은 특히 주프랑스한국대사관이 지난 2015년 11월 24일, 2016년 1월 29일, 2022년 5월 31일, 2022년 6월 9일 본부로 공문을 보내 보좌공무원 파견을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주뉴욕총영사관도 2015년 9월 9일과 같은 해 9월 26일, 그리고 2016년 8월 5일 보좌공무원 파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개 해외공관의 공문발송일자와 해외문화홍보원의 경력개방직직위 지정해제 공문일자를 보면, 형식적으로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이 올해 2차례에 결쳐 보좌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민간인 문화원장이 계약연장을 통해 계속 업무를 수행한 뉴욕총영사관은 올해 이 같은 공문은 없었던 것이다. 해외문화홍보원은 또 현재 문화원 조직 구성과 운영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문화원장은 특정 분야 전문가로서의 업무수행보다 문화원을 대표하는 기관장으로서, 해당조직의 공적기능수행 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문체부 스스로 민간인은 특정분야의 전문가, 공무원은 공적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외문화홍보원 스스로 자신들의 문화 등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부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기관장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으니, 문화원장에 적격이다’라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화원장 자리를 갖기 위해 전문성을 부정한 것으로, 이같은 공문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일부 공직자들은 해외문화홍보원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적절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무리한 이유를 끌어대다 자신들의 존재를 스스로 깎아내린 것이다.

특히 해외문화홍보원은 6월 중 재공고 예정인 뉴욕문화원장 선발도 관계부처인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사이에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협의완료시까지 선발절차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공문을 작성한 해외문화홍보원장은 박명순 씨로, 박 씨가 이 같은 생각을 가졌다면, 그 어떤 자리보다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논란을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마도 이는 박 씨의 의견이라기보다는 뉴욕-파리문화원장 자리를 문체부 공무원들이 번갈아 차지하고 절대로 민간에 줘서는 안 된다는 문체부 대다수의 의사를 대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박 씨는 총대를 멘 셈이다.

아예 밥그릇 통째로 탐낸 듯

해외문화홍보원의 이 같은 건의는 보기 좋게 거부됐다. 건의대로 6월 재공고는 연기됐지만, 경력개방형 직위 지정해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8월 1일 외교부와 인사혁신처의 뉴욕한국문화원장 재공고에 따르면 뉴욕한국문화원장 자리는 계속 경력개방형직위로 지정돼 민간인이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즉 외교부는 경력개방형 직위 지정해제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다만 공무원 및 퇴직 3년 이내의 전직 공무원이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개정, 공무원도 임용이 가능하도록 개정했다. 외교부는 경력개방직 공모의 취지자체를 깡그리 무시하고, 20여 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문체부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99년 5월 공무원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의미에서 국가공무원법을 제정, 개방형 공무원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었다. 개방형 직위는 전문성이나 효율적 정책수립을 위해 내부와 외부인사중 적격자를 임용하자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외부인, 즉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만 지원이 가능한 경력개방형 직위가 신설됐고, 문체부산하에서는 뉴욕문화원장과 파리문화원장 자리가 민간인만 지원하도록 변경된 것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외부인사 중 전문가를 영입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사회에서 승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 승진대기자들도 윗사람이 승진해야 내가 승진하는데 난데없이 개방형직위로 지정돼 민간인이 임명돼 버리면 윗사람이 승진 못하니 그만큼 나의 승진시기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또 모두가 인정하는 전문가가 아닌 자신의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을 보은적 차원에서 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성 보다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

하지만 공직의 전문성과 경쟁력 강화, 혁신이라는 당초 취지는 민간 기업이나 공직사회 할 것 없이 어떤 조직이든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사실에는 이론의 의지가 없다. 바로 이 같은 이유로 해외문화홍보원, 나아가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신들의 전문성을 부정하면서 기관장으로서 공적기능수행이 중요하다는 핑계까지 대면서 민간인 배제를 주장한 것은 밥그릇 지키기의 끝판 왕이라는 비판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또 이 공문은 2015년 이후 약 7년간 2개 문화원장직을 민간에 빼앗긴 울분을 참지 못한 나머지 자신을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이유까지 들이대며 고토회복에 나선 것이다. 이제 앞으로 뉴욕과 파리문화원장에 부임하는 공무원은 업무의 전문성은 없고 직원들을 관리 감독하는 전문성만 있다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게 된 셈이다. K드라마, K뮤비, K뮤직 등 K로 시작되는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쓰는 2022년, 문화원장은 한류홍보의 첨병으로, K컬쳐의 생산자 못지않게 그 누구보다도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자질이 필요한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주무부서는 크리에이티브한 전문성보다는 기관장으로서 관리 자질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한류는 이런 사고방식의 공직자들에게 첨병역할을 맡기고 있다. 문체부의 이 같은 인식은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검증돼야 하고 박명순 씨는 국정감사 스타가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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