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나르도 다빈치 급의 한동훈 딸 입시 의혹 재부각
◼ 윤석열 – 한동훈 관계 좋을 때 경찰에서 전면 무혐의
◼ 압수수색도 강제수사도 없이 해명만 듣고 ‘수사 종결’
◼ 한동훈 본인 의혹엔 비번 안 풀고 남 의혹은 들춰내고
2022년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윤석열의 간택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됐을 때, 그 딸의 입시 의혹이 청문회에서 쟁점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황태자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딸의 입시비리로 낙마한 상황에서 한 의원 딸 알렉스 한의 입시 관련 의혹은 청문회 내내 큰 쟁점이었다. 당시 본국 강남의 학부모들은 ‘조국이 입시에서 딸을 도운 건 강남에서는 누구나 하는 정도고, 한동훈의 엄빠 찬스는 넘사벽’이란 말이 나왔다. 또한 당시 검찰이 조 전 장관을 탈탈 털 수 있었던 건 한 의원이 입시 세계의 생리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란 말이 많았다. 실제로 한 의원의 처형은 강남 등에서 유명한 입시유학브로커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한 의원 딸의 입시비리 의혹은 전부 무혐의 처리됐다. 하지만 본지도 몇 차례 보도 했지만, 그것은 사실상 봐주기 수사에 가까웠다. 한 의원이 다시 주가를 올리는 요즘, 그의 딸 입시 관련 의혹 역시 본국 정치권에서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경찰도 재수사 의지를 밝혔다. 과연 한동훈 의원 딸에게 제기되는 입시비리 의혹은 정말로 넘사벽의 것일까? <선데이저널>은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의원의 검증 차원에서 그와 관련한 잇따른 의혹들을 보도하고 있는데, 이번엔 그의 딸 입시비리 의혹을 다시 한번 파헤쳐 본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공정”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정치인의 집안 문제가 4년 만에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22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달군 딸 논문 대필 의혹, 그 뒤 경찰이 내린 불송치, 그리고 지난 12일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의 ‘맹탕 수사’ 질타까지. 한동훈 무소속 의원 가족을 둘러싼 입시·스펙 의혹은 끝난 사건이 아니다.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국감장에서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재수사를 검토하겠다”라고 입을 열면서 사건은 사실상 재점화됐다. 시작은 202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겨레 보도였다. 딸이 어머니의 인맥을 통해 복지관에 노트북 50대를 기부했다는 ‘엄마 찬스’ 의혹이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터졌다.
이튿날 한 걸음 더 나간 보도가 이어졌다. 딸이 2021년 하반기에 논문 6편을 4개 저널에 실었고, 2020~2021년에는 영어 전자책 10권을 냈다는 내용이다. 주제도 반독점법, 국가채무, 코로나19, 분쟁지역 의료개혁까지 종횡무진이었다. 한동훈 당시 후보자의 첫 대응은 정면 반박이었다. 3년 치 에세이와 보고서를 모아 한꺼번에 올린 것일 뿐이고, 이를 문제 삼는 건 “프레임 씌우기용 허위사실”이라고 했다. 그런데 며칠 뒤 판이 뒤집혔다. 케냐 출신의 대필 작가 ‘벤슨’이 문제의 논문 중 하나를 자신이 2021년 11월에 썼다며 컴퓨터 문서 목록까지 찍어 보낸 것이다. 4쪽 짜리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 논문이다. 그제야 한 후보자는 외부 조력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다만 논문이 아니라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고 입시에는 쓰지 않았고 쓸 계획도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학계 “말도 안 되는 해명”
학계는 이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지도 이 문제에 대해서 2024년 3월 집중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입시에 쓸 의도가 없는 고등학생이 대필까지 받아 저널과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굳이 글을 올릴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연구자 6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한 후보자의 오픈 액세스 저널 인식을 ‘무지’라고 때렸고, 딸이 글을 실은 곳이 돈만 내면 바로 실어주는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라고 지목했다. 청문회에서도 한 후보자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수사를 말하는 것은 과하다”고 받아쳤다. 정작 그는 곧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올랐고,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의 최종 보스가 됐다.
시민단체는 2022년 5월 한 의원 부부와 딸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대필, 해외 에세이 표절, 봉사시간 부풀리기, 앱 대리 개발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1년 7개월이 지난 2023년 12월 28일 불송치를 결정했다. 한 의원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정확히 일주일 뒤다. 이 타이밍이 우연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결정의 논리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찰이 내세운 이유는 이랬다. 논문을 올린 학술지와 데이터베이스에 심사 규정을 보내달라고 세 차례 공문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고, 그래서 심사 규정 자체가 없는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쪽의 잘못이지 속인 쪽의 업무방해가 아니라는 논리인데, 확인이 안 됐으면 수사를 더 했어야 한다는 고발인 측 반론이 나온다. 결정서에는 대필이 실제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빠져 있다. 벤슨을 불러 조사했느냐는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수사 내용을 논할 수 없다”고 했고, 사실관계는 확인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형식적 판단이 먼저”라고 답했다.
드러나는 부실수사
미국에 있는 자료를 확보하려던 국제형사사법공조도 사라졌다. 경찰이 2022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요청했는데, 검찰은 12월 2일 이를 미국에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경찰 요청이 대검과 법무부에 전달되기도 전에 자체 중단한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한 의원이었다는 점에서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이는 의문 제기 단계이고,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숫자는 더 민망하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국내외 14곳에 자료를 요청해 11곳에서 회신을 받았다.
회신한 곳은 모두 국내 기관으로 추정되며 사기업 4곳, 지자체 3곳, 학술단체 2곳, 전문가 2명이다. 마음먹으면 강제수사가 가능한 곳들이었는데, 압수수색영장은 단 한 번도 신청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이를 “전형적인 면피성·형식적 수사”라고 규정했다. 공문 사본과 기관 명단은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수사 과정은 더 허술했다. 1년 8개월 동안 고발인은 여섯 번 불러 조사했지만, 피고발인인 한 의원 배우자는 서면조사 한 번이 전부였다. 공조가 막힌 뒤에는 재요청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박주민 의원은 아마존 전자책 판매 수익이 발생했는지조차 경찰이 확인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 지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했어야 하지 않나”라며 사실상 부실을 인정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여기에 숫자를 얹었다. 김혜경 여사 관련 압수수색 약 130회, 조국 가족 약 90회, 반면 김건희 여사와 한 의원 관련 사건은 0회라는 것이다. 조 원장 본인이 가족 수사의 당사자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압수수색이 0번이었다는 부분은 경찰 자료로 확인된 사실이라, 비교 자체를 정치적 공세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쿠퍼티노에서 나온 증언들
사건의 또 다른 축은 이 곳에 있는 쿠퍼티노에서도 불거졌다. 한 의원의 처형이 약 4년간 CA에서 대입 컨설턴트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인 학부모들의 증언에 따르면 논문 한 건을 쓰는 데 멘토 비용으로 1만 5천 달러가 든다고 했고, 3명이 참여하면 1인당 5천 달러를 현금이나 페이팔로 냈다는 것이다. 처형이 운영하던 비영리 봉사기관은 자녀들의 입시가 끝나자마자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학생들이 돈을 내고 만든 스펙을 유명 섬머 캠프 지원에 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국 전 장관의 입시 비리는 한 의원 처형의 이러한 입시 컨설팅에 비하면 새발의 피(鳥足之血)란 말이 나온다.
한 의원은 지금 무소속으로 복당과 2030년 대권 도전을 꿈꾸고 있다. 그 길목에서 ‘딸 문제’는 당원게시판 사건과 함께 가장 단단한 돌덩이다. 이번에 경찰이 정말 재수사에 나선다면 가늠자는 분명하다. 압수수색에 나서는지, 벤슨을 직접 불러 대필 여부를 확인하는지, 막힌 국제공조를 다시 요청하는지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딸 문제와 관련해 국제공조를 하는 건 세계적 웃음거리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윤석열 정부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의 자녀의 해외입시와 관련해서 업무방해 의혹을 수사한 바 있다. 한국 검찰이 이곳 미국 땅 대학의 입시 문제까지 친절하게 챙긴 것이다.
만에 하나 이 셋 중 하나도 하지 않고 “검토해 보겠다”로 끝난다면, 4년 전의 불송치와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남의 가족에겐 현미경을 들이대고 제 가족 앞에선 눈을 감았다는 의심, 수사기관이 그 의심을 스스로 키웠다는 사실, 그리고 당사자가 해명 대신 법적 대응부터 꺼내 들었다는 점. 지금 한동훈 앞에 놓인 숙제는 ‘고소’가 아니라 ‘해명’이다. 벤슨이 누구인지, 대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4년 전 그가 했던 “입시에 쓰지 않았다”는 말이 진실이었다면, 재수사는 오히려 그에게 기회일 수 있다. 본지는 재수사 여부와 관계없이 비리 의혹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