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중앙그룹 어디로] 큐리어스 브릿지의 기발한 발상 홍씨 일가 부동산 담보로 돈 빌려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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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2중으로 담보 설정…‘산은’돈으로 빌려준 셈
◼ ‘돈 없이 기업 매입하는 수법’ 무자본 인수 닮은 꼴
◼ ‘근저당권부채권 근질권 설정’…디폴트 땐 집행 가능
◼ 신용급락 속 불리한 조건, 이사회결의 전 계약 체결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 일가가 부동산을 담보로 5백억 원을 빌리면서, 2.6배에 달하는 1,300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준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5백억 원을 빌려준 큐리어스브릿지는 자신들이 담보로 잡은 홍씨 일가 부동산을 담보로, 다시 산은캐피탈에서 돈을 빌려서 홍씨 일가에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홍씨 일가의 부동산은 큐리어스브릿지 및 산은캐피탈에 2중으로 담보가 설정됐고, 홍씨 일가가 큐리어스브릿지에 돈을 갚더라도, 큐리어스브릿지가 산은캐피탈에 돈을 갚지 않으면 별도의 법원 명령없이 자동으로 경매에 회부, 매각된다. 큐리어스브릿지는 사실상 무자본으로 홍씨 일가에 돈을 빌려준 것이며, 홍씨 일가는 이중 담보라는 불리한 조건임에도 눈물을 머금고, 에스엘엘중앙 부도를 막기 위해, 이 같은 대출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과 두 아들 홍정도, 홍정인 등의 한국 내 부동산 102채와 홍정인의 하와이 호화 콘도 등을 담보로 잡히고, 지난 9월 18일 큐리어스브릿지유한회사로부터 5백억 원을 빌린 홍씨 일가. 돈을 빌린 법인은 에스엘엘중앙이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홍씨 일가 등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64%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홍씨 일가가 돈을 빌린 셈이나 다름이 없다.

돈 없고 신용 등급 하락하니 천덕꾸러기

본보가 하와이등기소에 등기된 홍정인 씨와 큐리어스브릿지간의 담보제공계약서와 홍석현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소재 자택 등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매우 이례적이며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본보가 이미 보도했듯, 홍씨 일가는 9월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350억 원의 채권을 막기 위해, 큐리어스브릿지유한회사로부터 5백억 원을 빌렸다. 특히 홍씨 일가는 5백억 원을 빌리면서 1,300억 원의 채무 책임을 인정했으며, 이는 실제 빌린 돈의 2.6배에 달하는 것으로,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줄줄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신용도가 극도로 하락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홍씨 일가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계약이며, ‘굴욕’이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불리하다고 생각할 대목은 또 있다. 부동산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홍씨 일가는 큐리어스브릿지에 한국 내 부동산 102채를 담보로 돈을 빌리면서 9월 3일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9월 18일 정식으로 근저당권설정 계약이 등기됐다. 하와이등기소에 등기된 홍정인과 큐리어스브릿지간 담보 제공계약서에 홍정인의 채무 책임이 1,300억 원으로 확인된 가운데, 한국 부동산등기부등본에도 채권최고액이 1,300억 원으로 기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채무자는 홍석현, 홍정도, 홍정인 등 3명이었고, 근저당권자는 돈을 빌려준 큐리어스브릿지로 기재돼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동산등기부등본 을구의 4-1번이다. 큐리어스브릿지가 지난 9월 10일 자신들의 홍씨 일가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근저당권을 산은캐피탈주식회사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한 ‘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는 ‘근저당권부채권 근질권설정’ 이라고 명시돼 있고, 채무자는 큐리어스브릿지, 채권자는 산은캐피탈, 채권최고액은 6백억 원이며, 9월 10일 계약에 이어, 9월 18일 등기가 완료됐다. 큐리어스브릿지가 산은캐피탈에서 정확하게 얼마를 빌렸는지는 등기부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채권최고액이 6백억 원임을 고려하면, 만약 채권액의 1.2배를 담보로 설정한다면, 5백억 원을 빌린 셈이다. 큐리어스의 정확한 대여액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빌려준 돈을 상당액 또는 전부를 홍씨 일가 부동산을 담보로 조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홍씨 일가 부동산 담보로 돈 빌려 대출

쉽게 말하면, 큐리어스브릿지는 홍씨 일가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받는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뒤, 자신들이 확보한 홍씨 일가 부동산을 다시금, 산은캐피탈에 담보로 잡히고, 산은캐피탈의 돈을 빌려서, 홍씨 일가에게 제공한 것이다. 이른바 무자본 인수합병과 유사한 방식이다, 무자본 인수합병은 자신의 자본은 거의 투입하지 않고, 법인을 인수한 뒤, 이 법인의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인수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물론 무자본인수합병은 합병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큐리어스브릿지는 홍씨 일가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자신의 돈이 아니라, 홍씨 일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그 돈을 빌려준 셈이다. 무자본인수합병처럼 이름을 붙이자면, 무자본 대여, 무자본 전환사채인수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근저당권부채권 근질권설정’의 정확한 의미를 확인한 결과, ‘근저당권부채권’이란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채권을 말하며, ‘근질권’이란 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잡은 채권을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돈을 빌려주되 채무자가 제공한 담보를, 다시 제3자에게 제공, 돈을 빌려서, 당초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큐리어스브릿지가 당초 담보로 잡은 한국 내 부동산은 102채, 산은캐피탈은 이 담보권을 담보로 잡았기 때문에 그 대상은 한국 내 부동산 102채로 같다.

큐리어스브릿지는 홍씨 일가가 만기인 2029년 3월 빌린 돈을 지급하지 않거나 주식을 지급하지 않으면, 별도 법원 명령없이도 담보 부동산을 모두 팔아치울 수 있다. 최대 1,300억 원이 채워질 때까지 모두 처분할 수 있다. 문제는 큐리어스브릿지가 이 부동산 담보권을 다시 산은캐피탈에 제공했다는 점이다. 즉, 홍씨 일가가 큐리어스브릿지에 돈을 상환하더라도, 만약 큐리어스브릿지가 산은캐피탈에 돈을 갚지 않으면, 질권자인 산은캐피탈도 별도의 압류 및 추심명령없이도 저당권을 행사, 담보부동산을 매각할 수 있다.

즉, 홍씨 일가는 자신의 부동산을 사실상 담보가 2중으로 설정되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상환과 관계없이, 큐리어스브릿지에 운명을 맡긴 셈이다. ‘근저당권부채권 근질권설정’은 사실상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불리한 대출방식으로,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가 극히 낮은 경우에 적용되는 대출로 알려졌다. 홍씨 일가는 500억 원을 빌리면서, 2.6배에 달하는 1,300억 원의 채무 책임을 인정하고, 에스엘엘중앙의 가치는 4천억 원으로 합의한 데 이어, 자신들의 부동산을 2중으로 담보로 설정하는 데도 동의하는 등, 에스엘엘중앙의 부도를 막기 위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수용한 셈이다.

2029년 3월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매각

한편 에스엘엘중앙은 큐리어스브릿지와 지난 9월 3일 주주합의서 및 채권청약합의서 등을 체결했다. 주주합의서와 채권청약합의서는 ‘큐리어스가 에스엘엘중앙에 5백억 원을 빌려주고, 에스엘엘중앙은 큐리어스에 기발행주식의 12.5%에 해당하는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계약을 의미한다. 또 큐리어스가 홍석현 일가 부동산에 1,300억 원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한 날도 9월 3일로 확인됐다. 반면 에스엘엘중앙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2천억 원어치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승인한 것은 9월 4일로 확인됐다. 이는 에스엘엘중앙이 스스로 공시한 것으로, 전환사채발행한도 정관개정 승인은 9월4일 이뤄졌지만, 에스엘엘중앙은 그보다 하루 전에 큐리어스 측과 채권청약합의서 등을 체결한 것이다.

또 홍정인과 큐리어스 간에 하와이콘도 담보제공계약서가 작성된 것은 9월8일, 큐리어스브릿지가 산은캐피탈에 자신의 근저당권부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9월 10일, 홍정인과 큐리어스 간 담보제공 계약서 공증이 이뤄진 것은 9월 11일이었다. 반면 에스엘엘중앙이 이사회를 열어 전환사채권 5백억 원 발행을 결의한 것은 9월 14일로 확인됐다. 또 큐리어스브릿지에 전환사채권을 전제로 5백억 원을 빌리는다는 것을 공시한 것 또한, 9월 14일로 확인됐다. 이사회결의 이전에 큐리어스와의 채권청약합의서 계약, 근저당권부채권 근질권 설정계약 등이 이뤄진 것이다.

이사회의 결의를 받았기 때문에 유효

현행 상법 제513조 및 제469조에 따르면 전환사채발행은 이사회 고유권한이며, 이사회결의 이전에 대표이사 등이 임의로 체결한 인수-청약계약은 원칙적으로 ‘권한 없는 자의 행위’로 간주된다. 다만 실무적으로 이사회결의 이전에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에 ‘본 계약은 이사회결의를 통과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등의 조건을 명시하고, 추후 이사회 정식 결의를 받는다면, 계약은 유효하다. 에스엘엘중앙이 임시주주총회의 전환사채발행 정관 승인 및 이사회의 전환사채발행결의 이전에 큐리어스브릿지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추후 이사회의 결의를 받았기 때문에 유효한 셈이다.

한편 에스엘엘중앙은 9월14일 공시에 이어, 나흘 뒤인 9월 18일 공시내용을 일부 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채 종류가 ‘기명식 이권부 사모전환사채’에서 ‘무기명식 이권부 사모전환사채’로 변경됐고, 사채의 주식전환 청구 기간 역시 올해 10월 18일부터 가능했으나, 내년 9월 18일로 바뀌었다. 만약 올해 10월 18일부터 주식전환청구가 가능하다면 돈을 빌린 지 한 달 만에 다시 위기를 맞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기일도 당초 2029년 3월 17일에서 같은 해 3월 12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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