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다운… 기자다운… 사명감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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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 언론사에 기자다운 기자가 없다’는 문제기획 취재의 키워드인 ‘기자다운 기자’가 왜 없는가. 이 점에 대한 대답은 우선 기자들에 대해 경영진에서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LA 한인사회에 30여년의 역사를 지닌 미주 중앙일보나 한국일보는 발행 지면수는 장족의 발전을 했지만 신문 기사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기자의 질적향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문의 질을 높히려면 무엇보다도 기자들의 질적 수준이 높아야 하는데 한마디로 “기사 공장의 직공”이나 다름없는 일상생활에서 좋은 기사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무리다. 기자들도 공부를 해야하는데 일에 쫓기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아예 없다.

그렇다고 기사를 충실히 작성하기 위한 시간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지면 메꾸기에도 바쁜 형편에 어떻게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겠는가. 올해 초 한국일보에서 퇴사한 한 기자는 “지면 메꾸는 일에 싫증이 나서 그만 두었다”고 말했다. 신문 지면이 매일 100 페이지가 넘는 것은 기사가 많아서가 아니라 광고 지면 때문에 할 수 없이 페이지가 많아지는 것이다.

광고지면이 많다는 것은 수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광고지면 증가와 직원들의 봉급 인상은 절대로 비례하지 않는다. 신문이나 방송 경영자들이 질적수준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영업수익을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기자들의 대우도 나쁘고 좋은 기사를 제작하는 분위기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리차드 윤<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LA 한인언론사 중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라디오 코리아, KBS-LA 등 이른바 4대 언론사의 기자들 봉급 수준이 가장 높은 언론사는 중앙일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언론사들의 기자 봉급은 타 직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언론계를 거쳐간 많은 사람들은 “돈 때문이 아니고 사명감 때문에 언론사에서 일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80-90년대에 일이다. 요즈음 새로 신문사나 방송사에 입사한 신참내기 기자들은 좋은 직장이 나타나면 미련없이 직장을 떠나는 경향이 우세하다.


독자보다 광고주가 ‘우선’


최근 이들 언론사에는 남다른 고민이 있다. 예전 같으면 기자들이 한 사건을 맡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즈음의 기자들은 퇴근시간이 되면 누구 눈치 볼 필요없이 취재하던 기사를 접어 놓고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신참기자는 “만약 기자들에 대한 대우가 좋다면 기자들이 퇴근시간을 무시하고 자칭해서 오버타임을 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한 고참기자는 “요즈음 젊은 기자들과 고참기자들 사이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고참기자들 중에는 보수성향이 많으나 젊은 기자들 사이에는 진보성향이 많아 이념갈등도 있다는 이야기다.

코리아타운의 4대 언론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대상은 독자들이나 시청자나 애청자들이 아니고 대형 광고주다. 그러나 이른바 소액 광고주들에게는 위세를 부리지만, 대형 광고주들에게는 한마디로 “슬슬 긴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아예 광고국에는 대형 광고주 담당 직원이 있을 정도다. 이들 직원은 대형광고주의 일상생활을 알았다가 여러 모로 비위를 맞추어 나가기도 한다. 대형 광고주의 집안 생일잔치도 기사화 된 적이 있다.

이처럼 경영진에서 대형 광고주들을 한마디로 떠받들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이런 풍조가 기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기자들도 이런 직장 분위기 때문에 대형 광고주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발생해도 아예 모른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쩌다 대형 광고주에 대한 부정적인 제보를 받게 될 경우에도 어쩌다 그 기사를 작성하더라도 나중에 경영진의 교묘한 작용으로 데스크들이 알아서 쓰레기 통에다 버리기에 지면이나 방송에 보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 때문에 기자들은 대형광고주에 관한 기사를 외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예로 최근 한인사회의 최대 부동산회사인 뉴스타 부동산 회사와 그 회사의 대표가 부동산법 위반으로 120일의 면허정지(조건부 2년 집행유예) 행정처분을 받은 사건(본보 10월 9일자 보도)은 큰 뉴스였다. 이 사건은 4대 언론사에 알려졌으나 이들 언론사는 이 기사를 묵살했다. 물론 뉴스는 보도할 가치가 없으면 보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4대 언론사가 똑같이 이 기사를 묵살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점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부동산 회사가 이들 언론사들의 최대 광고주의 하나였기 때문에 기사가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같은 기사를 보도하지 않은 것은 범죄행위를 숨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신문이나 방송은 사회에 대하여 계몽적인 역할도 해야 하는데 이를 외면한 것은 언론의 사명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이나 방송을 경영하는 사람들도 회사 경영을 위해서 수입을 생각을안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광고주의 눈치때문에 광고주가 연관된 기사를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언론보다 광고주를 더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폐습이 계속된다면 광고주의 횡포는 늘어만 갈 것이고 결국은 그 언론사는 그 광고주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 된다.


무엇이 뉴스인가
 
LA 한인 언론의 공통된 문제점은 무엇이 뉴스가 되어야 하는지, 뉴스를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지침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사건이나 기획기사에서 색깔이 없다. 중요사건을 보도할 때 기본적으로 스트레이트 기사, 해설 기사, 스케치 기사, 인터뷰 기사, 기획 기사, 심층취재 기사 등등으로 나뉘어 보도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사작성이다. 물론 이러한 구분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사 성격상 스트레이트 기사로만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해설기사나 스케치기사를 첨가할지는 데스크들이 결정해야 한다.

일간신문들 지면을 보면 스트레이트기사나 스케치 기사 등등을 모두 짬뽕식으로 얼버무려 내놓기에 독자들이나 시청자 또는 애청자들이 기사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런 기사 작성법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이 적어도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라는 기본적 원칙이 포함되어 있으면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도기사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분간이 어려운 기사들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기사 취재에 철저하기로 이름난 LA타임스의 기자는 한 사건을 두고 보통 2주 이상 취재를 한다. 어떤 경우는 수개월이 걸릴 때도 있다. 이같은 경우를 한인 언론사에서는 거의 기대할 수가 없다. 물론 회사의 규모나 재정면에서 LA 타임스와 한인 언론사를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경영진에서 좋은 기사를 위해 투자를 하느냐 아니냐는 비교할 수 있다. LA 타임스에는 하루에 평균 서너 개의 정정기사가 게재된다. 그러나 한인 신문사들에서 정정기사를 발견하기란 쉽지가 않다. 정정할 기사가 없기 때문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정정기사를 낼 것이 있어도 대충 눈감고 지나간다. 한인언론들은 정정기사를 내는데 아주 인색하다.

최근 한 단체장은 자신에게 관련된 기사가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해당 신문사와 방송사에 항의했다. 해당 언론사들은 정정기사나 정정보도는 하지 않고 “우리가 다른 기사로 잘 보도하여 줄 터이니 그만 넘어가자”고 했다고 한다. 잘못된 기사를 고처야 하는 것이 그 언론사의 명예도 회복되고 신뢰도 얻는 법인데 오히려 이것을 은폐하고 사탕발림으로 피해자를 구워 삶으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 6 일 발행되는 신문지면에 오자는 세일 수 없이 많고, 출처가 불분명한 기사도 쉽게 발견된다. 잘못된 기사도 계속 나타난다. 한마디로 소설처럼 지어내는 기사인지 사실 기사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기사도 많다. 사과기사나 정정기사에 소홀히 한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에 대한 책임감이나 사명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이 모든 병폐는 한마디로 참된 언론관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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