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특집-2]무기밀매 돈세탁 북한인 ‘문철명’ 체포에서부터 미국 신병인도 결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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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미국-북한’ 대화채널은 종료된 셈

UN의 대북제재에서 국제적으로 체포대상에 포함된 북한인 리스트 중에 말레이시아에서 체포 되어 최근 미국으로 송환된 북한인 문철명(56)씨가 미국 법정에서 ‘국제 자금 세탁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게되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철명씨는 범죄 혐의로 미국에 소환된 최초의 북한인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UN제재에 호응하여 문철명씨를 미국으로 송환하자 북한은 말레이시아와 단교를 선언했으며, 말레이시아 역시 자국 주재 북한 대사관 전원을 48시간내 철수를 명령해 지난 21일 북한 대사관 전직원과 가족이 말레이시아를 떠났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말레이시아의 범인 송환은 대북제재에 유엔 회원국들이 적극 협조체제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가 새로운 차원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특별취재반>

유엔미국으로 송환된 문철명씨는유죄가 확정시 최대 12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문 씨가 술과 사치품 등을 북한에 반입하고 돈세탁을 했다며 6개 혐의로 문 씨를 기소한 후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문 씨를 미국으로 인도해 달라고 말레이시아 당국에 요청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법원은 2019년 12월 문 씨의 미국 인도를 승인했고 이에 문 씨가 항소하자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지난 10일 최종적으로 이를 기각한 것이다. 미국으로 범인 인도를 확정한 것이다. 한편 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19일 단교를 선언한 지 이틀만인 21일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말레이시아 외교부의 철수 명령으로 전원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날 동남아시아 전문 인터넷 매체인 베나르 뉴스(Benar News)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소속 외교관들과 그 가족 등 30여명이 현지시간 오전 11시 대사관을 떠났다. 이는 이틀전인 19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의 단교 선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48시간 이내 출국할 것을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김유성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21일 철수하기 전 대사관 앞에서 최근 조치에 대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질식시키려는 미국의 극악무도한 정책에 의한 반북 음모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말레이시아가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을 불법 자금세탁 등 혐의로 미국에 인도한 사건을 이유로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바 있다.

▲ 암살당한 김정남

▲ 암살당한 김정남

이에 히사무딘 후세인(Hishammuddin Hussein)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은 21일 북한 외교관 추방에 관한 성명에서 “이는 말레이시아의 주권을 보호하고,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를 통해 말레이시아는 우리 사법권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으며, 우리 정부 제도를 무시하면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반함으로써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2019년 문 씨를 쿠알라룸푸르에서 체포했으며, 같은 해 12월 말레이시아 법원은 미국 인도를 승인했고, 이달 초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씨의 상고를 기각해 이를 확정했다. 그리고 최근 문 씨의 신병을 미국 FBI에 인계했으며, FBI는 문씨를 국제 돈세탁 혐의 등으로 미국 연방 구치소에 구금시켰다. AP통신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명철은 지난 20일 토요일 워싱턴 D.C.에서 FBI의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미법무부는 이 문제에 논평을 거부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 관계는 2017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북한 요원들의 사주로 암살된 이후 사실상 단절 상태였다.

북한인 송환두고 북한-말레이시아 단교

말레이시아가 유엔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북한인을 미국에 넘겼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와 단교 선언을 했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함께 대북제재를 집행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뚜렷이 입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19일 RFA방송에 북한의 이번 단교선언은 북한과 상대적으로 우호적(cordial) 관계의 국가들을 포함해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유엔 대북제재를 집행하고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 선임연구원은 북한 국적인이 대북제재 위반혐의로 미국에 인도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일은 대북제재 집행에서 중요한 선례(precedent)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구기관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제이슨 바틀렛 연구원도 19일 RFA방송에 이번 사건은 북한이 해외에서 자행하는 불법활동을 단속하는데 다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바틀렛 연구원은 “제 3국이 자국내 북한 범죄인을 국제법을 따라 다루지 않으면 미국은 북한 범죄인을 미국에서 재판할 수 없다”면서 “이번 경우에 말레이시아는 국제법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 이다” 라고 강조했다. 바틀렛 연구원은 말레이시아의 이번 조치로 북한의 대북제재 위반에 악용되어 온 다른 동남 아시아 국가들도 이 지역내 북한의 불법 활동 확산을 방지하는데 말레이시아의 전례를 따를 것 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에 대응해 말레이시아와 단교선언을 한 것처

▲ 김유성 북한 대사대리

▲ 김유성 북한 대사대리

럼 다른 국가들에 비슷한 외교적 위협을 할 수 있다고도 그는 덧붙였다.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단 위원은 19일 RFA방송에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 예로 2019년 4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에서 옮겨 실은 북한 석탄 2만 6,500톤을 실은 파나마 선적의 동탄호가 말레이시아 케마만 항으로 입항하려고 했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이 입항을 불허한 사례를 거론했다. 이후 2019년 5월 북한 석탄 불법운송 혐의로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미국령 사모아로 보내져 압류됐다. 와츠 전 위원은 이때부터 말레이시아와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되기(freezing out)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1973년에 수교해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양국은 상대국 대사를 맞 추방했다.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도 문을 닫았다. 한편 북한이 18일 미 국무· 국방 장관의 방한에 맞춰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대미 강경 메시지를 발표한지 하루만에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관계 단절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미·북 대화 재개도 불투명해졌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이번 사태로 동남아에 구축한 불법 외화벌이 거점들이 붕괴할 것을 우려한다”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동맹국들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했다.

김정남 사건 이후 상대국 대사를 맞 추방

한편 동남아 지역의 외교관계를 전문으로 다루는 더 디프로맛트(The Diplomat)은 최근호에서 북한은 정교한 돈세탁을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는 동남아 해외사업 벤처들을 통해 불법 금융 활동을 잘 은폐한 정권이라고 했다. 특히 북한은 말레이시아 내에서 금지된 물품과 자재의 불법거래에서부터 광범위한 금융 범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불법 행위를 지시하고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7년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기술 기업 글로컴이 북한의 해외 금융을 지원하는 북한 전위 기업으로 지목됐다. 또한, 2020년 미 육군의 북한 전술 교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를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인도와 함께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의 5대 핫스팟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가 사상 초유의 문철명의 미국 송환을 승인하고 이행 한 것은 미국과 북한 뿐만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에게도 외국인 주도의 금융 범죄를 다루겠다는 새로운 입장을 예고하고 있다고 디프로맛트 매체는 지적했다.

▲ 말레이시아 정부 철수 명령으로 직원을 태운 버스가 21일 공관을 떠나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 말레이시아 정부 철수 명령으로 직원을 태운 버스가 21일 공관을 떠나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말레이시아의 범죄인 인도만으로 북한이 지원하는 동남아 지역 불법행위가 모두 얼어붙거나 위축되지는 않겠지만, 이 지역에서 유엔의 대북제재 준수를 강화하는 새로운 선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지난 수년동안 북한은 동남아시아의 금융, 법률 그리고 제도적 약점을 이용하여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해외 금융 범죄의 혜택을 누려왔다. 오늘날 알려진 가장 큰 사이버 은행가에서는 북한의 라자루스 그룹과 같은 국가 후원기관들의 악의적인 해킹 공격 위협 증가에 대한 형편없는 사이버 보안 프로토콜과 제도적 지식 부족으로 인해,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사이버 범죄자들이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으로부터 약 8천만 달러를 가로챘다.

이번 북한인 문철명씨의 미국 송환은 동남아 금융기관과 사법 기관들이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아세안 회원국들이 관할 구역내에서 대북제재가 원활하도록 고무시켜야 할 것이라고 더 디프로맛트는 강조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동남아를 경제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인 낮은 운영 비용으로 높은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그들의 불법적인 해외 사업을 유치, 개발, 보호하기에 이상적인 지역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번에 말레이시아 대법원이 북한인 문 씨를 미국으로 송환한 최종 결정은 사법기관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법적 의무를 다하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글로벌 이미지를 재구축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의 중요한 조치였다. 동남아시아는 북한의 제재 회피와 금융 범죄와 계속해서 씨름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제 이 지역은 새로운 대북제재의 선례를 쌓아야 할 것이다.

“북한인 송환은 새로운 대북제재의 선례 구축”

한편 지난해 5월에는 미연방 검찰이 북한 ‘조선무역은행’ 관계자 등 30여 명을 미국의 금융제재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미 연방 대배심에 기소했다. 이들은 200여 개 위장회사를 이용해 25억 달러 규모의 불법 거래를 한 혐의였다. 피의자 33명은 모두 ‘조선무역은행’과 이 은행을 통해 운영된 위장회사 소속 직원들로, 지난해 2월 5일 연방 대배심에 의해 기소돼 기소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피의자는 조선무역은행 은행장으로 활동하던 고철만과 김성의, 부은행장인 한웅과 리정남 등 핵심 인물들과 이 은행 본사직원인 조은희와 오성휘, 리명진 등이다. 또 중국 베이징과 선양, 주하이를 비롯해 러시아 모스크바와 하바로프스크, 블라디보스토크, 그리고 리비아와 쿠웨이트 등에서 조선무역은행을 운영하거나 대리한 북한인들도 대거 기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조선무역은행 선양지점에 소속된 김동철과 김진 등은 위장회사인 ‘수머 인터내셔널 그룹’과 ‘헤드순 트레이딩’, ‘선양 브라이트 센츄리’ 등의 운영에 관여해, 이들 회사와 관련된 중국인 황하 일린 등과 함께 기소됐다. 피의자들에게는 미국의 ‘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대북제재법’, ‘대량살상무기 확산제재법’, ‘국제 돈세탁’, ‘은행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구체적으로는 피의자들과 다른 공모자들이 250개 위장회사를 통해 최소 25억 달러를 거래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은행이 이용됐다는 내용이 기소장에 적시됐다. 기소장에는 이 25억 달러가 언제, 어떻게 거래됐는지도 상세하게 담겼다. 다만 피의자 대부분이 북한과 중국 등 제 3국에 머물고 있어 실제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전무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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