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식품상 협회 내분 장기화로 예산 고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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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상협회의 분열상이 극에 다달았다는 평이다.

ⓒ2005 Sundayjournalusa

미주 최대의 한인 경제 단체인 식품상협회가 소모적 법적 싸움으로 경비만 낭비하고 있다.

또한 미 주류 사회로부터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해 한인 식품상들의 위상도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미주 한미식품상 총연합회(회장 구군서)와 가주 식품상 협회(회장 박종태)가 ‘로고’ 문제로 수년 째 법적투쟁을 벌인 결과 식품상 협회의 분열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적 싸움으로 양측이 지출한 변호사 비용만도 30여만 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양측은 지난해 6월 LA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극한 대립을 벌여 타주 식품상 협회들로부터도 냉대를 받기에 이르렀다. 최근 소매 식품상들은 점차 협회에 대해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 풍조로 흐르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총연과 가주협회측의 회장들이 새로 선출되면서 한 가닥 분쟁해결의 계기가 되기를 회원들은 바라고 있다.

제임스 최<취재부기자> [email protected]

최근 필라델피아 지역 식품상협회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총연과 가주 식품협회간의 법적투쟁에 대해 “원칙과 상식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야 한다”는 건의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연이나 가주협회측은 이에 아랑곳 없이 피나는 싸움만 벌리고 있다. 이 같은 싸움으로 가주협회는 재정이 고갈 상태에 이르러 최근 웹사이트 마저 중단되고, 사무국 기능도 대폭 축소된 실정이다. 웹사이트가 중단됐다는 사실은 협회와 회원 업소들간의 연결이 끊어진다는 의미도 된다. 지금까지 협회에서 새로운 정보나 소식들을 웹사이트를 통해서 회원들에게 전달되어 왔다. 이 같은 현상은 수 년 전에 연간 40여만 달러에 달한 예산 활동에 비하면 거의 파산 지경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1월에 취임한 가주협회의 박종태 회장은 4개월이 지나도록 이사회도 열지 못해 활동계획도 세우지 못 할 정도로 협회 기능이 약화되어 그의 리더쉽 마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는 과거 LA 식품상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다가 가주 협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임원들간에 조화도 이루지 못해 수년째 계속된 총연과의 ‘로고’ 싸움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협회의 예산에 큰 몫을 해 온 주류업계의 지원 기금도 대폭 축소되어 버렸다.

미국의 코카콜라 등을 비롯한 대규모 식품업계는 지금까지 한인 식품상협회에 거액을 지원해와 이 기금으로 식품상협회는 사실상 활동해왔다. 그러나 식품상협회가 내부 분규가 심화되면서 주류업계에서도 한인 식품상협회에 단일화 기금 지원에서 분열된 협회마다 따로 따로 기금을 지원하면서 결과적으로 한인사회에 지원하는 금액을 대폭 축소시켰다. 이렇게 기금을 축소시켜도 협회 자체가 분열 상태이고 기능이 약화되어 주류업계에 대해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없게 됐다. 

코리아타운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L(48) 씨는 “이제는 더 이상 협회측에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면서 “쓸데없는 소모전에 실증만 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커 스토어 주인인 D씨(52)는 “최근 정보를 얻으려 사이트를 찾았는데 문을 닫은 상태”라면서 “최소한의 기능 조차 갖추지 않은 협회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밸리에서 리커 스토어를 운영하는 K씨(49)는 “최근에 총연과 가주협회의 회장들이 교체됐기에 새로 선출된 임원들이 화합을 모색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주협회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식품상총연은 지난 1월 제32차 달라스 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김주한(오리건 거주)현 총연 이사장이 당선됐다. 김주한 차기회장은 오는 6월부터 정식으로 회장 임무를 하게 된다. 따라서 가주협회와의 ‘로고’ 싸움도 김 차기 회장이 맡게 됐다. 지난 1월 21일과 22일 양일간 달라스 소재 쉐라톤 호텔에서 미주 각 지역에서 80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총회에서는 2차 투표까지 실시해 김주한 현이사장이 캘리포니아챕터의 최재전 후보를 제치고 차기 회장에 당선됐다.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각 지역 사업내역 보고와 변경된 집행부의 현황, 공동구매추진 현황등 각종 정보교환을 통해 이윤추구에 모두 함께 동참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그러나 가주협회와의 ‘로고’ 분쟁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침을 결정치 못했다. 차기회장으로 당선된 김주한 현이사장은 “어렵게 당선된 만큼 최선을 다해 회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회장이 되겠다”며 “임기중 캘리포니아 로고문제 해결과 총연합회 본연의 내부적 사업이 없어 지역협의회와의 연계사업을 정례화해 각 지역간의 정보공유를 위한 인터넷 망 구축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총연과 가주협회 측의 싸움에 대해 필라델피아 협회는 오래 전부터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가급적 전체 모임체의 대표인 총연의 위상을 존중하되 지역 챕터의 독립성을 침해 당하지 말아야 되며 이러한 점은 다른 어느 챕터와도 같은, 지극히 타당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생각과 믿음은 어느 순간에서 부터 인가 한 구석부터 무너져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총연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협회는 총연측이 가주협회를 제명시킨 조치는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이트에서 <로스앤젤레스 챕터(가주협회를 의미)를 제명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추론한다 해도 그 과정이 너무나 일방적인 행동 이었기에 우리는 총연의 순수성과 행정능력에 대한 의문을 정식으로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상황은 총연측의 잘못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협회는 총연이 2004년 1월 한국 제주도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과정도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월의 총회에서 총연의 전직 회장들이 벌인 월권적인 행동에 대해 우리는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로 인해 총연의 경계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차라리 위안을 삼고 있다. 우리는 일부 총연 인사들이 무소불위적인 전횡을 하며 자신들만이 총연 및 미주 내 식품인들을 위해 가장 열심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일한다는 자위적인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일부 인사들이 월권 행위를 통해 총연을 장악하고 좌지우지 하는 현실이 우리 필라델피아 협회가 가장 중요시 하는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좌우명에 어긋나기 때문이다>라고 협회 사이트는 밝히고 있다.

원래 총연과 가주협회간의 싸움은 미 주류사회의 돈 줄을 잡기 위한 것이 실제의 식품상협회 싸움인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지나 오면서 총연은 전국조직체로서의 효율적인 운영에서 멀어져 갔으며 기본적으로 구축해야 할 단체 명칭 등록과 ‘로고’ 등록 등에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가주협회 역시 ‘로고’ 등록을 놓고 대의적인 조치에 미비했으며 지역 내 로컬 협회와의 결연문제에도 활성화를 주지 못했다.

서로가 문제점을 지닌 양측은 본질적인 싸움의 해결점을 찾는 데는 소홀히 하면서 제 밥그릇 찾는 데만 급급한 자세를 보여 한쪽에서는 ‘제명’ 또 한쪽에서는 ‘독자노선’을 강행하는데 정신을 쏟았다. 또한 양측은 서로 상대방측이 식품상협회 정관 정신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여 왔다.

결국 이 같은 명분 없는 싸움은 양측이 변호사들에게 단체 기금을 갖다 주는 역할밖에는 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 주류 식품업소로부터 받은 돈을 변호비로 써버리는 행태만을 벌려 왔다. 한때 한인 식품상협회는 미 주류사회에서도 무시 못하는 한인 경제단체로 위상을 높혀 왔으나 감투와 밥그릇 싸움으로 이제는 주류사회나 소속 회원들로부터 냉대를 받는 신세로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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