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비서관 재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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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정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 그러나 투기의도는 없었다.”
최근 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고위 비서관들의 재산 논란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내놓은 해명들의 일부다. 언론보도에서 보는 것보다 본국의 여론을 훨씬 더 좋지 않다. 특히 일부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지난 참여정부 5년이 그립다”는 댓글이 넘쳐날 정도다. 특히 이를 감싸고 도는 청와대의 해명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격이다. 불·탈법적인 방법으로 농지나 임야를 보유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들이 실정법 위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투기는 아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놔 비난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당사자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이해를 구하기 보다는 거짓해명과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본국에서 논란이 된 부자 청와대 논란을 <선데이저널>이 지상 중계한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2002년 6월 남편 이모 고려대 교수의 명의로 인천시 중구 운북동(영종도)의 논 1353㎡을 매입한 박미석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은 25일 해명자료를 내고 “실정법의 구체적 내용을 잘 몰랐던 부분이 있다”며 “농지의 공유자들이 직접 영농을 하여 자경사실이 확인이 되면 농지 소유가 되는 줄로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미석 수석은 “앞으로 규정에 따라 매각하는 등의 적법한 조취를 취하겠다”면서도 “투기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전날(24일) 밤 이동관 대변인도 부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의 논 2027㎡에 대해 “반드시 직접 (농지를) 경작을 해야한다는 실정법의 구체적 내용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법 위반과 관련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두 사람 모두 청와대 보도자료 등을 게재하는 ‘e-춘추관’ 사이트에 짧은 해명자료를 올렸을 뿐 공식 석상에서의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다 지난 27일 박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박 수석은 물러나면서도 억울하지만 물러나겠다고 했다.
대학교 3학년생이었던 지난 1983년 매입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일대 대지와 전답에 대해 위장전입 및 투기 의혹이 제기된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해명자료 조차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끝까지 억울하다


청와대측은 당초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들에게 제기된 투기 의혹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무조건 (재산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공격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그것이 이른바 사회적 증오를 늘리거나 부적절한 논란을 확산시키는 건 사회적으로 낭비이자 손해”라고 반박했다. ‘강부자 내각, 땅부자 비서실’이라는 비난 여론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곽승준·김병국 수석의 경우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세금을 안 낸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며 “‘왜 많은 돈을 물려받았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그렇다”고 해명했다. 오래 전에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서 증여세를 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을 역이용한 것이다.
배우자 명의로 농지를 구입한 박미석 전 수석의 경우에는 “투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공동 소유자가 쌀농사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수석의 남편 이모 교수는 지난 2002년 추모·김모씨와 함께 인천 중구 운북동 농지를 공동구입했고, 세 사람은 모두 서울 송파구에 주소지를 갖고 있다.
우선 “투기와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이 지역은 지난 2002년 당시 인천시 영종도 개발방안 발표와 정부의 영종택지개발지구 신규지정 등을 겨냥해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던 곳이다. 특히 박 전 수석이 논을 매입하고 한달 뒤 건설교통부가 ‘영종도·용유·무의도 개발 계획’을 발표,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2배, 거래가격은 4배 이상 급등했다.
또 지난 2004년 운북복합레저단지 개발 발표 직후 이 지역 땅 값이 평균 2배 정도 올랐고, 지난 2006년에는 드라마세트장과 각종 영화산업 관련 시설을 갖춘 영상단지 조성 계획까지 발표됐다. 농사가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논을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박 수석은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남편의 친구와 그 친구 삼촌의 권유로 매입을 했고, 현재 친구의 삼촌이 쌀농사를 짓고 있다”며 “박 수석 가족도 가끔 주말에 찾아가 경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 측은 또 “당시 영농계획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었지만, 작농확인서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1996년 1월 제정된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살 때는 1000㎡ 이상이면 영농계획서를 첨부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 특히 농지를 구입한 이후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위법이다. 공동명의로 땅을 구입한 경우도 예외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짓게 하려면 농지은행을 통해야 하고, 그렇지 않았다면 역시 농지법 위반으로 처분명령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25일 “박미석 수석이 재산공개를 나흘 앞두고 ‘투기 목적 농지 매입’ 의혹을 피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거짓 ‘자경사실확인서’를 작성하게 해 청와대에 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박미석 전 수석은 “관련 서류는 공유자인 추모씨 가족이 영농회장 양아무개씨 등을 만나 자경사실을 확인받은 것으로 저는 이 서류를 전달받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버티기도 대세


이동관 대변인도 실정법을 위반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이 대변인은 강원도 춘천에 전답을 소유한 것에 대해 투기 의혹이 일자 “2004년 당시 4명의 회사 동료와 함께 부인들 공동명의로 노후대비 차원에서 땅을 샀는데, 그중 1명은 실제 농사를 지었고, 나머지 사람들도 주말농장으로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위장전입을 할 이유도 없고, 공시지가 기준으로 크게 오르지 않았으며, 투기지역도 아닌 생산녹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땅을 소유하고 있는 4명 중 실제 농사를 지었던 1명은 춘천에 주소를 둔 현지인이었고, 이 사람마저도 1년 뒤에는 농사를 짓지 않고 현지 농민에게 위탁 영농을 시켰다. 따라서 이 대변인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절대 농지’를 소유하고 있어 현행법을 위반한 투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결국 이 대변인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당당하게 밝힌 지 12시간만에 “법 위반과 관련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규정에 따라 농지은행에 위탁을 하거나 매각하는 등의 적법한 조치를 바로 취하겠다”고 사과 자료를 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일부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들의 거취에 변화가 예상됐다. “실정법을 위반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25일 농지 투기 의혹으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박미석 수석 등의 거취와 관련, “자체조사 결과 법적, 도덕적으로 큰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공직수행의 결격 사유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확대비서관 회의가 열렸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입을 닫았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회의와 관련 “(수석들의 거취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면서 “이 대통령 역시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110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랭킹 1위를 기록한 곽승준 수석비서관 역시 위장전입·투기 의혹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명 자료조차 내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엔 “법적으로 문제 없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가, 실정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자 “실정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며 꼬리를 내리더니, 이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셈이다.
청와대 비서관들의 이같은 거짓해명과 버티기가 계속 되면서 본국 여론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명백한 불법 행위


이와 관련 본국의 시민단체들은 “명백한 탈·불법 행위”라며 문제가 된 수석비서관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잘못을 해놓고 법을 몰랐다면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냐”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몰랐다’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공직자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나 임야를 사들이는 것은 개발 이익을 통한 불로소득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라며 “행자부에 재산을 신고할 때 불법적인 내용이 있는지 물어봤을 것이고, 또 행자부에서도 알려줬을 텐데, ‘실정법을 몰랐다’는 것은 뻔한 거짓말”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이런 행태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맞물려 그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기조는 부동산 보유세, 양도세, 상속세를 완화시키겠다는 것으로 결국 자신들의 재산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라며 “게다가 이 정부는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농지, 임야에 대한 개발을 용이하게 해서 자신의 재산 가치를 높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자신의 재산은 늘리고 세금은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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