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NEWS] 제주항공 무안참사 유가족 2월 미연방법원에 보잉사 제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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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사 원인은 보잉 737기 결함’ 제조물책임소송
◼ 현재 179명 유족 중 75%가 연방법원소송에 합류
◼ 말로만 듣던 ‘법원쇼핑’ 재판관할권 문제 배수진
◼ 보잉, ‘미국보다 한국이 적합’기가 요청에 적극
◼ 유족, ‘한국법원 보내는 것은 소송매장 하는 것’
◼ ‘여신도 성추행’JMS소송…미국은 기각 한국으로

지난 2024년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참사 사건과 관련, 유가족들이 지난 2월 미국연방법원에 보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보잉사가 사고 발생지역과 유가족 등이 한국에 있는 점을 고려해 불편한 법정 회피의 원칙을 적용, 미국소송을 기각하고 한국에서 재판받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재판관할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에 펼쳐지고 있다. 반면 유가족 측은 한국에는 강제 증거조사개시[디스커버리] 제도가 없어 진실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보잉사와 기술진이 미국에 있는 만큼 미국법원을 고수하고 있다. 보잉사가 재판받겠다면서도 굳이 한국법원을 요구하는 것은 미국법원에서 재판받을 경우, 한국보다 훨씬 많은 배상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2024년 12월 1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할주로를 이탈, 콘크리트 옹벽을 들이받은 뒤 폭발, 탑승객 181명 중 단 2명을 제외하고 179명이 사망한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사망한 희생자 유족들이 미국연방법원에서 사고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사와 힘겨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아직 본안에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한 채, 비행기라는 거대한 제조물책임 소송을 어느 나라 법원에서 진행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가 없는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족들은 배상금 규모가 한국보다 크다고 알려진 미국법원을 원하는 반면, 보잉사는 거꾸로 만약 패소하더라도 배상금 규모가 작은 한국법원을 고집하고 있다.

서로 미루는 이유는 배상금 문제?

미국재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법원쇼핑’-‘재판부 쇼핑’으로 소송당사자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법원을 선택하려는 다툼이다. 유족들은 지난 2월 5일 보잉사가 소재한 미국 워싱턴주 서부연방법원에 보잉사를 상대로 ‘315 항공기 제조책임’[315 Airplane Product Liability]규정에 따른 일종의 제조물책임 소송을 제기했다. 사고 항공기의 결함으로 참사가 발생했으니, 제조사가 책임을 지라는 소송이다. 이에 앞서 일부 유족들은 일리노이북부연방법원,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 워싱턴 서부연방 법원 등에서 이미 보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소송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유족에게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유족 간의 협의를 통해 지난 5월 21일 워싱턴서부연방법원으로 사건을 병합시켰다.

그 후 원피고 양측은 디스커버리, 즉 증거조사개시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보잉 측은 가장 중요한 것은 관할권 이슈라며, 관할권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증거조사개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족들은 재판부 주재하에 재판 일정 합의를 통해 지난 5월 21일 마스커소송장과 약식소송장을 제출한 데 이어, 지난 9월 9일 수정소송장을 제출했다. 유족들은 소송장에서 ‘보잉737-800 기종의 설계결함, 수십 년 전인 1960년대의 구형 아키텍쳐 유지 등 안전의식 붕괴, 조류 충돌 시 엔진 및 필수전기유압시스템의 연쇄 마비, 조종사 제어권상실 등이 참사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이 수정소송장을 제출한 지 불과 이틀만인 9월 11일 보잉사가 빨간 깃발을 들었다. 보잉사는 지난 9월 11일 이른바 ‘불편한 법정 회피의 원칙’을 내세워 ‘원고들이 미국소송을 취하하면 한국에서 소송을 받겠다’라며 재판부에 기각을 요청했다. 재판을 받기는 바는 대신, 한국법원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보잉사, 유족 인정하면 적극적 협조

보잉사는 이 서면에서 무려 87개의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한국법원행을 고집했다. 보잉사는 이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들을 제시했다. 보잉사는 ‘미국소송 기각 뒤 120일 내에 유족들이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한다면, 한국관할권을 100%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소송장 송달 등도 받아들이겠다. 또 한국 민사소송법 제184조에 따른 국내 송달 주소도 지정하고, 한국 불법행위 청구권에 대해 120일간은 소멸시효에서 제외시키며, 한국법원이 요구하는 보잉의 보유 문서 및 증인 제공, 한국법원의 최종배상금 판결수용’ 등을 명시했다. 보잉사는 ‘한국법원으로 가면, 자발적으로 소송에 임해, 송달도 받아들이는 등 일체 관할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

또 한국법원으로 가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그 시간만큼은 소송 시효에서 유예시키겠다. 증거-증인제공 등 사실조사에 협조하겠다’라고 다짐한 것이다. 특히 보잉사는 한국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예비조사보고서, 무안공항의 조류충돌 위험경고 및 활주로 콘크리트제방의 위험성 경고 문서, 한국 경찰청 및 특별수사본부의 국토교통부, 제주항공, 공항 당국에 대한 압수수색 및 관련 공무원 기소 움직임, 국회 국정감사와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활동, 그리고 한국 및 미국언론의 보도 등 87개에 딜하는 방대한 증거를 통해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중요한 요소들이 모두 한국에 있으므로, 미국법원이 아니라 한국법원이 가장 적합한 법원이라고 강조했다.

또 무엇보다 사고 발생 장소가 한국이며, 희생자와 유족 등 소송당사자들도 한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보잉사가 ‘불편한 법정 회피의 원칙’에 따른 기각요청을 하자, 유족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강력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유족들은 지난 10월 9일 32페이지에 달하는 반박서면을 통해 ‘소송의 본질은 단순한 해외항공사고가 아니라, 보잉이 설계-제조-판매한 보잉737-800기종의 제품책임소송이며, 사고항공기 시스템의 치명적 결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제조 본사에 대한 기술적 조사가 필수적이므로, 미국법원이 가장 적합한 법원’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한국행은 소송 생매장하는 것’

유족들은 ‘한국 민사소송법에는 미국처럼 광범위한 사전증거조사개시제도가 없다. 당사자나 제3자에 대한 문서 제출, 데포지션, 사실인정 등의 디스커버리제도가 없어서, 상대방이 이미 존재를 아는 문서만 특정해서 요청해야 하므로, 보잉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기술-설계문서에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잉 소송을 한국법원으로 보낸다면, 이는 사실상 소송을 생매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보잉사의 상업용 항공시사업부분의 문서와 핵심엔지니어들의 99%이상이 보잉 본거지인 미국 워싱턴주에 집중돼 있음이 이미 확인됐고. 무안참사의 사망자179명 중 75%에 달하는 131명의 유족이 미국법원에 이미 소송을 제기했거나 제기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다.

사고 기종인 보잉737-800기종은 매일 전세계를 누비는 상업용 항공기로, 미국 정부도 공익적 차원에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족들은 ‘한국법원은 소송청구금액에 따른 인지대가 고액이므로, 경제적 약자인 유족들이 정당한 배상을 청구하는 데 커다란 재정적 장벽이 되며, 재판부는 소송 기각으로 원고에게 이 같은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족과 보잉사 모두 ‘어디에서 재판이 열리느냐’가 본안심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서로 배수의 진을 치고, 유리한 법정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사고발생지는 한국, 사고기 제조지는 미국이라는 논리로 서로 맞서고 있지만, 보잉사가 미국을 피하려는 것은 한국보다 훨씬 높은 배상금 때문이며, 미국 내에서 해당항공기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또 다른 결함이 발견된다면, 전세계에 판매한 항공기로 배상 문제가 번지는 것도 이유로 풀이된다.

또 제주항공 무안참사는 최근 수년래 전세계에서 발생한 항공기 참사 중 지난해 6월 인도에서 발생한 에어인디아 추락사고로 241명이 사망한 것을 제외하면, 가장 희생자가 많은 참사이다. 보잉사의 입장에서는 ‘사생결단’식으로 나설수 밖에 없는 셈이다. 연방법원은 오는 23일까지 보잉사 측에 재반박서면을 제출할 기회를 제공했다. 보잉사는 재반박서면을 통해 다시 한번 미국법원이 부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 확실시된다. 연방법원은 이 같은 양 측의 서면을 검토, 보잉사의 기각요청을 수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빠르면 한두 달 내에 결정이 내려질 수 있지만, 어쩌면 올해를 넘겨 내년 초에 결정이 날 수도 있다.

‘불편한 법정 회피 원칙’JMS 사례

유족들은 지난 8월 6일 법무법인 원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정하고, 대한민국정부와 한국공항공사, 제주항공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항공사고 관련 소송은 몬트리올협약상 소송 시효가 2년임을 감안, 올해 내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즉, 유족들이 한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소송을 제기한 것 이유다. 만약 미국소송이 한국법원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난다면, 변호인단 간에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불편한 법정 회피의 원칙’등에 따라 미국법원에서의 소송이 기각된 한국인관련사례는 여신도 성폭행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기독교복음선교회회원들의 넷플릭스 소송이다.

정 씨는 지난 10월 19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준강간 등의 혐의에 대해 검찰이 구형한 징역 27년보다 6년이 더 무거운 33년형을 선고받은 사이비 교주이다. 기독교복음선교회 교인협의회 회원들은 지난 2023년 3월 3일 넷플릭스가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정명석교주의 여신도 성폭행 등의 의혹을 폭로하자, 이듬해인 2024년 2월 28일 미국 델라웨어연방법원에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했었다. 이들은 같은해 6월 12일 수정소송장을 제출하는 등 넷플릭스를 향한 총공세를 펼쳤었다. 이들은 한국에서는 정명석 총재의 범행 등이 널리 알려진 만큼, 한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국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넷플릭스는 ‘불편한 법정 회피의 원칙’을 내세우며, 기각신청을 했다. 넷플릭스는 ‘원고 스스로 한국법원도 적절한 법원 중의 하나라고 인정했고, 미국 델라웨어는 원고의 홈포럼이 아니며, 지역적 법적 관할성도 부족하다. 재판부도 이미 원고 측의 법원쇼핑 가능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국법원의 기존판결 등을 검토한 뒤, 원고가 한국법원이 원고의 주장에 회의적이었다고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델라웨어연방법원은 지난 2025년 2월 28일 ‘불편한 법정 회피의 원칙’에 따라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줬다. 연방법원은 ‘원고들이 한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넷플릭스가 한국관할권을 무조건 인정하고, 송달을 수용하겠다’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원고의 미국소송을 기각했다.

연방법원은 ‘증거가 대부분 한국에 있고, 증인 대부분이 한국에 거주하므로, 미국법원에 강제로 출석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문서와 증언 등의 영문번역 역시 원피고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또 넷플릭스 관련자들도 한국에 있으므로 한국법원이 재판에 적합하다’라고 판시했다. 또 ‘공익적 측면에서도 델라웨어주 배심원은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없고, 한국 시민의 명예 훼손 문제이며, 한국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치므로, 한국법원이 적합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명석 교주의 사건은 신도들의 미국 소송 제기로 부터 정확하게 1년 만에 관할권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한국법원으로 이관된 경우다. 무안참사 유족들의 보잉사 소송은 과연 미국법원이 재판관할권을 받아들이지, 아니면 보잉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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