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미주 한인재단 끝내 좌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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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자격 시비· 예산집행문제 논란 가열… “내분양상 끝이없다”

이민 1백주년 남가주 기념사업회(CCKI)의 후신 격으로 출범한 미주 한인재단이 과거와의 문제해결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표류상태에 있다. 일부 재단 이사들은 “인수인계 과정에서 정상적인 회계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기존 기념사업회 임원진들과 일부 이사진들 간의 ‘힘 겨루기’가 한창 진행 중이며 해결국면을 찾지 못하고 있어 자칫하면 ‘좌초‘ 할지도 모를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

▲ 지난 2월 이사회에서는 ‘추대파’와 ‘경선파’가 맞서며 큰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2004 Sundayjournalusa

이 같은 ‘내분조짐’으로 지난 1월 새로이 명칭을 바꾼 미주 한인재단(이사장 차종환)은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채 이사장이 회장직을 대행하는 ‘반쪽짜리 운영’으로 정상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잘 알려진 대로 미 전국 14개 지부 산하로 나눠져 운영된 비영리단체다. 또한 ‘이민 100주년 남가주 기념사업회’는 이러한 14개 지부 중 한 곳으로 지난해 이민 100주년을 맞아 남가주 지역 각종 행사 및 사업을 도맡아 온 비영리단체다.

워싱턴 D.C. 지부가 가장 먼저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라는 간판을 내리고, “뜻있는 비영리단체의 기능 및 역할을 승계하자”며 ‘미주 한인재단(Korean American Foundation)’으로 명칭을 바꾸고 정관개정을 통한 탈바꿈을 시도하였다.

이어 이곳 남가주를 비롯 하와이, 중가주, 샌프란시스코, 뉴욕, 필라델피아, 뉴 잉글랜드(보스턴 지역), 시카고 등이 이 같은 대열에 합류, 전국적 단체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가주 기념사업회를 이끌었던 윤병욱 회장은 미주 한인재단 전국 조직에 명예회장으로 추대되었으며, 남가주 미주 한인재단에서는 평 이사로 남게 되었다. 문제는 현재 남가주 지역 ‘미주 한인재단’의 이사진들 간의 반목인데 이는 ‘윤병욱 회장 지지파 Vs 윤병욱 회장 반대파’ 구도로 싸움이 변질되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재 미주 한인재단 이사진은 1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신 격인 이민 100주년 남가주 기념사업회 실행위원들 중 희망자들에게 개정된 정관에 의해 ‘이사’라는 직함을 부여한 것이다. ‘미주 한인재단’은 이 같은 이사직 선임을 놓고 한차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월 열린 미주 한인재단 이사회에 참석치 못한 인사들이 ‘자격시비 논란’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한 것. 결국 이 같은 해프닝은 지난 2월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의를 제기한 당사자들인 김복삼 씨와 에드워드 구 씨 등 전 기념사업회 실행위원들을 이사로 받아들임으로써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 ‘2월 이사회’에서는 예기치 못한 변수에 부딪혀 이날 선출키로 한 신임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채 임시 회장에 이사장인 차종환 씨를 겸임으로 하기로 하고, 지창열 이사를 임시 재정책임자(CFO)로, 박상원 전 사무총장을 업무 연장선상에서 임시총무로 선출한 후 산회하고 말았다. 정작 뽑아야 할 회장 선출을 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이사회는 ‘회장 선출’을 놓고 양측이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고성과 욕설, 인신공격 등이 난무하는 등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과연 ‘미주 한인재단’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박상균 [email protected]

차종환 임시회장 체제 “양측조율 이끌어내 조만간 정상화 시키겠다”

지난 2월 27일. 미주 한인재단 남가주 지부(이사장 차종환)의 이사회가 열렸던 날은 이곳 한인 비영리단체의 영세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전신 격인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라는 비영리 단체를 승계하는 과정에서 자칫 ‘감투직 싸움’으로 비쳐지는 추태가 연출된 것이다. 일단 표면적인 문제점으로 드러난 것은 무엇인가.

‘이민 100주년’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기에 기념사업회라는 단체의 결성이 가능했고, 그러한 큰 의미가 부여되었기에 많은 동포들의 후원 및 참여가 가능했던 단체가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로즈 퍼레이드’ 한국 꽃차 출품 등 몇몇 사업들은 비교적 성공리에 끝마쳤고, 기간 내 마무리 짓지 못한 사업들이 있기에 연장 선상에서 어떠한 조치가 필요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뜻 있는 단체의 이념 및 정신을 승계하자’는 큰 취지가 무색하리만큼 전직 임원들은 새 단체 설립에 있어 불협화음을 마구 양산했다. 물론 늘 벌어지는 해프닝 정도로 보아 넘길 수도 있겠지만 왜 매번 임원직 등 감투자리가 걸릴 성 싶으면 다들 다투냐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미주 한인재단의 내분양상은 전적으로 전직 임원진들이 겉으로는 물러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조종자’ 역할을 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신 격인 기념사업회의 회장직을 역임한 윤병욱 회장은 이유야 어쨌든 간에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물러날 것이라면 완전히 물러나는 미덕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 윤병욱 회장 반대파들은 ‘이민 100주년 남가주 기념사업회’ 당시 예산집행 등을 놓고 문제를 삼고 있으며, “예산집행이 불명확하고 독단적으로 운영되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렇듯 ‘의혹’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석연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병욱 전 회장은 이와 관련 “나는 사심을 버렸다. 내가 주축이 되어 벌였던 사업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봉사하려는 진심을 곡해해 음해하고 중상 모략하는 것에 이제는 지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무튼 신임 회장직에 관심을 두고 있는 안기식 이사, 그리고 모종태, 에드워드 구 이사등은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CCKI) 남가주 사업활동을 바로 세우자’는 호소문 형식의 유인물을 뿌린 뒤 당면 과제인 ‘회장선출 건’을 거부하고 퇴장해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 회장단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밀어주기 식 회장선출은 의미가 없다’라는 설명이다.

‘추대파(민병수 이사 지지세력)’와 ‘경선파(안기식 이사 지지세력)’로 나뉘어진 두개의 파벌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추대파’들은 “미주 한인의 날(Korean American Day) 전국회장 직을 맡고 있고, 이 같은 행사를 사실상 가능케 한 민병수 씨가 회장직을 맡았으면 좋겠다. 영어에 능통하며 1.5세 및 2세들과의 화합을 이끌어낼 인물이다”라는 입장이었고, 반면 ‘경선파’들은 “전직 회장단들의 노림수가 있다. 더욱이 3명의 이사가 출장간 날을 기해 회장을 선출 하는 것은 밀어주기식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

결국 2월 이사회의 주요 안건인 ‘회장직 선출’은 뒤로 미뤄진 채 1월에 투표 끝에 당선된 이사장인 차종환 씨가 임시 회장직 대행을 맡기로 하고 해산하고 만다.

석연치 않은 언론사와의 유착문제

▲ 미주 한국일보 본사 사옥.
ⓒ2004 Sundayjournalusa

미주 한인재단 전신인 ‘이민 100주년 남가주 기념사업회’는 특정 언론사와의 유착문제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윤병욱 전 회장과 미주 한국일보와의 친분관계로 인해 사업회 특정사업에 있어 한국일보 측에 특혜를 베풀었다는 지적이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연결고리의 영향 탓인지 “아직 마무리 못한 사업분야를 진행함에 있어 중앙일보, 한국일보 양측의 도움을 받았으나 한국일보 측에서 후원란에 중앙일보를 빼 줄 것을 요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언론사의 횡포를 꼬집기도 했다.

이 같은 특정단체와 특정 언론사의 결탁사례는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지만 이를 바라보는 한인들은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밥그릇 싸움도 아니고, 무슨 행사만 있으면 서로들 실질적 도움은 안주고서 이름만 내세우려 한다”며 ‘언론사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예산집행 비리 폭로전’

미주 한인재단 이사회가 열린 날 일부 이사들에 의해 뿌려진 호소문에는 전신 격인 기념사업회에서 재무 담당인 기획 조종위원장 모종태 씨의 명의로 모두 8가지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호소문에는 “최초의 태극기 모조품 4천 달러 상당의 물품이 대부분 창고에 방치되어 있으며, 로즈 퍼레이드 당시 기금 마련을 위한 전화카드 5천 달러도 정산이 되지 않았다”며 예산 집행비리에 대해 꼬집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미주 한인재단 임시총무 직을 맡고 있는 박상원 총무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직 재무담당인 모종태 이사가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이런 식으로 폭로전을 펼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윤병욱 전 회장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했고 낭비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더욱이 이미 과거에 이사회를 통해 문제가 없었던 사안인데 당시에는 아무런 말이 없더니 미묘한 시점에 이를 부당하다 하니 도무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박상원 총무는 “개인적으로는 누가 회장이 되든 상관이 없다. 경선을 하건 추대를 하건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이 하루 빨리 선출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민 100주년 남가주 기념 사업회에서는 2002년도(2003년 1월 31일까지 해당) 1차 결산보고를 끝마쳤고, 2차 최종 결산보고(2/1/03-1/31/04)는 이민 100주년 남가주 기념 사업회 소관 결산보고에 해당되지만 2003년 연말부로 해산됨에 따라 자동적으로 모든 사업을 승계한 미주 한인재단에서 이사장 및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차종환 박사 명의로 지난 3월 발표했다.

이는 회장 책임소관의 업무지만 현 미주 한인재단의 현주소를 볼 때 미룰 수 없는 문제라 차종환 이사장 명의로 했다는 재단 측의 설명이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일부지출이 과다했다는 일부 이사들의 주장은 안에서는 좋다고 하고 나서 밖에 나가서는 전혀 다른 얘기를 유포하고 다니는 비겁한 행위다. 더욱이 이번 최종 결산보고는 전신인 이민 100주년 남가주 기념 사업회의 결산이며 미주 한인재단에는 아직 재정권 조차 정식으로 넘어오지 않은 상태다. 즉 미주 한인재단 명의로 지출한 금액은 단 한 푼도 없다. 과거 단체의 결산보고를 새 단체의 결산으로 인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아무튼 차종환 임시 회장체제로 운영 중인 미주 한인재단은 조만간 양측의 조율을 이끌어내 회장선출을 끝마친다는 복안이다. 차종환 이사장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언론을 통해 부정적인 면이 자주 부각되어 동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최우선 과제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회장을 선출하는 것이며, 빨리 정상화되어 남아 있는 사업들을 추진하는 것이 당면과제다”라며 재단 정상화를 위해 힘쓰겠다는 설명이다. 이어 차 이사장은 “회장 대행이 회장을 대신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회장 대행이 아니라 회장직 공백상태를 메우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회장을 이사장이 겸직하도록 결의한 것이다. 회장을 선출할 때까지 임시로 하는 것임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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