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보훈처, 광복 60주년 해외독립운동 사적지 조사에 비난여론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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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인 기독교회의 전경

 ⓒ2005 Sundayjournalusa

최근 한국정부 국가보훈처의 박유철 처장을 포함해 보훈처 선양정책 담당관 등 관리들이 LA를 방문해 국민회관 등 한인이민 사적지들에 대한 지원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지원정책은 해외동포사회와의 사전협의나 실태조사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져 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보훈처는 광복60주년을 계기로 해외 독립운동사적지 일제 조사에 들어 간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현지 공관과 교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사적지 관리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사적지를 중심으로 관광코스를 개발해 국민들의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28개를 포함해 중국, 러시아 등 126개 사적지를 대상으로 7월부터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보훈처가 미주지역 독립운동 사적지를 조사하는 계획을 미주동포사회 관련 전문가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실시한다는 점에 동포사회 일각에서는 “미주사회를 무시하는 일방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미주지역 사적지 조사에서는 미주한인사회의 이민사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본국에서는 기존관념에 박힌 학자나 교수들에 의해 일방적인 역사관으로 미주사회를 보고 있다. 박유철 보훈처장은 LA체류 중 극히 일부 관계자들만 비공개로 만나고 귀국해버렸다. 그의 임무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에 대한 보훈업무를 관장하는 것인데 적어도 LA지역의 독립유공자단체를 포함해 유관단체 관계자들과 만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국정부 관리들의 자세가 아직도 권위주의적 폐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최근 보훈처는 국내에서도 국가 유공자들에 대해 제대로 보훈정책을 실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오고 있다. 한편 보훈처 당국의 사적지 보호 및 지원대책에 아무런 검토도 없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로 일관한 일부 LA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동포사회의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성 진<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박유철 보훈처장의 이번 방미는 워싱턴DC에서 개최된 ‘52주년 한국전 정전협정조인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지난달 26일 워싱턴DC에서 미국 보훈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다음날인 27일 제52주년 한국전 정전협정 조인 기념행사 참석 및 한·미 한국전참전용사를 위로하고 격려 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이어 LA를 방문해 총영사관 관계자들과 국민회관기념재단 관계자들과도 만났다. 박 처장의 이번 방미 목적은 미주지역 독립운동사적지 보존실태를 파악하는 과제도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보훈처가 조사하게 될 미주지역 28개 사적지 선정에 대해 일부 미주 이민사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선정기준에 문제가 있다’면서 ‘어디까지나 국내 기존사관에 의한 선정’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이민사 연구자는 “지난동안 미주사회의 관련 연구자나 학자들이 새로운 사적지 발굴에 힘써왔다”면서 “이번에 사적지 선정에 앞서 현지 동포사회의 의견을 참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자는 “한국에서는 과거 미주지역 독립운동에 있어 주요 정치 지도자들에만 중심이 되어왔다”면서 “미주사회에서 선조 이민들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형성된 한인사회의 특수성은 본국 학자들 사이에서는 무시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보훈처가 이번에 선정한 LA지역 사적지에는 대한인 국민회 총회관(1368 W. Jefferson Blvd. LA, CA 90007), 나성 한인 연합 장로교회(1374 W. Jefferson Blvd. LA, CA 90007), 도산 안창호 동상(리버사이드 시청 앞), 도산 안창호 가족 거주지(USC캠퍼스 내 McClintock Ave. 3650과 3740사이 954번), 로즈데일 공동묘지(1831 W. Washington Blvd. LA, CA 9000), 초기 흥사단소 및 안창호 옛 집터(106 N. Figueroa St.), 대한인 기독교회(2716 Elendale St. LA, CA.90007), 파차파 한인노동자 집성촌 부지(리버사이드 유니언 역 인근)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사적지들은 주로 안창호와 그에 관련된 지역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사 연구가인 L씨는 “LA지역 사적지 8개 중 6개가 안창호 관련 지역이다”면서 “여기에 버금가는 독립운동 터전도 많이 있으나 어떤 이유에서 제외됐는지 의문시 된다.”고 말했다. 

















 


한 예로 여성교육 운동으로 독립운동을 편 선각자 차미리사 여사가 1905년 패사디나 지역에서 대동교육회를 설립한 곳도 미주독립운동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LA근교 클레어몬트 지역의 한인학생양성소 등이나 레드우드지역의 비행학교 등도 중요한 지역이다. 또한 USC근처 익스포지션 파크는 맹호군단의 훈련장이었다.

그리고 보훈처가 선정한 대한인 기독교회는 사실상 동지회관으로 지정되어야 할 사적지이다. 동지회관이란 사실을 모르고 대한인 기독교회로 선정했다는 자체가 무식의 소치로 볼 수 있다. 또 나성 한인 연합 장로교회가 사적지로 선정됐다면 이 교회보다 앞서 설립된 LA최초의 한인교회인 로벗슨 연합 감리교회도 마땅히 사적지로 선정됐어야 했다. 이번 보훈처의 사적지 조사 선정대상을 앞두고 일부단체 관계자들이 특정인물 위주로 자신들의 관련지역을 로비했다는 의혹도 전해지고 있다.

보훈처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7월 하순부터 8월말까지 세계 각지에 산재해 있는 해외 독립운동사적지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우리민족의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 중국 지역에 건립되어 있는 주요 사적지 126개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이번 해외 독립운동사적지 실태조사는 관련 전공 대학교수와 한국관광공사 직원, 전문사진작가 등을 중심으로 7개 팀으로 구성하여 실시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우선 미국,러시아·일본·유럽 등지에는 4개 팀으로 나뉘어 실시한다. 사적지가 많은 중국지역은 남부·서북부·만주지역을 대상으로 3개 팀으로 나뉘어 실시하고, 또한 홍콩·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하여는 금년 10월 중에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같은 실태조사에 미주현지 전문가들을 배제하고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조사반을 편성하는 것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동안 미주 현지에서 이민사를 연구한 많은 동포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의 참여 없는 조사는 본국 일변도 이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미주사회의 의견이다.
보훈처에서는 이번 해외독립운동 사적지 실태조사를 통해 시설복원 예산지원 및 사적지 관리 공동위원회 구성 등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보존·복원 및 표지석 설치 등의 시설지원이 필요한 사적지에 대하여는 해외 공관을 중심으로 현지 교민, 해외 진출 국내기업 등이 참여하는 사적지 관리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예산을 지원하는 등 효율적으로 관리되도록 하고, 중국의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등 주요 사적지에 대해서는 외교 통상부, 관광공사 등과 협조하여 주변 관광지를 연계하는 관광코스로 개발하여 해외 여행 시 방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리 국민과 해외 동포에게 민족의 자긍심을 느끼도록 하는 역사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실태조사 실시 후 각 팀별로 홍보용 팜플렛 등을 제작 배포함과 동시에 국가보훈처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고, 온라인 해외 독립운동사적지 체험 프로그램도 제작하여 제공할 계획이다.

그 동안 해외에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는 국가보훈처와 문화관광부등 부처별로 분산 관리되었으나, 2005. 5. 18 독립기념관의 소관 부처가 국가보훈처로 이관됨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기반이 마련되었다.
LA등 미주 지역 독립운동 사적지 1호로 알려진 국민회관은 한인사회의 거족적인 기금모금으로 일부 복원됐으나, 동지회관이나 흥사단 옛 단소 등은 아직도 정상적인 복원이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회관의 귀중한 사료들이 국민회관기념재단의 무능과 태만으로 거의 방치상태에 있던 중 이번 보훈처 당국에서 관심을 갖고 대책에 나선 것에 대해 이민사 연구자들은 환영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사료의 법적처리 여하에 따라 새로운 분쟁의 씨앗으로 등장될 소지를 남겨 놓고 있다.
박유철 보훈처장은 이번 LA 방문 중 이윤복 LA총영사, 대한인 국민회 총회관 기념재단 공동이사장단과 만나 국민회관 사료보존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세울 방침임을 표명했다고 한다.

 LA총영사관측은 국민회관 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독립운동 관련 자료의 보존 문제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는데 박 보훈처장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총영사관에 따르면 박 처장은 “사적지 보전을 위해 통합적인 관리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국민회관 자료 복원사업을 위해 독립기념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한국 내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본보는 과거 수 차례 국민회관 사료보존에 대해 관련 단체들의 무능을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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