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두고 ‘교황 vs미국’ 측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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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을 두고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와 미 행정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교황 레오 14세가 “하느님은 전쟁 축복 안 한다”며 미국을 비판하자 미국 측은 14세기 프랑스 국왕이 후임 교황을 자기 입맛대로 선출하고 아예 교황청을 로마에서 아비뇽으로 옮긴 ‘아비뇽 유수’를 언급하며 “미국 편에 서라”고 경고까지 하는 험악한 상태까지 이르렀다.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교황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며 “평화의 왕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결코 칼을 들었던 이들이나 오늘날 폭탄을 투하하는 편에 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황은 특정 인물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하느님이 우리 편에 있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쟁을 ‘신의 섭리’로 표현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 미국방문계획 보류 이유

교황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문명을 파괴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가톨릭 신자들에게 전쟁 종식을 위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미국 매체 ‘더 프리 프레스’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최근 이란 전쟁을 비판한 교황 레오 14세의 연설 직후 주미 교황청 대사인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을 국방부로 불러 강하게 질책했다. 콜비 차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했다”며 “교회는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아비뇽 유수(Avignon Papacy)’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가톨릭은 미국 편에 서는 게 좋을 것”

사상 첫 미국인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명을 멸절하겠다고 위협한 것에 대해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교황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전쟁을 ‘신의 섭리’로 묘사하거나 신앙을 군사 행동의 명분으로 삼는 것을 정면 으로 반박하며, 이를 ‘신성모독’이자 ‘전능의 망상’이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환경에서 미 국방부 관계자들이 교황청 대사를 불러 “가톨릭은 미국 편에 서는 게 좋을 것”이라며 군사력을 언급하고, 과거 교황이 프랑스 국왕의 통제를 받았던 ‘아비뇽 유수’를 거론하며 위협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올해 말로 예정되었던 교황의 미국 방문 계획이 보류되었으며, 이민자 보호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교황은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비뇽 유수(Avignon Papacy)’는 1309년부터 1377년까지 약 70년 동안 가톨릭 교황청이 이탈리아 로마가 아닌 프랑스 아비뇽에 머물렀던 역사적 사건을 말한다. ‘유수(幽囚)’란 ‘잡아 가두다’라는 뜻 으로, 교황권이 프랑스 왕권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여 사실상 포로와 같았던 상황을 고대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에 빗댄 표현이다.

당시 프랑스 왕 필리프 4세가 성직자 과세 문제로 교황 보니파시오 8세와 갈등을 빚던 중, 군대를 동원해 교황을 습격한 ‘아나니 사건’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후 선출된 프랑스인 교황 클레멘스 5세 가 1309년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옮기며 시작되었다. 이 시기 동안 선출된 7명의 교황은 모두 프랑스인이었으며, 프랑스 왕의 간섭을 받으며 세속적인 정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는 중세 유럽에서 절대적이었던 교황의 권위가 크게 추락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후 1377년 교황청이 로마로 복귀한 직후, 로마와 아비뇽에서 각각 다른 교황이 선출되면서 가톨릭교회가 나뉘는 ‘서방교회 대분열’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 행정부가 교황청을 압박하며 이 용어를 언급한 것은, 과거 프랑스 왕처럼 미국의 군사 적·정치적 힘으로 교황의 권위를 억누를 수 있다는 위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레오 14세는 오는 7월 4일 미국 건국 기념 250주년 행사에 참석해달라는 백악관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은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가톨릭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교황청 같은 기관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터무니없는 오만함이 드러난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미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지난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교황을 알현하고 “트럼프는 말만 많고 산만하다”고 비판했고 교황도 “이란 민간인에 대한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 강조했다.

마크롱 ‘말이 너무 많고 산만’공개저격

공개로 진행된 이번 면담에서는 중동 전쟁 문제부터 농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가 논의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동 위기 해결”을 교황과 논의 하고자 했다. 특히 레바논에서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습과 미국-이란 간 휴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양측의 큰 우려로 꼽혔다. 회동 후 마크롱 대통령은 “교황을 만나 매우 기뻤다”며 “세계의 분열 앞에서 평화를 위한 행동은 의무이자 요구”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밝혔다. 바티칸은 성명에서 “양측은 세계 각지의 분쟁을 논의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공존 회복을 희망했다”고 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공습 결정으로 촉발된 전쟁에 대해, 레오 교황과 마크롱 대통령은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거리를 두었다. 레오 교황은 “이란 민간인에 대한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마크롱 대통령 역시 “말이 너무 많고 산만하다(too much talk, and it’s all over the place)”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앙을 실천하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와 세 차례 만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회동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레오 교황에게 프랑스 방문을 공식 초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오 교황은 오는 13일 알제리 방문을 앞두고 있으며, 이는 교황으로서는 첫 알제리 방문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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