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활’ 단관개봉, 배우들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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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덕 감독 

“‘활’은 예전 영화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르게 개봉해야 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단관 개봉이었는데, 더 많은 관객에게 영화가 보여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배우나 스태프들에게는 미안했습니다.”

10일 김기덕 감독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가 게재돼 화제가 됐다. 김기덕 감독이 총기 허가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가 노숙자로 오해받았다는 해프닝이 기사화 된 것이다.

8일 오후 문제의 사건이 발생하기 한 시간 전 김기덕 감독은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영화 ‘활’의 DVD(출시 케이디미디어) 코멘터리를 진행했다. 늘 그러하듯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헐렁한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활’의 여배우 한여름과 영화의 속내를 이야기하는 김기덕 감독을 만났다.

영화 ‘활’의 개봉을 전후로 김기덕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체 거절하고 오로지 영화를 통해서만 하고자 하는 바를 이야기해 왔다. 그런 그의 깊은 속마음을 8월 발매 예정인 ‘활’의 DVD 코멘터리에서는 상세하게 들을 수 있다.

바다위 배에서 동거하는 소녀와 노인의 기이한 사랑을 그린 ‘활’은 김기덕 감독이 자기 자신이 훗날 나이가 들어 품게 될지도 모를 욕망으로부터 탄생한 작품이다.

소녀에 대한 사랑과 욕망, 질투를 느끼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김기덕 감독은 “나중에 내가 나이가 들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싱싱함에 대한 욕망을 느끼게 되면 어떻게 할까하는 물음이 영화를 만들게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이것이 우리 마음 속 질문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김기덕 감독은 이번 영화의 비디오와 DVD 출시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마음을 바꾼 것은 스태프와 배우를 위한 것이었다고.

영화 ‘활’의 독립배급과 단관 개봉에 대한 영화계의 시각은 천차만별이었고 그만큼 당사자인 김기덕 감독에 묻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러나 말을 아꼈던 김기덕 감독은 이제야 “단관 개봉이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김 감독은 “국내에서 단관 개봉은 좀 더 자유로운 상영 방식이 될 수 있지만 관객은 많이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빈집’의 경우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으로 포괄적 흥미는 있는 작품이었지만 국내에서 관객이 많이 보지는 않았다. 그런만큼 ‘활’은 다르게 개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극장 수입과 2차 판권까지 고려해도 손해를 봐야 하는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아 새로운 개봉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에게도 마음에 걸리는 점은 있었다.

“단관 개봉이 배우들에게는 미안했습니다. 홍보도 하고 확대 상영도 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돈도 없고 수익도 못내리란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비디오와 DVD를 내는 것은 스태프와 배우들을 위한 것입니다.”

김기덕 감독은 “‘활’은 관객이 많이 보진 않았어도 만드는 과정만은 금메달이다”고 말했다. 단관 개봉이 유일한 선택이었지만 힘든 작업 과정을 감독의 ‘독단’에 따라 움직여준 스태프들의 노고만큼은 금메달감이라고 한다.


김기덕 감독은 블록버스터에 대한 욕심은 자신에게도 분명 있다고 털어 놓는다. 10년 동안 12편의 작품을 만들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는 그는 “그러나 결국 대중성이라는 것 자체가 아주 소모적이다. 톱스타를 캐스팅해야 되고 마케팅을 해야 되고 그만큼 제작비를 많이 쏟아붓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자신 없다”고 대작 영화 연출에 대한 회의를 밝혔다.

요즘 고민이 많다는 김기덕 감독. 다음 영화에 대한 생각들이 그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열두번째 영화 ‘활’을 끝내고 열두고비를 넘겼으니 한 고비는 끝난것이 아니냐며 스스로 위안하고 있었다.

‘활’의 DVD 코멘터리에서는 영화의 장소 선택 과정과 여주인공 한여름의 영화에 대한 당찬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특히 김기덕 감독이 영화의 소품인 활을 직접 제작하고 배우들을 향해 직접 쏘기도 했다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수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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