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승 신임 한미은행 행장 선출의 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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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인사회의 최대 은행인 한미은행이 유재승 신임행장 선임과정의 후유증으로 당분간 심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 6개월동안 이사회가 행장을 선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은행 이사진 내부의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같은 이사진들의 내분과 갈등은 결과적으로 은행의 이미지마저 추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며 주가하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불경기에 은행들이 취할 수 있는 길이 합병 또는 구조조정으로 판단되고 있지만 현재의 한미은행은 내부결속이 우선과제이기 때문에 신임행장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 극도의 보안속에 치러진 한미 이사회의 행장 선출 표결은 막판에 ‘배신표’까지 등장해 5대4의 역전극 끝에 한 표차이로 유재승 전 행장이 경쟁자인 벤자민 홍 새한은행장을 물리치고 선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사회의 표결에 상당한 진통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날의 이사회에서의 표대결은 한미, 나라를 거처 현재 새한은행장으로 있는 벤자민 홍 행장과 유재승 전우리아메리카은행장이 최종 행장 후보로 올라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특히 코리아타운의 베테랑 은행장으로 알려진 벤자민 홍 새한은행장은 이미 한차례 한미은행장을 거치며 초석을 다졌고, 부도위기의 나라은행(전 미주은행)을 코리아타운의 제2위 은행으로 부상시킨 은행 경영의 지도력을 입증받은 LA한인사회의 ‘터줏대감 행장’이다. 여기에 비하면 유재승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은 외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한미 행장선임 경쟁에서 한미 행장 출신 3명을 물리치고 차기행장을 따내어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에서 소식을 들은 유재승 신임행장은 지난 주말 LA로 와 한미은행과의 정식계약서를 체결한 후 23일부터 본격적인 행장 업무에 들어간다. 하지만 유 신임행장 앞길에는 앞으로 풀어야 할 힘든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행장 공백으로 인해 한미은행의 행장 선출과 난제, 그리고 행장선출의 저변을 종합 취재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한미은행 이사진들은 지난 6개월 동안 입조심을 하느라 남모를 고생(?)을 했다. 이사진 자신들조차 처음에는 손성원 전행장 후임과 육중훈 행장대행 이후의 차기행장을 선임하는데 그리 오래 갈 것으로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일이 꼬여갔다. 그러니 자연히 말들도 많아졌다. 불법대출에 경기퇴조, 내부 금고 기금 분실 등등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사진들은 서로간에 ‘입조심’을 하자고 다짐했다. 가뜩이나 “말썽많다”고 입방아에 오른 ‘한미 이사회’이기 때문에 행장 선임으로 구설수에 휘말리면 한미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사들은 ‘입조심’에 남다른 신경을 썼다. 이같은 ‘입조심’은 비교적 오래 갔다.
이미 지난11일에 한미 이사회가 표결로 유재승씨를 차기행장으로 선정했는데도 이사들의 연막작전으로 이사회가 행장선임 표결을 한 것을 어느 언론도 몰랐다. 그 정도로 이사들의 ‘입조심’은 지켜졌다. 그런데 오직 중앙일보가 쪽집게처럼 ‘한미은행 차기행장 유재승씨 내정’이라고 지난 13일자에서 특종보도했으며, 이어 중앙라디오가 방송하자, 화들짝 놀란 한미은행측은 이날 서둘러 공식적으로 ‘유재승 차기행장 선임’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대부분 언론들은 지난 13일 까지도 “행장 후보로 3명이 경합” “행장 선임 1-2주후로 연기” 라고 보도했다.  헤럴드경제는 13일자에서 “한미은행의 이사회가 신임 행장 선임을 또 미뤄 사령탑 인선 문제가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면서 “민수봉 전 윌셔은행장과 벤자민 홍 현 새한은행장 등 2명이 새로운 후보가 거명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이날 이사회에서 만큼은 결정이 나지 않겠냐는 관측이 대세를 이뤘으나 신임행장 인선은 더욱 오리무중에 빠지는 형국이다.”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지난 13일자에서 “한미은행 이사회가 차기행장을 선임을 또다시 연기했다. 이사회는 지난 11일 행장을 선임키로 했으나 의견불일치로 행장을 선임하지 못했다.”면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행장후보로는 육증훈 행장대행 외에 벤자민 홍 새한은행장, 민수봉 전 윌셔은행장 등 3명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13일)자 중앙일보는 “한미은행 차기행장 유재승씨 내정”이라고 사진과 함께 2단 기사로 보도했으며, 경제판에 관련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 경제부의 유용훈 기자는 11일 한미 이사회 에서 아무런 결정이 없었다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한미은행 내부와 한인 금융권의 취재원들을 모두 가동한 결과, 뜻밖에 소식을 얻을 수 있었다. 한 소식통이 12일 “어제 11일 한미 이사회가 유재승씨를 낙점한 것 같다”라고 전해왔다. 평소 믿을 수 있는 소식통이기에 유 기자는 12일 하루종일 여러 관계자들과 확인 작업에 돌입한 후 기사작성에 들어갔다.













한미 이사진의 연막전


한미 이사진들은 11일 정작 유재승 차기행장을 선출하고도 보안과 연막작전으로 이를 감추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사회가 유 차기행장을 낙점했으나, 아직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 이사회쪽에 유리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것이 미리 알려지면 상대방이 조건을 더 유리하게 요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윤원로 이사장은 11일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넉넉잡아 1~2주 안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이사는 “오늘 의견차를 많이 좁혔다고 본다. 행장후보가 인선이 가능한 사람인지, 보수는 어떻게 해야할지 등에 대해서도 결정을 봐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사는 “협상이라는게 오퍼를 받는 쪽의 사정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결정을 하더라도 받는 쪽에서 안한다고 하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제3의 다른 이사는 “의견이 한쪽으로 기울다가도 또 다시 다른 의견이 나오고 해 아직까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이처럼 윤 이사장과 이사들은 성공적인 연막을 피웠다. 그러나 사실 11일의 이사회는 극도의 팽팽한 분위기에서 치러졌으며, 그 결과 또한 예상 밖의 표결로 이사들이 한동안 냉정을 찾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이사회 전에 이미 타운에 알려진대로 육중훈 행장대행이 ‘맡겠다’ ‘안 맡겠다’는 미지근한 태도로 거취에 대한 입장표명을 보여 이사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표결 대상에 육중훈 임시행장을 후보로 정하는 여부도 만만치 않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11일 이사회에서 유중훈 임시행장을 후보군에서 제외하고 유재승 후보와 벤자민 홍 후보를 두고 막판 표대결로 결정을 치렀다. 원래 9명 이사들이 참석해 결정하는 이날 난상 토론이 계속됐다. 비한국계 이사는 외국인 행장 또는 영어권 한인 행장을 제안했으나 ‘한국어를 하는 한인 행장’을 주장하는 다수 의견에 묻혀 이 안건은 부결 처리됐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벤자민 홍 후보가 강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왜냐면 홍 후보는 영어와 한국어에 아무런 불편이 없기에 비한국계 이사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벤자민 홍 후보를 지지하는 이사들은 자신들의 표가 5표임을 확인하자, 표결로 차기행장을 선출하는 방향으로 급선회를 했다.
윤원로 이사장은 ‘벤자민 홍 후보와 유재승 후보를 두고 표결한다’고 선언했다. 9명 이사들에게 투표지가 전달됐다. 벤자민 홍 후보를 밀고 있던5명의 이사들은 자신했다. 적어도 5대 4로 홍 후보의 낙점을 믿었다. 9명의 표를 받아들고 개표를 마친 이사의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 결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유재승 후보 5표, 벤자민 홍 후보 4표였다. 1표의 반란표가 나온 것이다.
반란표 1표의 주인공이 누군가. 이 때문에 앞으로 한미 이사진은 또 다시 내분 갈등으로 비화될 공산이 커졌다.












 ▲ 한미은행 이사진


“막판 표결로 결정하자”


육중훈 전행장을 행장대행으로 인선하면서 일부 이사들은 ‘웬만하면 육 행장 체제로 가자’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같은 낌새를 눈치 챈 육 행장대행은 행장 계약서를 자신에게 조금 유리하게 하기 위해 처음에는 행장직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런 유중훈 임시행장의 태도에 일부 이사들이 곱지 않게 보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평소 우호적인 한 이사로부터 “조심하라”는 귀띔을 받은 후부터 육 대행은 이사들에게 고분고분하는 자세로 나갔다.
지난달 이사회를 마친 한 이사는 “육 행장대행이 행장직을 고사하다가 늦게 태도를 바꿔 도전의사를 비쳤으나 이것이 행장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아마도 최종 인선에서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지난달 한미은행의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는 행장선임에 대한 압박감을 받으면서 ‘육중훈 행장카드’는 날려보냈다.
이와중에 일부 이사들은 육중훈 행장대행 외에 벤자민 홍 새한은행장, 민수봉 전 윌셔은행장 등과 유재승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 등 3명을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민 전행장의 경우 한미의 현재 문제점에서 위기돌파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이 대두됐으나, 윌셔은행과의 1년 계약 관계 등의 문제점, 그리고 홍 행장의 경우, 역시 한인은행의 위기탈출의 적임자라는 점이 장점으로 대두됐으나, 고령의 나이와 한미은행 이사회의 나이 제한규정이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한다.
한미 이사진의 한 관계자가 민 전 행장을 두고, 고석화 윌셔은행 이사장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고 이사장은 민 전행장을 한미에서 영입시 윌셔은행과의 컨설턴트 계약 조건 상 윌셔 주주들이 이를 용납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한다. 한미 이사진은 법적문제 발생 때문에 민 전행장의 영입을 포기해야만 했다.
한편 홍 행장은 현재 76세로 ‘한미은행의 이사 연령의 75세 미만’ 규정에 배치돼 행장이 되더라도 이사진에서 배제되야 하는 문제점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홍 행장을 접촉했던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언질을 받고서 홍 행장을 차기행장 후보로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이사들은 전. 현직 행장들과 접촉 제3의 후보를 추천했고 행장 인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형국을 띠었다. 하지만 대외적인 위기감과 인선 지연에 따른 부담감 등으로 인해 결국 투표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한미은행의 윤원로 이사장(중앙) 13일 차기행장으로 유재승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을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왼편은 이준형 전 이사장.


신임 행장의 행보


한미은행이 유재승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선택함에 따라 한미의 향후 움직임에 한인 은행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미는 상당기간 경영공백 상황을 빚은데다 경기전반에 걸친 은행주가하락과 부실대출, 이사진들의 불협화음 해소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과연 유 차기 행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유 신임행장은 36년간의 은행가 경력의 소유자로 미주에서는 우리아메리카은행장으로 6년여 재임하면서 상당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특히 재임기간중 우리아메리카 은행의LA진출을 진두지휘 하는 등 상당한 활동력을 보였다.
한인 은행권에서는 유 신임행장과 이사진이 그동안 흐트러졌던 은행 내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손성원 전 행장의 사임 이후 차기 행장 인선작업이 6개월여나 지속되면서 한미의 장점으로 꼽혔던 ‘탄탄한 조직’에 이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은행 안팎의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속해서 한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실문제를 어떤 해법으로 풀어 나갈지도 핵심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경기침체의 여파로 한인 은행권도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부실대출로 한미가 입은 타격은 타 한인은행에 비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LA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유 차기행장이 조직 장악 등 오히려 활동 반경이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부실 대출 문제도 대부분 이미 노출된 상태여서 지속적인 관리와 추가 부실을 잘 제한할 수만 있다면 별 무리없이 은행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유 신임행장은 미주한인은행의 경험이 없다는 것과 LA한인경제에 대한 경험 부족이 부담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유 신임행장이 어떻게 이사진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의 입지를 구축 위기의 한미를 구할 수 있을지 한인 은행권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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