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VS 박근혜의 ‘총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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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명박, 박근혜 양 진영의 대결은 외견상 정책 대결 양상을 띠었다. 여기에 최근 불거졌다가 잠복한 ‘후보 검증론’도 있었다. 하지만 물밑에선 ‘총알 확보’를 위해 피말리는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경선이 다가올수록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조직 관리나 각종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총알 대결에서 유리한 쪽은 이명박측 진영이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자금 사정은 상당히 여유로운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박근혜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측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형세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사례 하나.
지난해 연말 박근혜 캠프의 외곽 조직을 담당하는 간부 ㄱ씨는 이명박 캠프로 옮겼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얼핏 돈에 팔려간 것인가 생각하기 쉽지만 사정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그는 모 대학 총학생회 간부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의 앞길은 순탄치 않았다. 당 외곽 청년조직을 주로 맡아 동분서주했으나 돈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정한 수입없이 10년 가까이 지내다보니 마침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부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기에 이른다. 때마침 이 전 시장 캠프에서 ‘러브 콜’ 사인이 왔고, 그는 살을 깎는 고뇌 끝에 박근혜 캠프를 떠났다. 그는 돈 때문에 사랑하는 부인과 헤어질 수는 도저히 없었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박근혜 캠프측 인사들도 그를 ‘배신자’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충분히 이해한 때문이다. 현대건설 회장 등 오래동안 기업인으로 활동한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에 비해 자금 동원력에 있어 훨씬 우위에 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총알’의 많고 적음이 당내 경선에 어떤 상관관계로 작용하고 있을까.
경선이 세 확보의 유불리에 달려 있다고 볼 때, ‘이 전시장측이 매우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전한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은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한다.
“한마디로 괄목할만한 진전이 있었다. 지난해 대표 경선 때만 해도 당내 세력 분포도에 있어 박근혜 전 대표가 월등히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 전 시장에 대한 높은 여론 탓도 있겠지만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이명박 우군 만들기’가 먹혀 들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쪽은 박근혜 캠프. 박 전 대표측은 겉으로 내색은 않고 있지만 자금 확보를 위해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엄격해진 정치자금법 탓에 실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실제로 국회의원이 아닌 대선주자들의 경우, 대선 예비 후보로 등록하기 전에 후원금을 걷게 되면 곧바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올해 대선의 법정 선거비용은 4백 60여억 원. 개인 재산이 많을 경우, 재산을 처분해 충당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후보는 과거처럼 기업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고픈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 많은 캠프 운영비를 감당하고 있을까.
대선주자 캠프를 상대로 이 문제를 취재한 결과, 사무실 운영비와 지방 강연 및 해외 출장 등의 비용으로 적게는 월 1천만 원에서 많게는 3천만 원 정도의 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명박측은 캠프 사무실인 ‘안국포럼’(65평) 임대료 7백 만 원, 유급 직원 6명의 월급 9백 만 원 기타 행사비용을 합해 월 2천 5백 만 원 안팎이 든다고 했다. 박근혜측에선 여의도 엔빅스 빌딩의 사무실(95평) 임대료 및 관리비 포함 7백5십만 원, 여기에 상근직원 월급 등 1천5백만 원 가량이라고 밝혔고, 손학규측도 이와 비슷한 규모인 1천만 원에서 1천5백만 원 사이의 운영비가 든다고 했다. 각 캠프의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믿는 이는 없다. 대선주자들의 활발한 행사비 지출에다 수십명에 이르는 캠프 조직원들의 활동비 및 경조사비, 특보단과 자문교수단 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최소 수천만 원에서 억대를 넘나들거라는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실탄들을 대선주자들은 어떻게 확보하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시장측 관계자는 ‘이 전 시장 소유의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 수입과 강연료로 운영비를 대부분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조직원들의 활동비에 대해 묻자, ‘상근 직원을 빼놓고는 캠프 직원들에게 따로 활동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날로 늘고 있어 바깥에서 생각하는만큼 많은 돈이 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박근혜 전 대표측도 비슷하다.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의원 신분이어서 합법적인 후원금이 들어온다. 어떤 돈도 후원금 용도에 맞게 깨끗하게 쓰고 있으며 캠프 직원들도 대부분 자비를 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은 경선을 앞두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 확보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비공식 자금을 마련, 실전에 사용하고 있다는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선관위와 검찰 등에서 각 캠프 사무실을 예의 관찰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경선 승리가 최대 과제인 각 캠프에선 조심하되, 사력을 다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 한나라당 내 여러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현재로선 이 전시장측의 화력이 가장 막강하며 박 전 대표측은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 이어 ‘총알 전쟁’에서도 밀리는 박 전 대표. 그래서 요즘 한나라당 내에선 박 전 대표측이 최후의 승부수로 이 전시장과 관련된 비장의 카드를 던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대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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